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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의
-자연상태의 소재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특정 작품의 소재로 변하게 되는가?
①현재 진행하고 있는 황주영 학생의 <습작1>은 2월 15일자 [<고치기>1.소설체 문장으로 써보기]에서 시작되었다.
②3월 14일에 같은 소재를 <처음 중간 끝> 형태로 만들어 보았다.
③3월 23일에 같은 소재를 가지고 <서두 설정법>을 시도해 보았다.
④3월 25일에 <주제 정하기와 제목잡기>를 해 보았다.
⑤4월 9일에 <습작1 -화령점정>을 써 보았다.
⑥4월 10일에 <화룡점정>을 반으로 줄여 보았다.
이 모든 과정은 짙은 안개 속에 사람인지 동물인지조차 분간이 안 가는 <문예창작>이라는 것에 접근 해 가기 위한 여정이었다. 이제 그만큼 했으면 안개 속으로 상당히 깊이 들어 선 것으로 여기기로 하자. 마침내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 없었던 안개 속의 대상이 <문예창작법>이라는 사실을 알아보게끔 되었다고 하자. 그리고 이제부터 그 <문예창작법>이라는 것의 구체적인 모양이 어떤 것인지 더듬어 보도록 하자.
1.) 소재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습작1>의 최초 소재는 ①번이다.
그러나 ①번 상태의 소재는 아직 특정 작품이 될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
단지, ‘아, 그거, 무엇이 될 것 같은데…’라는 정도의 막연한 느낌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작가들은 말 할 것도 없이 ‘아,’하고 느끼는 것들을 메모해 둔다.
나에게는 그런 메모들이 수천, 수만이 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수천, 수만의 메모가 다 작품이 된 것은 아니다.
즉 ‘아,’하고 느낀 상태는 아직 특정 작품의 소재가 된 일이 없는 자연상태의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2.) 작품의 소재란 무엇인가?
그러면 자연상태의 소재가 작품의 소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 대답이 ①번부터 ⑥번이다.
즉 ①번에서 ‘아, 저거, 무엇이 될 것 같은데…’라고 느끼고 메모해 두었던 것을 놓고 머릿속에서 궁굴려 온 과정이 ①번부터 ⑥까지였던 것이다.
그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필수 과정이 ①번에서 ‘아,’하고 느꼈던 그 단순한 메모(이야기. 사건)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제는 무엇일까와 거기에 임시 제목을 붙인다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관한 생각(구상)을 하는 일이었다.
참고 : 개인적 습관에 달린 일이기는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 최초의 구상단계를 거의 무의식 중인 것 같은 상태에서 진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진행되어 가는 시간도 천차만별이어서 순식간에 ①번부터 ⑥번까지의 과정이 번개치듯 일어나는 수도 있고, 반대로 몇 날, 며칠, 몇 달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사 몇 달이 걸린다 해도 이 과정에서는 실제로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것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두 가지 정도 외에는 일일이 메모해 두는 일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작법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을 마치 교과서에 나와 있기라도 하듯 실제로 해 본 것이다. 그러나 문학이론서 어디에도 이런 단계를 설명하고 있는 곳은 없다. 이 점을 참고하여 앞으로 창작에 임할 때 처음 얼마 동안, 그러니까 익숙해 질 때까지 이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 과정을 의식적으로 의식하면서 ①번부터 ⑥번까지과정을 진행하는 연습을 해 보기 바란다.
