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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인생’이란 순례의 길을 가는 당신께 이 책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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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적인 판타지 소설∮
칼라무드라(Kalamudra)
-순례자의 노래(Song of Pilgrim by Kaladana)
저자: 도르제 왕(Dorje Wang)
"Pilgrim is a homecoming traveller by responding to a call from the heart source. <Dorje Wang>"
순례자란 마음의 근원으로부터 들려오는 부름에 응답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행자이다.
<도르제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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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막의 소원
사막이 제일 바라는 소원은 무엇일까?
시원한 물을 마시고 물에 취해
온 몸이 물에 한번 젖어보는 것이다.
루미(Rumi)는 강물도 사막을 건널 수 있다고,
바람의 등에 업혀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서 건널 수 있다고,
그러나 사막은 늘 목마르다
사랑에 굶주린 연인처럼 목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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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루미(Jalal ad-Din Rumi, 1207~1273): 13세기 페르시안 무슬림 수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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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막의 사랑
사막에게도 물이 있었던 아득한 옛 기억이 있었지
가슴에 에메랄드 같은 호수가 있어 새와 달과 바람의 쉼터가 되어주었지
사막은 한 순례자와 사랑에 빠졌어.
청빈한 순례자는 물그릇과 온 몸을 감싼 흰 천 그리고 청금석(靑金石/라피스 라줄리) 같은 두 눈이 그의 전부였어.
먼 이방인의 땅을 밟고 돌아온 그의 두 발을
연잎에 고인 물로 씻겨서 그늘진 쉼터에 앉힌 다음
물을 마셔 열기를 가라앉혀 주고
코코넛 즙을 주어 원기를 회복하도록 돌봐 주었지.
제 곁에 오래 동안 머물면서 들어보지 못한 눈 덮인 먼 나라의 이야기,
먼 바다 이야기, 무지개 떠는 동방의 푸른 나라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지.
순례자는 우아한 몸짓과 손동작, 청아한 멜로디로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더위에 지친 공기는 홀린 듯이 차분해지며 호수는 눈물을 흘리듯 감동한다.
무화과나무와 대추야자와 소철 잎들은 가벼이 흔들리고
흑표범은 수풀의 어둠 속에서 눈을 반짝이고
남십자성은 푸른빛 화살을 ‘슛 슛 슛’ 쏘아대며
공작새는 꼬리를 활짝 펴 부채춤을 추었지.
고적한 사막의 한가운데 펼쳐지는 한바탕 환상의 뮤지컬 마당이 열린 셈이지.
사막은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맛과 멋을 느끼며 너무나 흡족해 하였지.
순례자를 사랑하게 된 사막의 가슴 속에선 축복의 언사가 흘러나온다.
순례자여, 사막의 왕이 너를 축복하노니
너는 나의 기쁨이요, 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메신저이니라.
너는 고독한 사막의 왕국과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다오.
네가 내 영역을 밟고 있는 동안은 항상 나의 보호를 받으리니
나는 너의 수호자가 되리라. 나 너를 ‘사막의 아들’이라 부르리니,
너는 세상의 끝에서라도 내 눈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그리고 그 한철이 그렇게 모래 바람 속에서 쓸려 지나간다.
모래는 흐른다. 바람이 미는 대로 쓰러지면서 형태를 만든다.
일어서서 산도 되고 언덕도 되었다가 엎드려 누워 물결 모양으로 퍼지기도 한다.
모래는 변화와 운동이며 시간의 발자국이다.
모래는 ‘시간’이란 강물의 흔적을 제 몸짓으로 나타낸다.
그렇다! 사막엔 물이 흐르는 대신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순례자는 떠날 때를 안다.
마치 철새가 가는 속 깃털이 생겨나고 몸이 가벼워지면 떠날 때가 온 것을 아는 것처럼.
순례자는 몸 안에서 ‘길 떠남’이란 발작적 경련이 일어난다.
사막의 왕이여, 저는 내일 길을 떠납니다.
당신의 에메랄드 눈빛을 내 눈에 다시 담을 수 있도록,
당신의 호수 같은 품안에 안길 재회의 날이 빨리 오도록 축복해 주소서.
바람에 날리는 마른 풀잎 같은 제 마음을 안아주시어 떠나는 저의 발길을 경안(輕安)케 하소서.
가라. 아들아.
사랑과 지혜를 찾아서. 곧 돌아올 듯이 떠나라.
다시 올 때를 아는 지혜가 생길 때까지 방랑하라.
