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산지입니다.
그런데 중간중간 네모난 노란색 판넬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상한 광경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면, 이렇게 벌레가 잔뜩......
예전에 어렸을 때 파리잡는 끈끈이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중국 시골에서는 종종 보이는데, 그 파리 끈끈이가 생각납니다.

여기에 붙은 것은 파리가 아니라 차나무 해충입니다.
중국 이름은 茶小綠葉蟬이라고 합니다. 학명은 Empoasca pirisuga Matumura.
우리나라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못찾았습니다.

매미과인데, 아주 작고 행동이 민첩하며
차나무에 기생해서 살면서 큰 피해를 입히는 해충입니다.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차나무 잎을 갉아먹고
그 결과 찻잎의 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전에는 이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서 농약을 쳤는데,
요새는 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위의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노란색 판넬을 세워둡니다.
본래 이 곤충은 노란색을 좋아한다 합니다.
그런데 그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 판넬에 페로몬을 발라둡니다.
페로몬은 곤충들간에 주고받는 일종의 화학적인 신호인데 이걸로 곤충을 유인하는 것이죠.
곤충이 이것에 이끌려서 왔다가 끈끈이에 달라붙어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죽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것은 효과적으로 농약 사용량을 줄이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으면서
차나무의 해충을 구제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많은 차농들이 이렇게 페로몬으로 유인해서 끈끈이에 달라붙어 죽게 하거나,
혹은 농약을 쳐버리거나,,, 해서 이 벌레를 죽이려고 애를 쓰는데,
오히려 이 벌레가 잘 살 수 있게 농약을 절대 치지 않고,
벌레가 생기면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 합니다.

바로 <동방미인>이라는 이 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동방미인이라는 차의 꿀향, 농익은 과일향은 저 해충이 갉아먹은 찻잎으로 만듭니다.
저 해충의 타액과 찻잎의 효소가 상호 작용해서 꿀향, 농익은 과일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벌레가 얼마나 많이 갉아먹었는가가 좋은 차를 평가하는 일종의 기준이 된답니다.
색이 알록달록하지요?
이 차는 흰색, 노란색, 붉은색, 갈색, 초록색.. 이렇게 다섯가지 색이 나야 한답니다.
그리고 잎이 작습니다. 일아이엽까지 딴다고 하는군요.

몇년 전에 대회에서 상을 받은 동방미인을 얻어 마셔보고는 반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동방미인을 사서 마셔보곤 했는데, 그때의 그 맛을
내는 차가 없었습니다.
며칠 전에 자주 가는 카페빈에서 이 차를 만났습니다.
2010년산 차이고 2년의 유통기한이 한달이나 지나버린 차이지만,
우수상을 받았다고 스티커가 붙어 있길래 맛도 보지 않고 구입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자료에 의하면 동방미인은 6월~7월 사이에 만든다는데
이 차의 생산일은 왠일인지 1월 7일이네요... ??

우수상을 받은 동방미인이니 맛과 향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 은주전자를 다시 한번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동방미인은 도자기제 포트를 사용하면 차의 맛과 향이 좋고
유리포트를 사용하면 작은 찻잎이 물 속에서 하늘하늘 춤추는 듯한 모양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좋다고 합니다.

