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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등반기
참가대원 : 총 21명
단장 : 24함기영,
등반대장 : 39조유동
대원 : 15강보현, 15임우빈, 15조남직, 16이완석, 20염일순, 20오상필,
22송석천, 23김 석, 23이춘식, 23정하선, 27송기훈, 29윤대일,
29최우승, 31임윤호, 35전부순
이규동, 이규선, 심인숙, 심광숙, (이상 24함기영 가족)
스 탭 : 총 28명
사다(Sirda :총대장): 니마 치링 세르파, 셀파(Sherpa) : 니마 텐디 세르파 포함 4인,
쿡 : 2명, 쿡보조 : 3명, 포터대장 1명, 포터 15명, 좁교 몰이 : 2명
좁교(dzopkyos : 숫소와 암야크의 교배종) : 12마리
총등반일정 : 2010. 10. 8(금) – 10. 22(금) : 14박 15일
실산행일정 : 1진 : 2010. 10. 12(화) – 10.20(수) : 8박 9일
루크라 – 팍딩 – 디보체 – 페리체 – 로부체 – 칼라파타르 – 토글라 –
디보체 – 조살레 – 루크라
2진 : 2010. 10. 13(수) – 10.20(수) : 7박 8일
루크라 – 조살레 – 디보체 – (이후 1진과 같음)
전체 등반거리 : 왕복 108.5 ㎞
산행등반고도 : 2840 m – 5550 m (고도차 : 2710 m)
프롤로그
에베레스트, 모든 산악인들의 이상향(理想鄕)!
각개인의 등반 스타일도 다르고 체력도 매우 다른 동문등반대는 15기부터 39기까지 무려 24년이라는 세대차를 넘어 모두 하나가 되었다. 비록 에베레스트 정상은 밟지 못하더라도 그 자락이라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 또 발로 딛고 보고픈, 마치 순례자의 경건한 마음으로 기나긴 여정을 갖기로 했다. 스물 한 명의 동인랑은 그렇게 이상향을 찾아 떠났다.
그러나 히말의 여신은 그리 쉽게 우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일은 이리저리 꼬이기 시작했다. 기상악화로 인한 장기간의 항공기 결항사태, 겨우 열린 하늘길, 그나마 둘로 나뉘어진 트레킹팀, 심한 고도차를 이겨내고 야간산행도 감내해야 하는 일정단축변경, 그래서 우리는 인내와 집념 그리고 믿음이 필요했다. 얼마만큼의 정성을 보여야 여신은 우리를 허락할까?
등반 내내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믿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렵사리 목표점인 칼라파타르(Kala Patthar, 5550 m) 정상을 밟았고 거대한 히말의 위용에 두 손을 모아 절로 감사와 경외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문들의 등반이었기에 가능했던 정상등정, 많은 우여곡절 속에 갖은 장애물을 넘고 또 넘어 결국 우리는 해낸 것이다. 후배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되어주신 15기 선배님들 그리고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묵묵히 따라준 후배들에게 거듭 감사를 드린다.
인천공항에서 출발전에
엑소더스 (EXODUS)
제1일 : 10/8 (금) 맑음, 기온 28℃
아침 8시 40분에 출발한 대한항공 비행기는 약 7시간의 비행 끝에 현지시간 12시 30분, 우리를 카트만두 공항에 내려주었다. 이번 등반에 함께할 사다(Sirda : 셀파 총대장) 니마(Nima)가 마중을 나와 우리 모두에게 하나씩 꽃목걸이(디하르말라 – 메리골드 생화로 엮었음)를 걸어주며 환영을 하니 드디어 네팔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착륙 전 공중에서 보았던 히말의 설봉들이 눈에 아른거리며 내일부터 시작할 트레킹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안나푸르나 호텔에 여장을 풀고 대원들이 세계 최대의 불탑이 있다는 티벳촌의 보우드넛(Bodhnath) 사원을 관광하는 사이, 나와 등반대장 39조유동은 환전을 하러 타멜시장으로 갔다. 시끄러운 경적소리, 자욱한 먼지 그리고 북적대는 거리는 온통 사람 사는 내음으로 가득하다. 등반의 전초기지답게 거리 곳곳은 장비점이 줄지어 있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등반가와 트레커들이 뒤섞여 골목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특히 주말부터 시작하는 다샤인(Dashain)축제 때문에 많은 현지인들이 귀향선물 등을 준비하느라 거리는 더욱 소란스럽기만 하다. 현지 여행사 사장 Mr. Amar Shahi 가 운영하는 한식당 신라에서 삽겹살구이로 저녁을 들고 숙소로 돌아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부터 시작될 환상적인 트레킹을 꿈꾸며.
