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배우는 글쓰기 교본
2015-01-21 처음으로 배우는 글쓰기 교본.hwp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2015. 1. 22 그래도
나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말이든, 글이든, 행동이든 포장이 대부분이다. 내용물이 좀 더 근사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포장이듯이 나 또한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내가 부끄럽게 여기는 부분을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나를 티 나지 않게 포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좋은 글은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나에게 정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이 써 지지가 않는다.
가장 자기 엄마다운 이중성을 낱낱이 까발리는 선생의 글을 읽으며 소리 내어 웃었다.
엄마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평생을 함께 한 선생께서 그러실 때는 그것마저 특별한 사랑으로 느껴진다. 있는 그대로의 엄마를 엄마가 편안히 여기시는 곳에 머무시도록 하며 딸로서, 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한 인간을 사랑하는 것 같아서.
선생의 글은 솔직하다. 읽으면 언제나 예리한 종이 날에 마음을 벤다.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듯 선생의 글을 읽고 나면 내가 좀 더 나은 선택을,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내가 가진 인간적인 약점을 위로받게 된다. 그리고 그 어떤 경우에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 단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게 만든다.
같은 사건이라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이냐는 별 의미가 없다. 자기 나름대로의 진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곡된 지각이 많다. 그건 그만큼 내게 결핍과 상처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아프다.
“순전히 기억만으로 썼다”는 이 소설책?
그 기억은 선생만의 것이기에 그냥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2015년에 글쓰기의 교본으로, 선택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시간을 두고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할 책이다.
아이들에게는 물론 나에게도 “기억과 묘사”를 제대로 배우게 해 줄 것 같아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