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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가정 사목 활성화 방안
들어가는 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이 살아가는 근본이 가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나는 인간은 가정을 통해 세상에 오고 가정을 통해 하느님께 돌아간다. 그런데 요즘 인간 성숙의 시작이면 근원지인 가정이 급격한 사회구조와 함께 신심의 안식을 누리고 재충전하는 스위트 홈(Sweet Home)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고 ‘가족해체, 가정부재’라는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실직한 남편으로 해체 위기에 놓여 있는 가정들.
비전 없는 미래에 좌절하고 실망하여 삶을 포기하는 인생들.
불확실한 내일에 희망이 없이 순간적 쾌락으로 변해가는 사회정서.
이 모든 상황은 우리의 아픔이며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이 시대적 상황 속에서 교회가 시급히 다루어야 할 문제가 ‘가정’임을 지적하면서 1980년대 초 ‘가정공동체’라는 사도적 권고를 필두로 가정과 생명에 대한 많은 회칙과 문서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정공동체(65항)에서는 “가정을 위한 사목적 배려를 강화하고 개발하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미래의 복음화는 대체로 가정에 달려 있다는 확신 하에, 가정은 최우선의 순위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라고 가정 사목에 대한 우선적 사목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주교는 아버지이며 목자로서 이 최우선 사목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두어야 한다(73항).”고 주교의 교도권을 일깨우고 있다.
‘가정공동체’에 대한 사도적 권고가 발표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아직도 가정 사목의 기초가 형성되지 못한 채 가정사목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침이 만들어지지 않고 단편적이고 일회적인 행사 위주의 사목이 이루어지는 것이 고작이다.
각 교구의 많은 교구장들이 사목교서를 반포하거나 각종 메시지를 발표할 때면 늘 단골 메뉴로 가정 성화에 대하여 관심을 표방하지만, 교구장들 또한 가정 사목에 대한 방향이나 지침은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사목자들 역시 가정 사목의 개념이 인식되어 있지 않는 상황이다. 다원화되고 전문화되는 현실에서 점점 편의주의와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날 과연 교회는 “인류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 있다”는 이 명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지 사목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숙제이다.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을 어떻게 사목해야 할 것인지 난제를 풀어가기 위한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1. 가족주기(Family Life Cycle)에 대한 인지
인간의 성장과정을 통한 가계 형성과 자기역사(My History)의 분석에 따른 사목적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가정을 이해하는데 새로운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식이 부모의 모습을 똑같이 닮아 있을 때, 종종 ‘국화빵’ 같다는 표현을 한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부모로서는 자신을 꼭 빼닮은 자녀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닮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실 인간이란 자기 부모를 닮기 마련이다. 아빠를 더 많이 닮았든, 엄마를 더 많이 닮았든 자식이란 부모를 닮기 마련이다. 그러나 닮는다는 것은 외모를 닮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의 성격과 행동도 따라가는 것이다.
인간이 성장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성격은 선천적(유전적)인 것과 후천적(환경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선천적으로 외모나 성격이 닮은 자녀도 후천적인 가정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어떤 가정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의 환경적 요인이 인간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공무원 가정, 사업가 가정, 농업에 종사하는 가정 등 가장의 직업에 따라 형성된 가정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성장하며, 또한 그 집안에서 몇 째로 태어나서 성장하는가 하는 것도 인간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부모를 닮는다는 것은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을 닮으며 때로는 더 좋은 모습으로, 때로는 더 좋지 못한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다. 결국 인간은 ‘아버지+어머니+환경(가정)=나’라는 자기의 존재 양식을 갖게 된다. 이러한 ‘나’는 또 다른 ‘너’를 만나고 그래서 나와 너를 닮은 ‘우리’를 만들게 된다. 자녀란 이렇게 나와 너를 닮은 우리의 모습이다. 급한 성격, 폭력적인 행동, 거친 말투 등 모든 것이 가정에서 부모에게 영향을 받고 사회라는 환경은 또 다른 변인(變因) 역할을 한다.
아무튼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한 가정의 문화 속에 성장한다. 이 문화는 생활의 3대 요소인 의, 식, 주 해결방식과 가정의 분위기 속에서 인간 개개인의 역사를 만든다. 이렇게 다른 가정문화 속에서 각자의 역사를 형성한 인간은 ‘너’라는 또 다른 역사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형성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가정의 문화와 역사를 우리는 ‘가족주기(Family Life Cycle)’라고 부른다.
