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 우리나라의 서해와 남해에서 양식을 한다. 자연 상태에서 자라기는 하지만 자연산 김은 없다. 씨앗(포자)을 김발에 붙여 바닷물 속에서 키운다. 이를 김 양식이라 한다. 김 양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바다가 얕고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큰 바다에서는 지주식을, 바다가 깊고 조수간만의 차가 적은 바다에서는 부유식을 한다. 지주식이란 바다의 바닥에 기둥(지주)을 박고 그 기둥에 김발을 붙들게 한 상태에서 김을 키우는 방법이며, 부유식이란 지주 없이 김발을 바다 위에 띄워 양식을 하는 시설을 뜻한다. 장흥은 부유식이 많다. 일반적으로 부유식은 개량 방식으로 보고 전통적인 지주식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주식은 간조 때 김발이 물 밖으로 노출되어 햇볕과 바람을 맞으므로 자연 상태에 가까운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흥의 김 양식법은 특이하다. 부유식 김 양식법을 사용하지만 김발을 물 밖으로 노출시킨다. 그러면서 김 양식에 흔히 하는 유기산 처리도 하지 않는다. 수많은 김 양식 지역 중 장흥을 선택하여 취재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
전남 득량만 지도 보기
광화문의 정남(正南)쪽 한반도 끝, 정남진
장흥은 광화문에서 직선으로 선을 그으면 닿는, 한반도의 ‘정남’에 있다 하여 정남진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다. 원래 있던 지명은 아니다. 서울의 정동(正東)에 있는 강원 강릉 정동진이 어느 날 관광명소로 부각된 사례를 보고 최근에 정남진을 발상한 것이다. 서울에서 정남진 표지석에까지 이르자면 서해안고속도로 목포인터체인지에서 나와 순천쪽 국도를 타고 장흥군소재지를 거쳐 관산읍 신동리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자동차를 몰고 갈 경우 중간에 두 번 정도 쉰다고 했을 때 6시간은 잡아야 한다. 먼 길이지만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니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김 양식장은 회진면 앞바다에 몰려 있다. 정남진 표지석을 거쳐 더 남쪽으로 내려가는 곳이다. ‘정남’의 정확한 끝은 회진면 대리 해양낚시공원 입구이다. 대리가 섬이었다가 1960년대 간척이 되면서 육지로 변한 땅이라 하여 신동리에 표지석이 섰다. 신동리 정남진 표지석에 도착한 외지인들이 남쪽으로 나 있는 길이 더 있어 대리까지 자연스레 오게 된다고 한다. 회진면 앞바다는 득량만이다. 동쪽으로 바다를 막고 있는 땅은 고흥반도이다. 회진면 앞바다에서 고흥 녹동항과 소록도가 빤히 보인다. 득량만의 바다는 맑고 투명하다. 여름 동해 물보다 맑아 보인다. 득량만으로 흘러드는 강이 없으니 오염될 일이 거의 없다. 바다 위에는 양식장의 부표가 가득 메워져 있다. 김, 미역, 매생이 양식장인데 멀리서는 무엇을 키우고 있는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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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 김’이란 농산물로 보자면 ‘무농약’과 같다
김은 크게 돌김과 참김으로 나뉜다. 김에 구멍이 많고 약간 거친 것이 돌김이다. 돌김은 잘라서 밥을 싸 먹거나 안주용으로 주로 쓴다. 참김은 매끈하고 부드러운 김으로, 김밥 쌀 때 이 김을 쓴다. 돌김은 11월부터 12월 사이에 나온다. 이 돌김을 두 차례 거두고 난 후 김발에 참김이 붙는다. 참김은 4월 초까지 서너 차례 거둔다. 두 번째 거두는 돌김에는 참김도 일부 섞이게 되는데, 이 김이 부드러움과 파삭거림, 그리고 향에서 제일 좋다고 한다.
장흥의 김 양식 어가는 100여 호에 이른다. 부유식이 대부분이며 일부 지주식도 있다. 회진면 대리 앞바다에는 부유식만 보인다. 장흥 김이 최근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산(酸)을 쓰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김은 양식 과정에서 ‘잡조류’가 부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을 뿌린다. 농사로 치면 농약이다. 염산을 치다가 크게 말썽이 일어 유기산으로 바꾸었다. 장흥에서는 이 유기산조차 쓰지 않는다. 바다에 떠 있는 김발을 수시로 뒤집어 공기 중에 노출함으로써 ‘잡조류’의 부착을 막고 있다. 김은 햇볕과 바람을 이기지만 ‘잡조류’는 죽는다. 평균 4일에 한번씩 김발 뒤집어주기 작업을 하는데, 새벽에 나가 공기 중에 노출되도록 뒤집었다가 오후에 다시 바닷물 속으로 집어넣는 뒤집기 작업을 한다. 이렇게 하는 게 산을 뿌리는 것보다 인력과 배 기름 값이 더 든다. 그러나 가격을 더 받는 것은 아니다. ‘무산(無酸) 김’이라 하여 장흥군에서 텔레비전 광고도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아직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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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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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황교익
- 농민신문사와 (사)향토지적재산본부에서 향토음식과 지역특산물의 취재 및 발굴, 브랜드 개발 연구를 했다.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로 [맛따라 갈까보다], [소문난 옛날 맛集], [주말농장 즐기기], [알기 쉬운 지리적표시제] 등의 책을 펴냈다. 향토음식과 식재료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http://blog.naver.com/foodi2'를 통해 네티즌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