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주가 훌쩍 지나버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4월21일,22일 이얼선생님과의 KMG 크라브마가 세미나를 마치고
3일 뒤 수요일 아침 부랴부랴 짐을 싸서 미네소타를 향했다.
미네소타는 직항이 없어서 나리타를 경유해서 간다.
한국 인형들이 예쁘다. 외국인으로 출장 다닐 때 현지 문화를 접하면서 취미가 하나 생겼는데
한국을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봐 보는 거다. 뭐가 다르고 뭐가 특이하고, 뭐가 새로운가.
작년 여름에 미얀마를 다녀와 공항 철도를 딱 탔을 때. 가장 특이하고 신기했던 것은.
모두가 휴대폰을 부여잡고 손가락이 날아다니고 있었으며, 그놈이 사람들의 넋을 빼놨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인천공항에서 한국체험관을 눈여겨 봤는데, 한국인형들이 참 예뻤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얼굴과 머리 크기가... 이것은 한국의 것이 아니다.
나리타에서 대기 시간. 발가락 양말 쇼핑에 심취한다. 작년 3월에 일본을 갔을 때는 100엔에 1600원! 살인적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1400원으로 200원이나 내려갔다. 왜색이 좀 짙긴 했지만, 품질이 좋아 다량 구매 했다.
일본에는 게다를 신을 수 있게 만들어진 엄지발가락이 독립된 양말: 두 발가락 양말(?)과 발가락 양말이 많다.
작년에 난생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양말 전문점에서 보았던 그 알록달록한 예쁜 아이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발목 양말, 긴 양말, 타이즈까지 정말 길이도 다양하고, 색깔과 디자인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한국에서는 "발가락 양말은 무좀 양말"이란 오명때문에 남성용 말고 여성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쏨에서 열심히 수련하시던 재일교포 여성분이 있었는데, 어느날 엄지발가락 독립 양말을 신고 오셨다.
그걸 보고 "와아 예쁜데요! 일본 갔을 때 예쁜 다섯발가락 양말도 많이 봤는데."라고 했더니 입을 가리면서 조그맣게 말하셨다.
"한국 친구들이 한국에서 그건 신으면 안되는 거라고 했어요. 거.. 뭐드라."
"아아~ 그거 신으면 무좀 걸린거라고요?" "네... 맞아요.."
그래서 발가락 양말을 좋아하는데 차마 다섯 아이는 신기가 그래서 두 아이로 신으셨단다.
나는 맨발 직종에 종사하다보니, 일상의 대부분을 맨발로 지내고 추울 땐 발가락 양말을 신는다. 비나 눈이 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발가락 신발을 즐기고, 비나 눈이 올 때는 볼이 넓은 신발을 신는다.
양말을 한 가득 사서, 델타 비행기에 올랐다. 델타를 타면 12시간 이상을 갇혀 있어야 한다.
언젠가는 비지니스를 탈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 돈이면 두 나라를 더 갔다 올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0.5초 후에 든다.
델타에서 기내식을 먹을 때면 코리안 에어나 아시아나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 3초 후면, 그 돈이면 동남아의 1개국 혹은 유럽내에서 2개국은 움직일 수 있을 텐데.. 가 머릿속을 홱 하고 스쳐간다.
결국 나는 경제적인 인생일 수밖에 없나보다. 후훗. 대한이나 아시아나는 공동운항의 찬스에서나 만나자.
자고 자고 또 자고, 신문 보고,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영화 두 편 정도 보고 드래곤 도어 DVD 보고, 스도쿠 풀다가 또 자고,
몸 좀 스트레칭하면 드디어 미네소타 도착이다. 이번엔 그냥 출장. 즉, 공항-호텔-써트 장소-호텔-공항의 일정이기에 내가 본
미네소타는 택시와 셔틀 버스 안이 다다. 인상은 그래서 그냥 사람이 많지 않고, 넓다. 아... 그리고 4월 말인데 너무 춥다.
너무 춥다 하니까 생각나는 말인데, 작년에 존 두 케인 사장님께 들었던 일화가 떠올랐다.
남미에서 한 남자가 미네소타에서 하는 4월 RKC 써트에 참가했는데, 너무 추워서 결국 세 번째날 집으로 가버렸단다.
그 참가자는 에스빠뇰 밖에 못해서 영어를 할 수 있는 그의 부인을 통해서 존 사장님과 파벨 선생님이 하루만 더 버텨보자. 마지막 날은 시험만 보면 되니까 하루만 더 버티라고 했는데도. 얼어죽을 것 같다면서 포기하고 갈 날씨.
정말 화창했는데, 바람 장닌 아니고, 정말 추웠다. 한국에 돌아오니 정말 따뜻했다.
온갖 업무에 지친 몸을 이끌고 가야했기에 나는 써트시작일 보다 이틀 먼저 호텔에 도착했다.
이 호텔은 RKC 행사 때마다 숙소로 이용되는 곳이고, 덕분에 호텔에서 써트 장소까지 셔틀로 태워다준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서 꼬박 40시간 동안 한 발짝도 문밖으로 떼지 않았다.
킹 사이즈 침대 위엔 아이폰, 아이패드, 노트북, <The Naked Warrior, 공책, 필기도구가
침대 옆 테이블에는 햇반, 3분 카레, 에너지바, 국화차, 루이보스티, 컵라면, 참치캔, 고구마칩 등이 있었다.
비행기를 많이 타는 것도 시차에 적응해야 하는 일도
다 늙는 일이지만, 태평양을 건너가는 것은 정말... 늙는 일이다.
머리는 멍멍하고, 몸은 꽥꽥한다.
밤에 자려고 노력하면 세 시간밖에 못 자고,
한낮에는 머리가 핑핑 돈다.
제발 미국 갈 일이 많지 않길...
그런데 6월2일, 3일 안드레아 선생님의 HKC와 워크샵을
마치고 나서 6월 5일 다시 미네소타로
출발이다. 이번엔 CK-FMS를 위하여.
아.. 이런... 정말 아 이런이다.
또 늙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