2. 가정 사목(Family Pastoral)
사목(司牧)이란 말의 성서적 의미는 목자가 양떼를 돌보듯이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보살핀다는 말이며, 인간 구원의 봉사라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을 통칭하는 말로 보편적 구원의 성사인 교회가 세상과 관련하여 맺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목의 기본인 가정 사목(Family Pastoral) 이란 인간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작은 교회인 가정을 성화시킨다는 말로, 혼인을 중심으로 모든 가정이 생명의 소중함과 가정의 신성함을 깨달아 기본 공동체로서 사회 발전에 참여케 하고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 사목은 혼인과 가정의 가치를 인식하면서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독려하고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가정들을 돌보아 주며, 창조행위 안에서 하느님께서 의도하셨던 혼인과 가정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도록 사회와 하느님 백성의 쇄신에 기여함을 목표로 한다(가정공동체 1.3항).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공동체가 가정이라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 드러나는 곳 역시 가정으로, 모든 사목의 기본이며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80년대 이후, ‘새로운 양 찾기’, ‘새가족 찾기’등 신자 배가운동을 전개하여 양적 증가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 결과 선교율의 상승과 함께 신자들은 늘어났지만 반대로 냉담자 증가라는 달갑지 않은 결과도 야기시켰다. 물론 적극적인 선교 결과로 성인 영세자 수는 늘고 있지만, 교회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학생과 젊은이들은 줄어가고 자녀들의 냉담이라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였다.
바탕 없는 신앙! 뿌리 없는 교회!
이 모든 것은 신앙의 뿌리요, 기초 공동체인 가정을 외면하고 양적 증가에만 치중했던 교회의 잘못이며 삶과 신앙을 분리한 기본적인 이기주의의 소산이다. “가정은 교회처럼 복음이 전달되는 곳이요, 거기서 부모는 복음을 전하는 것만이 아니라, 생활의 체험을 통해 자녀들로부터 복음을 받을 수 있기에 다른 가정과 이웃에게 복음의 선교사가 되는 것”(회칙 인간생명 25항)이라는 교황 바오로 6세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3. 가톨릭 가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공동체가 가정이라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 드러나는 곳 역시 가정으로서 모든 사목의 기본이며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 교회에서는 구원을 향한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 공동체를 생각하기 보다는 ‘가족계획’이라는 정부의 인구정책에 반대하는 소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가정 사목’이라는 이름을 단지 행복한 가정운동의 일환으로 자연적 가족계획을 알리는 것이 전부였다.
가정 사목의 교과서처럼 불리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인 ‘가정공동체’가 반포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우리 한국 교회는 가정 사목을 가정이라는 전체적 맥락에서 사목적인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단지 현실에서 주어진 문제에 대한 미봉책을 찾는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가정이란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이 숨 쉬는 곳이다. 한국의 가정이 다르고 미국이나 서구 여러 나라들의 가정이 다르듯이 가정 사목의 방향도 그 나라의 문화와 특성에 따라 달라야 하는 것이다. 우리 문화와 우리 관습에 맞는 한국적 가정관이 정립되어야 한다.
여기 한국 가톨릭 가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1) 한국 가톨릭 가정은 ‘효(孝)를 중심으로 한 가정’이어야 한다.
십계명 중 네 번째로 대인 계명의 으뜸 역시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계명이다. 살아계신 부모님을 공경하지 못하는 사람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며 신앙의 자녀가 되겠다는 것은 인간의 근본을 망각하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충(忠)과 효(孝)라고 해서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기본적인 교육 이념 속에 살아왔다. 따라서 부모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효(孝)를 바탕으로 한 가정이 되는 것이 바로 가톨릭 신앙과 부합되는 것이다. 결국 부모 모시기를 거부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미덕이 사라지는 오늘날, 노인을 공경하고 부모를 모시는 가정은 바로 하느님을 섬기는 복된 가정의 길인 것이다.
2) 가톨릭 가정은 ‘생명 중심의 가정’이어야 한다.
가정의 기본 임무는 생명에 봉사하는 것, 창조주의 첫 축복을 역사 안에서 실현하는 것, 즉 출산을 통해서 하느님의 모상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달하는 것이다(가정공동체 28항). 그러나 오늘날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생명에 대한 영역도 더 이상 하느님의 영역이 아닌 인간 욕구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는 태초의 교만한 인간의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존재’보다 ‘소유’를 더 중시하는 사회풍조는 생명을 외면하고 낙태를 정당화하는 패륜적인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
한해 150만명 이상의 아기가 낙태로 생명을 잃어가고 있고, 무분별한 피임행위와 단종(斷種)으로 한 가정 안에 자녀의 수가 평균 1.17명(2003년 통계)으로 채 두 명도 되지 못한다. 자녀를 하느님의 섭리가 아닌 인간의 의지대로 그 숫자를 조절하겠다는 가족계획으로 우리 주위에는 온통 맏이들 뿐이다. 셋째의 생명은 부단히 위협받고 있고, 넷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다.
