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번째 방문하는 네팔..올 때마다 설레이는 곳.. 이번에 내가 향할 곳은 툼링타르~마칼루 베이스 캠프~살파 패스~메라피크~파플루이다. 40일 간의 긴 여정이다. 그리고 내가 히말을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내 마음 깊은 곳에 첫 사랑으로 품어 왔었던 메라 피크를 등반하는 아주 특별한 여정이다.
출발 1달전부터 이전의 트레킹을 늘 함께 해줬던 가이드 니마와 수도 없이 통화하고, 현지 여행사와 여러번 견적서를 주고 받은 끝에 어렵게 코스를 정하였다. 사실 난 마칼루 베이스캠프에서 바로 세르파니콜(3cols-east cols, sherpani cols, west cols)를 넘어서 메라 피크로 가길 원했었다. 그러나 현지 여행사에서 견적서를 보내주기는 했으나 극구 말린다. 이유인 즉, 혼자 하는 트레킹이라 포터와 가이드, 세르파의 수가 10명이 넘지 못하니 눈이 많이 오는 세르파니콜에서 폭설로 인해 갇히게 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그리고 그 인원으로는 길을 내기도 어렵다는 것이였다. 무엇보다도 고도가 6000미터가 넘는 3cols,수 많은 크레바스와 눈 사태의 위험을 안고 가는 일정은 현지 포터나 세르파들도 그 위험함을 알기에 스텝 확보가 어렵다고 했다. 함께 하는 사람이 몇 더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나는 욕심을 접기로 했다..누군가 말하길..히말에서는 비겁한 것이 오래 사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래..나는 아직 젊으니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꺼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난 히말을 좀 더 깊게, 오래 즐길 수 있는 코스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하여 도착한 네팔.. 니마와 이번에 등반을 도와줄 제이빌 여행사를 찾아갔다. 그동안 한국에서 등반 일정때문에 수없이 통화를 했던 제이빌 여행사의 홈 사장님.. 후덕한 인상에 참 좋으신 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10월은 트레킹 성수기인지라 아직 툼링타르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 일정대로 하면 도착한 다음날 타멜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추가로 보충하고 이틀 후에 툼링타르로 가기로 했었는데..표가 없다니.. 그래도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아서 온 지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다행히 수단이 좋은 가이드 니마가 툼링타르행 티켓을 구했고 10월 22일..난 마칼루 베이스캠프 트레킹의 들머리인 툼링타르행 비행기를 탈 수가 있었다.
국내선 공항 안..10월의 카투만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트레커들로 붐빈다. 다사인 축제까지 겹쳐 공항 안은 많은 인파로 발 디딜틈이 없다. 짐을 붙치려고 저울에 카고백을 올렸더니 니마와 나의 카고백 무게가 40킬로가 넘는다면서 뒷돈을 요구한다. 니마가 직원과 몇 분동안 실랑이를 하더니 결국 500루피를 더 내고 비행기를 탔다.
카투만두에서 비행기로 50분 거리에 있는 마칼루 트레킹의 관문 툼링타르.. 예상대로 공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다. 그러나 네팔로 향하는 모든 사람들이..이러한 네팔의 풍경을 사랑하고 그리워하지 않던가! 툼링타르는 고도가 410미터이다. 고도가 1300미터인 카투만두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 많이 덥다.
비행장에 내리니 이 곳에서 만나기로 한 쿡과 포터들이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지금 지리에서 이곳으로 오는 중이다. 백미터쯤 되는 롯지까지 카고백을 옮기려고 하는데 열살도 안되보이는 아주 키가 작은 아이가 짐을 나르겠다고 한다. 내가 직접 카고백을 옮길수도 있었지만, 그 아이에겐 롯지까지 카고백을 옮겨주고 받는 백루피가 유일한 수입일터이니 그리 하라고 했다. 작은 체구로 20킬로가 넘는 카고백을 지고 아이가 앞장을 서고 다른 카고백은 니마와 내가 나눠서 들고 뒤를 따라가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렇게 도착한 롯지.. 내부의 위생 상태가 엉망이다. 침대의 시트가 때가 타다 못해 반지르르 윤이 난다. 니마가 하는 말이..롯지 딸이 셋이나 있는데 빨래 좀 시키지..라며 불평을 늘어 놓는다.
니마와 간단히 롯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툼링타르 마을 구경을 나선다. 트레킹 동안 먹을 마늘을 추가로 더 구입하고, 슬리퍼도 하나 구입한다. 타멜에서의 슬리퍼 가격이 너무 비싼데 비해서,,여긴 아주 저렴하게 판다. 한 켤레에 300루피.. 손발이 오그라드는 설악아씨의 필살 애교로 200루피에 구입했다.
마칼루 트렉 역시 JEEP이 다닌다. 요즘은 툼링타르에서 마네반장~치치라~눔까지 JEEP이 다닌다고 한다. 몇몇의 서양 트레커들이 JEEP을 타고 떠난다..나도 JEEP을 타야할지 고민이다.. 3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나의 스텝들이 도착했다. 나와 40일 동안 함께 할 스텝들..쿡1, 키친보이1, 포터3, 그리고 니마..나를 포함하여 7명이다. 쿡 다이(남자 어른, 오빠)는 얼굴이 검고 마른 체격에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소탈해 보이고 인상이 좋은 분이였다. 올해 마흔여덟살인 그는 과거 엄홍길 대장님의 쿡이였다고 한다. 그리고 티벳쪽에서 오르는 에베레스트 등반대를 돕는 쿡이기도 하다. 사실 가이드 니마는 마칼루 트레킹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가이드와 왜 함께 가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니마는 내 보디가드인 셈이다. 그동안 몇번의 트레킹을 함께 하면서 나의 성격을 가장 잘 알고 또 내가 가장 믿을만한 유일한 사람이기에 이번에도 함께 트레킹을 가자고 부탁을 했다. 내가 너무 보수적인 것일지 모르나 네팔에서 여성 혼자 트레킹을 하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일이다. 마칼루 트레킹이 초행인 니마를 대신해 쿡 다이가 나와 일정을 조정하고 길 안내도 함께 해주기로 했다. 쿡 다이가 눔까지 JEEP을 타고 갈 것인지 묻는다..가격은 15000루피..큰 돈이였지만 어차피 같은 길로 내려올 것이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그 땡볕을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야 하는 포터들을 생각해서 올라갈 때는 JEEP을 타고 내려올 때는 걸어오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시간이 늦어 그냥 롯지에서 자기로 하고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캠핑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롯지 주인의 첫째 딸.. 나보다 7살이나 어리다.. 내 나이를 얘기해 주니 믿기지 않는다며 어떤 화장품을 쓰냐고 묻는다. 여자들이 미모를 가꾸는데 관심이 있는건 세계 어딜가나 똑같다.
다음날..오늘은 JEEP을 타고 툼링타르에서 칸드바리~마네반장~치치라를 거쳐 눔까지 간다. 차에 우리의 짐을 가득 싣고 출발 준비를 한다.
