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갖 먹거리로 넘쳐난다. 제발 한번 먹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숱한 음식들. 미식가의 자애로운 손길을 육해공에 걸쳐 두루 뻗어도 모자란 이 마당에 매일 먹어도 또 먹고 싶은 못된 먹거리가 있다. 필자의 메뉴판 위에서 카다피 뺨치게 장기집권하는 놈이다. 구중궁궐에서도 후궁 하나가 임금을 너무 오래 차지하면 비빈들이 들썩들썩 하는 것 아니겠는가? 애첩 자리를 양보할 줄 모르고 날뛰는 이 놈은 심지어 저렴하지도 않다. 이에 필자는 녀석의 못된 심보를 속속들이 고발한다. 녀석의 이름은 ‘소곱창’이다.
소곱창이라는 놈의 악덕은 뭐니뭐니해도 맛이다. 곱이 사정없이 들어찬 대창 한 줄을 철판 위에 올렸을 때의 지글거리는 효과음! 간간이 섞여 들어간 염통이 갈색으로 변하고, 주르륵 흘러나온 기름이 감자와 부추 속으로 스며든다. 껍데기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열기를 참지 못한 곱이 살짝 삐져나오면 먹어줘야 되는 순간이다. 마음이 급해져서 입 안에 투척하는 순간 그 놈에게 입천장을 데이기 마련! 그간 입었던 입안 화상과 그 치료에 소모된 각종 연고 비용의 보상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소곱창구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괘씸하건만, 국내 대다수의 소곱창 가게는 간과 천엽을 함께 내놓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말캉말캉한 간과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천엽은 무한리필을 부르는 마의 궁합일지니! 여우도 아닌 사람을 소 간에 중독되게 만드는 그 의도의 배후는 무엇인가? 구미호 대거 양산 프로젝트라도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의뭉스럽다.
너무나도 기름져 장이 약한 사람은 배탈이 나기도 하는 음식이 소곱창이다. 그러나 그 느끼함에 도무지 저항할 수가 없다. 곱창에서 흘러나온 기름에 구운 감자와 양파, 그리고 부추는 어째서 맛이 그리도 신묘한가! 특히나 곱창과 부추의 만남은 김치의 탄생 다음으로 한국 식문화사에 길이 남으리라.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곱창 기름에 볶은 부추의 맛은 부추전과 부추김치를 만드는 이들에게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곱창집에 유통되는 부추에만 약물-아마도 미각을 최고조로 만족시키는 향정신성의약품-이 뿌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동시에 관계기관의 수사를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규탄한다. 하늘 아래 만물은 평등하고, 돼지곱창이나 소곱창이나 다 내장의 일부이건만, 소곱창 1인분에 1만원이 훌쩍 넘는 작금의 사태를 좌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곱창 1인분이 어디 정말 1인분이던가? 적어도 대창, 막창 각 1인분은 먹어야 성인 한 명이 배가 부른 것이 곱창집의 현실이다. 게다가 곱창을 먹을 때 소주 한두 병 시키지 않고 넘어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도대체 소곱창이란 놈은 식비 절약과 가장들의 이른 귀가로 성취되는 가정 평화를 얼마나 경시하고 있는 것인가? 이 요사스러운 음식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첫댓글 작가의 재치가 넘치는 글입니다. ^^ 저는 이 글을 추천합니다! ^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