** 다샤인축제는 힌두교의 주요 여신 드루가가 악신 마히샤수라를 죽이고, 선신 람이 악신 라바나를 살육하며 얻은 승리를 축하하는 축제라는 것. 이날은 어린이들이 어른들로부터 티카라고 불리는 앞이마 장식 축하를 받으며, 핑이라고 불리는 그네놀이를 즐긴다.
카트만두 공항에서 환영의 꽃목걸이를 받았다.
보우드넛 사원
제2일 : 10/9 (토) 맑음
카트만두에서 에베레스트 들머리인 루크라까지는 16인승 경비행기로 이동을 해야 한다. 아침 9시 45분 항공편을 예약했으므로 모두가 일찍 기상하여 호텔에서 제공하는 부페로 조식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누추한, 마치 한국의 읍내 버스터미널 같은 카트만두의 국내선 공항. 아침 8시에 도착했건만 벌써부터 길게 줄이 늘어져있다. 오랜 줄서기 끝에 들어선 공항 안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현지인 귀향객과 산악인들이 뒤섞여 소란스럽기 짝이 없고 정신이 없다. 도착 즉시 들려온 좋지 않은 소식, 루클라(Lukla) 지역의 기상악화로 비행기의 이착륙이 전면 금지되었단다. 걱정이 온통 머리 속을 채우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우리는 그저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스물 한 개의 카고백을 한 곳에 쌓아 놓고는 기대고 눕고 그렇게 우리는 지리한 전투를 시작했다. 곧 날씨가 개이겠지 하면서.
매캐한 공항 건물 안의 탁한 공기,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일부는 쪽잠을 자고 일부는 바둑판을 꺼내어 바둑을 두면서 기다린지 네 시간째, 12시가 다 되어도 비행이 개시된다는 좋은 소식은 여전히 없다. 대원들 모두가 슬슬 지쳐가기 시작한다. 12시 30분이 되어 결국은 루크라행 비행기는 전면 취소라는 날벼락 같은 통첩을 받았다. 한껏 부풀었던 대원들의 분위기가 곤두박질 친 건 당연한 일. 모두 풀이 죽은 모습으로 일단 호텔로 되돌아 가기로 했다.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향후 등반일정이 걱정이다. 오후에는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스와이암부낫(Swayambhu Nath) 공원을 관광하였다. 물론 공항에서 시작된 대국은 호텔로 돌아와서도 밤이 늦도록 이어졌고 아직 대원들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 아무튼 내일은 비행기가 뜨겠지.
난민이 따로 없다. 바로 우리가 난민 -- 공항에서의 지루한 기다림
바둑으로 시간 죽이기 --관전하는 외국인의 표정이 재미있다. (뭔 짓이여??)
제3일 : 10/10 (일) 맑음,
간밤 일정에도 없이 새로 묵은 호텔 솔티(Soaltee)는 서울의 특급호텔 못지 않는 훌륭한 시설과 깨끗한 주변 환경이 일품이다. 덕분에 어제의 실망을 조금은 보상 받은 듯 하다. 오늘도 항공기 운항이 불투명하므로 불편한 공항에서 장시간 대기하느니 일단 호텔에서 최대한 늦게 출발하기로 한다. 일부는 호텔 정원산책을 하고 일부는 담소를, 또 다른 대원들은 바둑을 두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오늘도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면 전체 일정에 막대한 악영향이 있을 터이고 어쩌면 최종 목표점인 칼라파타르 등정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모두 속은 바짝바짝 타지만 겉으로는 태연한척하니 고맙기만 하다.