JEEP으로 이동 중..밥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배가 고프다.. 쿡 다이에게 배가 고프니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자고 말했더니 데우랄리에 차를 세운다. 나를 보더니 동네에 아이들이 몰려든다. 머리를 양갈래로 딴 여자 아이가 너무 예쁘게 생겨서 사진을 찍은 다음 꼬옥 안아주었다.
다시 이동 중..차가 고장났다. 다들 차에서 내려 차 밑을 들여다보고. . 10분 정도 지나자 차를 금방 고쳤나보다. 다행이다. 다시 임도를 따라 우리의 JEEP이 달린다.
툼링타르에서 JEEP으로 5시간을 달려 눔에 도착했다. 우리의 캠프지 건너편으로 내일 갈 세두아가 보인다.
네팔에서의 나의 첫 캠핑.. 눔에 도착하여 스텝들은 짐 정리에 바쁘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서 혼자 텐트를 쳤다. 한국에서 자주 비박을 다닌지라 이 정도는 쉬워도 너~~~~무 쉽다. 5분만에 뚝딱 완성이다^^ 텐트 안에 들어가 비로소 트레킹이 시작되는구나!하고 감상에 젖어 있는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내다 보니 멋드러진 금 코걸이를 하신 동네 할머니들이 나의 집을 구경 오셨다. 텐트 안에 나의 소지품과 침낭을 만져 보시며..내 얼굴을 구경하신다. 졸지에 동물원 원숭이가 됐다. 할머니들께 연유맛 사탕을 드렸더니 맛을 보시고는 찌찌를 가리키시며 우유 맛 이라고 하신다. ㅎㅎ
저녁이 되자 쿡 다이가 만들어준 첫 식사를 했다. 서양식 닭볶음탕을 해주셨는데 너무 맛있다. 음식을 잘 하시는 분 같다^^ 제이빌 여행사 사장님이 나를 위해 김치도 2kg나 준비를 해주셨단다. 반찬 옆에 김치가 쫑쫑 썰어져 나왔다. 사실 나는 한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국에서도 거의 한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여행을 다니면서 김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배려를 해주시니 참 감사하다. 암튼 내가 그리 즐겨 먹지도 않는 김치를 매번 식사 때마다 조금씩 썰어 주시는 것도 큰 일일 터이니 한번에 김치 찌개로 끓여서 먹자고 쿡 다이에게 말했다. 사실 난 김치보다 네팔 김치인 군드르가 더 맛나게 느껴진다. 식사 후 니마와 롯지에서 똥바를 마신다. 뜨거운 물을 부어 몇번이고 재탕이 가능한 똥바~ 추울 때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잠도 잘 와서 너무 좋다.
다음날 아침..텐트 앞에 플라스틱 통에 수도꼭지가 달린 물통이 놓여 있다. 나의 세숫물이다.. 이런 서비스까지 해주는지 몰랐는데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텐트 건너편에 네팔 군인들이 있는 건물이 있다. 동네에 물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양치질을 하러 갔다가 군인들과 잠시 노닥거리다 출발 준비를 서두른다. 그리고 눔에서 쿡 다이가 포터를 한명 더 구했다. 어차피 나는 돈을 다 지불하고 왔으니 포터가 한명 더 늘어도 상관이 없다. 오히려 다른 포터들의 짐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는 것이니 좋은 일인 것이다.
눔 마을의 아침 풍경..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다.
눔에서 세두와는 직선거리로는 굉장히 가까운 거리이나 하루 일정으로 잡는다. 왜냐하면 눔에서 세두와를 가기 위해서는 눔에서 강이 있는 곳까지 2시간을 쭈욱 내려갔다가 아룬강을 건너는 긴 출렁 다리를 건너 다시 2시간을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눔에서 세두아로 내려가는 길.. 이른 아침..숲길을 따라 난 돌 계단을 내려가며 맡는 나무 냄새, 풀 냄새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향수와 같다. 눔은 저지대(1560M)라 주변에 벼와 똥바의 원료가 되는 꼬또(기장 종류)를 재배한다.
똥바는 꼬또로 만든다. 아직 꼬또가 여물지 않았다.
저 건너편 산에 세두와가 있다.
눔에서 두시간쯤 내려가서 아룬강 위의 긴 출렁 다리를 건넌다.
눔에서부터 다리에 이르기까지 울창한 숲 사이로 난 돌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다리를 건너고 땡볕에 1시간 동안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는 식사 전에 쥬스를 주고, 그 다음에 2~3가지의 음식이 나온다. 워낙에 대식가인 나는 이전에 롯지 트레킹을 했을 때에는 음식 값으로 하루에 40~50달러씩 썼는데 캠핑 트레킹을 하니 음식의 질과 양적으로 오히려 더 경제적인 것 같다. 세두아로 오르는 길..눔에서 합류한 포터 다이가 긴 장화를 신고 오르고 있다. 얼마나 더울까?... 다른 포터들도 땀을 비 오듯 흘린다.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포터들에게 사탕 몇알씩을 손에 쥐어 드렸다. 점심 식사 후 추수를 앞 둔 넓은 논과 밭을 지나며 천천히 2시간을 오르니 세두와에 도착했다.
세두아 마을 입구.국립 공원 푯말이 있다..나는 지금 마칼루~바룬 국립공원 트레킹 중이다.
마당이 넓은 세두와의 캠핑지..먼저 도착한 스텝들이 텐트를 쳐놨다.
저녁이 되자 계곡 사이로 운무가 깔린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설악가가 생각난다. 굽이져 흰띠 두른~능선길 따라~~~ 마음 속으로 설악가를 불러보다 가사가 생각이 안나서 이내 관둔다^^;
캠프지에서 바라본 세두와 마을의 저녁 풍경..
저녁을 먹기 전 찬물로 샤워를 하고 텐트 안에 누워 산을 바라본다.. 텐트 앞 조망이 말 그대로 죽여준다. 넓은 캠프지에 나홀로 머무는 텐트..이따금씩 들리는 개 짖는 소리를 빼곤 너무도 조용한 세두아의 저녁 ..참 좋다..
밤새 많은 비가 오더니 맑게 개인 아침이다. 포터들이 오늘의 목적지인 타시가온을 향해 먼저 길을 나선다.
타시가온으로 가는 길은 등로가 좁고 돌이 너무 많다.... 날씨가 너무도 덥다..땀을 비오듯 흘리며 계속해서 걷고 또 걷는다..
타시가온으로 가던 중..풀을 베어 머리에 이고 가는 한 소년을 만났다. 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사탕을 나눠 먹으며 앉아 있는데 아이가 약을 달라고 한다. 요즘 자꾸 얼굴에 뭐가 난다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여드름이다. ㅎㅎ 약 대신 세수를 열심히 하라고 말해줬다.
여드름 소년과 헤어지고 다시 길을 걷던 중..집마다 기장을 말리고 있다. 나를 보더니 아이들이 몰려든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자 예쁘게 줄을 선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아주 좋아한다.
세두와에서 점심 식사를 할 나바가온으로 가는 길.. 트레킹을 시작한 이후 트레커들을 한 명도 보지를 못했다. 한적한 길을 걸으니 마음이 더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나바가온에 도착하니..오두막 같은 작은 집이 한 채 있다. 어른은 없고 아이들만 있다. 집 한켠에서 스텝들이 점심 식사 준비에 분주하다. 나바가온에서 만난 아이들..
