대곡리~장갈령/지맥분기점~607.4m봉~구통재 ~벽산~동산령
초복(初伏)을 넘기고 열흘이 되면 중복(中伏)이고,중복을 겪고 다시 열흘이 지나면 말복
(末伏)이 되는데,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말복이라고 부르지 않고 월복(越伏)이라고 한다.때는 중복을 넘긴지 열하룻날이고,월복
을 아흐레 남겨둔 불가마속 같은 열돔(heat dome)으로 전국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것
같은 염천지절에 발행이 되는 영등지맥의 첫 번째 구간의 산행길이다.
덕산지맥상의 해발565.9m의 장갈령에서 남쪽으로 분기를 하여 임하호로 산자락을 드리
우는 영등지맥의 분기점인 해발565.9m봉으로의 접근은 영양군 청기면 토곡리 방면이나
안동시 임동면 대곡리 등이 꼽히는데, 오늘은 대곡리 쪽에서 접근을 할 요량이다.안동시
예안면 소재지 쪽과 남서쪽의 임동면 소재지 사이를 잇는 935번 지방도로를 따라 임동면
방향으로 20릿쯤 발품을 보태면 덕산지맥상의 위동재 고갯마루에 이르고 그곳에서 다시
오릿쯤 부지런을 더하면 임동삼거리다.
임동삼거리에서는 좌측으로 샛가지를 친 도로로 접어 들어야 한다. 이 길은 대곡리의 전용
마을 길이나 다를 게 없다.구불거리고 다소 비좁은 도로를 따라 시오릿길을 달려가면 비
로소 득달하게 되는 산협이 대곡리 한실골이다(10시38분).시원한 에어컨이 빵빵한 버스
에서 서너 시간 꾸벅거리다가 불쑥 버스를 벗어나니 후끈 달아오른 열기가 마치 목욕탕
문을 들어선 느낌이다.
한실골 동구의 육각정자에서 북쪽으로 뻗은 길을 따르면 도운사라는 절집이 잇는 갈마골
이고,수량이 넉넉하지 못한 길쯤한 꼴의 대곡저수지의 곁을 지나서 1.5km쯤 발품을 더
보태고 난 뒤,양회임도를 그대로 두고 우측의 완만한 비탈을 올려치면 조금 전의 양회임도
를 다시 만나게된다.구불구불 꼬리를 잇는 양회임도를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막무가내로
질러가는 술책을 편 거다. 장갈령어름까지 이어지는 양회임도를 얼추 오르고 나면 지맥의
분기점인 해발565.9m의 장갈령은 임도를 벗어나 좌측의 오르막 숲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곧바로 오르게 되는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만의 붕긋한 멧부리가 영등지맥의 분기
점이자 덕산지맥상의 해발565.9m의 장갈령(長葛嶺) 정상이다(11시41분).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는 숲은 후텁지근함만 가득하다.기온은 섭씨 35도를 오르내리고 높은 습도
까지 가세하고 있으니,어느 새 온몸은 땀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장갈령 정상에서
조금 전의 양회임도로 되돌아 오면 지맥의 산길은 이제 임도 좌측으로 꼬리를 잇는다.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은 철쭉이나 진달래 같은 관목들이 또한 무성하
지만 산길은 비교적 뚜렷하다.그러한 행색의 다소 밋밋한 산길은 납작스레한 꼴의 잡풀더
미나 다를 게 없는 봉분의 묵묘가 차지하고 있는 납주그레한 멧부리로 이어지고,그곳에서
내처 5백여 미터쯤의 발품을 들이면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정수리 한복판에 삼각점을 간직
하고 있는 납데데한 꼴의 해발607.4m봉이다(11시59분).
오늘 구간에서 최고봉인 해발607.4m의 삼각점봉을 뒤로하고 나면 일렁거리는 시원한
바람의 도움을 받게 된다.이런 상황이 길래 이어지길 기대하며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
한 산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우치면 고만고만한 높이에 생김새까지 엇비슷한 납데데한
해발574.1m봉과 해발574.6m봉,그리고 해발566m봉을 차례로 넘어선다.넉넉하지는
않지만 간간이 이어지는 바람결이 마냥 반갑기만 하다.
고마운 바람이 시들어 가는가 하더니 으르렁거리는 호랑이가 을러대는 듯한 천둥소리가
이따금 귓전을 두드린다.그들먹한 잿빛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언뜻언뜻 보이고 구름
사이를 비집고 눈부신 햇살까지 간간이 쏟아지고 있는데, 웬 천등소리인가.그러나 해발
578m봉을 넘어설 무렵부터는 사위가 사뭇 어둑해지더니 후둑후둑 나무 이파리 두드리는
빗발이 듣기 시작하는 거였다.
