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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 우리 가족은 인간 엄마, 아빠와 우리를 낳아준
엄마견과 누나견, 그리고 제 형제인 강이, 금이. 합해서 일곱이에요.
지금부터 우리 가족을 소개할게요. 자~ 모두 모이세요.
"아유~ 쫌 조용들 하세요. 오늘 가족 소개는 내가 하기로 했잖아요오~~~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된단 말이에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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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제야 조용해졌네.
험, 험... 먼저 인간 엄마, 아빠부터.
두 사람은 제가 태어나기 전인 2011년 봄에 만나자마자 한 눈에 반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결혼하고
뚝딱뚝딱 종석산에 황토집 짓고 살기 시작했대요.
엄마, 아빠는 우리들은 전혀 먹지 못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엄청 좋다는 산양삼, 하수오, 고로쇠 등
많은 약초를 키워요. 음... 더 자세한 건 나중에 엄마, 아빠한테 물어 봐서 알려 줄게요. 나 태어난 지
얼마 안되서 약초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요. 엄마, 아빠는 약초밭에 가지 않을 때는 우리랑 놀아주고
맛있는 것도 줘요.
"으르릉~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거야? 빨리빨리 소개 하라고."
"맞아 심심해. 지루해. 내 차례는 언제 오냐고."
으~~~
엄마랑 금이좀 보세요. 그새를 못 참아서 저러네요.
할 수 없지. 엄마, 아빤 건너 뛰고.......
저기 제일 왼쪽에서 귀와 꼬리를 바짝 세우고 있는 하얀견공이 우리들을 낳아 준 엄마에요.
이름은 몬순이!
이건 비밀인데요. 엄마는 어릴 때 형제들 중 가장 못생겼었대요. 그래서 몬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나요. 지금은 누가 봐도 멋지다고 감탄하는 당당한 진돗개지만.........
몬순 엄마는 성격도 참 못됐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어릴 때 부터 아무도 못말리는 쌈꾼이었는데다
닭장의 닭은 물론 옆에 있는 동물들도 사정없이 공격했대요. 사람은 주인 말고는 아무도 따르지
않았고요. 아무리 사나운 수컷이라도 싸웠다하면 백전백승이었다죠. 그래서 늘 큰소리 쳐요.
피~ 그럼 뭐해요. 성질이 너무 못되고 사납다고 늘 줄에 묶여 있는걸.
다음엔 이쁘이 누나!
지난 해 봄에 태어난 누난데 우리 할머니 이름을 물려 받았대요. 이쁜이 할머니는 용감하고
이쁘고 착했다는데 누나는 영......
착하기는 하지만 순 겁쟁이라구요. 몬순 엄마는 맛있는 거 먹을 때는 우리들한테도 으르렁 거리고
절대로 나눠주지 않는데 이쁜이 누나는 우리들이 밥그릇 먼저 차지하고 있어도 절대로 우릴
밀쳐내지 않아요.
하지만 진짜 겁이 많아서 가랑잎만 바스락거려도 인간 아빠 뒤로 숨고 다른 짐승들이 지나가도
짖기만 하지 절대로 쫓아가진 않아요. 바~보! 나 같으면 잽싸게 뛰어가서 다 잡아버릴텐데....
두고 보세요. 내가 좀더 크기만 하면 이쁜이 누나는 날 대장으로 모셔야 할 걸요.
드디어 우리들 차례.
우리는 모두 4형제에요. 지난 해 12월 15일에 태어났답니다. 어때요. 척 봐도 내가 제일 귀엽죠?!
엄마는 나를 제일 예뻐했어요. 내가 눈을 뜨자마자 몬순 엄마 품에서 꺼내
방에 데리고 가 안아주고 뽀뽀하고 우유도 줬어요. 그렇게 한참 놀다가 다시 몬순 엄마한테 데려다 줬지요.
난 내가 제일 사랑을 많이 받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때 엄마는 나만 데리고 놀았거든요. 엄마는 이름도
나한테만 먼저 지어 주었어요.
"네 이름은 산이란다. 산!"
그러자 누군가 그럼 네 마리니까 '금수강산'이라 지으면 되겠다고 해서 우리 이름이
금수강산이 된 거에요.
금이는 우리 중 가장 덩치가 커요. 머리도 제일 단단하고요. 하지만 좀 둔하고 눈치가 없어요.
