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의 씨앗을 뿌리면 행동의 열매를 얻게 되고, 행동의 씨앗을 뿌리면 습관의 열매를 얻는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강타했다. 탁구계 또한 암울했다. 양천구 4군데 탁구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전국 탁구장은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그 후 오랫동안 탁구 대회는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안양 동호인 대회는 2019년 11월에 17회 대회가 열린 후 2020년, 2021년은 암흑기였다. 2022년에 들어와서야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탁구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안양에서도 2022년 6월 18일 드디어 제18회 동호인 연합회 탁구 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2022년 5월 코로나19는 우리 가족을 덮쳤고 일주일 격리 기간을 가졌다. 80세의 나이, 그동안 함께했던 어머님도 6개월간의 병원 생활과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듯했지만 결국 돌아가셨다. 나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어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6월에 들어와 동호인 대회를 알리는 탁사모 공지를 보게 되었다. 이미 마감되었기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탁사모 리더들의 도움으로 마지막 티켓을 얻게 되었다. 탁구를 놓아버린 지 3년. 탁구 대회를 위해서는 운동을 시작해야 했다. 어디서 운동을 할까 망설이다가 명호 형님을 통해 센탁을 가게 되었다.
6월 5일 일요일 아침 일찍 센탁으로 갔다. 3시간을 땀 흘리며 탁구를 쳤다. 그 후 이틀 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온몸이 타박상을 당한 사람처럼 아팠다. 다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통증을 느꼈다. 누워 있어도 이곳저곳이 결리고 아팠다. 센탁에서는 이벤트 시합을 한다고 했다. 만신창이가 된 몸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6월 11일 토요일 센탁을 다시 찾았다. 2시간 강도 높은 운동을 했다. 몸은 회복되어 있었지만 팔이 아팠다. 안 쓰던 팔을 쓴 탓도 있고 무리하게 힘을 주는 버릇 때문이라 생각했다. 힘을 빼야 할 때 빼지 못했다. 힘을 쓸 때와 뺄 때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미 잘못된 습관이 들어버린 지금, 기본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았다.
6월 12일 일요일, 안 먹던 아침을 챙겨 먹었다. 8시 센탁에 도착했다. 부지런한 지수현 코치님이 나와있었고 첫 레슨을 받았다. 후드웍을 한 것도 아니다. 단지 화 드라이브 몇 번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 바닥이 드러났다. 여름 장마를 기다리는 농부의 심정이랄까? 바짝 마른 땅은 쩍쩍 갈라져 버렸다. 이 정도의 체력으로 시합을 나간다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툭 튀어나온 배는 감추어지지 않았다. 화드라이브를 칠 때마다 호흡은 흔들렸다. 팔과 허리가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팔만 움직이고 있었다. 무너져 버린 백 드라이브는 어떤가? 손목을 써야 하는데 몸을 썼고 몸이 흔들리자 백 드라이브는 타점을 잃었다. 몸은 뻣뻣하기만 했다. 손목을 쓰는 습관을 잃어버렸다. 빨리 바꾸어야 했다.
탁구는 머리로 치는 것이 아니다. 공을 쫓아갈 발이 있어야 하고 포인트를 잡아채는 순발력이 있어야 하고 정확한 타점을 보고 타격할 수 있는 예민함이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 철저히 무뎌진 발톱으로 사냥을 나온 늙은 독수리처럼 처참함을 느꼈다. 시합은 보통 8게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어야 한다. 경직된 근육은 곳곳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어찌할꼬!!!! 이런 몸으로 시합이라니!!!
쉼 없이 몸을 움직이고 움직였다. 공을 따라가며 감을 잡으려 노력했다. 어떻게든 빨리 몸을 만들어야 했다.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기 위한 나만의 전투는 시작되었다. 남은 최대한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나에게는 아직도 일주일이 남았다.
6월 13일 월요일, 호계체육관에서 권오중, 정기준 형님이 기본기 훈련을 도와주었다. 14일 화요일, 의왕 드림팀에서 형석이가 함께해 주었다. 15일 수요일은 다시 호계에서 권장희 형님을 비롯해 12인 풀리그전으로 시합 경험을 늘렸다. 16일 목요일은 센탁에서 공영창 매니저 비롯 회원들과 3게임 의왕 드림팀에서 한 게임을 소화했다. 17일 금요일은 고기 먹고 쉬었다. 실전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노력했다. 절반의 성공이지만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다했고 내가 느낀 점을 여덟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백 커터와 화 커트가 얼마나 준비되었는가? 낮고 빠르게 테이블의 중앙 앞쪽에 가는가? 커트 시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깎아주는가? 공 하부에 늘어진 끈을 끊어준다는 생각으로 잘라내는가? 화 쪽이나 백 쪽은 깊게 들어가는가? 가장 좋은 것은 중앙에 짤게 주거나 상대의 겨드랑이를 겨냥하는 게 좋다. 상대를 한 번 더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잘 되는지 확인한다.