①번부터 ⑥까지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났든 몇 달이 걸렸든 무의식적인 듯한 상태에서 머릿속에서 궁굴려온 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⑥번의 <줄거리>가 형성되는 과정까지 왔다면 이제부터는 창작 메모를 해 두는 작가들이 많을 것이다. 특별히 소설의 경우는 그렇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 상태의 소재가 특정작품의 소재로 선택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 <아웃라인>이라고도 하고 <요약>이라고도 하는 최초 단계의 <줄거리>가 형성되어야 가능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한 편의 작품이 될 수 있는 소재는 최초의 자연상태가 아닌 기본적인 이야기 <줄거리>가 형성된 상태의 소재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기본적인 이야기 <줄거리>가 형성되기 전에는 자연상태의 소재가 수천, 수만이 된다 해도 햇빛을 볼 수 없다. 현재 학생들이 쓰고 있는 <문학일기> 한 편 한 편은 모두 다 자연상태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3.) 창작의 최초단계
이상에서 설명한 것은 창작의 최초단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관해서였다. 이것은 교과서에는 안 나오는 과목이다. [형상과 개념]에서도 극히 부분적인 힌트만 주고 있을 뿐 오늘의 강의처럼 상세하게 진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단계는 창작과정의 최초의 최초 단계, 예를 들면 ‘그 여자를 어디서 한 번 본 것 같은데…’라는 상태에서 무의식 중에 그 여자를 자꾸 생각하게 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법을 익히기 위해서, 즉 앞으로 한 편의 새로운 작품을 쓰려고 할 때마다 ①번부터 ⑥번까지의 단계를 의식적으로 거쳐서 작품의 소재를 만드는 일을 연습하기 바란다.
위에서 이미 말하였지만 이 단계에서는 아직 입 밖으로 ‘내가 지금 어떤 작품을 구상 중에 있다’고 말 할 단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은 대개 이 단계에서는 한두 가지 정도 외에는 전 과정을 메모하지 않는다. 아직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 구체적인 것이 없는 상태에서 머릿속에서 궁굴리기만 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작을 하기위해서는 이 과정이야 말로 필수 과정이다. 많은 문학지망생들이 문학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은 이 단계를 공부하지 않은 채 자연상태 소재를 가지고 곧장 글을 쓰려고 하는 데서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그 여자를 어디서 본 것 같은 데…’라는 단계가 없이 그 여자가 보고 싶어지겠는가?
4-1.) 창작의 본격 실천 단계
자연상태 소재를 가지고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인 듯 궁굴리는 단계를 지나 마침내 ⑥번까지 오게 되었다면 본격적인 창작 실천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작가가 할 첫 번째 일은 지금까지 진행하여 온 ①번부터 ⑥번까지 과정을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⑥번만 취한다. 따라서 아웃라인, 혹은 요점이라고도 하는 <줄거리>는 메모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특별히 소설과 시작품이 그렇다. 나의 경험으로는 10매 안팎의 서사문학인 수필의 경우는 굳이 ⑥번의 <줄거리>를 메모해 둘 필요까지는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마 내가 익숙해 진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소설과 시작품은 지금도 반드시 메모를 한다. 나는 소설과 시는 창작단계 메모를 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습관들은 작가에따라 다 다르다.
4-2.) 창작의 첫 번째 실천 단계
1) 소재 대상의 발견
⑥번을 놓고 <소재대상>을 무엇이라고 정리하면 될까 생각한다.
2)소재에 대해서 느끼고 상상한 것만 적는다
⑥번을 놓고 각기 다르게 이렇게도 느껴보고 저렇게도 상상한 것을 몇 가지로 적어 본다.
3) 소재에 대한 형상적 발견
1)번에서 정리한 <소재대상>과 2)번에서 각기 다르게 느끼고 상상한 것을 놓고 거기서 이끌어 낼 수 있는 형상적 발견(내가 만들려고 하는 작품의 창작발상)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여기서 주의 할 것은 4-1에서 말한 대로 ①번부터 ⑥번까지 과정은 무시해 버려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①번부터 ⑥번까지 과정은 4-1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소재의 형상적 발견>은 다음을 참고하라.
예) 김학부의 「콩이 된 땀」
‣<소재 대상 발견>
밭에 콩을 심으면서 땀을 흘렸다.