12시, “Oh My Goodness~!” 결국 혹시는 역시로 바뀌었다. 오늘도 비행기가 한편도 뜨지 못했다는 매우 실망스러운 소식과 함께 점심을 들러 나가기로 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단장님, 등반대장 그리고 나는 별도로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미 서울에서 총동창회장님을 모시고 거창하게 발대식까지 하고 온 이마당에 이제 와서 목적지를 다른 곳으로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 그렇다고 별 뾰족한 묘수도 없다. 난감하기만 하다. 대원들은 식당에서 집행부의 묘수를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입술만 바짝 타 들어가기만 한다.
냉정하자. 일단, 단 한 명이라도 칼라파타르 정상에 설 수 있는 묘수는 없을까? 기존의 등반일정표와 지도를 펼쳐 놓고 다시 세밀한 분석에 들어 갔다. 그래, 이 수 밖에는 없다. 전체 등반일정을 줄여서 소위 빡세게 밀어붙여 보자. 이틀의 고소적응 휴식일을 없애고 하산 일정을 하루 당겨 놓으니 수학적으로는 그럴싸한 새로운 등반일정이 짜여졌다. 고소증 발생여부는 일단 개인의 역량에 맡기고 내일은 비행기를 꼭 타야만 한다. 단장님이 새로운 등반일정표를 발표하자 모두가 큰 박수로 호응을 한다. 선후배들의 격려와 믿음에 코끝이 찡하다. 숙소는 조금 저렴한 샹그리라 호텔로 옮기기로 했다.
솔티호텔에서 대기중. 아직은 여유롭다. --(24함기영 가족)
아름다운 솔티호텔의 정원
제4일: 10/11(월) 맑음
간 밤에 31임윤호 동문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단다.
[22송석천] : “ 간밤에 윤호가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자너, 깜짝 놀라 깨어보니 윤호가 잠꼬대 한
거드만. ㅎㅎㅎ”
[31임윤호] : “ 꿈에 나가 증말로 에베레스트 등정을 했당께요?? ㅋㅋㅋ”
무지 웃기면서도 마음 아픈 이야기다.
20염일순 선배님은 간밤에 동기 오상필 선배님과 함께 방에서 고사를 지냈단다. 오래 전 산에서 사고로
사망한 30년 지기의 따님이 카트만두 도착 첫날 밤 꿈에 나타나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부러워 했는데 그
게 마음에 걸려 지난 밤에 고사를 지냈다고 하신다. 고사를 지냈으니 오늘 비행기는 틀림없이 뜰 거다라
고 하신다.
하이고, 이쯤 되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과민성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해야 하나? 약도 없는
데… 오늘은 제발 제발 비행기야 떠라 떠라~!!
오늘도 호텔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오전 늦게까지 호텔에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시간을 죽이다가 점
심을 먹고 왔다. 오후 2시, 기다리던 전갈이 왔다. 오늘은 틀렸고 내일이나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황당
한 소식이다. 오오, 히말의 여신이여 우리의 정성이 정녕 부족하나이까? 오늘이 카트만두 4일 째인데 어
떡하라굽쇼. 대원들은 점점 예민해질 터이고 관광이라면 행선지를 조정하면 되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늘만 쳐다보자니 한없이 초라하게만 보이는 내 자신.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매우 복잡하다.
거의 미칠 지경이다.
오후에는 자유시간을 갖고 저녁은 네팔 민속식당 출루 (Nepali Chulo)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기다림
에 지루한 대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일정 마지막 날에 잡혀있는 일정을 당긴 것이다. 네팔 정통코스
요리와 민속주를 전통 공연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다소 풀었다. 또 내일을 기대하면서.
식사 후 호텔 로비에서 대원 전부에게 현황을 다시 브리핑하고 새로운 계획을 알려 주었다. 새로운 계획
이라야 일정을 더욱 빡세게 조정하였으니 각자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은 아니
다. 다행히 대원 모두가 큰 박수로 호응을 하여주어 내심 든든하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비행기가 또 연
기 되어 비록 남체까지만 가더라도 절대로 코스 변경은 없다.
