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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일시 : 2010년 5월 14일( 금) 오전 10시 ~ 12시
■ 모임장소 : 양산 청어람도서관
■ 정 리 : 임승하
「황토」-2003년 5월
◈줄거리
고부원 조병갑의 날로 심해지는 횡포속에 무거운 세금과 억울한 옥살이를 견디지 못한 농민들은 반감을 가지게 되고, 천하장사인 바위는 농민군에 들어가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이때 황토도 형을 따라 나선다. 농민군은 황토현 전투에서 크게 이기고 전주성을 점령한다. 이 시기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간평등을 내세운 동학은 널리 퍼지게 된다. 그 즈음 일본군은 조선을 빼앗으려는 속내를 숨긴 채 관군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한양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에 십오만 명이 넘는 농민군은 한양으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우금치에서 관군, 일본군과 맞서 전투를 벌인다. 용감히 싸웠지만 최신식 무기에 밀린 농민군은 우금치 전투에서 무참히 패배하게 된다. 이 전투에서 황토는 형, 바위를 잃는다. 농민군은 후퇴하지만 관군과 일본군은 끝까지 농민군을 추격해 짓밟아 버린다. 세월은 흘러 조선은 일본에게 모든 주권을 빼앗기고, 같은 아픔을 가진 황토와 옥례는 혼인을 한다. 자식들이 자라 부모 몰래 만세운동을 하려고 한다. 황토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회한에 잠기지만 자식들로 인해 깨달음을 얻은 황토와 옥례는 독립만세운동에 동참하게 된다.
◈ 함께 나눈 이야기
-.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는 작품이다. 동학농민전쟁을 황토라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진정성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하였다. 동학농민전쟁 당시의 여러 사건들을 12살 어린아이의 눈으로 함께 따라가면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옛이야기 한 편을 읽은 느낌이다.
-. 황토라는 12살 어린이의 눈, 민중의 시각으로 본 역사를 보여준다.
-.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시간흐름상 자연스럽게 잘 묘사된 것 같다. 또한 박진감있는 전개를 통해 역사속 현장으로 푹 빠져들게 만든다.
- 역사적 인물(전봉준, 안핵사 이용태, 조병갑, 김개남, 손화중 등)이 이야기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 주인공의 이름( ‘바위’, ‘황토’)에서 상징성을 발견한다.
-. 소작인과 지주라는 시대적 계급적 대립을 엿볼 수 있다.(김부자)
-. 황토의 주변인을 과감히 죽이는(?) 작가의 냉철함에 놀랐지만, 작품의 유기적 전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 황토라는 주인공에게서 한민족의 동질성을 느낀다.
-. 가장 치열했던 우금치전투의 생생한 묘사 돋보인다.
탐관오리와 일제의 농민수탈, 대규모의 민란, 고부민란이 일어난 계기를 유기적 구성으로 잘 엮어놓았을 뿐아니라 전국적 규모의 민란이 동학과 함께 하면서 농민운동으로, 그리고 동학농민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어린아이 황토의 눈으로 보여준다. 특히 동학농민군의 반봉건정신과 반외세정신이 3.1독립운동으로 이어져 왔다는 것, 바로 동학농민전쟁의 정신과 전통이 민중속에 끊임없이 살아남아 역사의 큰 줄기를 만들어냈다는 작가의 남다른 역사적 안목에 감탄한다. 그리고 역사현실 앞에 겁쟁이, 부끄럽쟁이가 되어 가슴속에 큰 응어리를 품은 채 살아가는 황토가 자식들로 인해 다시금 질지도 모르는 싸움에 나갈 용기를 얻게 되는 황토의 심리변화와 옆에서 힘이 되어 주는 옥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작가 김남중이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삼십 년 전에 지고 돌아온 싸움 다시 시작해 봐요. 이길지 질지 모르는 싸움이지만 평생 병든 닭처럼 웅크리고 있지 말고 다시 한번 붙어 봐요. 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못하면 애들이 하면 되는 거고, 애들이 못하면 당신 닮은 누가 대신 하겠지요?”
