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슈나이더(1952-2011)는 배우의 꿈을 가지고 성장하였다. 첫 영화는 1969년작 The Christmas Tree 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곧 수입 공개되었다. 제목은 <애수의 크리스마스>로 기억한다. 나는 단지 예고편만 봤다. 우연히 방사능 피폭으로 죽어가는 아이의 이야기다. 자신의 비밀을 아는 순간 백뮤직으로 유명한 기타곡인 “로망스”가 나오는 게 약간 어설프다고 느껴졌다. <금지된 장난> 이후 이미 널리 알려진 식상한 곡이어서. 이 영화에서 슈나이더는 단역을 맡았을 것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감독한 1972년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로 유명해졌다. 한국의 문화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주제와 영상이었기에 수입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시대였다. 1976년에 김세원의 영화음악이 명사를 초대하는 토크쇼 비슷한 기획에 신성일이 이 작품을 소개하며 평하였다. 언젠가 극영화 중에서 가장 야한 영화 순위를 매기는 일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2위였다. 예상을 깨고 1위는 로제 바딤과 제인 폰다, 존 필립 로의 <바바렐라>가 차지했는데, 오히려 이 영화는 수입 공개되었다. 약간 가위질이 있긴 했다.
<탱고>에서 성폭행 장면은 감독과 남자배우 말론 브란도 둘이서 계획한 실제상황이었다고 슈나이더는 훗날 고발하였다. 그 충격으로 여배우는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한국 검찰이 성추문으로 시달리는 국면에서 미투 운동의 선구자로 슈나이더를 추모해 본다. 오늘이 그가 별세한지 7년이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