나바가온에는 이 지역 사람들이 아주 신성하게 여기는 아주 맑은 개울이 있다. 누구든 저 곳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발을 씻으면 안된다고 한다.
나바가온에서 타시가온으로 가는 길.. 이 이역에는 지붕을 대나무로 엮은 집이 많다. 마을을 지나오면 곧바로 우림 지대가 나온다. 주변에 나무가 우거지고 돌이 많은 바닥은 젖어 있어 많이 미끄럽고 등로의 폭이 좁아 은근히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길이다. 그래도 마칼루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언제나 즐겁다.
사진 오른쪽의 숲길을 지나..눔에서 출발한지 8시간 만에 타시가온에 도착했다. 타시가온은 마칼루 지역에서 사람이 사는 마지막 마을이다. 캠프지에 도착하기 전..넓은 공터가 나오길래 배낭을 벗어놓고 홀로 30여분을 산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특별히 뭔가를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시간..엄마의 품에 안겨 잠드는 듯 아주 편안한 시간이였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는데, 캠프지에서 니마가 빨리 오라며 나를 부른다..하여간 니마는 산통 깨는데 일가견이 있다.
타시가온 마을의 제일 끝에 위치한 캠프지로 가는 길.. 가는 길에 잠시 샛길로 빠져 염소와 돼지도 구경한다.
롯지 입구에 마중 나온 개님..네팔의 개는 너무 복스럽게 생겼다.
타시가온 캠프지의 풍경이다. 너무 좋다. 어제도 오늘도..넓은 캠프지에 오직 나의 텐트 한동 뿐이다. 텐트 옆으로 소들이 풀을 뜯고 있고..너무 여유로운 풍경이다. 근데 한쪽 구석에 사람들이 몰려 있길래 봤더니 오늘 소를 잡았다고 한다. 헉! 분명 세르파족이 운영하는 롯지인데..세르파가 살생을 하다니.. 니마에게 물었더니 쿰부쪽에 세르파들은 절대로 살생을 하지 않지만 마칼루 지역의 세르파들은 필요에 따라 살생을 한다고 한다. 근데 니마 녀석..소가 해체된 모습을 보고는 약간 충격을 받은 듯 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오늘 소고기 먹는 날이구나 싶어서 아주 좋아 죽겠다. ㅎㅎ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빨래를 했다. 니마와 내 빨래까지 양이 꽤 많다. 저녁 식사로 닭도 한마리 잡았다. 고지대에 올라 가기전에 스텝들과 함께 영양 보충을 하기 위해서다. 닭 한마리에 3000루피..그래도 아주 큰 놈으로 골라 잡아서 우리 모두 소고기와 함께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이 롯지의 똥바 맛이 아주 좋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술 맛이 좋아지는 듯 하다.
다음날..바람은 차지만 아주 맑은 날이다. 출발 준비를 하는데 눔에서 합류한 포터 다이가 힘들다고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때문에 다른 포터들의 짐이 5kg씩은 늘은 것 같다.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다른 포터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쨌거나 스텝들을 먼저 출발시키고..아직 다 마르지 않은 빨래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타시가온에서 콩마(카우마)를 향해 출발하고 있는 스텝들..
타시가온 마을의 가장 끝에 위치한 롯지..이곳에서 유선 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사실 마칼루 지역에서 한국의 휴대폰은 전혀 터지지 않는다. 그리고 카메라를 충전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휴대용 배터리팩을 준비해서 가는 것이 좋다.
오늘은 타시가온에서 꽁마(카우마)까지 간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계곡과 끝이 안보이는 우림을 지나가며 오른다. 마칼루 지역은 롯지에서도 생수를 팔지 않는다. 아침 저녁으로 스텝들이 끓인 물을 주지만 운행 중에 물통에 물이 바닥났을 때에는 계곡물이나 마을에 수돗물을 마셔야 한다. 계곡물은 그나마 괜찮은데 마을의 수도에서 나오는 물에는 뭔가가 섞여 나온다. 그래도 설사 몇번 하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마신다.. 네팔의 트레킹은 참 많은 것을 내려놓게 만든다.
너무도 아름답고 조용한 계곡이다. 너무도 한적한 이곳이 마음에 든다.
타시가온에서 3시간을 쉴 새 없이 올라 도착한 운시사..점심 식사를 할 돌로 지은 오두막이다. 주인은 없다. 먼저 도착한 스텝들이 간밤에 온 비로 인해 젖은 텐트를 말린다. 나도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다 마르지 못한 빨래를 말린다. 사실 3시간 동안 계속 오르막 길을 올라온 지라 너무도 힘이 들었다. 타시가온은 고도가 2100미터. 운시사는 3110미터.. 1000미터를 3시간 만에 올랐으니 당연 숨도 차고 많이 힘들다..니마에게 오늘 그냥 여기서 쉬면 안되냐고 물으니 씨알도 안먹힌다.
점심 식사를 하고 꽁마로 가기 전..빨래줄에 나의 닉네임이 적힌 등산 리본을 걸었다. 만들어 놓고 나무에 거는 것이 죄스러워 한국에서도 몇번 쓰지 않았던 등산 리본인데..롯지에 몇 개 달아놓고 올 요량으로 챙겨온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내려올 때 보니 저 때 걸어놓고 갔던 등산 리본이 없어졌길래 니마한테 말했더니 아마 주인이 쓰레기 통에 버렸을꺼라고 한다.^^: 그날 이후 난 등산 리본을 롯지에 걸지 않았다.ㅠ.ㅠ
점심 식사 후 다시 오르막 길을 오른다. 힘도 들고, 춥고.. 먼저 올라가는 니마를 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차다.
꽁마로 가는 길..점점 고도가 높아지니 가을이 느껴진다.. 저런 돌길을 계속해서 오른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을 헥헥 거리며 오르고 또 오른다. 돌 계단으로 된 길..계단의 높이도 높아서 한발 한발 오를 때마다 너무 힘이 든다. 설악산 오색~대청~서북 능선~남교리 코스를 하루에 종주하는 이 설악아씨가 힘들다고 하면 정말 힘든거다. 물론 위 설악산의 코스보다는 거리가 훨씬 짧지만.. 하루에 고도를 1400미터를 높이며 9시간 동안 줄창 오르막 길을 오르는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렇게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도착한 꽁마(카우마)..지나온 세두아, 타시가온과는 아주 다른 자연 환경에 직면했다. 카우마(Kauma, 3760m) 또는 콩마라고 부리는 이곳은 내일 넘을 쉽턴 라를 넘기 위한 전초기지로 이용된다. 이곳에 오르니 눈이 보인다. 지난 밤 눈이 온 듯 하다.
