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소환제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표 중 부적격하다고 여기는 이를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파면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찬성하는 측은 선출직 고위 공직자인 대통령·광역단체장과 달리 국회의원은 견제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국민소환제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 찬성 / 최창렬 용인대 교수
국민주권 실현·대의제 개선…국회 책임정치 강화에 도움
국민소환제는 국민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을 소환하는 제도로 대의기관에 대한 통제와 국회의 시민에 대한 수직적 책임성과 대표성을 강화시킨다.
이 제도는 왜 필요한가. 우선 헌법 1조의 국민주권 원리를 실현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본령인 주민의 자기지배 실현에 다가갈 수 있다. 둘째, 대의제가 새로운 활력을 모색할 수 있으며 국회와 국민 사이 단절을 완화할 수 있다. 셋째, 현행은 공직선거법상 벌금이 100만원 이상이거나 형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그러나 그 이하의 판결을 받아도 투표에 의해 의원직이 박탈된다면 의원들에겐 상당한 압박과 행동 준거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보편적 상식을 넘는 퇴행적 행위, 국회의 직무유기 등 반정치에 대해 주권자가 선거 이전에 해임할 수 있다면 국회는 지금처럼 국민을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소환 발의와 청구를 지역 유권자로 한정할 것인가, 국민 전체로 확대할 것인가의 쟁점, 오남용 방지책 등이 필요하다. 국민소환제 반대론자의 논거는 첫째, 헌법의 임기 조항이다. 임기 도중에 소환되는 것은 헌법에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헌법 조항은 임기를 명시한 것이지 보장한 것은 아니다. 헌법 조항은 별도로 법률에 기속되지 않는 국회의원에게 적용된다. 법률로 국민소환제를 신설하면 헌법과 충돌하지 않는다.
둘째, 선진국에서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인데 이는 허구적 논리다. 우선 미국은 하원의원 임기가 2년이다. 만약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더라도 당선 후 1년, 임기 말 1년 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미국의 예는 맞지 않는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선진국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의 권력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의회는 언제든지 해산될 수 있어 한국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2015년 영국은 의회 의원소환제를 채택했다.
셋째, 정적 제거에 남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게 적용되는 주민소환제는 2006년 제정된 법률에 의해 시행되고 있으나 한 건도 이뤄진 적이 없다. 포퓰리즘을 이용해서 정적 제거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임을 입증하는 사례다.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해 80% 내외의 압도적 찬성 결과가 많다. 국회에서도 2004년부터 꾸준히 국민소환제에 대해 논의해 왔을 뿐만 아니라 19대 대선에서도 모든 여야 후보들이 국민소환제를 공약했다.
내년 총선에서 각 정당이 국민소환제를 공약하고 유권자의 정치적 평가 결과에 따라 제도 도입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국회는 언제까지 우월적 권한 속에 안주하며 시민 위에 군림할 것인가.
■ 반대 / 신 율 명지대 교수
의원 직무범위 기준 불명확…반대 정당 공격수단 우려도
요사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언급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국회의원들이 그만큼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소환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공감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수 있는지는 별개라고 봐야 한다. 우선 국민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이유는 대략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우선 국민소환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개념 규정이 필요한데 이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처럼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징계 수단으로서 국민소환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직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중요한 직무 중 하나지만 이것이 국회의원 직무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지역구 국회의원을 두는 이유는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 일도 열심히 하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국회의원들이 입법 활동을 중지하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지역구에서도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는 할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은 중앙정치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를 중앙정치에 반영할 의무를 지닌다. 이것 역시 국회가 열려야만 수행할 수 있는 직무는 아니다. 이렇듯 국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해서 국회의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소환제가 오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의원들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소환제가 오용될 수 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되면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들의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것들 말고도 국회의원이 독자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독자적 직무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어떤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에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장장과 같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주민들이 혐오하는 시설을 건설하고자 할 때 주민들은 자신들 동의 없이 일을 추진했다며 반발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국민소환을 시도할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문제는 '과연 주민 동의 없이 국회의원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문제점을 종합해 보면 국민소환제 도입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도입해서 무리 없이 시행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기사출처: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07/534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