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기도란 무엇인가
https://youtu.be/atV0LhvXPjY 56:44
원제스님의 스토리텔링
2023. 6. 18.
이번 영상은 2020년 6월 붓다 빅퀘스천에서 강연한 ‘기도란 무엇인가’의 내용입니다.
강연 중 《나, 아직 열리지 않은 선물》에 실린 ‘어머니의 기도문’이라는 글이 언급됩니다.
오래전부터 기도는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기복의 측면이 강했습니다. 이를테면 입사나 승진, 결혼, 득남, 건강, 시험 합격처럼, 특정한 일이 잘 해결되기를 바라거나 긍정적인 상태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 대부분의 기도였습니다. 이러한 기도들을 마냥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기도가 이러한 기대나 욕망 충족 차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앞에 자신의 요구 사항을 밝히며 정성을 들이는 것은 기도라기보다는 거래에 가까워 보이는 이유 때문입니다. 기도는 거래가 아닙니다. 부처님 앞에서 자신의 원력을 드러내어 본인의 삶을 성찰하고 이 원력을 반복해서 다짐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어머니들에게 단 한 가지 기도문만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녀를 잘 보살피는 엄마가 되겠습니다’입니다. 이 기도문에는 자녀가 성적이 잘 나온다든가, 우수한 대학에 들어간다거나,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오직 자녀를 잘 보살피겠다는 본인 스스로의 성찰과 노력만이 있습니다. 대상이나 상황에 집중된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나 자신이 정화됨으로써 견고해지고, 그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대상이나 상황마저도 정화되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수행입니다. 나로 돌아오며 나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정화하기에 수행인 것입니다.
욕망과 수행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대상이 바뀌길 바라는 것은 욕망이고, 자신이 바뀌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그렇기에 바른 기도는 대상을 향한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기도가 욕망 성취가 아니라 수행이 되려면, 대상이나 상황이 자신의 뜻에 따라 변모하기를 원할 게 아니라 자신이 바뀌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자녀를 잘 보살피는 엄마가 되겠습니다’라는 기도는 근원을 변화시키는 수행입니다. 자녀라는 대상에서 나로 돌아오는 수행이고, 자녀가 접하는 상황에서 나의 원력을 다지는 수행입니다. 이처럼 근원으로 돌아오고 원력을 다지는 여정이기에 이 기도 수행이 길고 더디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길고 더딘 수행이 잘 이루어질수만 있다면, 우리가 하는 기도는 견고한 기반을 가지게 됩니다. 자녀가 속하게 된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나의 기대에 맞게끔 변화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녀를 잘 보살피겠다는 나의 원력이 견고하다면, 그 언제든, 무슨 상황이든 어머니는 자녀에게 든든한 안식처가 됩니다.
부처님은 거래의 대상이 아닙니다. 내가 이러한 기도를 이토록 열심히 했으니 우리 자녀가 좋은 상황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거래 심보로 부처님을 대하려는 태도입니다. 바른 기도는 나의 원력을 부처님 앞에 남김없이 드러내고, 이것을 면밀하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반성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바른 기도는 오직 나로 돌아오는 원력의 다짐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할 때 부처님은 증명 법사입니다. 그렇게 나로 향하는 원력의 다짐이 견고함으로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수행이 잘 익어가고 있음을 은은한 미소로 한결같이 증명해주시는 분이 바로 부처님이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