둘째, 하회전 서비스를 주고 돌아오는 공을 백 드라이브를 걸거나 화 드라이브로 공격할 때 하체는 정확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가? 무게 중심은 언제나 다리에 있다. 자세가 좋아야 정확한 동작을 할 수 있다. 센탁의 공 매니저와 시합 중 결정적인 순간 실수했다. 돌아오는 공이 정점을 찍고 떨어지는 것을 충분히 기다려 몸과 팔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 실수하지 말자.
셋째, 상대의 하회전 서비스를 받을 때 가볍게 백 드라이브로 응대하는가? 한 번에 끝내려고 하지는 않는가? 백드 또는 커트로 응수. 짧으면 커트로, 길면 백드로
넷째, 백 드라이브가 불안할 때는 무리하게 공격하기 보다 가볍게 넘겨주는가? 기회를 만들어 공략하는가?왼쪽으로 깊이 올 때는 왼발을 벌려 공간을 확보하고 높을 때는 백드로 안전하게 처리하거나 라켓의 각을 세워 ( 라켓을 닫아서) 찍어준다.
다섯째, 화 드라이브는 팔과 몸을 같이 쓰는가? 언제나 무게 중심은 다리에 두어야 한다. 왼발이 무게 중심이라면 오른발은 공과 접점을 이루는 기준점이 된다. 절대로 팔만 가서는 안 된다. 백스윙 후 팔과 허리가 같이 돌아가야 성공 확률이 높다. 가볍게 착 돌려라. 파워보다는 안전성이 중요하다.
여섯째, 횡회전서비스를 리시브할 때 기본적으로 백드 자세로 공을 감싸듯이 가볍게 툭 친다. 이때 라켓 각이 중요하다. 닫아야 한다. 수직으로 세워서 공을 감싸듯이 치되 맞는 순간 임팩트를 준다.기본적으로 공격하는 사람과 리시버의 라켓의 모양이 같다. 백드 자세로 사이드 스핀을 건다고 생각하자. 파워가 아니다. 정확성이다. 힘을 빼라. 실수를 줄여라.
일곱째, 백 드라이브 수비 시 몸 앞까지 당겨서 걸어야 한다. 가슴에서 멀어지면 정확히 받을 수 없다. 최대한 당겨서 받아라. 백 드라이브는 몸에서 받아 앞으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넘겨주라.
여덟째, 잔발을 계속 뛰어주라. 몸이 굳는다.
목요일 저녁 김찬동 탁구 클럽에서 탁구화를 구입했다. 새 신발이라 나무 바닥에서 미끄러지지 않았다. 새것이 좋다. 오른손 손목 보호대와 반바지도 한 개씩 구입했다. 빨간색과 까만색이다. 서비스를 걸때 나무 손잡이로 인해 손목에 상처가 났다.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작은 손목 보호대가 신기하고 느낌이 좋다. 양말과 탁구공을 선물로 받았다. 센탁에서 공영창 매니저와 빡센 탁구를 쳤다. 최대한 강도를 높였다. 3:2로 졌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배움과 성장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이유는 그 과정을 통해 인생을 수정하는 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배움과 성장을 멈추면 삶은 공허해진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는 삶의 기쁨과 에너지를 앗아간다. 탁월함이란 매우 높고 특별한 수준에 이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동감에 넘치는 다이내믹한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것. 그것을 우리는 탁월함이라고 부른다." [보도세퍼의 이기는 습관 중에서]
6월 18일 토요일 제18회 동호인 연합회 탁구 대회가 열렸다. 5부에서 4부로 승급을 희망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예선전 3 대 1로 이겼던 탁구 사랑 닷컴의 한창환 씨가 8강에 들어 4부로 승급했다. 그는 작은 꿈을 이루었다. 그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꿈을 아끼면 좋은 꿈을 꿀 수 없고, 물감을 아끼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했다. 꿈은 생생하게 노력하면 현실이 된다고도 했다. 그는 다시 3부를 향한 그림을 그릴 것이다. 꿈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 날 일요일 아침 8시가 조금 넘어 센탁에 도착했다.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지수현 코치가 보이지 않았다. 탁구 대회 후라 휴식하려나 생각했다. 기다리면서 잠시 서비스 연습을 했다. 시합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단조로운 서비스는 쉽게 상대에게 노출되었고 공격의 빌미가 되곤 했다. 서비스를 따로 연습한 적은 없었다. 지 코치가 오기 전까지 여러 번 공의 회전을 걸어보며 연습해 보았다. 낯설었다. 회전을 강하게 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확한 포인트를 찾아 임팩트를 걸어주어야 하는데 잘 맞추지 못했다. 문제는 공을 위로 던진 후 내려오는 착지점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적당한 높이, 정확한 착지점, 공과 라켓이 만나는 포인트, 적당한 임팩트가 필요했다.