도착하자 마자 스텝들과 텐트를 치고 있는 쿡 다이에게 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고. 죽는 줄 알았다고 엄살을 부렸더니 아빠처럼 자상한 미소로 얼른 쉬라며 등을 두드려 주신다. 이 곳 꽁마에는 수도 시설이 없어 샘터까지 가서 물을 길어와야 한다. 얕은 언덕 너머로 물을 뜨러 가는 막내 포터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 18살이 된 세르파 소녀와 어린 남동생. 단 둘이 지키고 있는 롯지.. 전기도 수도도 없는 이 곳에서 어린 남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간간히 찾아오는 트레커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 아이들을 보며..네팔의 아이들의 삶이 어떠할까?..저들은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두컴컴한 롯지의 식당(탁자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는지라 식당이라고 하긴 뭐하지만)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너무 피곤하여 7시에 취침을 했다. 저녁이 되자 타시가온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이 춥다. 트레킹을 시작하면서 늘 7시에 취침이다. 전기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고.. 저녁 식사 수저를 놓자 마자 양치질을 하고 바로 취침이다. 기상은 6시, 식사는 7시, 출발은 8시이다.. 꽁마에는 단 두개의 롯지가 있다.
간밤에 숙면을 취해서인지 다행히 컨디션이 좋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고산의 능선길에 들어서게 된다. 오늘은 꽁마에서 케케 라~쉽튼 라~투투 라. 3개의 고개를 넘어 도바도까지 운행한다. 쉽턴 라는 케케 라(Keke La, 4127m), 쉽턴 라(Shipton La, 4170m), 투투 라(Tutu La, 4075m) 3개의 고개로 이루어진다. 이 고개를 넘을 때 고소적응이 않되었을 경우, 또는 눈이 많이 내릴 경우에는 전진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카우마를 출발하여 고개를 넘어 뭄북(Mumbuk, 3529m)에서 캠프를 하게되는데 이 구간에는 롯지와 찻집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뭄북에는 샘터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뭄북 전에 있는 도바도까지 가기로 했다.
꽁마를 출발해서 랄리구라스 숲을 지나 첫번째 고개인 케케 라를 향해 1시간쯤 오르막을 오르자 궁가르 라에 도착한다. 궁가르 라의 오른쪽으로 멀리 칸첸중가 능선이 보인다.
열심히 궁가르 라를 향해 오르고 있는 설악아씨~
궁가르 라 정상..어제에 연이은 오르막길 행군에 너무 힘이 든다. 앞으로 4000미터가 넘는 세 개의 고개를 더 넘어야 하는데..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힘든 것도 잠시.. 눈 앞에 펼쳐진 쉽튼 라의 전경을 보니 설레임과 황홀함이 나를 감싼다. 오늘 점심 식사는 도시락이다. 중간에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도시락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부실하게해서 그런지 11시도 안됐는데 배가 고프다. 좀 쉬기도 할겸 도시락을 먹는다. 티베티안 브래드, 초코바, 구운 햄, 과자..쿡 다이가 살뜰이도 싸주셨다. 맛을 떠나서 늘 감사할 따름이다.
궁가르 라에서 바라본 피크 6(Peak 6, 6,739m), 피크 7(Peak7, 6185m).
왼쪽부터 이스와빙하(Iswa Glacier) 주변의 피크 6(Peak 6, 6,739m), 피크 7(Peak7, 6185m)가 보인다.
궁가르 라에서 쉽튼 라 능선을 배경으로 설악아씨~
너무도 아름답고 운치있는 쉽튼 라의 전경.
케케 라로 가기 전 도시락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내가 걸어온 길..앞으로 가야할 길..주변에 어떤 산이 있나..다시 한번 확인을 한다.
궁가르 라에서 20분쯤 내려오자 안부가 나오고 오른쪽에 칼로포카리(호수)가 나온다.
케케 라를 오르고 있는 니마.
궁가르 라에서 1시간 정도에 있는 쉽튼 라의 첫 번째 고개인 케케 라(Keke La, 4127m). 고개에 오르자 목동과 마주친다. 20~30여 마리의 양을 몰고 나타난 목동은 오늘 세두와까지 간다고 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이틀이 걸려 이곳에 왔는데 오늘 거기까지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따로 다니는 길이 있다고 한다. 하얀 설원 위에 양떼를 몰며 총총 사라지는 목동의 뒷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과 같다.
케케 라에 오르니 눈 앞에 두번째 고개인 쉽튼 라(Shipton La, 4170m)가 보인다.
쉽튼 라로 가기 위해 안부로 내려가는 중 하얀 눈 위에 나의 흔적을 남겨본다.
쉽튼 라 근처의 호수.. 호수를 지나 앞에 보이는 쉽튼 라를 올라가야 한다. 정말이지 산 넘어 산이다.
호수가에 있는 추모비.. 항상 안전 산행, 자신의 체력과 능력에 맞는 산행을 해야 한다...죽으면 끝인거다...
호수로 내려오니 찻집이 있는데 겨울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초콜릿으로 잠시 허기를 달래고 쉽튼 라를 향해 다시 출발을 한다. 쉽튼 라를 오르며 너무 힘이 들어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본다. 저 아래 찻집이 아주 작게 보인다.
케케라에서 출발한 지 1시간 30분 만에 겨우 두번째 고개인 쉽튼 라에 도착했다. 숨도 차고 너무 힘이 들어서 먼저 도착해서 쉬고 있는 니마가 부럽기만 하다.
이제 투투 라(Tutu La, 4075m)만 넘으면 되는데 사실 넘는게 아니다. 투투 라는 쉽튼 라보다 고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냥 내려가면 되는 것이니 좋다^^ 이곳에서 참랑 히말이 보인다고 했는데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투투 라에서 30분만 내려가면 오늘의 캠프지인 도바도에 도착한다. 멀리 아래에 도바도가 보인다.
도바도에 도착하기 직전.. 막내 포터 비제(별명은 고불레까르끼)가 맨 손으로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물통에 가득 담아 간다. 비제에게 장갑이 없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두꺼운 장갑 하나를 비제에게 선물로 주고, 비제가 한번이라도 물을 뜨러 덜 오게 하기 위해서 나도 내 수통에 물을 담는다.
하루종일 헥헥 대며 세 개의 고개를 넘어 도착한 도바도.. 해발 3,800m 정도 되는 도바도에는 대피소로도 사용되는 조그만 움막이 하나있다. 이곳은 원주민이 방목을 위한 여름 거처 또는 찻집으로 사용 한다고 한다. 나의 텐트 앞에 두개의 텐트가 있다. 마칼루 베이스 캠프로 가려다가 고산증으로 하산하는 길이라고 한다.
니마가 손수 카고백도 넣어 준다.
도바도는 좀 춥긴 하지만 경치가 좋고 아늑한 느낌이 드는 캠프지이다.
식당이 따로 없어 저녁 식사는 텐트 안에서 한다. 식사 전에 나오는 스프와 과자. 쿡 다이가 고산병 예방을 위해 마늘 스프를 만들어 주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사진을 찍기 전에 폭풍 흡입을 해버렸다. 난 늘..이런 식이다. 나의 트레킹 후기에 음식 사진이 없는 이유는 나의 왕성한 식욕 탓이다.
