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창작하는 청소년들이 아름답습니다.”
김태철(시인,극작가,한국디미고국어교사)
1.우리 청소년들을 둘러싼 현실의 싹
전태일이 청소년 시절 꿈을 키운 평화시장의 경기도 얼어붙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금융시장체제 하에서의 금융자본이 기업대출 등 생산적 투자보다는 주택모기지 투자 등에 주력하면서 환율대란, 금융경색, 주택가격 폭락으로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와 가정을 해체하고 있습니다. 끝없고 맹목적인 추락은 어디까지 지속될까요? 우리 청소년들의 삶과 문학은 우리 경제현실과 부모님들의 고통스런 삶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지구 위의 모든 나라들이 참가하여 이룩하는 세계경제는 20세기에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공산주의권의 탄생과 멸망에 의한 세계경제의 분열과 단일화,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한국전 및 월남전, 1929년의 세계대공황에 버금가는 1974-75년의 세계대공황과 아직도 계속되는 장기불황의 끝은 어디일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청소년들이 발견한 인간 문제에서도 “노동자도 인간이다”라는 전태일의 뜻도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국제 투기자본을 비롯한 외국자본이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금융을 모두 장악하여, 생산된 국부나 이윤이 국내 경제의 각 부분에 재투자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한국은행에서 충격적 금리인하를 단행해도 서민들의 대출이자는 10%를 육박하는 고금리정책로 일관되어 민중의 삶은 도탄에 이르고 청소년 부모들의 생활고는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금융자본이 기업대출 등 생산적 투자보다는 주택모기지 투자 등에 주력하면서 주식시장붕괴,신용대란, 주택가격 폭락 등을 야기하고 있어 한국청소년들의 학부모들인 중산층들과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지속되고 가정이 해체되고 있습니다.
특히 심각한 분야가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한 가정의 해체입니다. 전세계 이혼율 1위,50만쌍이 결혼하고 40만쌍이 이혼하는 현실, 그리고 내버려지는 우리의 아이들. 비정규직의 폭발적 증가와 고용불안 심화에 따른 소득감소, 소비저하, 내수시장 침체 등으로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성장을 일으킵니다. 뿐만 아니라 키코(KIKO)라는 금융 파생상품에 발을 잘못들인 중소기업들은 ‘흑자도산’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 ‘빌게이츠의 꿈’을 저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엄혹하고 차디찬 현실이 우리 청소년들의 ‘창작의 눈’에 어떻게 정서적으로 파악 되었을까요?
2.절망의 땅에서 일군 청소년 시문학의 희망싹-시창작분야
올해로 네돌을 맞이하는 ‘전태일 청소년 문학상’에 응모한 작품 중 본선에 올라온 시작품들은 청소년들의 창작적 기량과 문학에 대한 열정이 빛나게 드러난 전람회장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전태일 청소년 문학상에 응모한 많은 작품들은 다양하고 개성있게 ‘절망적’ 경제현실 속에서 겪게되는 아픔,연대,나눔과 소통이라는 인간문제를 생활 속에서 정서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상을 차지한 진시온의 「배추 애벌레」는 김치공장에 다니는 비정규 노동자를 아버지의 삶의 고통을 아들의 시선으로 감동적인 시적형상을 감각적이고 개성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대상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시인은 재벌과 큰손들이 기업 경영에서 중장기적 설비투자, 기술연구개발과 고용 창출 보다는 주주의 단기적 배당 이익을 철저히 앞세우면서 인수합병과 노동자 대량 감원 등을 통해 주가를 부양시키고 사내 유보금 비축으로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여 노동자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합니다. 아버지는 연둣빛 애벌레다’라는 도발적 은유로 출발한 서정의 싹은 밤샘작업 후에 돌아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치잠’을 자는 모습을 그려 형상의 꽃을 피우고 그 절망 끝에 꿈꾸는 ‘나비의 꿈’ 진정한 노동자 해방의 꿈으로 열매 맺기를 하고 있습니다.
진시온은 이 밖에도 이른 새벽 창신동 인력시장 몸을 팔러 나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누 떼'같고 ‘낙엽’같은 노동자들이 ‘온 몸에 덕지덕지 눈물 몇 장’붙이고 국밥을 먹는 장면을 그려낸 「초겨울」도 수작이나 황지우의 「거룩한 밥상」의 발상과 닮아있었고 뉴타운 개발로 파괴되어버린 서민들의 따스한 온기와 나눔 정신이 사라지고 있음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 본 「재건축 아파트단지」 모두 발상과 표현의 참신성과 시대정신 나아가 시적세부의 밀도를 잃지 않고 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싹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금상은 공사장에서 건설 일용직으로 ‘벽돌을 지고 나르는’아버지의 ‘벗겨진 양어깨의 염증’자국을 통해 생활의 고통을 표현한 문혜린의 「아버지, 꽃 피다」가 차지했습니다. 시인이 발견한 생활 속의 서정도 빛이 납니다.