9시가 되자 지 코치가 도착했다. 오늘은 후드웍부터 시작했다. 지난주에 비해서 조금 움직임이 편해졌다. 쇼트와 드라이브를 후드웍 하면서 진행했다. 지 코치는 "20분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실은 3분도 하기 힘들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10분이 지나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바닥에는 굵은 물방울이 소낙비처럼 떨어졌다. 테이블 위에도 닦아도 닦아도 자국이 남았다.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다. "언제 레슨이 끝나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하얗게 물들였다. "더 이상은 할 수 없어!!!" "힘들어 죽을 것 같아!!!" "조금만 버티자" 화 드라이브 연습은 계속되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자꾸만 테이블에 몸이 붙었다." 테이블에서 떨어지세요." 소리를 듣고서야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뚱뚱해진 몸에 허리가 어디 있다고 자꾸 허리를 돌리라고 했다. 아직도 시간이 남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트 앞 짧은 볼 처리 하는 법을 반복했다. 오른발이 테이블에 깊이 들어가고 팔과 라켓을 볼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가볍게 올리면서 공에 회전을 걸어 넘겼다. 20분이란 시간은 2시간처럼 느껴졌다.
레슨을 마치자 흘린 땀이 바닥에 가득했고 테이블 위에도 가득했다. 흘린 땀은 네트로 형성된 경계선도 무시했다.심지어 지 코치가 있는 자리까지 침범해 있었다.
불현듯 어제 백미정씨와 했던 본선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5년 전에만 해도 귀여운 백 여우였는데 지금은 구미호가 되어 있었다. 한 세트 한 세트가 피가 말랐다. 계속되는 듀스 접전이었다. 한 세트를 따오면 두 세트를 따갔다. 2: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한 점 한 점이 시소를 타 듯했다. 4세트 10 대 9에서 회심의 드라이브가 들어갔다. 하늘을 쳐다보며 거침없이 포효했다. 세트 스코어 2:2가 되었다. 그러자, 구미호가 바닥에 떨어진 땀이 너무 많다며 닦아 달라고 했다. 멘탈을 빼앗아 가려는 묘한 신경전이었다. "예 예" 하며 만족할 때까지 '빡빡' 닦아주었다.
그럴만한 것이 한 점 한 점이 피가 튀는 접전의 연속이라 한 점 따면 땀이 바닥을 적셨고 테이블을 덮었다. 닦아야 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5세트를 아쉽게 내주면서 3:2로 지고 말았다. 백여우는 구미호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땀 흘렸을까? 내일 타인을 이기기 위해서는 오늘 나를 먼저 이겨야 한다. 기본기를 다지고 다지며 몸이 반응할 때까지 쉬지 않고 땀 흘려야 했을 것이다.
사실 백여우 부부는 내가 서울에서 안양으로 이사 왔을 때 집 근처, 돌핀 탁구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만 해도 2점을 주고 쳐야 했다. 그들 커플이 탁구를 치며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 내가 지금 백여우라고 말하고 구미호라고 말하지만 그만큼 존중하는 상대이기에 감히 이런 표현을 썼다. 시합에 지고도 기쁜 상대,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는 시합을 했기에 졌어도 만족하고 감사할 뿐이다. 일주일간 어쩌면 백여우와 한판 승부를 위해 노력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시합이 결정된 순간 "운명이다."라고 센탁 밴드에 글을 남겼다. 그녀가 나를 이기고 다음 상대를 힘겹게 3:2로 이길 때도 다시 다음 상대와 3:2로 이길 때에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겼다. 같이 기뻐했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마지막 16강에서 만난 상대에게 먼저 2:0으로 승기를 잡고 이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뒤집어질 때는 본인만큼이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끼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백미정씨와는 탁구를 치면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만날 것이다. 나는 지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시합 때 외쳤던 것처럼 멘탈을 부숴버릴 정도로 포효할 것이다. 언제나 후회 없는 랠리를 할 것이다. 이번 대회는 아쉽게 지고 말았지만 우리에게 또다시 내일이 있다. 또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고 다시 테이블 앞에서 만나야 할 것이다. 우승하는 그날까지 아니 탁구를 그만두는 그날까지 서로 겸비하며 달려갈 것이다.
탁구를 치는 모습이 예쁜 사람들. 과도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움직임. 레슨을 마친 친구에게 얼마나 받았는지 물어보았다. 6년간 받았다고 했다. 역시나 달랐다. 흘린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값진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실전 시합과 레슨을 병행한다면 5부는 4부로 , 4부는 3부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제18회 안양 동호인 연합회 탁구 대회는 끝났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보낸 일주일간 여러 상대와 시합해 보려고 노력했다. 부족한 것을 찾아 보완하려고 하면 할수록 기본기로 돌아가야 함을 뼈져리게 느꼈다. 다시 시작이다. 하반기 대회 때는 5부에서 4부로 승급하기를 소망해 본다. 탁구 사랑 닷컴의 한창환 씨가 이룬 꿈이 내 꿈이 될 것이다.
" 사람은 누구나 삶을 시작할 때 대리석 한 덩이와 연장 하나를 선물 받는다. 우리는 평생 동안 대리석을 손도 대지 않은 상태로 가지고 다닐 수도 있고, 연장을 사용해 멋진 조각품으로 다듬어낼 수도 있다."[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의 글 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도전정신을 보고 감명 받았습니다. 앞으로 안양시 탁구동호인 대회에 많은 역활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탁사모가 호계체육관에서 운동하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주십시오. 저희 또한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올려 주셔서 넘 감사드리오며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