먹을 때만 빠르고 몬순 엄마한테만 꼭 붙어있곤 했어요. 금이도 한 성질 하지만 나한텐 꼼짝도 못해요.
얼마전 수컷끼리 서열 싸움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내가 목을 물어 항복을 받아냈거든요.
짜~식! 이젠 나만 보면 꼬리를 내리고 슬그머니 눈길을 피하는 거 있죠. 그래놓고 바로 강이한테
화풀이를 해댄답니다. 사내녀석이 쪼잖하기는.
난 강이는 건드리지 않아요. 단, 내 먹을 것에 눈독 들일 때만 빼고.
강이는 우리 중 제일 약해요. 물론 몬순 엄마 피를 물려 받아 만만하지는 않지만
암컷이라 그런지 싸움이 길어지는 걸 싫어해요.
먼저 꼬리를 흔들면서 애교를 떠는 데 굳이 괴롭힐 필요는 없잖아요.
강이는 사실 쫌 불쌍하기도 해요. 몬순 엄마한테 한 달만에 쫓겨났거든요.
몬순 엄마는 어쩐 일인지 강이하고 수를 한 달쯤 돼서 옆에도 못오게 으르렁거리고 물면서
쫓아냈어요. 아마 아랫마을에서 우리들을 보러 왔던 장화아빠(나처럼 털이 갈색이었는데 지금은
행방불명 됐어요)가 놀아주고 간 뒤, 장화아빠가 묻혀온 샴푸냄새가 강이랑 수에게서 났나봐요.
그 냄새를 맡고 몬순엄마 아기가 아니라고 판단 내쫓았던거죠.
그 날 강이랑 수는 나무 밑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하룻밤을 지샜어요.
그걸 발견한 인간 아빠가 나무 밑에 집을 지어줬지만 겨울은 너무 추웠어요.
인간 엄마는 불쌍하다며 강이랑 수를 목욕시킨 후 방으로 데려갔어요. 그땐 너무 따뜻하고 좋았대요.
하지만 방에서 이틀만에 다시 쫓겨났어요. 밖에서 잘 때처럼 똥오줌을 아무데나 싸고
방안에 있는 물건들을 이빨로 죄 물어뜯었거든요.
결국 강이랑 수는 따뜻한 곳을 발견했어요. 바로 아궁이 앞!!!
아빠가 아궁이에 장작을 집어넣고 그 앞을 철판으로 막아 놓으면 철판이 따끈따끈해져요.
그럼 거기 딱 기대어 둘이 꼭 붙어 잠을 자는 거죠. 아궁이 앞 바닥은 눈이 와도 땅이 질척거려도
뽀송뽀송하거든요.
비록 금이랑 나처럼 몬순 엄마 젖은 못 먹었지만 인간 엄마가 맛있는 이유식을 주고
우리가 태어난 집보다 훨씬 따뜻한 곳에서 자니까 너무 좋다고 으스대더라고요.
그치만 바로 다음날. 두 녀석들은 털을 잔뜩 그을린 채 돌아다녔어요.
아궁이앞 철판에 뚫린 불문으로 넘실거리던 불꽃에 탄 거라나요. 킥킥, 바보들!
슬그머니 아궁이 앞이 얼마나 따뜻한가 가봤더니 거긴 정말 아늑하고 좋았어요. 나도 아궁이 앞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그러자 금이도 따라왔죠. 몬순 엄마는 밤만 되면 컹컹, 빨리 집으로 오라,며 짖었지만 귀찮아지면 그냥 아궁이 앞에서 잤어요.
몬순 엄마가 화내봤자 묶여 있어서 쫓아오지도 못하니까. 히히
두 달 쯤 지나 수는 다른 집으로 갔어요.
강아지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서 귀여움 많이 받고 살고 있대요.
마음 약한 인간 엄마, 아빠는 정들어서 더는 우리 중 하나라도 보내기 싫다고 우리를 다 데리고 있기로 했대요.
야호!
난 너무 좋아서 온 마당을 막 뛰어 다니고 펄쩍펄쩍 뛰었어요.
그러자 금이도 강이도 덩달아 뛰어 다녔어요. 그러다 너무 흥분해서 우리는 또 심하게 장난치다
금이가 자꾸 덤비길래 아예 목을 콱 물어 버렸어요.
