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웅 具英雄 미카엘 Koo young-woong
1939년 출생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자문위원.
광주광역시 사진대전 초대작가.
광주 비엔날레, 전국 촬영대회 심사위원 역임.
전국 사진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개인전
1회··인간과 자연. 2회··외국 풍경.
3회··한국의 사계. 4회··CD사진전.
5회··나자렛집 돕기 사진전.
6회··에티오피아 어린이 돕기 사진전.
7회··사진과 수필의 만남.
미국 Columban Mission 게재.
아일랜드 FAR EAST 게재.
유네스코 ETERNAL ASIA 게재.
음악
광주광역시 교향악단 창립 단원.
육군 제7군악대 복무.
은빛 오케스트라 지휘자.
국립극장 뮤지컬 공연.
문예
에세이스트 신인상 등단.
계간 수필 71호, 78호 게재
월간 에세이 2015년 1월호 게재.
후지 파노라마 제12호 게재.
Photography 2002년 7월호 게재.
PHOTO WORLD 2002년 9월호 게재.
수상
IPA국제 사진전 금상.
한국 사진 촬영대회 금상.
호남예술제 7회, 11회 합주 최고상.
대통령 면려 포장.
황조 근정훈장.
저서
구영웅 사진 작품집 1982.
다른나라, 그들의 세계 1985.
한국의 사계 1991.
CD로 보는 한국의 사계 1999.
사진과의 대화 2002.
사진과 수필의 만남 2015.
E-mail: kyw39@naver.com
Cafe: http://cafe.daum.net/kywhero
사진과 수필의 만남
원로 사진작가 구영웅씨의 수필집이다. 77세인 작가는 7번의 개인전을 열 때 마다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해 왔다. 비엔날레와 전국 사진전 심사위원이기도 한 구씨는 국제 사진전에서 금상을 받는 등, 국내외에서 백 여 차례 수상하였으며 해외 잡지에 활발하게 게재해왔다. 이 수필집에는 한국의 풍경 과 어린이의 천진스러운 표정을 담은 사진작품 100여점이 수록되었으며 사계절을 주제로 한 수필 40 여 편으로 편집되었다.
일본이 태생인 그는 세계 2차 대전과 6.25전쟁 등 상처 입은 우리나라의 역사들을 수필집에 리얼하게 기록하고 있다.
사진작가이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기도한 특이한 경력의 작가는 요즘은 수필쓰기에 황혼의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저서로 ‘사진과의 대화’ ‘사진과 수필의 만남’등 5권이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사진CD를 출간하기도 했다.
사진과 수필의 만남
저자; 구영웅 010-2621-4213
쪽수: 250쪽(컬러판 50쪽 포함)
출판사: 도서출판 아름다운 세상 062-232-0048
발행일: 2015년 2월 1일
수록 사진 작품: 컬러 103점
수록 수필: 40편
구입처: 영풍문고 종로점. 광주점.
이메일 kyw39@naver.com
아내와 나
1973 - 2014
계간 수필 2013년 봄호 게재
오래 사는 부부는 전생에 원수라고 도하고, 전생에 좋아했던 사람이 부부가 되면 한 쪽이 일찍 간다고도 한다. 부부간에 희로애락을 같이 나누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하도 많이 일어나서 생겨난 말일 것이다.
나와 아내는 혈액형이 O형과 A형이다. 성격이 반대이고 행동의 완급 또한 상반된다.
나는 언제나 동작이 너무 빨라 손해를 본 적이 많다. 무슨 약속이 있으면 정한 시간보다 30분 정도는 빨리 가서 기다려야 직성이 풀린다. 또 어떤 일로 화가 치밀면 그 일에 상관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해야 하지만 급한 나머지 죄 없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트집을 잡아 성질을 부리고 만다.
빨리 화를 내는 나에게도 좋은 점은 있다. 무섭게 화를 내지만 그 순간만 넘기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말짱하다. 커피를 마실 때도 나는 향을 음미하며 여러 번에 나누어 마시질 못한다. 단숨에 마시고 빈 컵을 접시에 ‘딸가닥’소리를 내며 놓아야 직성이 풀리니 남 보기에 좀 민망할 때가 있다.
나는 여러 가지 악기를 배웠다. 손수 만든 피리를 필두로 오르간을 거쳐 피아노와 트럼펫, 그리고 아코디언과 플루트까지 배웠다. 물론 처음 배울 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빨리 배운다. 진도가 너무 빨라 지도하는 선생님이‘조금씩 조금씩’ 하시며 일부러 진도를 늦췄다. 다른 사람과 너무 차이가 나게 앞서가기 때문이다. 그 대신 실증이 나는 것도 빠르다.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악기도 뛰어나게 하질 못했다. 나이가 이만큼 됐으면 어떤 악기 하나쯤은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추었음직도 한데 모두 그만 그만하게 겨우 친목회 무대용으로 씀직한 실력 정도이다.
