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강원펜문학상 수상자 김학주 시인 선정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강원지역위원회(회장 이갑창)는 2014년 7월 22일(화) 오전 11시 속초청해학교 교장실에서 「제13회 강원펜문학상」및「제10회 강원펜번역작품상」수상자 선정을 위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였다.
강원펜문학상 규정 제4조, 제5조에 의거, 심의위원회 의장 이갑창, 심의위원 박유석, 권정남, 이화주가 심의한 결과, 「제13회 강원펜문학상」수상자로 김학주 시인의 시 ‘어머니의 헛기침’외 4편을 수상작으로 선정 하였다.
김학주 시인의 수상 작품 ‘어머니의 헛기침소리’는 우리 삶에 있어 원초적 이미지인 어머니를 시적 소재로 삼아 발상의 전환을 통한 번뜩이는 감각적 언어로 형상화한 수준 높은 작품이다. 자칫 일상적 감상이나 서정성에 빠질 수 있는 시적 소재 이지만 ‘헛기침 소리’를 통하여 어머니의 힘든 삶을 적절하게 표현하였고, ‘아버지의 투망’ 또한 ‘투망’을 통하여 아버지의 고된 삶을 예리하게 묘사한 수준 높은 작품들이다.
대부분의 문학작품들에는 항상 크고 작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더구나 언어절제와 함축이 생명인 짧은 시속에서 작가는 주인공 화자話者를 통하여 개성있는 케릭터를 창출해냈으며 그 발상이 신선하고 뛰어났다. 그 외 ‘조선의 낫달로 피는 메밀꽃’과 ‘플렛폼의 두 그림자’와 ‘섬의 기원을 찾아’ 세 편 모두 긴장감 있는 시어로 표현한 작품으로 흡사 씨줄과 날줄로 직조한 팽팽한 천을 기는 듯한 느낌이드는 작품들이다.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수상작품 ‘ 어머니의 헛기침소리’ 외 4편이 고르게 예술성이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학주 시인은 1993년 시전문지「포스트모던」과「심상」으로 등단을 하였다. 한국문학 예술상, 서포문학상, 강원문학 작가상, 한국불교문학상, 강원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는 「빈손의 아침」외 2권을 상재 하였고, 강원문협 감사, 강릉문협 이사, 강원펜문학 부회장 등 활발한 문학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정선에 근무하는 동안 활동이 저조했던 ‘정선문인협회’를 재활성화 시켜 2013년에는「정선문학창간호」를 발간하고 ‘정선문학상’을 제정하여 정선지역 문학발전에도 큰 공헌을 하였다.
현재 정선경찰서 정보과에 근무하고 있다.
한편 제10회 ‘강원펜번역작품상’ 은 특출한 작품이 없어 금년은 수상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김학주 약력
- 시 전문지 『심상』등단
- 시집 『빈손의 아침』, 『바다를 건너는 들풀』, 『새벽이 갈대숲을 적시듯』간행
- <한국문학예술상>, <한국불교문학상>, <이육사 문학상>, <서포 김만중문학상>, <강원문학상> 등 수상
- 현재 계간 <시인정신> 기획 편집위원, 강원문협 이사, 강원펜문학 부회장, 강릉문협, 관동문학 회원
- 현재 정선경찰서 재직
수상소감
2014년 유난히도 힘들고 어려움속에 살아간다. 모두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아픔만 생각하기엔 너무나 긴 시간들이기에 서로를 부여잡고 희망이라는 작은 씨앗을 뿌리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내 삶에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시창작이라는 행위를 통해 지속적으로 물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그리고 금번 수상의 영광을 기쁨과 함께 채찍으로 겸허히 받아 드린다.
인간은 누구나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특히 체험이나, 사상, 감정 등을 표현하고자 한다. 금번 강원펜문학수상의 계기로 향후 표현하고자 의도한 것과 그것이 실제로 표현된 결과인 작품이 서로 일치하는 시를 쓰고자 한다는 것을 함께 밝혀 둔다.
