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 701일 간 일선 교육 현장에서 펼친 교육 철학과 교육 정책, 교육 행정에 대한 보고서이자 반성문이고 미래 공교육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책이다. 그는 우리의 교육이 보다 더 강력하게 공교육화 되고 민주교육화 되고, 또한 21세기 교육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피력하고 있다. 그의 교육 철학이 담겨 있는 내용 중 우선 순위에 관계 없이 짚어가야 할 몇개의 꼭지를 가지고 논의해 보고자 한다.
A. 교육 정책
1. 문.예.체 교육, 입시경쟁을 넘어 전인교육으로 - 학교에서 문.예.체 교육은 인격 형성기에 매우 필요한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지식 교과에 밀려 그명맥이 사라질 정도이다. 시와 노래, 합창과 연극, 목공과 텃밭, 악기와 뮤지컬과 영화와 춤 그리고 운동을 함으로써 무엇보다도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맛보고, 욕구 조절과 관계맺기, 감정이해를 배우며 성취감과 자발성, 창조성을 키우는 문.예.체 교육은 매우 중요한 학습이요 놀이를 배우는 것인데 이것들이 입시교육에 밀려나 있다. Homo Ludens, 유희하는 인간, 아니 유희 할줄 아는 인간이 세상을 창조하고 평화와 우애의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2. 친환경무상급식, 모두를 살리는 밥 한 그릇 - 2009년 경기도에서 부터 이슈화된 무상급식 논쟁은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그 해 11월 국회 정기회의 본회의에서 통과되며 본격적으로 실시 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반대를 정치 이슈화하다가 선거 참패로 물러나고, 보궐 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무상급식을 더욱 확대하여 2014년 3월부터는 중학교 3학년까지 친환경무상급식을 국가로부터 받게 되었다. 또한 무상급식 논쟁은 복지 사회에 대한 국민적 담론을 끌어내어 무상 교육과 무상 보육 정책으로 확대 되기에 이르렀다. 소득과 관계 없이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무상급식은 가난한 아이들에게 주는 선별적 시혜 차원이 아니라 보편복지와 교육복지 정신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당하게 제공받는 급식이요, 급식 자체가 교육활동의 일환이라는 복지사회적인 마인드가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친환경무상급식은 '보편적 교육복지'와 더불어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게 되었고 국민건강증진에 일조하는등 다각적 효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3. 중학생 직업체험교육, 진로를 찾은 아이는 방황하지 않는다. - 공교육은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는 교육이 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직업체험 교육은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좀더 일찍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학교교육 과정상 바람직하다. 2011년 도봉구 혁신학교인 북서울 중학교에서 시범 실시하여 큰 호응을 받자 2012년에는 21개 중학교로 확산 되었다. 이는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유학기제나 진로집중학년제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아이들의 흥미가 적성이 되고 더 나아기 진로가 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진로교육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이 무기력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주변을 돌아보게 될것이다. 또한 진로 체험을 담당하는 교육장의 지역 주민들과 부모들 누구나 교사가 되고 어디나 학습의 장이 될 것이며, 지역 사회 전체가 교육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의 기초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4. 제 길 찾은 특성화고, 진학에서 취업으로 - 특성화고는 과거 실업계 혹은 상업계, 공업계 고교에 해당 된다. 이 특성화고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 역할을 다해 취업에 힘쓴다면 이는 공교육 개혁의 중요한 목표이자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특성화고가 특별전형으로 대학진학을 보내는데 힘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른 문제는 이들이 취업할 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업 관계자들과 교육청의 유기적 관계 노력으로 2011년에 IMF 이후로 중단 되었던 실업계 출신 고졸 정규직 은행원을 기업은행에서 12년만에 선발하게 되었다. 이에 고무된 교육부가 시설직공무원과 기능직공무원 30%를 특성화고 졸업생에게 할당하도록 하는 쾌거가 있었다. 특성화고는 제 역할을 다해 취업율을 높이고, 질 좋은 인력을 양성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좀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요 목표가 되야 한다.
5. 수학여행, 설렘과 배움이 있는 소규모 테마여행 - 지난 50여년간 학교 수학 여행은 전체 학년 단위로 대형화된 그 규모나 가는 곳, 일정등이 바뀌지 않고 쭉 이어져 왔다. 세상이 바뀌어 가족 단위의 여행이 다반사가 된 2000년 이후에도 이런 여행 방식이 계속된다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맞지 않고 잘못하면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소규모로 구성된 인원이 주제를 정해 하는 테마여행이다. 담임이나 인솔교사의 개인 책임이 너무 커서 엄두를 못내게 되는 난점을 해결하기위해 노력을 하게 된 결과 해당 지자체와 연계한 수학여행 자료집 '어깨동무'가 탄생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지자체, 코레일, 각 전문대학 관광학과와 연계한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이 점차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수련관 조교들에게 위임했던, 소위 군국주의적인 수련회도 점차 수학여행으로 전환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담임과 담당 교사들의 큰 헌신과 노고가 있었던 것은 감사할 일이며, 그런 여행을 가기위해 준비하고 계흭하는 그 과정이 결국 교육적이란 결론이었다.