네팔 민속공연
제 5일 : 10/12(화) 맑음
이제 대원 모두는 짐을 풀고 다시 싸는 일에 매우 능숙하다. 아침부터 루크라행 비행기가 열심히 뜨고 내린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공항으로 이동을 했다. 아침 9시 30분, 오늘 오전 전원탑승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에 모두가 환호 한다. 이날을 도대체 며칠이나 기다렸던가? 그러나 환호도 잠시 우리는 무조건 계속 기다려야 했다. 12시가 되어도 확정적인 소식은 없다. 며칠 간의 결항으로 탑승예약자가 많이 밀렸다는 둥, 루클라에 도착한 비행기 하나가 고장을 일으켜 현지 공항 상태가 좋지 않다는 둥, 이런저런 좋지 않은 소식만이 지속적으로 전달이 된다. 무슨 일정이 이리도 꼬일 수가 있을까? 30여 년 전, 월남패망 당시 사이공을 탈출하려던 난민들의 심정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우리가 딱 그러한 난민의 기약 없는 신세이므로. 모두 자리를 뜰 수가 없기에 배달된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오늘은 과연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기대와 걱정이 비빔밥이 되어 머리 속을 꽉 채우고 있다. 오늘도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오후 2시 30분, 나는 Amar 사장으로부터 최종적인 소식을 듣고 대원들을 모이게 했다.
[27송기훈] : “ 굿 뉴스와 배드 뉴스가 있슴다. 뭘 먼저 말씀드릴까요?”
[대 원 들 ] : “ 암거나 빨랑 말혀욧~!”
[27송기훈] : “ 곧, 비행기에 탑승함다.
[대 원 들 ] : “ 우와~! 야홋~!!”
[27송기훈] : “ 그.....런.....데.....요.....모두가 아니고 우선 15명만.......”
[대 원 들 ] : “ ...................”
큰 일이다, 정말 큰일이다. 다행히 비행기 한대는 어렵사리 확보하였는데 좌석이 15석이라 6명은 뒷차로, 아니 내일이나 아니면 다다음날에나 탈 수 있단다. 그러나 고민할 시간조차 없다. 잔류파 6명을 선발해야 하는 무지 어려운 숙제가 있다. 나는 육이오 때에 육탄용사를 선발하는 심정으로 뒷팀 자원자를 선발하기 시작했다. 우선 여성대원과 20기 이상 선배님들은 무조건 탑승하기로 하고 보니 육탄용사를 선발하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모두가 기다림에 지쳐있고 한시라도 먼저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할 터인데 어쩌나?
순간 23정하선 형님께서 손을 번쩍 드신다. “난, 뒷차다~!” 형님이 손을 들어 물꼬를 트니 순식간에 6명의 용사가 결정이 되었다. 23정하선, 24함기영, 27송기훈, 29윤대일, 35전부순, 39조유동 이렇게 6명의 대원은 투철한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탈출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렇게 냉탕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기분으로 카트만두에서 시간을 죽인지 닷새 만에야 21명의 대원 중 15명은 겨우겨우 루크라로 탈출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내일 운항이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헬기 이동을 신중히 검토하였고 Amar 사장을 통하여 헬기 운항사와 교섭하여 보니 헬기 이용료가 무려 US$ 4,500.-라는 대답에 고개를 젓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잔류 6용사는 서너 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다시 샹그리라 호텔로 돌아왔다. 별수는 없다. 내일의 운명을 하늘에 맡기는 수 밖에는.
** 15명의 대원들이 탑승한 비행기는 루크라 지역의 난기류 때문에 즉시 출발하지 못하고 활주로에서 장시간을 대기하다가 겨우 출발을 하였고 그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나머지 운항은 모두 취소가 되었다.
좋은소식과 나쁜소식이 있습니다아~ ---(쫑긋~!)
닷새만에 손에 쥔 루크라행 탑승권
- 계속-
첫댓글 실수로 본문이 삭제되어 다시 올렸습니다...죄송~^^
^^형님 어젠 잘들어가셨습니까? 원본을 찾으셨군요 다행입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