트레킹 7일째.. 오늘은 도바도~뭄북~양레카르카까지 간다. 도바도에서 30분 정도 내려가면 뭄북(Mumbuk, 3550m)이 나온다. 뭄북을 지나 1시간을 더 내려가면 그 아래 해발 3,100m 정도 지점에는 바룬강이 흐른다. 뭄북에서 바룬강이 흐르는 곳까지 내려가는 길 역시 경사가 급하고 돌 계단 길이다. 끝이 안보이는 돌 계단을 내려가며 되돌아갈 때 죽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숲속에서 소리가 나길래 봤더니 꿩이 있다. 한국의 꿩보다 훨씬 크고 깃털도 화려하다.
베이스캠프에서 하산하는 다른 팀 포터들..
땅만 보며 한참을 내리막 길을 내려와 드디어 바룬강을 본다. 우리는 양레카르카로 가기 위해 바룬강 왼쪽 산사면 옆에 너덜 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사진에는 작게 나왔지만..실제로 정말 후덜덜한 길이다. 위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돌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데 언제 굴러 떨어질 지 몰라서 저 곳을 통과하는 1시간 동안 숨도 크게 못 쉬고, 쉬지도 못하고 빠른 속도로 걸었다.
너덜 지대를 통과해서 20분쯤 가니 강 옆에서 쿡 다이가 우리를 부르신다. 오늘의 점심 식사는 바룬 강 옆에서 한다. 점심 메뉴로 김치 라면이 나왔다. 너무 맛있다고 쿡 다이에게 말해더니 함박 웃음을 지으신다.
점심 식사 후 양레카르카로 향한다. 양레카르카로 가는 길은 아주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길이다.
도바도에서 출발한지 6시간 만에 도착한 양레카르카 (Yangle Kharka, 3600m). 이 지역 뿐 아니라 네팔 트레킹을 하다보면..카르카 라는 지명이 많은데, 카르카는 땅이 평편하여 가축을 키우는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니마는 이런 것들이 있을 때 마다 세심하게 설명을 해준다.
양레카르카에 도착하기 전, 작은 나무 다리를 건넌다. 양레카르카는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다. 병풍처럼 우뚝 솟아 올라 양레카르카를 품고 있는 리폭카르카..그리고 바룬 계곡.. 이것이 나를 마칼루로 이끌었고 나는 꿈에 그리던 이곳에 와 있다..
도바도에서 뭄북을 지나 양마레카르카를 향해서 내가 걸어온 길.. 저 산 너머에 쉽턴 라가 있다.
먼저 도착한 스텝들과 니마가 텐트를 치고 있다.
양마레카르카 롯지. 화장실이 따로 없다. 그저 자연을 벗삼아 해결해야 된다. 타시가온 이후로 쭈~욱 그리 했다.
텐트 안에서 바라본 양마레카르카..
하루 종일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왔더니 얼굴이 퉁퉁 부었다.
짐을 풀고 주방에 오니 주방에서 쿡 다이와 키친보이 람이 저녁 식사 준비에 분주하다. 이 곳 롯지에서는 야크 고기를 판다. 쿡 다이이게 저녁에 고기를 사서 스텝들과 먹자고, 고기를 얼마치 사면 되겠냐고 묻자 1000루피면 충분하다고 하신다. 사실 캠핑 트레킹에 먹는 것은 주는대로 먹어도 되지만..고기 같은 건 사실 손님만 먹는 격이다. 스텝들은 손님이 먹고 남은 아주 적은 양의 고기만을 먹을 뿐이다. 그들은 나와 함께 걷는 친구이자 동행자이니 이따금씩 따로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스텝들을 챙겨줘야 한다. 나는 주방 한켠에 있는 부뚜막에 앉아서 불을 쬐며 똥바를 마신다.
나중에 니마가 이 사진을 보더니..네팔 세르파족 여자(세르파니) 같다고 한다..
다음날..날씨가 아주 좋다. 저기 보이는 숲 어딘가에서 자연에 부르심에 응답을 하고..출발 준비를 한다. 오늘은 양마레카르카(3540m)에서 메렉을 지나 야크카르카~메렉~랑마레카르카(4400m)까지 운행한다. 하루에 고도를 약 900미터 가까이 올리는 것이라 원래는 양마레카르카에서 하루 더 머물며 고소 적응을 하고 가야 하지만.. 컨디션이 괜찮아서 고소 적응일은 생략하기로 했다.
양마레카르카 롯지 뒤편에 사원을 짓고 있다.
양마레카르카에서 야크카르카로 가는 길.. 저런 나무 다리들..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최소한의 길만 만들며 살아가는 네팔리들의 마음이 너무도 아름답다..
양마레카르카에서 10분쯤 걸으니 리폭카르카가 자세히 보인다. 리폭카르카의 동굴 안에는 사원이 있다고 한다. 세르파들은 이따금씩 저곳에 올라 기도를 한다고 한다. 나도 저곳에 가보고 싶어서 롯지 주인에게 물었더니 위험하니 가지 않는게 좋다고 한다. 충고를 받아들여 마음을 접기는 했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어 자꾸만 리폭카르카를 바라본다.
리폭카르카.
리폭카르카를 지나 30분 정도 랄리구라스와 전나무가 있는 숲길을 따라 1시간 정도 오르막 길을 올라 다시 완만한 길로 이른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오르막을 오른 지라 너무 힘이 들었다. 그러나 전나무 향이 어찌나 좋던지~~ 니마와 지난 봄 랑탕 트레킹 때 툴루샤브루~신곰파~타레파티로 가는 길에 맡았었던 전나무 향이 생각 난다며 말했더니 니마도 전나무 향이 좋다고 한다. 함께 히말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오르막 길 끝에서 바라본 피크 7.(6758m)
야크카르카로 가는 길.. 멀리 히말의 연봉들이 병풍처럼 솟아 있다.
야크카르카에 도착하기 1시간 전. 둥글고 넓은 초원에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 쬐고 있는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배낭을 벗어 던지고 매트리스 위에 드러누어 광합성을 해본다.
니마와 스텝들..모두 너무도 소중하고 고마운 나의 친구이자 동행자들이다. 외쪽부터 니마(29살, 세르파족, 나와 EBC, 랑탕, 마나슬루&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을 함께한 아주 착하고 능력있는 가이드, 유창한 한국어, 영어 실력을 갖췄고, 그의 아버지는 박영석 대장님과 안나푸르나를 등반했던 세르파이시다. 쿡 다이 마카르 지렐(48살, 지렐족, 가이드를 제외하고는 스텝들 중 최고 권력자), 막내 포터 비제(18살, 대장장이 족? 니마가 족 이름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후에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 교장선생님 포터(48살, 지렐족, 항상 쓰고 다니시는 모자가 네팔의 교장 선생님들이 즐겨 쓰는 모자라서 그들 사이에서는 교장 선생님으로 불린다), 키친보이 람(23살, 바훈족, 아침마다 모닝티와 함께 나를 깨워줬던 아주 성실한 친구), 라이족 다이(38살, 매일 럭시를 드시는 럭시 매니아).
바닥에 누워 나를 둘러싼 바위 산들을 찍어본다.
점심 식사 후 내 뒤로 보이는 계곡을 따라 야크카르카로 향한다.
