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공계약 업무를 접하면 입찰의 종류가 너무도 많아 좌절하게 된다. 수많은 종류의 공공계약의 종류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는 두 개의 범주로 집약할 수 있다.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이다. 경쟁이 없으면 수의계약, 경쟁이 있으면 경쟁입찰이 된다. 그래서 공공구매의 방향은 크게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으로 나눌 수 있다.
수의계약은 원하는 업체를 특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경쟁입찰은 말 그대로 경쟁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경쟁입찰의 방식은 물품, 용역, 공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크게는 3가지 방식이다. 가격만 보느냐, 가격 외에 다른 것까지 보느냐가 그 기준이다.
최저가 낙찰제
그럼 경쟁은 어떤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까? 가장 흔한 방식은 ‘가격’ 비교를 통해 낙찰자는 결정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저가 낙찰제이다. 가령 복사용지 1,000박스를 구매한다고 치자. 복사용지 입찰에 10개 업체가 참여했다면 이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납품하겠다고 가격을 써 낸 업체와 계약을 하는 방식이다.
물론 계약을 하다 보면 여러 고려 사항이 있을 수 있다. 가령, 과거에 납품한 실적이 있는 업체여서 믿을만 하다거나, 납품회사의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기업이라 납품 또한 무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 납품회사가 수요기관 근처에 있어 언제라도 납품이 가능한 상태인 상황, 납품하는 복사용지가 워낙 품질이 우수하여 해당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경우 등 고려할 사항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려사항을 모두 고려해 계약을 추진할 수는 없다. 계약을 추진할만한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것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말이다.
최저가 낙찰제는 가장 가격을 낮게 써낸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누가 납품해도 제품에 별 차이가 없을 경우, 즉, 기성품을 납품하는 방식일 때 주로 활용된다. 사양서나 규격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사양’을 명시하여 그 사양과 같거나 높은 제품일 경우 납품이 가능하도록 한다. 그리고 최저가를 써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는 다른 사항은 검토하지 않고 오로지 가격 요소만 고려하기 때문에 낙찰된 업체의 역량, 신용도, 납품실적, 조직 및 인력 현황, 서비스 만족도 등 가격 외 다양한 배경이 되는 요소들을 측정할 수 없다. 그저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최저가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방식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특정 사양의 제품 즉, 누가 납품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물품의 구매에 주로 활용된다.
규격가격 동시입찰
최저가 입찰제처럼 가격만 가지고 납품업체를 정하기에는 여러 가지 무리수가 따를 수 있다. 가령 ‘제품의 제작’의 경우 제작 회사의 업무 역량, 조직 및 인력, 제조 설비의 보유 여부, 노하우, 납품 실적, 서비스 만족도 등 고려할 사항이 무수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최저가란 이유만으로 납품업체를 정했다가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납품회사의 납품 역량을 먼저 살펴본 후 가능한 업체에 한하여 가격을 검증하는 방식이 출현하게 되었다. 이 방식이 바로 ‘2단계 입찰’이다.
2단계 입찰은 납품하는 제품의 ‘규격’을 먼저 검토하고 규격 상의 문제가 없을 경우, 문제가 없는 회사를 상대로 ‘가격’을 개찰하여 최저가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가령 특정 설비를 제작하고자 할 경우 이러한 설비를 만들 수 있는 역량과 제작 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한 후, 이 업체가 이러한 설비를 만들 수 있다,라는 검증(제안서 평가)에 통과된 업체에 한하여 가격개찰을 하는 것이다. 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치면 이 중 3개 업체가 제작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2개 업체는 탈락시키고 합격한 3개 업체의 가격입찰을 별도로 실시하는 것이다. 즉, 규격입찰(1단계)을 하고 통과된 업체에 한하여 가격입찰(2단계)을 하기 때문에 ‘2단계 입찰’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 2단계의 입찰을 따로따로 진행하다보니 무엇인가 불편함을 느꼈다. 이왕 하는 거 2단계를 동시에 진행할 수 없을까? 라는 발상에서 도입된 것이 ‘규격가격동시입찰’이다. 2단계 입찰에서 한 층 진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2단계 입찰은 규격공고 후 가격공고를 해야하기 때문에 공고를 2번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위의 둘을 동시에 하는 방식이다. 이를 동시입찰이라고 한다. 규격과 가격을 동시에 입찰한다고 하여 ‘규격가격동시입찰’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규격가격동시입찰은 규격에 통과한 업체만 가격을 열어보기 때문에 공고를 2번이 아닌 1번만 하면 된다. 실무적으로나 행정적으로 ‘2단계 입찰’보다 훨씬 편해진 셈이다. 이런 이유로 2단계 입찰은 실무에서 거의 쓰이지 않으며 규격가격동시입찰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규격가격동시입찰이 훨씬 편하고 간명하기 때문이다.
규격가격동시입찰은 용역이나 공사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오로지 물품(구매)에만 해당이 된다. 용역이나 공사에서 규격을 따지는 것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용역은 주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되고, 공사는 가격입찰로 추진된다.
협상에 의한 계약
협상에 의한 계약은 협상을 통해 계약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협상대상자를 정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은 제안서 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협상에 의한 계약은 제안서 평가를 반드시 수반한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따라서 입찰공고 시 반드시 제안요청서를 함께 공고하여야 하고 제안서를 접수받아 평가한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다. 이렇게 정해진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협상에 의한 계약이다.
그럼 협상에 의한 계약은 왜 하는 것일까?
이를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3조(협상에 의한 계약체결)에서 명시하고 있다.
계약이행의 전문성ㆍ기술성ㆍ긴급성, 공공시설물의 안전성 및 그 밖에 국가안보목적 등의 이유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여기서 핵심은 ‘전문성’이다.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 업체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용역이나 물품의 제작 같은 경우 가격으로만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가격적 요소를 고려한다면 물품의 경우 규격가격동시입찰로 진행하겠지만 양자는 큰 차이가 있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가격적 요소 비중이 현저히 떨어지며 제안서 평가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쉽게 말해 거의(?) 가격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령 해외연수 위탁용역의 경우 업체의 제안이나 전문성, 능력, 인프라 등이 대단히 중시된다. 이 경우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체결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다고 할 수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용역이나 물품 제작과 같은 경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를 실시한 후 가장 적합한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하여 기술협상을 진행한다. 이렇게 협상을 통해 계약이 체결되게 되므로 협상에 의한 계약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제안서 작성을 고려하여 공고기간도 가격입찰에 비해 길고,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개최해야 하며, 기술협상도 진행해야 하므로 절차가 다른 계약에 비해 많이 복잡하다. 그래서 비교적 고액의 용역 계약 시 주로 협상에 의한 계약이 활용된다.
실무적으로 수요부서에서는 협상에 의한 계약을 대단히 선호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원하는 업체에 제안서 평가 점수를 높게 줌으로써 원하는 업체와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만으로 입찰할 경우 어느 업체와 계약할지 알 수가 없다. 치열한 가격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에 의한 계약은 그렇지 않다. 제안서 평가를 보통 수요기관의 수요부서에서 진행하므로 원하는 업체 쪽으로 점수 몰아주기를 할 수 있다.
조달청에 계약 체결을 의뢰할 경우(중앙조달) 중앙조달 신청 시 양식에서 평가방식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평가를 수요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할 것인지, 조달청에 의뢰할 것인지를 정할 수 있다. 조달청에 의뢰할 경우 객관성이나 공정성은 확보되겠지만 수수료가 많이 발생하므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