요새는 대륙에서도 동방미인을 생산하는가 봅니다만,
본래는 대만 타이베이 인근 신죽현에서 생산되는 차입니다.
동방미인이라는 이름은 과거 영국상인으로부터 이 차를 받아서 마신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동방에서 온 이 차의 맛과 향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하여
내려준 것이라고 합니다.
대만에서는 <팽풍차>라고도 부르는데,
대만말에서 <팽풍>이란 <허풍>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몇가지 설이 있습니다.
어떤 차농의 차나무들이 위에 나왔던 저 해충의 피해를 입어서
차를 못 만들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찻잎을 버리자니 너무 아까워서
벌레먹은 잎으로 차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내다 팔았는데, 어찌나 맛과 향이 좋은지
사람들이 몇배나 되는 돈을 내고 샀다는 것입니다.
그 농부가 동네에 돌아와서 그 일을 이야기하니 사람들이 <허풍>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허풍차>... ㅎ
비슷한 이야기가 몇개 더 있습니다.
원래 대만은 오랫동안 일본 식민지였습니다.
그런데 대만에서 생활하는 일본사람들의 취미가 아주 고상했답니다.
난을 키우고 차를 마시고, 좋은 물건이라면 값이 아무리 비싸도 상관않고 샀는데
그들이 이 동방미인차 1근에 쌀 1200근치 돈을 내고도 샀답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대만사람들이 믿지 못하고 허풍이라고 생각했다...
뭐 이런 식인데, 결론은 전부 이 차가 맛있고 비쌌다는 것입니다.

동방미인은 청차에 속합니다.
청차 중에서도 발효도가 60% 이상으로 높은 축에 속한답니다.
발효도가 높기 때문에 풋내가 전혀 안 나고, 탕색은 다른 청차보다 진합니다.
그리고 꿀향과 농익은 과일향이 나는데, 이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벌레의 침과
찻잎의 효소, 거기다 가공기술에 합해져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차는 향이 아주 드높지는 않았습니다.
그게 만든 지 2년이나 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차는 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꿀향은 잘 모르겠고, 농익은 과일향과 꽃향이 납니다.
네,, 농익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향이었습니다.

자극도 없고, 내포성도 굉장히 좋고
차탕이 입안을 굉장히 미세하고 매끄럽게 감싸주면서,,,,
그러나 이 차가 객관적으로 아주 맛있는 건지는 모르니까,
정확하게 알려면 앞으로도 좋은 동방미인차를 많이 마셔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만 가야겠는데요... 가서 최우수상 받은 차를 사오는 겁니다... ㅎㅎ
가고 싶은 데가 너무 많아서 큰일입니다.
첫댓글 동방미인에 대한 설명 도입부분이 넘 멋집니다.
물론 전개부분도 재밌고요.
그 벌레 효자노릇 하네요.ㅎㅎ
'우량장'이 가장 높은 등급인가요?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동방미인차를 만났습니다.ㅎ
<우량장>은 상 중에서는 제일 낮은 거라고 합니다.
최우수상, 1등상, 2등상, 3등상 다음에 우량장이래요...
최수수상은 한통 사려면 결심이 필요할 만큼 비싸다는군요.
역시 상품의 차는 품질이 좋겠지요.
여행 갔다온 지인의 선물로 들어온 동방미인들은 대부분 차이름이 왜 미인일까 싶을 정도로 맛이 별로였단... ^^;;;
높은 상을 받은 동방미인은 정말 한번 마시고 몇년간 잊지 못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신기하네요 벌레먹은게 좋다니!!!어쩐지 차 재배하시는 분들 수입이 좋을것 같은 차네요 ㅎㅎ 북경 패키지로 여행갔을때 엄마가 강매당한 동방미인때문에 이미지가 안좋았는데 기회가되면 마셔봐야 겠네요
본래 동방미인이 대만에서 만든 차니까, 대만산을 마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모르겠습니다. 이게 맞는 생각인지는,,,
동방미인은 맛과 향도 좋지만 벌레가 필수라..아무래도 농약이 없을꺼 같아 저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비료는 치겠죠?
동방미인이 6~7월에 생산되는 것도 그때 벌레가 가장 많은 때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벌레가 많을수록 좋다 하니, 농약을 안 칠 것 같은데 전에 마신 동방미인 중에는 자극이 심한 것도 있었습니다.
비료를 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한번 알아봐야겠습니다.
동방미인! 서구인의 시선으로 명명한 이름답군요. 근데 해충일지라도 모두 죽여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군요. 더불어 사는 것이랍니다. 전부 좋지만 않지만, 또한 전부 나쁘지도 않지요.^^
맑은 맛을 맛보고 싶군요. 세상은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 우리는 즐길 뿐입니다.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