출발한지 한시간쯤 오르막을 올라 점심 식사를 했던 곳을 돌아 봤더니 벌써 그곳은 해가 지기 시작했다.
야크카르카..문은 굳게 잠겨 있고 바람 소리만 들릴 뿐..아무도 없다.
황무지와 작은 개울들을 건너며 랑마레카르카로 가는 길..
멀리 랑마레카르카가 보인다.
랑마레카르카..4410M.
롯지 옆으로 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고산에서는 어둠이 빨리 찾아 온다. 안개와 함께.. 랑마레카르카 바로 앞에 보이는 설산도 금새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랑마레카르카 롯지. 간판에 고도가 잘못 표시되어 있다. 이곳 랑마레카르카 롯지는 노부부가 계시는데 주인 할아버지의 3명의 딸들은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던 파상리무 다음으로 에베레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라고 한다. 정말 대단한 딸들이다. 딸 셋 모두가 에베레스트에 오르다니... 연세가 많으셔서 시력이 좋지 않으신 듯한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지금은 모두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딸들에 대한 그리움이 베어 나왔다.
오늘은 랑마레카르카에서 세르손을 지나 마칼루 베이스 캠프로 가는 날이다. 앞에 보이는 얕은 언덕을 넘어 마칼루 베이스 캠프로 향한다. 랑마레카르카에서 바라본 피크7.(6758M)
랑마레카르카의 얕은 언덕을 넘어오자 눈 앞에 히말의 연봉(피크 3(6682m), 피크 5(6432m)들이 펼쳐져 있다. 멀리 바룬 빙하도 보인다. 등로 왼쪽 옆으로 마칼루에서 흘러 내려온 강이 흐른다.
길 왼쪽 옆에 성처럼 쌓여 있는 빙퇴석..히말의 연봉.. 그 아래 실 처럼 가늘게 이어져 있는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바룬 계곡.. 저 길을 걸으며..이곳은 10년이 지나도..100년이 지나도..그대로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르손으로 가는 길..낙석의 위험이 있는 길도 지나야 한다..
길 옆으로 마칼루에서 흘러 오는 강물과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만난다. 마칼루에서 흘러 오는 물은 빙하가 녹은 물이라 우윳빛을 띄고 있다. 이런 물들이 합쳐져 바룬강이 되어 흐른다.
내 뒤로 참랑(Chamlang, 7319m)이 보인다. 오른쪽 산허리로 가늘게 이어져있는 길을 따라 마칼루 베이스 캠프로 간다.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본다. 나는 바룬 계곡의 최상류에 있다.
왼쪽부터 참랑(Chamlang, 7319m), 홍쿠출리(Hongku Chuil, 6833m)가 보인다. 저 곳에서 참랑 빙하와 바룬 빙하가 만난다. 나는 이제 바룬 계곡의 더 위쪽에 있는 빙하 지대로 들어선 것이다.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길을 따라 천천히 히말을 느끼며 세르손으로 간다.. 하늘도, 바람도, 설산도..모두 아름답다..
뒤돌아서 본 바룬 계곡.
세르손으로 가는 길.. 눈이 없어 다행이다...만약 눈이 왔다면 돌 때문에 많이 미끄러웠을텐데.. 연일 계속되는 맑은 날씨에 신께 감사할 따름이다.
랑마레카르카를 출발한지 3시간 만에 도착한 세르손. 저 앞에 오르막 길이 또 보인다. 사실 이 곳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었는데..역시 고소적응일은 생략하면 안된다는걸 다시 한번 느낀다. 그래도 세계 5위봉. 마칼루와 가까워 진다는 생각에 마음은 즐겁다.
세르손(Sherson, 4630m)에서 본 참랑(Chamlang, 7319m), 순간 꽝! 하는 소리가 나더니 눈사태가 나고 있다.
세르손을 지나면 서서히 마칼루(8463m)가 보이기 시작한다.
세르손을 지나 마칼루 베이스 캠프로 향하던 중 뒤돌아서 본 참랑. 산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또 눈사태가 난다.
참랑에서 흘러 나온..참랑 빙하도 보인다.
마칼루 베이스 캠프에 도착하기 전 참랑 빙하과 바룬 빙하를 배경으로 설악아씨~
세르손에서 출발한 지 1시간 30분..세계 5위봉 마칼루(Makalu, 8463m)가 보인다..
베이스 캠프로 가기 위해서는 아래로 내려가야만 한다.
마칼루를 배경으로 설악아씨~
마칼루 베이스캠프(Makalu Base Camp, 4870m)에 도착하니 바위에 헬기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마칼루 베이스캠프 에서 본 마칼루(Makalu, 8463m). 마칼루는 산스크리트어로 검은 귀신이라는 뜻인데, 이름과는 달리 무시무시해 보이지도 않고, 내 눈에는 그저 아름다운 산으로만 보인다.
베이스 캠프에 도착하여 스텝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니 나의 스텝들이 축하한다며 따뜻한 차를 건넨다. 독한 한국 여자라는 말과 함께...ㅎㅎ 나는 스텝들에게 여기까지 함께 고생하며 와준 보답의 의미로 양주를 한병 사주었다. 베이스캠프에서는 바룬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을 식수로 이용하기 때문에 물에 모래가 많이 섞여 있다. 그래도 맛은 기가 막히다.
도착하여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마칼루를 바라봤더니 금새 구름 사이로 마칼루가 사라지고 있다. 내일 아침에 다시 마칼루를 만나야겠다..생각하고., 카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포터들을 구경한다.(우리 스텝들은 카드 게임을 하지 않는다) 저녁이 되자..갑자기 두통이 생겼다. 일정 문제로 니마와 잠시 말다툼을 하여 순간적으로 화를 냈더니 고산병이 오나보다. 두통이 점점 심해져 밤중에 랜턴 켜고 하산을 해야 되는건 아닌지 걱정을 하며 텐트 안에 누워 있었다. 저녁이 되자 니마와 쿡 다이가 마늘을 듬뿍 넣은 김치국을 끓여다 준다. 두통으로 저녁 식사를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먹어야 된다며 김치국을 끓여온 것이다. 성의를 생각해서 먹었더니 이내 두통이 괜찮아진다.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늘..나를 이해해주며 위해주는 니마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아침이 되자 언제 아팠냐듯이 컨디션이 아주 좋다. 스텝들을 먼저 출발 시키고, 하행 트레킹을 하기 전에 니마와 바룬 호수를 보기 위해 베이스캠프 위에 있는 낮은 언덕에 오른다.
언덕에 올라 바라본 베이스캠프.
돌탑 위에 남은 산행도 무탈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돌을 하나 올려본다.
마칼루 바로 아래에 있는 바룬 호수. 저곳에서부터 바룬 강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칼루와 바룬 호수를 배경으로^^
베이스캠프의 티하우스 내부. 에너지 음료와 양주, 담배, 빨래 비누까지..있을껀 다 있다.
호수를 보고 내려와 이제부터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하행 트레킹이다. 오늘은 베이스캠프를 출발하여 양레카르카까지 간다. 이틀에 걸려 올라온 길을 하루만에 내려가는 것이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이니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마칼루 베이스 캠프를 떠나며 검은 귀신, 마칼루에게 바라보며 인사를 한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베이스캠프가 내 뒤로 멀어져 간다...
