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를 되찾자!
강정마을은 구럼비를 군벌들에게 빼앗겼습니다. 2011년 9월 2일 구럼비로 가는 마지막 통로였던 삼거리 길이 막힘으로써 더
이상은 육로로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우리들은 바다로 헤엄쳐 들어 가거나 카약을 타고 들어가기도
하였지만 이내 해군들은 바닷가조차 삼중 사중의 철로망을 둘러쳐 구럼비 진입을 막았습니다. 이제는 군대를
정주 시키고 구럼비 일대를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어 놓았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던
곳을 군대가 독차지 한 것입니다. 5월 5일 하루 개방하는
날 들어가 보니 무기 자랑을 하고 어린아이들에게 총쏘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더더구나 구럼비 위에서 그래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럼비는 원래 공유수면이었고 모든 국민들이 기도하고, 명상하고, 뛰어 놀 수 있는 공유지였습니다. 이 공동의 소유지를 군벌들이 불법과
사기로 매수된 앞잡이들을 동원하여 부당하게 빼앗은 것입니다. 구럼비를 다시 반환하여 복원할 권리와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해군기지는 폐쇄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부지선정도 잘못 되었거니와 건설과정의
부정과 비리도 말로 할 수 없습니다. 해군 기지의 존재 자체가 우리 헌법의 가치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것입니다. 효용성이 잇는 것도 아닙니다. 태풍이 불면 모든
배들이 다른 더 안전한 항구로 피항을 해야 하는 무용지물인 셈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쓸데없는 항구가
환경오염과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사실입니다. 구럼비를 복원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해군기지 서편은 연병장인데 흙만 거두어 내면 구럼비 바위가 어렵지 않게 드러납니다. 지금 선착장을 파쇄하여 거두어 들이면 상당 부분의 구럼비 바위들이 복원될 것입니다. 이미 지어진 건물들은 1층 벽을 허물고 기둥만을 세운채 지하 부분을
복원할 수 있을 겁니다. 크루즈 선착장을 제외한 구럼비 바위쪽 선착장을 모두 원상복귀하여 구럼비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될 수 있게 합시다. 이를 위해서 해군기지를 우리가 점령하고 빼앗아 원래의 주인인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 줍시다. 김영관 문화센터는 강정마을 평화 센터로,
군관사는 평화대학의 기숙사로, 군 재판소는 세계시민평화 법정으로, 군의무대는 마을 의료원으로, 부대 본부는 평화컨벤션 센터로, 군부대는 평화대학 강의실로, 부대 동편 장비 수리실은 마을기계정비수리센터로, 구내 식당은 삼거리 식당이 접수하고 종환 삼춘이 셰프가 되도록, 위병소는
문신부님이 차지하시고 드나드는 꼬맹이들에게 사탕을 나눠 주시는 할아버님 자리로, 동편의 천주교 성당은
김성환 신부님이 본당 신부님이 되시고, 개신교는 강정마을 문제로 쫓겨난 송영섭 목사님이 맡으시고 절간은
명진스님 은퇴하시고 내려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해군기지의 모든 철로망을 거둬내고 돌담을 허물며 철문을
부수어 누구나 자유롭게 구럼비에 드나들게 합시다. 군항을 모두 부수면 구럼비는 거의 전부 복원 될 것입니다.
해군기지는 앞으로도 엄청난 국고의 낭비를 가져 올 것입니다. 유지비뿐
아니라 무기 수입에 따른 세금의
탕진이 불을 보듯 훤합니다. 해양오염도 불가피합니다. 무엇보다
제주 해군기지는 동북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갈등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작은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립니다. 우리 모두 해군기지에 작은 구명을
낼 궁리를 하고 실험과 실천을 합시다. 끊임없이 시도하면 어느날엔가는 마침내 숨겨졌던 해군기지의 아킬레스
건이 끊어지는 날이 올 겁니다. 우리의 대적은 해군이 아니라 우리의 저항이 불가능한 일이며 결국 싪패할
것이라는 절망과 포기입니다. 해군기지가 반드시 폐쇄될 것이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이 구럼비를
다시 되찾을 것입니다. 이길 수 있는 싸움에는 반드시 사람이 모여들게 되어 있고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참여하면 질 싸움도 이기는 법이니까 우리는 우리의 저항이 이길 수 있는 싸움임을 의심하지 말고 이 믿음을 더 널리 전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희망 고문이 아닙니다. 뜨거운 태양도 한 때는 우주를 떠도는
보잘 것 없는 먼지들에서 시작된 것처럼 지금 강정에 남아 있는 우리들도 강정을 평화의 메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나무처럼 자기 자리를 지키고 강정을 찾아오는 씨알들을 환대하여 강정에 머물게 하면 강정은 어느날엔가 깊은 평화의 숲이
될 것입니다. 감옥에서 그 울창한 숲을 상상하며 숨을 고릅니다. 여러분은
아름다운 평화의 나무들입니다. 강정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화를
빌며…
2020년 5월 28일
구럼비로 현장 검증 가는 날 송 강호 올림
후기; 아침에 주임이 부릅니다. 현장검증에
포승줄로 묶어서 가게 될텐데 걱정이랍니다. 옷도 사복을 입는 것을 원하는 듯 했습니다. 저는 내가 구럼비를 만나러 가기 위해 한 저의 행동을 후회하지도 않고 오히려 이로 인해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수갑을 차고 수인복을 입고 당당하게 갈 것입니다. 이런 저의 외모는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저의 자의에 의한 것이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다시 강정을 방문하고 구럼비를 보게 되어 기쁩니다. 감옥에서 강정은
그리운 땅입니다.
(전달: 류복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