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포기 자랐다가 시들어 죽어도 그 흔적이 땅에 남는 법입니다.
강정을 사랑해서 단 한번 다녀간 이들,
멀리서 강정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기도하는 이들,
강정 어딘가에 이들의 흔적이 남아있을 법도 하지요.
보이지 않았던 이들의 흔적에 옷을 입혀보았습니다.
오늘은 조엔이 리더입니다.
어깨까지 걷어 올렸습니다.

노란색 옷을 주로 입혔습니다.
돌고래는 옷에 개성을 입히는 중입니다

밧줄이 있어야 보이지 않았던 이들의 흔적들도 손에 손을 잡을 수가 있습니다.
인천 삼촌, 미량 이모 두 분도 손에 손을 이어줍니다.

강정마을 고영진 삼촌 어린이께서 자리에 섰습니다.
이 자리는 오래전부터 영진삼촌 자리였을지 모릅니다.

다이너마이트에 구럼비 바위가 처절히 부셔지는 것을
비통해 했던 어떤 이의 흔적..

옷이 걸레처럼 지저분해져도
정문 앞에서 뒹굴며 불법공사를 막았던 어떤 이의 흔적...

불법공사 앞에 눈감지 않았던 어떤 이의 흔적...

이렇게 하나 둘 씩 손에 손을 잡도록 해보니.
인간띠가 만들어졌습니다.
이것도 인간띠가 맞습니다.




빨래 널어 놓은 것이 절대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 날은 비도 내렸습니다.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 뒤에서 우리와 어깨 동무 하고 있는 듯.

사진 찍는 다고 수줍은 듯 포즈를 취하는 듯.

우리가 손에 손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이들도 손에 손을 길게 늘어 놓은 채 잡았습니다.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낙심하지도 않았답니다.
우리의 몸은 춤을 추고 돌아서지만
우리의 흔적과 보이지 않는 그대들의 흔적은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보이시지요?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습니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들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줍시다.
8월 4일입니다.
강정 마을에서 대규모의 인간띠를 잇습니다.
강정을 사랑하는 그대들의 흔적을 찾아 강정으로 오세요.
우리가 사랑으로 안아드리겠습니다.

그대들의 자리일랑은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그대로 두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