예전의 우중산행 때 사진과 기록의 역할이 막중한 휴대폰의 관리를 등한시하는 바람에
휴대폰을 망친 이력이 있어 부지런히 방수팩에 휴대폰을 갈무리하고 다른 건 비에 맞던
상관않고 발걸음을 재우친다.해발578m봉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는 지맥
의 산길은 머지않아 넉넉하고 부드러운 안부사거리로 산객을 안내한다.오늘 산행의 들머
리인 대곡리 방면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동쪽의 영양군 청기면 구매리 구통동 쪽 사이
를 잇는 등하행 산길이 넘나드는 고갯길 구통재다(13시).
구통재를 뒤로하고 나면 곧바로 해발560.6m봉이고,그곳에서 20분여의 발품이면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557.2m봉이다.산길은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하고 빗발도 오락가락
거리며 뿌려댄다.557.2m봉을 뒤로하고 20분쯤 발걸음을 재촉하면 붕긋한 멧부리가 기다
린다.해발567.1m의 벽산 정상이다(13시48분).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만의 벽산 정
상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 지맥의 산길은 1km쯤의 발품
이면 해발551.9m봉이고, 그곳에서 다시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는 지맥의 산
길을 따라 1km쯤 발걸음을 더하면 해발557.9m봉이다.
해발557.9m봉을 넘어선 뒤 알바의 구렁에 빠지게 된다. 내리받이 갈랫길에서 맞은 쪽의
다소 희미한 산길로 그대로 직진을 해야 하는데 우측의 좀더 뚜렷한 내리막으로 맥없이
발걸음을 하고 만 거였다.가파른 내리막을 300여 미터쯤을 내려서고 나서야 비로소 알바
임을 알아챘으니 동행했던 세 사람 모두가 잠시 정신줄을 놓았던 거다.궁시렁거리며 가파
른 비탈을 다시 올려치려니 힘은 곱절이상 힘겹기만 하다.
애면글면 지맥의 산길로 다시 붙어 발걸음을 하면 해발511.1m봉이고,완만한 내리받이를
거쳐 한 차례 치받잇길을 올려치면 해발519.4m봉이다.그런데 이쯤에서부터 기력이 부쩍
가라앉은 느낌이다.발걸음에 힘이 없고 헐떡거림도 부쩍 늘어난 느낌인데 갈증은 좀더
늘어나 물을 마셔도 가시지 않는 거였다.혹시 탈수증세는 아닌지 모른다.어쨌든 휴식
시간을 넉넉하게 치르며 기신기신 산길을 잇는다.
해발519.4m봉을 넘어서고 해발402.6m봉을 차례로 거치고 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멧
부리가 해발467.2m의 삼거리 갈림봉이다.이곳에서 맞은 쪽의 산길은 지맥에서 1km쯤
동떨어져 솟구쳐 있는 해발505.5m의 영등산(嶺登山) 정상으로의 산길이고,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린다.기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으니 영등산으로의 발걸음
은 무리라고 여겼다.
여느 때라면 3,4십분의 발품이면 넉넉한 거리인데 기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으니 영등지맥
의 간판인 영등산은 후일을 기약하기로 한다.두 번 다시 안 온다고 맹세를 하지만 우연찮게
맞닥드리는 경우가 세상사에는 너무 흔하지 않았던가. 해발467.2m봉을 뒤로하는산길은
가파른 내리막이다.가파른 내리막을 구르듯이 내려서고 한 차례 납주그레한 해발380.5m봉
을 넘어서고 나면 머지않아 왕복2차선의 차도고갯마루로 지맥의 산길은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17시).
영양군 입안면 소재지 방면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서쪽의 안동시 임동면 소재지 쪽
사이를 잇는 2번 군도가 넘나드는 고갯길,오늘 산행의 날머리 동산령(東山嶺)이다.땀이
뚝뚝 떨어지는 입성을 갈아 입고, 막역한 동갑내기 사이인 큰오래비가 건네주는 시원한
맥주가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처럼 벌컥벌컥거린다.한 차례 비를 뿌려댔던 하늘은
잿빛구름으로 우거지상이고,고갯마루에는 바람은 비뜩을 하지 않고 후텁지근함만 가득
서려 있다. (산행거리;18km. 소요시간;6시간20분) (2021,8/1)
◆ 영등지맥 전체개념도
◆ 영등지맥 산행지도(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