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칙 『찬미받으소서』 해설 (1)
◎ ‘회칙’이 뭔가요?
☞ 교황님이 사목적 차원에서 발표하시는 문헌에는 회칙(Encyclical), 사도적 교서(Apostolic Letter), 교서(Letter), 사도적 권고(Apostolic Exhortation) 등이 있습니다. 이 중 회칙은 전 세계 주교들과 신자들을 대상으로 교황님이 직접 권고하시는 문서로서, 가장 중요한 형태의 문헌입니다. 회칙의 내용은 교리에 반영됩니다. 그러므로 『찬미받으소서』는 ‘생태’에 대한 가톨릭교리라 할 수 있습니다.
◎ ‘생태’가 뭐죠? ‘환경’과 다른 건가요?
☞ ‘환경’(environment)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다른 피조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에 비해 ‘생태’(ecology)는 피조물의 가치를 그 자체로서 인정하고 대하는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무를 보호한다’고 할 때, ‘환경 보호’는 ‘그 나무가 인간에게 산소를 공급해 주기 때문에 보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보호할 필요가 없는 거죠. 이에 비해 ‘생태 보호’는 ‘그 나무 역시 하느님의 피조물이기에 보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찬미받으소서』는 생태 회칙인가요?
☞ 그렇습니다. 가톨릭교회 최초의 생태 회칙입니다. 교황님은 이 회칙 안에서 ‘환경’이란 단어도 쓰시고 ‘생태’라는 단어도 쓰시지만, 기본적으로 교황님의 입장은 ‘피조물을 인간을 위한 도구로만 여기지 말고, 하느님께서 귀하게 창조하신 거룩한 존재들’로 대하자고 말씀하고 계시므로 생태 회칙입니다. 지금의 기후 위기를 초래한 것이 자연을 ‘환경’으로만 대해 왔던 인간의 태도이기 때문에 『찬미받으소서』를 ‘환경 회칙’이 아니라 ‘생태 회칙’으로 부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해설 (2)
◎ 『찬미받으소서』의 반포 배경은 무엇인가요?
☞ 2015년 5월 24일, 성령강림대축일에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셨는데, 이는 그해 12월 개최된 파리기후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파리기후협약은 기존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만료되기 전에 개최된 협약으로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회칙을 통하여 전세계 가톨릭신자들은 물론 각국의 정치지도자와 비신자 등 모든 인류에게 ‘모든 것에 앞서 지구를 살립시다’라고 제안하셨습니다.
◎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라는 제목은 무슨 뜻일까요?
☞ 교회 문헌의 제목은 문헌 본문의 첫 라틴어 두 단어를 따서 정합니다. 예를 들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중 하나인 ‘사목헌장’은 ‘Gaudium et Spes’(기쁨과 희망)라 불리는데, 이는 ‘사목헌장’이 ‘기쁨과 희망’이라는 단어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Laudato si'는 라틴어가 아니라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방의 방언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쓰신 ‘피조물의 찬가’ 첫 구절을 인용하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되셨는데, 선출되신 직후 어떤 주교님이 “가난한 이들을 기억해 달라”고 말씀하시자 즉시 당신의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황님의 사목 방향과 관심사는 가난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생태로 향하고 계십니다. 이 두 가지는 성령께서 교황님을 통하여 우리 시대에 요구하시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이에 대한 관심과 생태에 대한 관심입니다. 이 둘은 떨어질 수 없습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해설 (3)
◎ 『찬미받으소서』의 부제목은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인데요, 여기에는 어떤 뜻이 있을까요?
☞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하여’는 이탈리아어로 ‘sulla cura della casa comune’로 되어 있는데요, 교황님께서 지구를 ‘공동의 집’(casa comune)으로 표현하셨다는 사실이 특기할 만합니다. 교황님은 2014년에 반포하신 『복음의 기쁨』에서 이미 “지구는 우리 공동의 집이며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입니다.”(183항)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공동선(common good)처럼 공동의 집(common home)도 이제 전문 용어로 자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2015년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되었을 때, 주교회의 번역실에서 이 문서를 ‘환경 회칙’이라 부르며, 부제를 ‘더불어 사는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하여’라고 언론에 발표했습니다. 당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던 저(김유정 신부)는 이에 반대하여 반드시 ‘생태 회칙’이라 불러야 하고, ‘더불어 사는 집’이 아니라 ‘공동의 집’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단체 간에 의견 차이가 너무 커서 회의가 소집되었는데, 그때 번역실에서 ‘어떻게 인간과 동물이 공동으로 살 수 있단 말인가?’라고 이의 제기를 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반(反)생태적인 마음, 교황님의 회칙에 저항하는 마음이 바로 우리 내면에 자리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지구가 ‘공동의 집’인 이유는,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세대도 이 집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세대의 인간과 동식물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우리 후손과 동식물들도 이 집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지구를 살기 좋은 집으로 우리에게 물려 주었습니다. 우리 또한 미래 세대에게 그렇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공동의 집’에는 그러한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