"깨갱 깽, 깽 께게게게겡~~!!"
금이가 죽겠다고 깽깽거리며 비명을 질렀어요.
나는 그래도 놔주질 않았죠. 그랬더니 아빠가 달려와 날 금이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했어요.
난 꿈쩍하지 않고 금이 목을 물고만 있었어요.
아빠가 내 목덜미를 꽉 잡고 번쩍 들어올렸겠죠. 그래도 이빨을 놓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금이까지 대롱대롱 매달려 들려올라갔어요.
아빠가 이 독한 녀석 좀 보게 하면서 신고 있던 장화를 벗어서 내 머리를 때렸어요.
퍽! 퍽! 퍽!
"놔, 이 녀석 못놔? 이래도 안 놓을래?"
한 번, 두 번, 세 번.............. 스무번 맞을 때까지 난 금이 목을 물고 놓지 않았어요.
아팠지만 낑~ 소리 한 번 내지 않았어요.
아무리 아파도 찍 소리 내지 말 것! 몬순 엄마가 가르쳐 준 싸움의 기술이에요.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뜯겨도 절대로 아픈 티를 내지 않는 게 싸움 좀 한다는 개들의 철칙이래요.
낑~ 소리낸다는 건 바로 약하다는 증거거든요.
그렇게 버티다 좀 아파서 할 수 없이 놨어요.
치~ 아직 분이 안풀렸는데....
아빠 앞에서는 바로 벌러덩 드러누워 배를 내보였어요. 꼬리도 흔들었죠.
우리 개들 사이에서는 벌러덩 드러누워 배를 보이는 것은 항복의 표시거든요.
옆에서 보고 있던 엄마가 어머, 어머 산아 널 어쩜 좋으니? 하며 고개를 흔들었어요.
그리고 웃으면서 절 쓰다듬어 줬어요.
아~ 부드러운 엄마의 손길!
아빠도 콩 내 머리를 가볍게 때리더니 "요녀석 진짜 물건이네!" 하며 어이없다는듯 웃었답니다.
아빠, 엄마는 아궁이 앞에서 불꽃을 바라보며 사이좋게 기대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어요.
나도 강이와 함께 아궁이 앞에서 불을 쬐었어요. 널름거리는 불꽃이 예뻤어요.
이쁜이 누나도, 몬순 엄마도 불을 무서워하지만 우리는 불이 겁나지 않아요.
불은 조금 떨어져 있기만 하면 따뜻하고 좋은 거거든요.
저녁도 배불리 먹었고 따뜻한 불 앞에 있으려니 졸음이 와요.
곧 엄마, 아빠도 불 앞에 철문을 닫고 들어갈 거에요.
하암~ 졸려~! 나도 자야지.
이것으로
단비산약초 농장 가족 소개 끝!
농장 얘기가 궁금하거나 우리들 얘기가 듣고 싶으면
다음 단비산약초 카페로 놀러 오세요.
그럼 안녕! 여러분도 살점 많이 붙은 뼈다귀 먹는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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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재미있는 가족입니다. 주인공 산이는 소개도 잘하고 애교도 많고 귀여워요 ^^
고맙습니다. 산이를 대신해 감사드려요. ^^
그런데 산이는 너무 천방지축이라 우리 안에서 지내고 있어요.
종석산 들어오는 초입에 버티고 서서 집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지요.
가랑잎만 바스락 거려도 밤새 짖어서(^^;;) 온식구 단잠을 깨우면서요 ㅋㅋ
난 관상상 산이가 젤 맘에 들어. 이쁘고 구엽고..... 그 산에서 은제 또 능이버섯 닭 백숙 먹어보려나.... 가을에 구절초 축제할 때 맘 맞는 동문들 몇명이 옥정호 메기찜도 먹을 겸 한 번 갈까요? 나물이며 산삼도 사고,... 그냥 혼자 생각해봤음 --_--;;
구절초 축제 때 오시면 몇만평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꿈결처럼 별처럼 빛나는 꽃들을 볼 수 있어요.
저는 그 축제장에서 삼 팔고 있을 거라 능이백숙 대접은 못해드릴지 몰라요. 죄송!!
그래도 오신다면 대환영이지요.
대가족들
행복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