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먹은 가슴들이 수두룩 하단다."
"그럼 제 가슴이 언젠가 뛰기를 멈추면 어떻게 돼요?"
"그럼, 네게 지정된 시간도 멈추게 되지. 아가, 네가 살아온 시간, 다시말해서 지나온 너의 낮과 밤들, 달과 해들을 지나 되돌아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게다. 너는 너의 일생을 지나 되돌아가는 게야. 언젠가 네가 그 문을 통해 들어왔던 둥근 은빛 성문에 닿을 때까지 말이지. 거기서 너는 그 문을 다시 나가게 되지."
모모/미하엘 엔데/217~218
적막한 바람과 눅진눅진한 현기증과 오색의 환상과 환상, 장작불타는 시꺼먼 밤의 오광대놀이가 한 마당 막을 올리고 지나간다.
숲이 나타나고 강물이 나타나고 황톳길이 나타나고 섬진강을 따라 굽이쳐 뻗은 삼십 리, 하동으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그 위로 세월이 발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마음 바닥을 쿵쿵 밟으며 지나가는 세월의 발소리, 끊이지 않는 기나긴 세월의 행렬, 지나가다가 어떤 것은 되돌아 오곤 한다.
토지5/박경리/114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