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 중에 하나가 바로 ‘연금’일 것이다. 특히 공적연금과 관련된 사항들이 큰 쟁점으로 부상해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연금’과 관련된 이슈가 많다는 것은 바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고령 사회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도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들에게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도 늘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최대 20만원까지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했고,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복지 예산도 처음으로 전체 예산의 30%가 넘는 115조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인구구조가 고령화 되는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복지 관련 지출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14년 사회보장위원회 자료를 보면 2060년 국내 공공사회복지지출은 GDP 대비 약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으로 잠재성장률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가의 복지재원 마련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가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본인의 노후준비는 본인이 신경을 써서 준비해야 할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 충분히 경제적 노후 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나마 직장인 등이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라도 하는 노후준비가 있다. 바로 ‘국민연금’ 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많다. 월급 명세서를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직장인이 내는 국민연금 납입액은 소득의 4.5%로 (9% 중 4.5%는 회사가 지원)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아깝다는 마음이 들어, 젊은 직장인이라면 차라리 적금이나 연금보험 등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을 하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이 ‘2060년’이면 고갈된다는 뉴스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운용 수익률이 4.2%로 주요국 11개 연기금 가운데 절대수익률이 꼴찌라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낮은 수익률은 2060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초리는 점점 냉랭해 지고 있다.
여유가 생기면… 과연?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노후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으면 대부분 국민연금 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한달 월급만으로는 생활비, 자녀교육비, 대출 상환액 등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워 노후준비를 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2013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50대나 이미 은퇴한 60대들도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조사 대상자의 약 40%). 이러한 현상은 정말 저축할 여력이 없어서 일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행동 경제학적 편견이 작용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본인의 미래를 매우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낙관주의, 당장의 만족을 위해 장기적인 목표를 포기하는 자기 통제 편견, 의사결정을 빨리 하지 못하고 미루는 심리 등이 본인의 노후준비를 방해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고갈 걱정 대신 노후 준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점이 있다. 바로 경제적 노후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질문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2013년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 방법으로는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등 공적연금이 73.6%(중복응답)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그렇다고 별도의 노후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가입이 예비 은퇴자들의 예상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예비 은퇴자들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기대되는 노후 예상소득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자율적으로는 노후준비를 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기에 강제적으로라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직 은퇴가 먼 20~30대인 경우 국민연금이 노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번 국민연금을 실제로 수령하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예상수령액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아직 젊다면 가입기간이 길어질 것이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받을 수 있는 예상 수령액도 늘어날 것이다. 예상 수령액이 얼마인지는 국민연금관리 공단 홈페이지(www.nps.or.kr) 또는 콜센터 1355로 전화해 문의하면 된다. 참고로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4년 1월 현재 20년 가입자들의 평균수령액은 월 79만원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혹시 기금이 고갈되어 나중에 받지 못하는 게 아닐까 라는 걱정보다는 나의 노후를 먼저 걱정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가가 최종적으로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국가가 존속하는 한 반드시 지급되며, 설령 적립된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 하더라도 그 해 연금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그 해에 걷어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서라도 연금을 지급합니다” 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오히려 금융회사의 금융상품보다 안전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개인연금과는 달리 물가가 오르는 만큼 연금 수령액도 같이 올라간다는 매우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50대의 고민, 조기 노령연금 수령해? 말아?
조기 노령연금이란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납입하면 정해진 지급 시점부터 평생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필요 시 연금 지급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출 수도 있다. 미리 받는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는 점점 늘어나 13년 말 기준으로 약 40만 5천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노령연금이란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면서 소득이 없는 경우 지급 개시 연령 5년 전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한 제도이다. 만약 50대 중반인 경우 자녀 교육 등 한창 지출이 높은 시기인데 직장에서 퇴직을 했다면 조기노령연금 신청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조기 노령연금을 받으면서도 근로소득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근로소득이 있으면 무조건 조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근로 소득 기준이 있는데, 월평균 소득 금액이 ‘최근 3년간의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의 평균액’(2014년도 기준으로는 1,981,975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 만약 이 기준을 초과하는 소득이 있다면 연금 지급이 정지되고 소득에 맞추어 국민연금에 재가입 해야 한다.
참고 : 일반 노령연금 수령 나이와 조기 노령연금 수령 가능 나이(국민연금공단)
버틸 수 있다면 조기 수령 신청은 하지 말자
조기 노령연금은 연금 수령 나이가 되기 전에 미리 수령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금 수령액은 원래 지급 받기로 되어있던 나이에 받는 것보다 줄어든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1개월마다 0.5%씩 감액되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최장 5년(60개월)전에 미리 청구하면 30% 줄어든 연금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1959년생의 경우 지급률은 만 61세에는 기본 연금액의 94%(0.5*12=6%), 만 60세에는 기본 연금액의 88%, 만 59세에는 기본 연금액의 82%, 만 58세에는 기본연금액의 76%, 만 57세에는 기본 연금액의 70%가 된다. 즉, 만 56세에 받았다면 62세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의 70%를 평생에 걸쳐 받게 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가입 기간이 짧아져서 받게 되는 수령액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참고 : 1957~60년도에 출생한 사람이 조기 노령연금 신청 시 지급률 (국민연금공단)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해야 할지 그냥 지급개시연령에 신청해야 할지 고민하는 50대들이 많은데, 경제적으로 형편이 매우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는 방법 등으로 버티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원래 받기로 약속된 나이에 받는 것이 연금 수령액도 많아 여유롭고, 80세 이상 생존한다고 가정하면 조기연금을 받는 것보다 약속된 나이에 받는 것이 연금 수령 총액도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취업 기회가 있으면 조기 신청은 최대한 미루는 것이 좋다. 주변에 조기 연금을 수령하시는 분들 중에는 재취업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 노령연금을 받기 때문에 일할 의지가 약해져 일할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도 본 적이 있다.
조기 노령연금을 수령하면, 일반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와 비교 시 얼마나 차이가 날까? 예를 들어, 일반 노령연금을 수령하면 5년 일찍 조기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것에 비해, 남성은 약 2천360만 원(80세까지 산다고 가정), 여성은 약 3천780만 원(85세까지 산다고 가정)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평균 기대수명만큼은 살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면 되도록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경제적으로 상황이 너무 어렵다면 조기 노령연금을 받는 것이 나으므로, 조기연금을 신청할지 말지는 본인의 상황에 맞게 신중히 결정하도록 하자.
참고 : 55년 1월생이 90년 2월 가입해 2010년 1월까지 20년간 월평균 200만원 소득 가정
기대수명은 2008년 통계청 자료 기준, 부양가족연금액은 포함하지 않음
(국민연금공단 뉴스레터, 2009년 11월 27일 발간)
반대로 연금지급을 연기시킬 수도 있다. 연기 연금이라고 하는데, 1회에 한하여 연기 신청을 할 수 있다. 최대 연기 기간은 노령 연금 수령 개시 연령부터 5년 동안 할 수 있고, 한 달 연기 시 월 0.6% 씩 연금액이 늘어나 최대 36%까지 연금액을 늘릴 수 있다. 매월 70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연기 연금을 활용하면 5년 뒤 받으면 월 수령 금액이 약 95만 원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매월 수령액은 더 높아진다.
노후는 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루고 미루기가 쉽다. 강제적인 노후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별도의 노후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으로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 강제만 아니어도 가입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보다는 국민연금을 믿고, 조기 수령 또는 연기 수령 등 본인에게 유리한 신청 방법을 찾아보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