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2013년 전주 163개와 통신주 252개 총 2만2584m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년간 전주·통신주 2006개에 걸친 8만1990m를 정비했다. 계약 해지 등으로 용도폐기된 선을 정리한 것만 그 중 1만2385m에 달한다.
반면 2008년부터 시작한 지중화 사업은 2014년까지 2900m를 정비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2014년에는 독산동‘맛나는 거리’입구에 있는 조형물 주변 전선을 지중화, 실적에는 크게 보탬이 안됐다. 단독 통신주가 있는 한전과 서울시·금천구가 각각 절반씩 비용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자치구 대응예산 비율도 5대 5다. 특히 자치구는 도로복구비를 부담해야 해 실제 부담은 더 큰 실정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지중화 비율을 따져보면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 올 1월 현재 중구가 86.8%로 가장 높고 강남구가 75.4%로 뒤를 잇는다. 종로구 72.9%, 송파구 69.6%, 서초구 69.6%로 상위권은 상대적으로 상업지역이 많고 살림살이도 여유가 있는 자치구다.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밀집된 노원구가 68.2%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인데도 불구하고 지중화가 잘 된 편이다.
지중화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상업지역도 대규모 아파트단지도 드문 강북구로 30.8%에 불과하다. 동대문구(32.9%) 도봉구(37.0%) 구로구(37.0%) 성북구(38.8%) 등이 그 다음이다. 금천구만 해도 48.0%로 이들 자치구보다는 형편이 나은 셈이다. 전통적으로 단독·다세대 밀집지역이 많은 곳일수록 상황이 열악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금천구 주민들이 주목한 부분은 이 지점이다. 구 관계자와 주민 30명으로 구성된 금천구협치회의 도시환경분과회의에서 지난 9월 공중선 정비를 요구하는 의견이 나왔다. 상업지역이나 지역 대표거리는 장기적으로 지중화를 해야겠지만 이면도로나 골목까지 그만큼 비용을 투자하기는 어려운 만큼 현재 상태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협치회의 위원들은 전체 안건으로 채택, 10월 정기회의에서 함께 추진해야 할 주요 사업으로 의결했다.
주민 4722명도 협치회의 의견에 공감 청와대에 보낼 탄원서에 명단을 보탰다. 김덕태 위원은“주민들 목소리가 큰 아파트단지는 단자함을 설치해 정돈을 하는데 낙후된 지역은 오히려 외면해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며“통신사의 경우 하청업체에 관리를 맡겨 철거도 제대로 안된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문재인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저층 주거지 환경개선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약속한 만큼 공중선 정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선로는 가급적 무선방식으로 교체하고 도로와 평행하게 설치된 선로는 전기 통신 케이블방송 등 각 사업자당 1개씩 수량을 제한하는 동시에 빌라나 다세대주택은 여러 사업자가 분배함 하나를 공용으로 사용하면 난립을 막을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주민들은 청와대와 함께 국회 산자위원회 방문, 국민청원을 통해 정부 부처간 긴밀한 협력과 시급한 정책 수립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유희복 금천구협치회의 공동의장은“과거처럼 국민 세금을 들여 도로를 파헤치고 지중화를 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통신사업자들이 혁신적 기술개발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도록 분명한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해 말‘공중케이블 정비사업의 현황과 과제’현장조사보고서에서 비슷한 의견을 내놔 결과가 주목된다. 입법조사처는“정비 범위 외 대상을 현실적인 범위로 조정하고 사업자 책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범정부적으로 국토관리·도시계획에 대한 30년 이상 장기적 청사진을 마련해 전주·케이블 정비·규제와 종합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