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달이나 되었던가. 2255가 카운터 프로텍터에 걸려 고장난 지가...
구입 샵에 물어보니 일단 받아야 수리 유무를 알 수 있다고, 그 어마어마한 무게와 덩치를
안전하게 지켜 줄 배송 수단을 찾아 봐야 한다고, 그래서 장장 사 개월여를 폰에 의지해,
5인치 스피커에 의지해 소리에의 갈증을 달래고 살았다는...ㅜㅜ
머리가 나쁘면 손 발만 고생하는게 아니라 맘도 정신도 고생한다는 걸 새롭게 깨닫게 됐다.
그러다가 종종 들르는 와싸다를 통해 번쩍 든 생각. 그래 우선 앰프를 하나 들이자...
힘좋고 뽀대 좋기로 정평난 인켈의 1131T(JBL L150A에 매칭해 울린 적이 있었다)를 알아 보려 했는데,
우연찮게 눈에 든 8500G.
우리나라 오디오의 리즈 시절인 70~90년대를 풍미한 국산 대표 오디오 브랜드 인켈.
태광 아너 시리즈, 롯데 파이오니아와 더불어 한국의 오디오 산업을 이끈 인켈의 역작 8500G.
예전 함 울려보고 싶었던 때도 있었고 230+230의 표기상의 엄청난 파워라면 4430 쯤은 거뜬히
울려 줄 수 있으리라 어디서 나온지도 알 수 없는 대책없는 자신감(?)으로 구입을 결정했다.
단 돈 십만원이란 참 말도 안되는 헐 값으로, 그것도 경기도서 택배로 용감하게 받아 본 8500G.
레벨메타가 없어도 금장의 반듯한 첫 인상은 참 말꼬롬하고도 듬직해 보였다. 벗뜨,
어저께 받았슴에도 불구하고 잔차질에 시간+정신을 다 빼앗긴 마당에 겨우(ㅜㅜ) 오늘 아침,
출근길을 마다하고서야 연결.
가벼운(?) 무게 땜에 메인을 택배로 받아 본다.
한시대를 풍미한 국산 기기에 대한 현주소.
같은 시대 맥킨 같았으면 이렇게 포장을 했을까.
오, 깨끗한 상판~
모퉁이 거슬리지 않을 만큼의 찍힘 외엔
이십년 이상의 세월을 잘 견뎌 준 준수한 외관.
뒷면의 깨끗함에 한 번 더.
HI-FI 메인 엔트리를 담당했던 만큼 금도금 단자를 채용, 그 시절 인켈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매킨들 사이에서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당당한 자태를.
푸른 눈의 레벨 메터가 없어도 전혀 섭섭하지 않다.
전체적 모습.
나름 잘 어울려 보임.
테스트 CD.
이이상 줄일 수 없는 케이블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듣는 귀만 용천을 했을 뿐, 기계에 대한 이해라곤 깜식이 눈꼽 만큼도 없는 사람인지라,
무지에서 비롯된 응용력을 총동원해 선들을 뺏다 꽂았다, 파워를 넣었다 죽였다...
한 삼십분 쇼를 하고나니 만신이 급 피곤.
잠시 앞 모습이라도 보고자 랙을 돌려 놓고 멍을 때리시는데...
EQ로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입문부터 EQ라는 몹쓸 물건의 마법에 청력을 뺏겨버려 줄곧 그녀석의 변질된 소리에 오롯이
귓구멍을 단련 또 단련 시켰던지라, 그래픽의 화려함에 므흣한 기분으로 바라보며 살펴보다...
전원이............................ 전원이 켜졌나??
껐다가 켜보니. 켜보니. 켜보니....
EQ가 꺼져 있었다. ㅜㅜ
EQ를 켜고 다시 파워의 전원을 넣으니. 넣으니. 넣으니.......
소리가 나와~~
그것도 아주 당차게.
그것도 아주 우람하게.
그것도 아주 스피커를 잡아 먹을 듯이.
그것도 아주 집구석을 폭파시켜 버릴 듯이.
이천년대 들어서의 인켈과는 본질을 비교 할 수 없는 퀄리티와 테크놀러지에 젖을을 데로 젖은 내게,
그래도 8500G의 체감 출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이건 뭐 맥킨의 소리가 그대로 나오고 있었으니...
4430쯤은 우습게 울려 주는 녀석.
겨우 이걸로 날 시험 하려고? 겨우 이정도로 날 평가 하려려고? 라고 하는듯한 금장의 신사...
마지막 워너비 5500S로 가기 전 꼭 거치고자 다짐한 4344쯤은 쉽게 울려버릴 듯한 엄청난 파워감.
C34V의 볼륨 노브를 고작 두 칸 올렸을 뿐인데 당당하게 울려 퍼지는 15인치 JBL의 호방한 사운드란.
너무 무식한 건 아닐까 싶을 만큼 수치상의 스펙을 넘어서 버린 8500G.
너 참 멋지구나!
참았다 MA7000 혹은 MC500으로 가고자 했던 나의 마음은 아름다운 꽃밭에 날아들어 황홀한 향기에
취해버린 호랑 나비의 사뿐히 접은 날갯짓 처럼 가뿐하게 접혀 버렸다.
나름 온갖 바꿈질의 허송 세월을 한동안이나 보내 봤던 덕후로서, 이만하면 좋지 아니한가, 하는 자적함이랄까.
한동안, 올 해 만큼이라도 8500G 이 신사와의 행복하고 살벌한 동거는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구에게나 가고 싶은 길은 따로 있는 법.
하지만 그 길을 가기 전에 잠시 쉬고싶은, 들러보고 싶은 오솔길도 존재하지 아니할까.
그 길들을 한 번쯤은 즐기며 자적하고 싶어하지 아니할까.
그렇게 나도 8500G에 한동안 젖어들어 행복한 자적을 즐기지 아니할까...
그래서, 참 행복하단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