옛날 우리네 조상들이 겪었던 이야기, 참다가 참다가 떨쳐 일어난 이야기, 왜 그래야만 했는지, 무엇을 얻었는지를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동화로 보여준다. 어린이라고 해서 항상 맑고 밝고 아름다운 것만 기억하고 배우란 법은 없다는 사실을,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티없이 자라도록 해야 할 의무가 어른에게 있지만, 그 어른들이 살아온 시대와 역사를 알려줄 의무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린이들도 역사의 아픔, 시대의 불행을 공기처럼 숨 쉬고 살아야 함을, 스스로를 지키려는 절박한 싸움은 세상을 바른 방향으로 끌어주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는 것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주고 싶은 그의 마음에 공감한다.
「기찻길옆동네」 -2004년 5월
◈ 줄거리
1편은 1977년 이리역 폭발 사건을 다루고, 2편은 1980년 광주 민주 항쟁을 다룬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인물들의 개성을 잘 살려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잘 엮어 내었다. 한 목사 가족을 중심으로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슬프고 아름답고 치열하게 그려낸 소년소설이다.
1권은 이목사와 딸 서경이가 이리의 작은 마을 현내로 이사오면서 시작된다. 선학네에 둥지를 뜬 이목사 가족은 가난하고 보수적인 현내에서 친근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엄마는 없지만 당당한 서경이는 선학이, 승제 등 아이들과 사이좋게 어울린다. 무당집 아들 이오로부터 아이들의 자유를 얻기위해 서경은 이오와 기차교각에 서있는 내기를 하다가 그만 다리가 불구가 된다. 이목사도 야학을 운영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목사가 서경의 다리수술비를 얻기 위해 장인집에 다니로 간 사이 이리역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마을은 페허가 되고 이목사의 교회는 깡그리 무너져 버린다. 이목사는 서경의 다리수술비를 무너진 교회를 세우는데 쓰기로 결심하지만 동네 깡패들이 돈을 홈쳐 서울로 달아나면서 현내에서의 선교활동을 접고 다시 광주로 돌아가게 된다.
2권에서 광주로 돌아온 이목사는 현내와 비슷한 기찻길 옆 초록교회에 자리를 잡는다. 이목사는 형편이 어려운 선학네를 광주로 부른다. 선학네는 대학생들 하숙집을 하는 완도 할머니네에 둥지를 튼다. 중학생이 된 선학이는 서경이의 친구 은성이를 짝사랑하게 되지만 은성이가 대학생 용일 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사랑의 열병을 앓는 등, 아이들은 사춘기에 들어선다. 시국이 어지럽던 시절, 하숙집에도 광주민중항재의 바람이 불어 닥친다. 명식, 창원, 용일은 이목사의 의견과 달리 군인들에 대항하여 싸우게 된다. 모든 이들의 삶도 이 항쟁으로 인해 크게 바뀌게 된다. 하지만 광주민중항쟁의 마지막 날, 용일이로 인해 이목사는 새로운 결심을 하고 도청으로 간다. 마지막 유일한 생존자 용일은 교도소 보내지고 서경은 미국으로 떠나고 탄피를 줍던 규민은 다리를 절게 된다. 용일이 교도소에서 출감하는 날, 사람들은 초록빛교회로 모인다. 끝나지 않은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마무리 된다.
■ 함께 나눈 이야기
-. 어김없이 5월은 오고, 이맘때가 되면 ‘광주’는 여전히 살아 있다. 아직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해야할 ‘광주’임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다룬 이야기는 부족한 편이다.
- .김남중의 작가정신을 표현한 작품이다.
-. 1, 2권을 단숨에 읽었다. 마음에 남는 울림이 강하다.
-. 기찻길옆이라는 공간설정이 인상적이다. 가난을 상징하기도 하고, 이리역과 광주역을 연상케한다. 작가가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가난하기에 자기만 알고, 그 가난을 벗어나고자 주변의 사람에게 신경쓰지 않는 이도 있고, 가난하기에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착한 이들도 있다.
-. 서경이의 불구는 우리의 절름발이 역사현실을 상징하는 것 같다.
-. 목사는 기성세대를, 근수는 그 시대를 살았던 보편적인 인물을 상징하는 것 같다.
-. 서경이의 수술비와 교회 재건비용을 저울질 하는 목사라면 나는 어떠했을까?
-. 1권에서 사건 원인제공자인 ‘이오’의 이야기가 좀 더 있는데, 작가가 잊어버린 것 같아 아쉽다.