숲속의 늙은 여우가 숲을 빠져나가 광야를 질주하듯,
구름을 벗어난 보름달처럼 여기에서 떠나가라.
가라. 아들아.
사막의 혼을 실고 바람의 날개를 달고 세상 밖까지 나가라.
여행의 끝에서 만나는 소식을 가지고 오라.
흥미진진한 탐험의 전리품으로 얻은 진귀한 선물을 가지고 오라.
3. 사막의 선물
사막 왕은 이별의 선물을 준비했다.
이 광막하고 텅 빈 사막에 선물로 줄만한 게 무어 있겠냐고?
그건 모르는 소리. 사막이 항상 사막이 아니라 사막이 되기 이전엔 바다나 초원이었을 수도 있고, 열대우림에 덥혀져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사막만이 알고 있지, 사막의 과거를.
사막의 한 가운데 외부의 눈길과 발길이 허락된 적이 없는 호수가 있었다.
그 호수의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에메랄드의 에센스(Essence of Emerald)가 바로 이 것!
예세 노르부(Yeshe Norbu: 지혜의 보물, 마음의 보물이라는 뜻의 티벳말), 친타마니(Cintamani) 곧 여의보주(如意寶珠)이다. 사막의 지혜가 담긴 사막 왕의 눈이요, 세계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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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예세 노르부(Yeshe Norbu)와 친타마니(Cintamaini)는 같은 의미이다. 불교와 힌두신화에 나오는 여의주(如意珠, Wish-fulfilling Jewel)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이 들고 있는 보배구슬이며, 마라카(Maraka魚)의 이마에 있거나 용왕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힌두신화에서는 가네샤(Ganesha)나 비쉬누(Vishnu)신이 가지고 있다.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 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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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왕은 말한다.
아들아, 이것을 너에게 주니, 절대 절명의 순간에 세 번 쓸 수 있다.
네 목숨이 위태롭거나 이것과 교환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교환할 수 있다.
그러나 신중하라. 기회는 세 번이다.
이것을 가진 이는 ‘행운을 가진 자(A man of fortune)’라 불릴 것이니라.
그러나 기억하라
이것은 너의 영혼이요, 네 존재의 근원이며, 네 자신인 것을.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하는 후회가 생겨나지 않게 처신하라.
그러나 지혜란 항상 ‘후회’라는 발등의 도끼에 찍힐 때 번쩍하면서 깨우쳐지는 법
뒤 늦은 때란 없으니 깨닫게 된 그 순간이 바로 깨달을 순간인 것을.
사막은 순례자를 포옹한다.
뜨거운 열기로, 거침없는 광활함으로, 텅 빈 허허로움으로.
사막에 내려쳐지는 밤의 어둠은 별빛으로 수놓아진 거대한 커튼이다.
그 아래로 펼쳐진 깊고도 푸른 밤-어둠에 묻힌 순결한 여신의 젓 가슴을 살짝 보여준다.
달빛을 받은 모래언덕의 곡선-동방의 현자(老子)가 말한 ‘현빈(玄牝)’이란 이것을 말함인가.
그 곡선이 끝나는 곳에서 무언가 신비한 것이 다가오고 신기한 일이 벌어질 듯한 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사막은 일류젼 필드(Illusion Field)-환영을 불러일으키는 무대가 된다.
이제 소중히 간직했던 사막의 유산을 그의 정신적 아들인 순례자에게 건네준다.
사막의 왕이 주는 선물은 아이의 주먹만한 에머랄드 에센스이다.
순례자는 그것을 가죽으로 된 손지갑에 넣고 끈을 길게 늘어뜨려 목에 둘렀다. 전신을 하얀 천으로 두른 순례자의 복장과 잘 어울린다. 사막의 왕은 마음을 뒤흔드는 세상의 혼돈 가운데 던져지는 아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돌아올지 그것이 자못 궁금하다.
사막의 왕은 순례자를 위한 기도를 한다.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을 하면서도 다시 돌아올 기약 없는 길을 떠나라. 길이란 길 지워지는 대로 가는 것.
뒷발은 앞발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앞발과 뒷발 사이가 항상 한 걸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그 한걸음은 ‘항상 현재’이면서 바로 너의 현존인 것을 잊지 말라.
너의 ‘지금 그 자리에 있음’이야말로 사막의 중심이요, 나의 눈이며, 알파(출발점, 시작)요 오메가(종착점, 끝)이다.
잘 가라. 그리고 잘 오라.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잘 놀다 오너라. 인샬라(Insh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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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인샬라(Inshallah): 신의 뜻으로 (이루어지길! 잘 되기를! 성취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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