6. 선행학습에서 제철학습으로 - 선행학습은 예습차원이 아니라서 혼자 공부할 수 없다. 때문에 학원이나 사교육 교사의 도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입시교육의 대표적 병폐로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선행학습을 따라갈 의욕이나 능력이 있는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면 다른 대다수의 학생들은 과도한 물질적 정신적 낭비를 하면서 사육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또 공교육은 양극화 되고 무기력해지고, 가정은 과도한 불안감과 경제적 낭비로 고통을 받게 되지만 교육에 대한 투자라는 환상으로 모두가 끝모를 경쟁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특히 특목고와 자사고는 초,중등에서까지 선행학습을 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엄청난 입시규모 시장이 100% 선행학습으로 이루어져 학생들은 다른 형태의 다양한 사교육을 선택하는 것도 봉쇄되어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제철 과일처럼 제철 학습이 좋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캠페인을 펼쳤다. 학교 시험이나 입시에서 선행학습한 문제를 내지 않도록 강력하게 재제하였지만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이 있다.
B. 교육행정
1. 혁신교육지구, 가고 싶은 학교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 - 직선교육감이 선출되고 교육자치가 제도화되었다는 것은 국가 권력과 중앙정부로부터 교육의 독자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것은 투표권자들이 모두 교육의 실질적인 주체가 된다는 것으로 지역사회는 지역 교육에 대해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모든 인적, 물적자원을 교육적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첫째, 문,예,체 교육과 체함학습을 지역 내의 전문가들이 학교교사보다 더욱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업보조교사제와 방과후학교 담당교사제가 실시되어 1년간 긍정적으로 이루어졌다. 둘째, 혁신교육지구사업 지정이다. '가고 싶은 학교, 살고 싶은 마을', 이것이 추구하는 비전인데 구로,금천,노원,도봉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려 했으나 지역 장학사들과의 의견 불일치로 2012년 구로,금천만 혁신교육지구가 되었다. 이러한 지역 교육사업은 교육이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학교밖 지역 사회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공동체가 형성될 수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 계기다. 서울시의 마을 만들기 슬로건인 ' 한 아이를 키우기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가 바로 이에 해당될 것이다.
2. 교육감 직선제, 교육자치의 핵심 동력 - 시도지사와 동등한 지위에 있는 교육감은 그 선출에 있어서 처음엔 임명제로 시작하였다. 중앙집권적인 군사국가시절 임명제로 선출된 교육청과 교육감은 교육부와 교육부장관의 하위기구와 하위관료로서 국가 교육정책과 지침을 학교에 전달하는 중간전달기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 후 15명의 교육위원회에서 선출되는 간선제 시절 때에는 일선학교 교장이 학부모와 교사들로 구성된 교육위원들을 장악해 공정성이 심히 훼손되었다. 교육감직선제가 되고 나서 서울, 경기를 비롯해 친전교조 교육계후보와 진보적 외부인사가 6명이나 당선되면서 교육자치와 혁신동력이 한층 강화되었다. 새누리에서 교육감 간선제로 할 것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공교육과 민주교육, 교육혁신을 바란다면 교육감 직선제는 반드시 유지되야 한다.
C. 성찰과 제언 - 우리 교육의 기본 목표는 정상적 공교육, 민주교육, 21세기 교육이다. 부모와 지역의 계급 격차,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기회의 실질적으로 균등하게 하는 것이 공교육의 최우선의 일이다. 교과서에서는 민주주의를 배우지만 우리의 교육문화는 매우 엘리트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잠재적교육과정, 즉 교육문화를 바꿔 학생인권과 학생자치를 최대한 보장해야한다. 획일적 국민교육과정은 지양하고 교과괴정 내용과 운영체제, 수업및 평가 방식을 21세게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
채집사님, 인문학 카테고리 만들어 주셔서 참 좋네요. ^ ^ 늦게나마 5월 모임 토론 후기 잠시 올림니다. 곽 전교육감 입을 빌어 올린 내용이지만, 결국은 자식을 기르는 이 땅의 부모들의 교육철학과 결단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게 옳지요. 교육이 우리 인생을 규정하는 지렛대이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고민하는데, 그것이 도리어 우리의 족쇄가 되고 그것이 현재를 부정하고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 된다면 너무 불행한 일이 되겠지요. 조금씩 두려움을 놓아두고 교육 만능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보고자 하는 작은 모임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첫댓글 오늘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미래의 많은 과제를 안고서 하린이를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앗!!! 그러고 보니 지난 달 발제 내용부터 올려야겠네요...^^
두 분 다 수고하셨습니다. 저 역시 게으름에 미뤄놓았던 발제를 올리겠습니다. 두 분 집사님께 감사.
채집사님, 인문학 카테고리 만들어 주셔서 참 좋네요. ^ ^
늦게나마 5월 모임 토론 후기 잠시 올림니다. 곽 전교육감 입을 빌어 올린 내용이지만, 결국은 자식을 기르는 이 땅의 부모들의 교육철학과 결단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게 옳지요. 교육이 우리 인생을 규정하는 지렛대이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고민하는데, 그것이 도리어 우리의 족쇄가 되고 그것이 현재를 부정하고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 된다면 너무 불행한 일이 되겠지요. 조금씩 두려움을 놓아두고 교육 만능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보고자 하는 작은 모임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