걸을수록 멀어져가는 마칼루를 배경으로 다시 한번 기념 사진을 찍는다..
베이스캠프를 떠나 세르손에 도착했을 때 한국에서 오신 중년의 여성 두 분을 만났다. 오메~~~어찌나 반가운지~^^ 사실 저 분들과는 툼링타르행 비행기를 같이 탔었는데 저 분들과 일정이 약간 달랐기 때문에 계속 만날 수 없었던 것이였다. 부산에서 오셨다던 저 분들은 네팔 트레킹을 다니신지 20년 가까이 되시는 고수 분들이다. 옆에 가이드는 저 분들과 10년 이상 트레킹 때 마다 동행하는 가이드라고 한다. 나도 니마와 그런 친구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저분들의 히말에 대한 열정이 너무 멋지게 느껴졌다. 나도 저 나이가 되도 저렇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두와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랑마레카르카로 내려 가는 길..
랑마레카르카..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랑마레카르카에서 양레카르카로 가는 길.. 물이 없어서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마셨는데 물에서 야크 똥 냄새가 난다.
마칼루 베이스 캠프를 출발한지 8시간 만에 양레카르카에 도착했다. 오늘 저녁에는 스텝들과 마칼루 베이스 캠프를 잘 다녀온 기념으로 파티를 하기로 했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빨래와 샴푸를 들고 롯지 앞 개울로 나갔다. 뒤에서 니마가 자꾸 찬물에 손 담그면 고산병에 걸린다고 잔소리를 하지만, 6일째 머리를 감지 못한터라 찝찝해서 미칠 지경이였다. 뇌까지 꽁꽁 얼어붇는 듯한 강물에 머리를 감고 빨래를 했더니 좀 살 것 같다. 1차 하산 파티.. 베이스캠프로 가는 일본 여자와 프랑스 남자도 함께 했다. 난 쿡 다이가 만들어주신 무스탕커피(네팔 양주인 럼과 약초 비슷한 것을 섞어 끓여 만든 술)를 마시고 한방에 훅~가서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로 파티를 즐겼다. 롯지 주인을 포함해서 모두들 얼큰하게 술에 취해 롯지 주인이 틀어준 음악에 맞춰 밤새 발을 구르며 춤을 추고 어깨 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니마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사진에는 니마와 키친보이 람이 빠졌지만 함께 파티를 즐긴 스텝들과 롯지 사장, 프랑스 남자, 일본 여자와 기념 사진을 찍는다. (일본 여자와 프랑스 남자는 따로 따로 트레킹을 왔는데 산행 들머리인 툼링타르에서부터 서로에게 반해 커플이 됐다고 한다. 저 날 프랑스 남자는 너무 술에 취해서 여자 침낭에 토를 해서 아침이 되니 침낭을 빨아서 말리고 있었다. ㅋㅋ)
오늘은 양레카르카에서 뭄북~도바도~투투 라~케케 라를 넘어 있는 호수까지 가기로 한다. 바룬강 끝에서 뭄북으로 오르는 오르막 길을 올라갈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하다. 오르막길 앞에서 양레카르카 앞에 있는 리폭카르카를 뒤돌아본다.
뭄북으로 오르는 길..돌로 된 길로 실제로 보면 경사가 아주 심하다.
점심 식사를 했던 뭄북.. 뭄북에 도착하니 교장선생님 포터 다이가 어제 과음해서 이 곳에 올라오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하신다. 그래도 어제 파티는 아주 즐거웠다고^^ 식사를 하고 있자니 나무 위에 까마귀가 몰려 든다.
점심 식사 후 도바도를 지나 투투 라로 오는 길.. 저 아래 도바도가 보인다. 다른 팀 포터들이 잠시 쉬고 있다.
양레카르카에서 출발해 투투 라와 쉽튼 라를 넘어 8시간 만에 호수에 도착했다. 힘들고 긴 하루였다.
호수 앞..내 텐트를 안개가 감싸고 있어서 무서운 느낌까지 든다. 저녁 식사..쿡 다이는 요리를 정말 잘 하신다. 네팔에는 지라 라는 향신료가 있는데 그건 요리를 정말 잘 하는 사람이 쓰는 향신료라고 한다. 나는 그게 영~입맛에 맞지 않았었는데 그게 싫다고 말하기가 미안해서 열흘 가까이 지라가 들어가 음식을 참고 먹고 있었다. 근데 이젠 도저히 지라가 들어간 음식은 못먹겠다. 그래서 키친보이 람에게 살짝 얘기했더니 다음날부터 트레킹이 끝날때까지 음식에서 지라는 볼 수 없었다. 피곤하여 저녁 식사를 하자마자 자려고 누웠는데 포터들이 모닥을 쬐며 앉아서 하는 얘기들이 들린다. 지난 밤 양레카르카에서의 파티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침이 되자 텐트 앞 호수가 케케 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두 개의 케케 라..어느 것이 진짜 케케 라인지 모를 정도로 아름답다. 그리고 내가 마칼루 베이스 캠프를 다녀오는 동안 날씨가 춥지 않았는지 케케 라의 눈도 많이 녹아 있다.
어제 내려왔던 쉽튼 라.. 저곳을 올라갈 때에는 눈도 많았고, 아주 힘들었었는데 내려올 때는 눈도 없고 쉽게 내려왔으니 같은 장소이지만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같은 장소를 다르게 볼 수 있게 해 준 마칼루의 신에게 감사한다.
오늘은 케케 라를 넘어 꽁마(카우마)~ 운시사~타시가온까지 운행한다. 스텝들이 텐트를 정리하며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호수에서 바라본 케케 라.
케케 라에서 어제 머물렀던 호수를 바라다 본다. 내가 저리도 아름다운 곳에서 머물렀다는게 크나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케케 라 정상..한번 지나간 길이라..쉽게 올라왔다. 이제 꽁마(카우마)를 향해 내려가야 한다.
누나와 함께 카우마 롯지를 지키는 남자 아이..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더니 초코파이를 건넸더니 금새 긴장을 풀고 사진을 함께 찍는다. 니마가 어린 아이들이 산중에서 고생을 하고 있으니 차를 마시고 가자 한다. 니마는 마음 씀씀이가 참 넓은 친구다.
