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9>
예정보다 늦게 탑승이 시작되어 기내에 들어서는데 얼핏 보아도 중형 중고차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화체험으로 태국에 갈 때와는 딴 판이다. 한동안 굉음을 내며 엔진이 도는 가 싶더니 미친 개처럼 활주로를 달려 순식간에 날아오른다. 어릴 적 마을 뒷산 소나무에 그네를 매고 동생이 힘껏 밀어 하늘로 날아오를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출발 전 이동통신사 창구를 찾아 로밍을 하려 했지만, 내 핸드폰은 로밍이 되지 않는 기종이란다. 친구에게 역사적인 순간을 전하려 했건만 통화권이탈 문자가 뜬다.
옆자리에 앉은 노부부의 대화를 엿듣는다. 아마도 아내는 외국여행을 자주 한 모양이다.
“ 버터는 빵에 발라 먹는 거야. 왜 음식에 찍어 바르고 그래. 컵은 거기 홈이 파진데 올 려놓고,
그래야 엎질러지지 않지. 왜 자꾸 밖을 쳐다보구 그래. 촌스럽게... ”
아마도 여자는 좀 더 멋진 외간 남자와의 여행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기내에서 바라본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강이며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호수, 그리고 인간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객기를 보여주듯 거미줄처럼 연결된 도로는 감탄을 부른다. 또한 KTX 기차 한 칸을 떼어놓은 것 같은 이 덩치를 탈 없이 날 수 있게 만든 인간의 능력이 믿기지 않는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담배 한 보루를 샀는데, 기내에 두고 내린 게 두고두고 아쉽다.
<2.14.12.30>
5시간 비행하여 하노이에 도착했다. 씨엠립공항에 가기 위해 탑승구를 알아보는데 티켓에 적힌 시간과 하나투어에서 나눠준 인쇄물의 시간이 서로 달라 애를 먹었다. 결국 하나는boarding(탑승)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출발시간이었다. 어두워진 무렵에야 씨엠립에 도착하여 현지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아들 둘을 동반한 부부와, 이모와 아들 둘을 동반한 가족, 그리고 노부부와 나 이렇게 11명이 출발하였다.
첫날밤 묵게 된 APSARA HOLIDAY HOTEL은 고풍스런 외관에 아름다운 실내수영장 그리고 아늑한 로비를 가지고 있었다.
새벽 6시에 뷔페식으로 차려진 아침을 먹고 앙코르왓트로 이동하여 사원을 관람했다. 오전에 그 크고 웅장한 사원을 둘러본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간편하게 보고 오후엔 툭툭이로 바이욘사원과 타프롬사원을 관람했다. 사원의 구석구석 잠식한 나무 뿌리는 곰팡이처럼 사원을 고사시키고 있었다.
저녁으로 김치전골을 먹고 씨엠립 번화가인 유러피안거리 라이브카페에 들어가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한국인3세 가수의 열창에 모두들 열광한다. 유러피안들에 의해 점령된 이 거리는 그들만의 여유로움과 자유로움, 열정이 넘치고 거리의 캄보디아 여인과 술은 그들을 위한 유희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내 핸드폰은 여전히 한국시간을 가리키고 통화권이탈 중이다.
<2,14.12.31>
올해 마지막 날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맘이 울적하고 사람 만나기가 싫었는데(그게 싫어 이번 여행을 계획했지만), 나는 이미 동양 최대의 호수를 만날 일에 들떠 있다. 톤레삽호숫가에 수상가옥을 짓고 살아가는 원주민의 모습은 순수 그 자체이다. 물 위에 지어진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아이들의 꾸밈없는 표정을 보고 행복감에 젖어든다. 호수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선착장에 ‘천원, 1달러’ 를 외치며 구걸하는 아이를 보고 외면할 수가 없어 천 원 짜리 하나를 건네자 그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나는 그들을 피해 버스에 오른다. 어린 아이들의 눈에 살기가 느껴지자 나의 선의의 행동에 후회가 뒤따른다.
점심은 샤브샤브 요리인 수끼를 먹고 왓트마이 관광에 나서 유리 안에 전시된 수많은 해골을 무덤덤하게 카메라에 담는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중간 중간 끼워진 쇼핑관광. 관광지를 좀 더 편안하게 보여주기 위한 배려보다는 가이드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상품팔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원주민이 위험을 무릅쓰고 채취했다는 목청을 50달러를 주고 구입한다.
석식 후 씨엠립을 출발하여 하노이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밤 10시가 지난 시각이다. 고막을 찢을 듯한 통증에 정신이 없다. 가이드와 미팅 후 버스로 하롱베이로 이동하는 동안 새해를 맞이한다. 밤 늦게 STARCITY HALONGBAY HOTEL에 투숙하여 여장을 풀고 잠을 청한다.
<2015.1.1>
사흘째 일정을 소화 중이다. 호텔에서 선착장까지는 5분 거리. 가이드(하나투어)가 임대한배가 대기하고 있었다. 유네스코가 보호해야 할 세계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만한 이유는 충분해 보였다. 눈앞에 펼쳐진 정경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자연에 빠져든다. 항루원이라 불리는 스피드보트를 타고 숨겨진 비경을 감상하고 선상에 마련된 각종 해산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저녁으로 오겹살을 먹고 재래시장을 둘러보고는 베트남 전통맛사지로 쌓인 피로를 푼다.
<2015.1.2>
여정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조식 후 하노이로 출발하여 호안키엠호수와 옥산사를 둘러보고 우리나라의 인사동을 떠올리게 하는 36거리를 전동차를 타고 둘러본다. 그리고 하노이 문묘, 바딘광장을 둘러보고 WEASEL COFFEE(족제비똥 커피)를 사고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네 시간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밖의 기온이 영하 10도에 이른다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들린다.
<2015.1.3> 새벽 5시 30분 경 도착
*캄보디아 비자발급시 30불이 소요되는데, 이들은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해서 나는 애초에 31불을
여권 안에 끼워서 건네주었다. 참고로 캄보디아 국제공항의 경우 탑승게이트가 수시로 변경되어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총상품의 가격이 993,500원이고
나의 경우 침대를 혼자 사용하여 추가비용이 14만원 발생하였다.
최소 출발 인원은 8명인데, 11명의 인원이 출발하였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6.25 22:24
첫댓글 누드만 찍는줄 알았는데 아니네~^^
여행가서 원주민들한테 주려고 샀거든.
담배 한보루와 통화권 이탈만 빼면ㅋㅋ
앙코르 여행으로 앙코르왓 강추드립니다
부러우면 지는거라고 해서...오케이 여기까지~!
진짜로 더 가고 싶다. 앙코르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