독서를 하는 것도 그러하다. 잔소리가 길어지면 몇 장씩 뛰어넘고 만다. 그러니 내용을 알차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운동 경기 중에서 야구를 가장 좋아한다. 체육 수업을 할 때면 야구를 자주 하는데, 이 때 심판은 담임인 내가 보기 일쑤이다. 각루마다 한 사람씩 보아야 하지만 그럴 인원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흔히 나 혼자서 홈과 1,2,3루를 전부 맡아서 본다. 이때는 빠른 동작의 내 특기가 효력을 발휘한다. 허리를 굽히고 눈을 부릅뜨고 두 눈동자를 굴리며 타자가 공을 치는 즉시 1.2.3루를 빠르게 직시한다. 그리고 재빠르게,
“홈잉, 1루 아웃, 2루 세이프, 3루 아웃”
이렇게 큰 소리를 지르면 누구도 감히 항의를 못한다. 내가 생각해도 놀랄 만큼 정확한 심판이다. 직원 체육대회 때도 심판을 보았는데 경기가 끝 날 때 까지 항의 한번 받아본 적이 없다.
이제 아내 이야기를 해보자.
약사인 아내와 결혼하게 된 기막힌 사연은 차치하고 아내에겐 내가 범접 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약국의 약이 천 여 가지인데 그 약 이름과 효능 하며 진열되어 있는 위치까지 모두 외우고 있다. 나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부분이다. 또 행동은 느리지만 필기 속도는 매우 빠르다. 신약과 구약성경을 모조리 공책에 필사 해 놓았지 않은가? 나 같았으면 1년도 2년도 더 걸릴 시간인데 언제 그것을 다 썼는지 존경의 염을 금할 길이 없다.
그리고 아내는 육감이 매우 발달하였다. 사소한 거짓말이나 행동도 육감으로 알아차린다. 나 같은 머리로 아내를 속이려고 한다면 그것은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처갓집 식구들에 대하여 관심이 적고 정도 깊지 않다. 그러나 아내는 반대다. 나의 형제들에 대하여 지극 정성이며 그들의 좋은 점만을 언급한다. 삼십 여년을 살아온 동안 시아제와 시숙에 대하여 불평이나 험담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총각 적에 어려운 생활 속에 결혼 하느라 아내에게 반지 하나를 변변하게 못해줬고 외상으로 구입한 예물 반지 대금은 결국 아내가 갚았었다.
만약 상황이 나와 바꾸어 졌더라면 아마 나는 수시로 밴댕이가 기어 올라왔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부부 싸움에서 조차 이런 나의 약점을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내는 안방이 없다. 음악을 좋아하는 내가 아예 안방을 음악실 겸용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내의 회갑 때의 일이다. 회갑연에 처남들을 초대 하는 문제로 마음껏 축하 해 줘도 부족 할 판국에 오히려 크게 아내의 마음을 상해 주고 말았다. 아내는 마음 상한 모든 일을 자신의 가슴 속에 묻어버린다. 느리다는 것은 상대적이어서 나의 행동이 워낙 빠르니까 아내가 느리게 보이는 것이리라.
오늘도 아내는 콩나물 다발을 쏟아 놓고 한 개 한 개 다듬으며 내가 답답해 할까봐 오히려 나의 눈치를 보고 있다.
아내와 나를 비교하여 정리하여 본다면 대부분이 반대이다. 나는 학창시절 성적이 나빴으며 아내는 좋았다. 내 동작은 매우 빠르지만 아내는 매우 느리다. 성격 또한 나는 매우 급하지만 아내는 매사를 침착하게 천천히 한다. 아내는 저녁 식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잠들지만 나는 매일 자정이 넘어서가 아니면 새벽에야 잠자리에 들어간다. 아내 목소리는 우렁차고 저음이지만 내 목소리는 가늘고 고음이다. 아내는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아 시원하다!’ 하지만 나는 ‘아 뜨거워!’ 한다. 목욕시간이 나는 10분이지만 아내는 2시간이다. 아내와 다툰 후 나는 30분이 지나면 평상시로 돌아가지만 아내는 3일 동안 눈을 마주 치지 않는다. 미술 전시장에 아내와 들어서면 나는 벽을 대각선으로 훑어보고 나와 버리고 만다. 그리고 산책길을 한 바퀴 돌고 자판기 음료를 몇 잔 마셔야 걸어 나오는 아내를 만날 수 있다. 그래도 아내와 나는 39년간을 아무 탈 없이 살아왔다. 부부는 전생에 원수도 아니고 단짝 친구도 아닌 것 같다. 살아가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분배 재배치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