사진에 보이는 곳은 꽁마의 초입에 있는 곳인데, 차를 마시는 동안 금새 안개에 쌓여 몽환적인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꽁마에서 운시사로 가는 길.. 끝 없는 돌 길을 내려가야 한다. 내가 이 길을 얼마나 힘들게 올라왔던가.. 돌 길이라 몇번이고 미끄러져 넘어질 뻔 했다. 신발이 비브람 창이라 더 미끄럽다. 그래도 난 이곳 마칼루를 찾는 이들에게 비브람창 등산화를 권하고 싶다. 거의 대부분이 돌로 이루어진 길에 무거운 고무창으로 된 등산화를 신고 왔다간 하산시 발에 불이 날 것이다. 그리고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이런 등산로에서 고무창으로 된 등산화는 제대로 충격 흡수를 못해주기 때문에 관절에 더더욱 무리가 갈 것이다. 돌 길에 비브람 창이 미끄러운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그래도 스틱을 같이 쓰끼 때문에 천천히 하산하면 넘어질 일은 없다.(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
오늘도 8시간을 걸어 타시가온에 도착했다. 3일 연속 장거리 운행을 했더니 기운이 다 빠진 듯 하여 닭 한마리를 잡았다. 닭을 잡는 것은 럭시 매니아인 라이족 다이 담당이다. 맛있게 요리된 네팔식 닭볶음탕..정말 많이 먹고 싶었는데..혼자 다 먹을 수 있는데..내가 많이 먹으면 스텝들이 조금 밖에 못 먹으니 먹지를 못하겠다. 배불리 먹고 싶어서, 배불리 먹이고 싶어 닭을 두 마리 잡자고 했었는데 쿡 다이가 오늘 한마리 먹고 내일 세두아에서 한마리를 먹자고 제안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비록 닭고기는 많이 못먹었어도..밥을 많이 먹었더니 기운이 다시 솟는 듯 하다^^ 이 동네는 개를 키워도 밥은 잘 안주는 듯 하여 먹고 남은 닭뼈는 롯지의 개에게 주라고 쿡 다이에게 부탁했다.
오늘은 타시가온에서 세두와까지 간다. 그리고 세두아에서 하루 휴식일을 갖기로 했다. 타시가온에서 세두와로 가는 길..
조용하고 아름다우며 울창한 숲길을 따라 하산한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니 논과 밭이 보인다. 작은 마을을 지날 때 마다 집에서 아이들이 뛰어나와 나마스떼~~인사를 한다. 손을 흔들어주며 나도 나마스떼~라고 답해준다.
나바가온의 호수..
호수를 구경하고 있는데 뒤에서 아이들이 나를 따라 뛰어온다. 아이들 손에 오예스 하나씩 쥐어준다. 가운데 은행(?) 점퍼를 입고 있는 여자 아이가 너무 예쁘게 생겼다. 니마와 나는 이 아이에게 미래의 "미스 마칼루"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나바가온의 미스 마칼루를 포함한 어린 천사들과 함께^^
나바가온의 아이들과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길 위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까고 있는 두 남자 아이를 만났다. 뭘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돼지에게 줄 열매를 까고 있다고 한다. 껍질이 굉장이 딱딱한 열매였는데 맨 손으로 돌에 내리쳐 까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도 오예스를 하나씩 쥐어 주었다. 트레킹 때 아이들 치아를 생각해서 사탕이나 초콜릿은 안주는게 좋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예쁘니 자꾸 주게 된다. 다음부터는 볼펜이나 풍선을 준비해 가야겠다.
어제 오후 늦게 타시가온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마자 찬물로 샤워를 했는데 샤워 도중 물이 안나와서 10분이 넘게 덜덜 떨었다. 오늘은 세두와에서 쉬는 날이다. 따뜻한 햇볕 아래 롯지의 개님이 주무시고 계신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그동안 밀린 빨래를 했다. 스텝들과 내 빨래를 모두 널으니 그 줄이 20미터가 넘는 듯 하다. 쿡 다이, 니마와 함께 맥주도 마시고, 쿡 다이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공수해 오신 암바 라는 맛있는 과일도 먹었다. 간만의 휴식이 나를 더 여유롭게 만든다.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쿡 다이, 동네 꼬마 아이, 키친보이 람, 롯지 주인의 딸 아이.. 다른 스텝들(포터 3명)은 눔으로 짐을 가지러 아침 6시에 갔다. 이유는 쿡 다이와 의논하여 살파 패스로 가는 길을 약간 변경했다. 원래 일정은 내일 눔으로 건너가 거기에서 툼링타르까지 하산하여 루클라~툼링타르 트렉을 따라 살파 패스를 넘어 메라 피크를 등반하는 것이였다. 그러나 그건 너무 돌아서 가는 길이기 때문에 40일에 맞춰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는 듯 했다. 지도를 보니 위의 코스 말고, 정식 트레킹 코스가 아닌 다른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가면 고테바자르에서 루클라~툼링타르 트렉과 만나게 된다. 쿡 다이와 마을 사람들, 다른 팀 가이드들에게 물어보니 네팔리들이 다니는 길이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 지역은 바룬 밸리의 동남쪽 경계에 해당된다. 쿡 다이도 원래 일정보다 2~3일 단축되는 그 길로 가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키친보이 람..그는 아주 강하고 성실한 청년이다.
나늘 구경 온 동네 여자 아이.. 햇볕에 눈이 부셔 사진이 잘 안나왔지만 미소가 아주 예쁜 아이였다.
롯지 주인의 딸이 나마스떼~인사를 한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세두와에 있는 니마의 사돈 집에 초대되어 똥바를 마시러 갔다. 사실 니마도 이곳에 사돈 집이 있는 줄 몰랐는데 낮에 동네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아내분은 마칼루 국립공원의 직원으로 계시고, 남편 분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한다. 아내분이 다음에 올때는 국립공원 입장료 내지 말고 오라고 하신다.ㅎㅎ 낯선 이방인인 나에게 똥바를 대접해 주시며 따뜻하게 대해 주신 이 분들을 통해 네팔의 사람들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졌는지 다시 한번 느낀다.
다음날.. 하산 중 세르손에서 조우했던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아침에 만나게 됐다. 그 분들도 빨래 삼매경이다. 근데 빨래줄이 없으신가 보다. 내가 준비해간 빨래줄을 반 잘라 드리고 서로의 안전 산행을 기원하며 길을 나선다. 오늘부터는 바룬 밸리의 동남쪽 경계를 따라가는 트레킹이다. 논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마을을 벗어난 곳에서 바라본 세두와.. 그 곳에는 달콤한 휴식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설악아씨의 아룬 밸리와 바룬 밸리 트레킹 후기는 2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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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설악아씨 원문보기 글쓴이: 설악아씨
첫댓글 카페지기(티스코님) 님의 권유로 지난 후기를 올려봅니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설악아씨님의 마칼루-바룬-아룬-메라 후기는 정말 귀하디 귀한 후기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정보와 방대한 분량은 차치 하고서라도~
저 개인적으로는 배워야 할 교훈을 많이 얻은 도덕경과도 같았던 후기였는데요^^
어렵사리 부탁을 드렸고 이렇게 공유할 기회를 주시니 감사 말씀 드립니다
제 부족한 글이 어찌 도덕경에 비할 수 있겠나요? 과찬이십니다^^;
바룬~아룬밸리를 좀 더 자세히 기술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나중에 티스코님께서 가셔서 정확한 후기 남겨 주세용~^^
후기를 볼수록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설악아씨님~~~수고 많으셨습니다.
추신: 닭뼈는 개 주면 안되거든요.~~개의 위가 소화를 못해서~~잘개 부서져 위를 찌르면 사망에 이르거든요~~~죄송요.~~ㅎㅎ
감사합니다. ^^
님 말씀처럼 닭뼈는 개한테 안좋은데 푹 삶은 뼈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