-. 이리역폭발사건도 광주민중항쟁도 그들에게 선택권이 없었다. 오롯이 그것들을 겪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사라는 큰 흐름속에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할 것인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선택에 따른 개인의 여러 삶의 모습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 자유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가를 우리의 몫으로 남겨둔다.
-. 장면묘사나 아이들 심리묘사가 잘 표현되어 있다.
-. 역사 드라마 한편을 본 것 같다.
-. 무당의 아들이며 토착세력인 이오와 현내에 새롭게 정착한 이목사의 딸 서경은 기존 권력층과 민중의 대립으로 묘사될 수 있다. 또한 서경이 다리가 불구가 됨에도 불구하고 밝고 씩씩한 모습은 광주민중항쟁을 겪으면서 광주시민의 가슴에 서경의 다리와 같은 큰 상처가 남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 외면하고 싶어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작가의 외침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반성도 고민도 하게 된다.
- 나와 다른 일을 겪은 이들을 한번더 생각하게 해준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 ‘용일’이는 목사가 외면하고픈 인간의 본성을 찾아준 인물이 아닐까?
"목사님 말씀대로 살아남아서 오랫동안 계속해야 할 싸움이라면,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면 목사님은 왜 현내를 떠난 겁니까? 정작 목사님 같은 사람이 필요한 현내 사람들을 두고 왜 광주로 내려왔습니까? 목사님이 떠난 뒤 현내 사람들은, 희망을 줄 목사님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 아니었습니까? 목사님의 싸움이 이기는 싸움이라면, 정말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면 우리는 현내에 남았어야 했어요. 광주로 내려오는 게 아니었다고요!"(396쪽)
-. 이목사는 도청으로 가려는 청년들에게 총을 버리고 미래를 준비하라고 한다. 그러나 청년들은 현재의 동지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누군가가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만 현재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는게 아닐까? 1980년 광주시민의들의 희생으로 얻은 소중한 ‘자유’의 의미를 잊지 말았음 한다. 그것을 지키는 몫은 살아남은 자의 것이라고 생각된다. 광주를 겪은 수많은 희생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현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자유를 위해 죽은 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 ‘이것 하나는 썼다 싶을 만한 것을 남기고 싶어서’ 작정하고 완성한 작품이란다. 이리역 폭발 사건, 광주민중항쟁이라는 역사를 연결시켜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그리고 있다. 아픈 역사현실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알 수 있다. 돌아보면 너무나 슬픈 역사인 것이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뭔가를 배우지 못한다면 미래에 똑같은 실수(?)를 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학이, 동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그이기에,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동화로 보여 주고자 한다. 그래서 동화 읽는 아이들이 입장 바꿔서 생각할 줄 아는 기술과 여유를 간직한다면, 그런 아이들이 많을수록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믿는 그이기에, 끊임없이 나 아닌 다른 이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그러하기에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참고
이리역열차폭발사건(裡里驛爆發事件)
1977년 11월 11일 오후 9시 10분경 전라북도 이리역(지금의 익산역) 구내에서 발생한 열차폭발사건. 민수용 화약을 싣고 광주로 가기 위해 하행선에 대기중이던 대전기관차사무소 소속 화물열차에 실린 다이너마이트 등 폭약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으로 사망 49명, 실종 7명, 중상 293명, 경상 717명, 가옥 전파 675채, 반파 1,289채, 재산피해 80억 원, 이재민 9,000여 명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직접적 원인은 화약수송원 신무일이 소주를 먹은 후 열차 내에 촛불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다가 촛불이 다이너마이트를 포장한 마분지 상자에 옮겨 붙으면서 발생했다. 그러나 한국화약(주)과 철도청의 허술한 수송과정과 호송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즉 한국화약(주)측은 총포화약류단속법과 이에 따른 시행령 등의 규정을 무시한 채 다이너마이트 등 폭약과 뇌관 36상자를 실었으며, 또한 위험물 취급 무자격자를 열차에 동승하게 하는 과오를 범했다. 철도청은 철도운송규정 제46조 2항 "화약류는 되도록 도착정거장까지 직통하는 열차에 의하여 운송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화약열차를 역 구내에 22시간 이상이나 방치시켰으며, 또한 위험표지판의 부착이나 비상소화전 등의 방화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