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말
제가 목사가 된 후에 에스겔서를 설교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에스겔서의 내용이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연구해 보아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다만 에스겔 본문에 나오는 “마른 뼈들이 살아나는 환상”(겔37:1-14)이라든지, 성령을 보내어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 또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 너희로 내 율례를 행하게 하리니 너희가 내 규례를 지켜 행할지라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준 땅에서 너희가 거주하면서 내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리라.”(겔36:26-28) 등의 말씀은 부분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연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본문을 전체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우리 교회의 QT 가이드북인 『복 있는 사람』의 본문이 2008년 5월부터 8월까지의 본문이 에스겔서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는 새벽기도회와 목장에서 이 본문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과 흐름을 설명해 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주일 낮 예배 설교 시에 중요한 본문을 설교하여 온 성도들이 함께 본문을 연구하고 묵상하는 일에 도움을 주려고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QT하듯이 가볍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다루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개혁주의 성경해석 원리에 따라 자세하게 다루기로 생각하였습니다.
개혁주의 성경해석원리 가운데 중요한 세 가지 원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1) 문헌적(philological)이면서 (2) 역사적이며, (3) 나아가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신학적으로 해석하여 오늘날의 상황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문헉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 사용한 “문법적”이라는 말은 문장을 이해하는 일에 중요한 요소인 문법(grammar), 어휘(vocabulary), 구문(syntax), 문맥(context), 문학장르(literature genre) 가운데 한 요소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리고 성경은 하나님께서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통하여 게시하시기 때문에 문맥의 구조와 논리구조 등에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이러한 방법이 하나님의 말씀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능력을 깊고 풍성하게 느껴질 수 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출강하고 있는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구약과목들 중에 “현대구약해석학”이라는 과목이 있습니다. 이 과목은 현대에 성경을 해석하는 제 방법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별히 B. S. Childs가 1970년 Westminster 출판사에서 Biblical Theology in Crisis(크리스챤 다이제스트사에서 『성경신학의 위기』로 1992년에 번역됨)에서 새로운 성경신학 방법론을 제시한 이후로 성경을 이해하는 일에 큰 변화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구약신학과 주석학과 설교학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비평 이전에도 성경전체 문맥의 흐름과 연관지어 이해하려는 노력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본문이 당시에 무엇을 의미했는지, 곧 저자 중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했다고 할지라도 교리를 증명하거나 신앙적인 교훈을 주는 모범적인 내용을 설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본문이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탐구하는 역사적 해석보다는 성경을 하나의 완성된 문학작품으로 보고 그 자체에 대한 다양한 문학적, 신학적, 언어학적, 사회학적 연구 등을 통하여 본문이 현재 독자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려는 경향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역사적 해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이를 계기로 성경도 하나님께서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하여 계시하셨기 때문에 문학적인 방법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갔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점을 지적하는 것은 에스겔서는 하나님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계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상징이나 퍼포먼스나 알레고리 등으로 하나님이 계시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에스겔서 전체를 하나의 통일된 주제 하에 논리적으로 전개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에스겔서를 연구하면서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을 위하여 전달하시는 방법에 대하여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에스겔서를 이 책에 강해한 방식대로 읽어간다면 하나님의 말씀의 풍성함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에스겔서를 한 번도 들추어보거나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분들이 에스겔서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와 더불어 다른 성경도 진지하게 공부해 보려는 열심이 살아나리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저는 훌륭한 여러 분들의 스승으로부터 배운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는 N. Gootjes 교수님과 John Batteau 교수님을 통하여 헬라어와 여러 신학과목을 들으면서 성경원어의 개혁주의 신학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박사과정에서 공부할 때 한정건 교수님으로부터는 성경신학과 주해방법론을 배웠고, 신득일 교수님으로부터는 주석방법론을, 박영돈 교수님으로부터는 교의학의 방법론과 현대신학이 주는 의미를 배웠습니다. 제가 박사과정에서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배운 학문을 제가 개척하여 섬기고 있는 한샘교회에서 실험하고 적용하면서 많은 갈등이 있지만 여전히 말씀의 능력과 성령의 능력을 붙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도 제가 배운 신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개혁주의 신학을 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특별히 Nick Gootjes와 John Batteau 교수님은 저에게 있어서 설교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실제적인 모델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두 분의 설교는 통역을 통한 전달이었으나 뒤에는 어눌한 한국어로 거의 원고에 얽매어서 설교하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분의 설교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쳤고, 지금까지 저는 이분들의 설교가 저의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때 저는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하는 일은 얼마나 말을 잘 하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원고내용을 읽어간다고 할지라도 성경의 원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의 설교방식은 바로 이분들의 가르침을 기본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이 강해는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 2008년 6월 1일부터 8월 17일까지 주일 낮 예배에서 설교한 내용입니다. 이 기간 동안에 목회자요 설교자인 저는 하나님의 큰 은혜를 경험하였습니다. 아마 우리 성도들도 저와 함께 큰 은혜를 경험하고 위로와 경고와 소망의 메시지를 받았으며, 동시에 어떻게 사는 것이 구원받은 자의 삶인지 알게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에스겔서를 전부 강해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하였지만 충분히 그 흐름과 내용이 이해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물론 어느 목회현장에서나 있는 일이지만 에스겔의 메시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말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에스겔의 메시지에 만이 아니라 어떤 말씀을 전파하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비록 소수이지만 여전히 그분들을 사랑하고 있고, 또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 중에는 처음부터 말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떤 분들은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론인 “에스겔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그간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치면서 성경전체의 주제와 흐름을 설명한 기본 프레임은 가지고 있었지만 2010년 제37차 SFC 대학생대회에 강해를 하기 위하여 특별히 연구하고 보완하여 에스겔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보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개정하면서 예전에 사용하였던 “개역한글판” 성경본문을 “개역개정판”에 맞추어 전체적으로 다시 수정하였습니다.
저는 책을 쓸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항상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는 가족들이 있음을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항상 저를 염려하며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들은 매주 토요일에 가정예배를 드립니다. 이 시간이 때로는 억지로 할 때도 있고, 아이들에게 성경의 내용을 질문하여 바르게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리면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다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예배를 통하여 큰 은혜와 위로를 얻고 가족들이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고, 부족하지만 목사 아빠인 저를 사랑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들은 제가 목회하는 현장이 큰 대형교회도 아니고 작은 교회이지만 기죽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교회고 제일 좋은 목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그리스도 안에서 잘 사용되어 모두의 마음을 움직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차 례
머리말 i
차 례 v
01. 에스겔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1
02. 에스겔이 본 하늘보좌의 이상(겔1:1-28) 21
03. 하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라(겔12:1-16) 33
04. 배은망덕한 이스라엘(겔16:1-22) 45
05. 여호와는 자신을 어떻게 알리시는가?(겔20:32-44) 57
06. 하나님을 인정하고 겸손하라(겔26:1-21) 69
07. 애굽에 관한 애가를 기억하라(겔32:1-32) 83
08. 새 사람 새 시대(겔36:16-36) 95
09. 마른 뼈도 살아나리라(겔37:1-14) 109
10. 성전에 여호와의 영광이 임재하다(겔43:1-12) 121
11. 생명의 강(겔47:1-12)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