아무쪼록 강원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수상의 기쁨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이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수상작품 5편
어머님의 헛기침
김학주
전나무 바람이 마른 잎에 둘러앉아 저녁을 불러들였다,
어버지가 소 등에 그늘을 얹어 산 구비 돌아오시던 날처럼.
생솔가지 태우는 역기는 치맛자락 쑥색 주름이었다.
사람 몇 켳 갈잎처럼 흔들리다 사라지는 등에 대고 검둥개 소간 떨면
삽작길 따라 멀리 따라나서는 어머니의 헛기침 소리
꼬마전구의 불빛처럼 조금씩 사방으로 퍼져나가다가……
이윽고 잔뜩 흐려진 사립문 밖으로 걸어 나가신다. 어머니
어머니의 등 위로 진눈깨비 내리고
살갗의 뼈들이 허옇게 드러난 가을도 젖은 잎을 밟으며 지나갔다.
남아 있는 것. 여물 끓는 소리 같은 그리움이었다.
아버지의 투망
아버지는
계곡처럼 등이 굽은 아버지는
파도에 젖은 신발을 벗어놓고
갯벌에 연체동물처럼 누우셨다.
태풍이 한차례 지나갔다.
포구에서는 성난 파도에 치인 뱃고동이 물살을 몰고 다녔다.
폐그물처럼 낡아가는 작은 배들이
섬처럼 떠다니는 바다
아버지는 꿈속에서도 소금 뿌리 듯 바다를 향해
투망을 던지셨다.
욕망이 꺾인 성기를 일으켜 세우듯.
아버지는 바다를 일으켜 세우고 헝클어지는
키 작은 바람소리를 듣고 있었다.
조선의 달로부터 시작되는 메밀꽃
초여름이 올 무렵…
봉평. 그곳에 가면
조선의 향기에 몸져누울 것 같은 보고픔 하나를 맞는다.
허생원이 동이를 당나귀에 태우고 흑백영상으로 돌아오던 날
장터에서는 엿장수 가위질에 신명난
엿가락 같은 달콤한 시간이 물레방아를 돌리고
서두르고 허둥대던 도시의 고삐에 매였던 공간들이 이곳
메밀꽃 숲에서 소금빛 바다로 출렁인다.
촌로의 탁주잔에서 흔들리는 소리 가락 몇 소절 풀어낼 즈음
조선의 달로부터 시작되는 메밀꽃
황톳길 굽이굽이 방울 소리 매달고
순백의 사랑 하나 휘어잡고 있었다.
플랫홈의 두 그림자
흰 살로 백사장이 악기처럼 누워있다
그 시간,
정동진역 플랫폼으로 저녁이 몰려온다
몇 해 전. 집을 나간 한 켤레의 커다란
신발은 문자메세지 한 줄 없다
우체통을 바라보며
밤새 가슴앓이를 하던 노모. 그녀의
머리위로 흰서리가 뿌옇게 내리고
우리들의 잔뼈는 교각처럼 단단해졌다
늦은 밤,
어제처럼 으레 몰려드는 어둠은
지상의 그림자들을 하나둘씩 지웠다
무임승차권을 손에 들고 떠난
노모의 그림자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 동안
대합실에 걸린 벽시계가
내 그림자를 반쯤 허물고 있었다.
섬의 기원을 찾아
등뼈에 천사의 날개를 달아준다 해도
그는 뭍으로 가지 않으리라
해안선 밖.
발목 빠지는 어두움이 제 살을 풀어 오고
들짐승 울음소리 사라진
한 점의 화석으로 남아 있을지라도
그는 침묵하리라
그의 가슴에 무수히 많은 돌을 얹어도
바다의 깊이를 모르고
비행하는 흰배추나비를 위해, 결코
가라앉을 줄도 모르리라
수평선 위에 앉아
연꽃으로 해탈하는 공양보살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