자녀가 줄어들면 인간의 전통과 관습이 사라져가며 개인주의와 향락문화로 모든 윤리와 가치가 위협받게 되어 우리 고유의 충효사상과 예의범절도 존재의미가 사라지고 자기중심적인 문화는 결국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도외시하고 자신들의 이기심과 향락만을 추구하려는 지극히 현세적이고 이기적인 세상을 향해 이젠 누군가 ‘그만!’이라고 외쳐야 한다. 셋째 자녀들이 태어나면 의료보험 혜택도 거부하던 이 시대의 교만에서 가톨릭 가정은 생명 중심의 가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3) 가톨릭 가정은 ‘대화하는 가정’이어야 한다.
여러 설문 조사들에 의하면 가정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가족 간의 무관심과 대화 부족으로 나타난다. 나아가 가족 간의 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 시간부족으로 나타났다. 각자의 바쁜 삶 속에서 가정은 그저 밥만 먹고 잠만 자는 하숙집과 여관방으로 전락된 것이다.
얼굴 볼 사이도 없이 사회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과연 돌아갈 곳이 어디인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각과 함께 가족 서로를 위해 시간을 배려해야 한다. 가족들과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이 되기 위해서는 가족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랑의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정이어야 한다.
4) 가톨릭 가정은 ‘봉사하는 가정’이어야 한다.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된 오늘날 우리 가족만 건강하고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가족 이기주의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벗을 위해 제 목숨을 내어놓는 모범을 보이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톨릭 가정은 가난하고 병들고 고통을 당하거나 불의를 당하는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찾고 그리스도가 되어 주어야 한다.
앞으로 주 5일 근무제가 고정화되면, 어떻게 하나하고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고민하고 있다. 산이나 바다로 주말을 즐기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로 교회는 썰렁해지고 냉담자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쾌락과 즐거움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의미 있는 인생에서는 보람을 찾기 마련이다. 가족들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보람을 느끼는 가정들은 결코 교회를 떠날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의 가치가 보람에서 그 의미를 찾게 되듯이 가정의 참가치 역시 가족들이 함께 땀 흘리는 봉사에서 보람을 찾게 될 것이다. 결국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공동체는 이웃과 사회를 향해 열려진 공동체로서 봉사라는 신앙의 증거를 통해 참된 가정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4. 가정을 위한 본당 데이터 분석
1) 모두 신자 가정과 외짝교우 가정 분류
2) 이혼 가정이나 편부, 편모 가정 분류
3) 부모를 모시는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
4) 소년, 소년 가정에 대한 복지적 접근을 위한 소재 파악
5) 각 계층별, 세대별 인원 파악
6) 맞벌이 부부 가정 파악
7) 본당 내의 가정에 대한 동향 파악을 위한 설문 조사 실시도 바람직
5. 가정 사목을 위한 조직 신설과 단체와의 협력
1) 본당 내에 가정 위원회 신설 : 본당 내에 가정에 관련된 활동을 하는 신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가정 위원장이 중심이 되어 운영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2) M.E 사도직 프로그램 중에서 “사랑의 언어, 참부부, 참부모가 되는 길”을 활용하면서 가정 사목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3) 여성단체와 협의하여 참생명을 위한 ‘자연적인 출산’을 위한 교회의 방법을 교육한다.
4) 자모회를 통하여 ‘효과적인 부모역할 훈련(PET), 칭찬 프로그램'등의 교육을 통해 어머니로서의 자녀 양육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5) 레지오 단체와 남성 구역장, 남성 봉사자들을 양성하며, 또한 가정 안에서의 아버지의 역할과 위상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하여, ‘아버지 학교’를 개설하며, 이와 함께 어머니들의 위상과 역할 인식을 위하여 ‘어머니 학교’를 개설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6. 혼인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1) 먼 교육 (가정 교육)
2) 중간 교육 (순결 교육)
3) 가까운 교육 (혼인 교육)
7. 가정 사목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사항
1) 성서 가훈 제정 - 성가정 목표 수림
2) 가정 기도 운동 - 가정 기도서 보급
3) 가족 성서 쓰기 - 가족들이 돌아가며 성서쓰기 실천
4) 성가정을 위한 미사 실시
5) 성가정 회의 실시 - 가족 간 대화를 위한 자리 마련
6) 부부 교육 강화 - ‘성격 차이’와 ‘대화 부족’의 부부관계의 재정립
7) 노인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 (노인복사, 노인대학 개설 등)
8) 가정을 위한 축복장 수여(12월 성가정 축일에 본당에서 수여)
9) 기타 가족을 위한 이벤트 계획
(가족 등반대회, 가족 수기 공모, 화목한 가족사진 공모 등)
첫댓글 성가정에 대한 가정사목에 중요성을 일깨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