‣<소재에 대해서 느끼고 상상한 것만 적는다>
예1. 콩이 쏟아지는 모습이 금싸라기 쏟아지는 것 같았다.
예2. 유치원에서 공부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귀여운 아이들 같았다.
예3. 어젯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모두 이곳에 쏟아져 내렸구나.
‣<소재의 형상적 발견>
수확하는 콩알이 땀방울처럼 보였다.
2. 공동 참여 습작 토의 과제
◉참여 학생들에게
이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위의 4-2번을 해 보세요. 학생에게 아래 <자연상태의 소재>를 제시하고 거기서 <소재대상>과 <소재에 대해서 느끼고 상상한 것만 적는다> <소재에 대한 형상적 발견>을 숙제로 주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에 대한 대답을 써 보라는 것입니다.
*** 대답은 황주영 학생을 포함하여 평론반까지 모두 이곳 <토론방>2에 적으세요.
<자연상태의 소재>
재작년 가을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동창회에 수소문하여 우리 형제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전화를 걸어 왔었다.
"다른기 아이고, 내가 옛날에 사범핵교 시험됐을 때 입학금이 없어 울아부지가 구하러 댕깄는데, 자네 부친이 도와 조서 내가 입학을 안했더나. 나는 양촌초등학교 선생도 했고 양촌 고등학교,참 니 고등학교는 오데 댕겼노?"
"아, 그라모 내가 서울고등학교로 전근가고 나서 니가댕겼네. 그래서 니를 못봤고나"
"내가 옛날 생각이 나서...니 형님 세분 다 돌아가셨고... 동생들 혼사라도 있으면 내가 참석할까 해서 ...니 아아들 몇이고? 결혼은 다 시킨나? 이 번호로 꼭 연락해라이"
그리 하겠다고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잊어버렸다.
그런데 두어달 전에 또 그가 전화를 하였다. 이제는 내가 빚진 것처럼 되어서, 부산 형님도 KTX로 올라 오시라고 해서 며칠전에 서울역에서 셋이 만나게 되었다.
그는 우리 형제를 금방 알아 보았다.
"어르신, 이 아아가 요번에 사범핵교 입학시험에 합격한 장남입니더"
그의 부친이 소매를 당기며 인사올리라고 눈짓을 했다.
"안녕하십니꺼" 그는 기어드는 목소리로 꾸벅인사를 했다.
"아이구,그래 니가 그 공부 잘한다는 준섭이구나. 장하다"
내 아버님은 허리춤에서 지갑을 꺼내셨다. 그리고 그야말로 빳빳한 만원짜리 지폐 두장을 선듯 내놓았다.
"아이구, 어르신 고맙심더.입학금은 만원만 있어도 됩니더. 담에 꼭 갚겠심더"
"아이다, 됐다 고마.앞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큰 사람되라꼬 주는기다."
60년 전에 그렇게 그는 그당시 수재들만 입학했다는 사범학교에 입학하였다.
초등학교 교사로 출발하여 야간대학을 마치고 중등교사, 국비 유학을 마치고 대학교수, 대학총장까지 하고서 은퇴를 하였다고 했다. 그의 개인적인 성공 뿐만이 아니라 그의 수많은 제자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그들이 또한 성공한 모습들이 보였다. 그는 자기 자서전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듯했다.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형님한테 말했다.
"와아! 그양반 참 기억력도 좋네. 일흔 여덟에도 그 많은 사람들 이름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그러게. 저 나이에 정말 신나게 말도 잘한다 아이가. 아부지가 저 얘기를 들었시모 참 기쁘실끼라"
굳이 두 번씩이나 우리에게 전화한 이유도 그의 자서전에 마지막 남은 화룡점정을 하기위함이었으리라.
첫댓글 행여 선입관을 심어 줄 수 있으니,저는 선배님들의 글을 보고 나서 올리겠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기대합니다
저는 3월과 4월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던 관계로 이것이 숙제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곧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