개방화, 민영화(사유화), 자유화(규제완화), 유연화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주주자본주의의 병폐로 인해 경제주권이 상실되고 공공성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으며, 국제투기자본, 재벌총수일가, 부패관료, 강남의 큰손, 땅부자 집 부자 등 ‘경제 5적’만 살찌고 860만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자, 농민, 영세상공인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10대 90의 사회가 초래되어 우리 아버지들의 삶이 철저히 유린되는 절망적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병원에 누워서조차 ‘밀린 고지서와 독촉장’들이 흔들어 깨우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고달픈 현실을 실감나게 포착한 시인의 시적 전형화가 인상적입니다. 지하철 통로의 노숙자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담긴「정거장」, 바다에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도회지로 떠난 후 찾아오지 않는 독거노인문제를 포착한 「노파가 흔들린다」 호떡을 파는 도시노점상 어머니의 삶의 고단함을 감각화 한 「골목길」은 이러한 절망적 현실에 대한 시인의 개성적 반응인 것입니다. 또한 암담한 한국의 경제현실은 고스란히 저출산과 노동력 질적 저하를 동반하고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켰으며 우리 청소년들의 알토란같은 직장이 하나둘 국제 투기자본의 위협앞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시인은 실직한 아들 손녀 없은 노파, 일용직노동자로 품팔러간 엄마,푸석한 아들의 얼굴을 표현한 「저녁이 오는 풍경」은 ‘저주받은 세대’ ‘버림받은 세대’ ‘88만원세대로’ 꿈이 무너진 청소년들에게 한국의 경제는 자살율 세계 1위의 불명예의 멍에를 들씌우고 있는 현실에 시적화자는 자유롭지 않은 풍경을 통해 응시하고 있습니다.
내신성적,수능시험,논술시험에 일제고사라는 극한의 경쟁에 내몰리게 하고 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이제는 ‘일제고사’ ‘고교등급제’라는 약육강식의 밀림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강지윤의 「나는 순이입니다」와 도심 속 열쇠집 노인을 따스한 시선으로 관찰한 문정안의 「열쇠집이 있는 골목」을 은상으로 개성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인 소한나「연필」과 도발적 언어의 질주를 보여준 박민규의「노동은 질주다」를 동상으로 합니다. 이밖에도 김동광의「귀향」,박현기의 「평화시장의 메아리」도 수준 높은 시적 수준에 다달아 있었으나 수상작품 수에 제한이 있어 아쉬었습니다.
3.진실한 생활표현과 독서감상문은 진한 감동의 향기를 담고 있습니다.- 생활 글, 독후감분야
우리 청소년들은 저마다의 생활을 합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공부방에서, PC방에서 수없이 많은 생활 속에서 의의 있는 인간문제를 발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활글 부문의 응모작은 그리 많지 않아서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음이 곧 드러났습니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제격입니다.
‘첫눈 온 날의 기억은 평생 분의 첫눈 온 날의 기억이 될 만큼 충격적이었“던 첫눈의 아픈 추억을 통해 아빠와 할머니, 동생마저도 잃고 자신의 오른 팔마저도 흉측했던 절망 끝에 솓아오른 재생의 손톱을 소재로 감동적인 생활을 극적으로 간결한 문체로 표현한 김민주의 「봄눈」과 곱사등이 아빠와의 매미에 대한 유년의 추억,담도암에 걸린 아버지의 투병 수술한 아빠가 그 날,‘매미처럼 금세 죽’은 이야기를 용기 있게 담아낸 김신혜의「매미」를 생활글 부문의 금상으로 삼았습니다.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으며 진솔한 생활 고백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생활글이 오롯했습니다.
조금은 낯인은 소재를 다룬 권세영의「왕따」를 은상으로 여드름으로 고민하다 도서관가다 만난 한 이름모를 시인을 통해 꿈의 소중함과 평등과 행복추구권을 생각해낸 최유진 「아무도 모르는 그 남자의 시」를 동상으로 하였습니다.
독후감 분야는 응모작에 비해 새로운 책읽기, 개성적 책읽기 능력이 많이 부족하여 남희원「진정한 바보 청년에게 바치는 노래」만을 동상으로 하였습니다. 책을 일는 다는 것은 사람을 읽는 것이며 그사람이나 작가가 세상에 던진 질문에 대한 반응입니다. 나무들도 제각기 자기의 감각이 있듯 우리 청소년들의 책읽기와 독서 토론,독후감 쓰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 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떠오릅니다.
4.맺음말-심사를 마치며
해를 거듭할수록 응모작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전태일이 평화시장 다락방 먼지투성이 속에서도 몽당연필을 부르쥐며 심장에 남는 진실한 삶을 기록하고 희망을 노래하였듯 우리 청소년들의 삶은 절망 속에서도 언제나 늘푸른 소나무처럼 푸르러야 합니다. 진실한 생활과 진실한 삶과 인간 문제에 대한 우리 청소년들의 개성적인 사유와 참신한 표현은 우리 문학사를 더욱 풍성하고 파릇파릇하게 만드는 희망의 싹입니다. 이 상의 수상으로 새롭게 탄생한 시인, 수필가, 청소년 문학가들에게 한아름의 축하를 드립니다. 아울러 응모한 모든 청소년들의 용기와 도전이 계속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창작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사람에 대한 사랑과 나눔, 따스한 시선과 연대, 참일을 하는 노동자가 사람다운 향기를 내며 사는 복지와 문화강국은 우리말글과 더불어 누리에 빛날 것입니다. 참실력을 키우고 참사람이 되어 미래를 사랑하는 전태일형 청소년 창작가들에게 축복있기를 기다립니다.
_ 2008년 11월 8일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회
전태일기념사업회
(사)전국국어교사모임
심사평“진정한노동자해방에대한전태일정신계승과청소년들의삶의질”.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