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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떤 교사와의 대화를 의미있게 느낄까?
누군가와 대화를 한참 하고 나서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정말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었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보통 친한 관계와의 사람은 전자의 경험을 가능케 하지만 업무상 만난 사람이나 처음 보는 사람과는 후자의 경험을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는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대화를 했을 경우에는 나를 치유하고 성장하게 하여 그 시간이 의미있게 다가오지만, ‘나’를 포장하거나 ‘나’의 일부만을 보여야 하는 대화를 했을 경우에는 선택적이고 정제된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이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정서적인 교류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상대와 의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 한다. 이는 많은 수의 인문학 강의가 인간관계, 대화법, 정서조절 등을 주제로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강의들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나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상대를 지지하는 느낌을 주는 공감과 상대를 측은하게 여기는 동정은 다르다. 상대의 비언어적인 부분까지도 민감하게 알아차려주는 것이 공감이라면 표면적인 의미만 수용하는 것이 동정이다. 그저 들어주고 판단하지 않으며, 그 사람의 자리에 서서 “네가 어떤 기분일지 나도 느껴져”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이 공감이라면, 요청하지도 않은 조언을 남발하고, 함부로 판단하며, 자신의 관점에서 상대를 이해하며 “네가 어떤 기분일지 알아”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동정인 것이다.
공감과 동정의 차이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내 이야기를 참 잘 들어주는 사람’을 한 번씩 만나게 된다. 이상하게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나도 모르게 내 속마음을 막 열어보이게 된다. 대화가 끝나고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렇게 속마음을 다 이야기 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상대의 어떤 점이 나의 마음을 활짝 열도록 만들었을까? 아마 엄청난 대화 기술을 가졌거나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었다기 보다 내 상황에 서서 나의 입장을 이해해준 상대였을 가능성이 높다.
한 학자는 인간은 그들이 속해있는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대화적 삶(dialogical life)’를 통해서 삶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대화에는 ‘연결’과 ‘생산’이 필요하다고 한다(Buber, 1960). 독백이나 ‘나-그것(I-it)’의 관계처럼 그들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가 부재한 대화 말고, ‘나-너(I-Thou)’관계 즉, 둘 이상의 사람 간의 대화에서 상호에게 생산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 의미있는 대화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상대의 자율성을 지지하는 대화는 개인의 가치감과 안정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자율성을 지지할 수 있는 행동으로는 (1)상대의 내적 프레임을 인지하고 수용하기(예 공감, 관점수용 등), (2)선택 제공하기, (3)과제수행력 북돋우기, (4)통제사용 최소화하기, (5)기대 행동 최소화하기, (6)개인적 의견과 비판적 표현 북돋우고 수용하기, (7)비판 억제 및 과도한 환심 유발 자제하기가 있다(Assor et al., 2002; Grolnick et al., 1997; Reeve & Jung, 2006; Ryan, 1991; Ryan et al., 1996; Skinner & Belmont, 1993). 이처럼 자율성을 지지받은 개인은 자신의 자율성이나 연결성, 능숙함 등을 만족시킬 수 있는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타인을 더욱 고려하고 발전할 수 있다(Deci & Ryan, 2002).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자율성을 지지하는 나-너 대화법(Autonomy-Supporting I-Thou Dialogue: ASID)을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을 총 420명의 7학년 학생과 18명의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2년 동안 적용하여 학생들의 정서와 학급 내 폭력 간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았다(Kaplan & Assor, 2012). 그 결과 학생들은 긍정적인 감정을 전보다 더 느끼게 되었고 부정적인 감정은 덜 느끼게 되었으며 학급 내 폭력은 줄어들었다고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사와 자신의 삶과 교과내용의 관련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성인들이 그렇듯 아이들 역시 자신을 한 인격체로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교사를 원할 것이다. 아이들은 통제와 구속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교사관이 아직 우리 학교 현장에 더러 남아 있다. 그렇다보니 학생들이 교사를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한 개인으로 존중하고 있는지, 그들의 자율성을 지지하고 있는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있는지, 또 자신이 나름 공감행동이라고 하고 있는 것들이 혹시 동정행동은 아닌지를 돌아보아 학생과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교사가 되어보길 권한다.
Reference
Assor, A., Kaplan, H., & Roth, G. (2002). Choice is good, but relevance is excellent: Autonomy-enhancing and suppressing teacher behaviors predicting students’ engagement in schoolwork. British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72, 261–278.
Buber, M. (1960). I and Thou (2nd edn.). (R. G. Smith, Trans.) New York: Scribner.
Deci, E. L. & Ryan, R. M. (Eds.). (2002). Handbook of self-determination research. Rochester, NY: University of Rochester Press.
Grolnick, W. C., Deci, E. L., & Ryan, R. M. (1997). Internalization within the family: The self-determination theory perspective. In J. E. Grusec & L. Kuczynski (Eds.), Parenting and children’s internalization of values: A handbook of contemporary theory (pp. 135–161). New-York: Wiley.
Kaplan, H., & Assor, A. (2012). Enhancing autonomy-supportive I–Thou dialogue in schools: Conceptualization and socio-emotional effects of an intervention program. Social psychology of education, 15(2), 251-269.
Reeve, J., & Jung, H. (2006). What teachers say and do to support students’ autonomy during a learning activity.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98, 209–218.
Ryan, R. M. (1991). The nature of the self in autonomy and relatedness. In J. Strauss & G. R. Goethals (Eds.), The self: Interdisciplinary approaches (pp. 208–238). New York: Springer.
Ryan, R. M., Sheldon, K. M., Kasser, T., & Deci, E. L. (1996). All goals are not created equal: An organismic perspective on the nature of goals and their regulation. In P. M. Gollwitzer & J. A. Bargh (Eds.), The psychology of action: Linking cognition and motivation to behavior (pp. 7–26). New York: Guilford Press.
Skinner, E. A.,&Belmont, M. J. (1993). Motivation in the classroom: Reciprocal effects of teacher behavior and student engagement across the school year.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85(4), 571–581.
첫댓글 학교자치를 위한 학생 자치를 보장하고 자율적으로 학생회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