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의 마을 버스 <1960년대>
(散文) 천둥치던 시냇가 (完) - 은산 김대규
내 어릴적 동무였던
별떨기를 찿아 먼 시냇가로 나섯다
바쁜 걸음에
개나리 봇짐 하나 등 멘 체
옛부터
마을 버스라 칭하던
소가 끄는 "소달구지"에 올랏는데
나도 몰래
소싯적의 몽리(夢裏)에 젖어
멀고 먼 산촌의 옛 모습을 散文으로 적어 본다
어린 학동이 " 이랴..! " 하고
소의 옆구리를 발로 "툭" 치자
덜컹거리며
붉은 황톳길로 굴러 가는데
길섶에는
자주빛 수리취 나물과 노란 짚신 나물등이 지천이다
저 멀리
홍수에 떠 내려가던 송아지 따라 애타게 뛰던 시냇가는
꺼져가던
내 기억을 깨우고
자굴산의 동쪽 벌에서 멈춘다
언덕배기
교회당의 부락에는 벌써
김메기 삼벌 에 "호미 씻기" 까지 끝났는지
꽃트림 의 풍물패가 왁자하고
꽹과리 와 북소리, 태평소와 버꾸 함께
상모 도리 까지 어깨춤이 흥겹다
어느듯
해거름 들녘에는 어둑사리가 내려 앉고
달구지는
허리 휜 논둑길로 벋어나자 남강 나루터다
사공은
이미 노 저어 저문 강을 건느고 있었다
이튿 날
민들레의 영토인 의령에서 의병장의 생가를 찿았다
함안군 산인의 고려동(高麗洞壑)에선 고려의 魂을 만난 후
고성의 바닷가인 두포리를 거쳐 법수의 악양루(岳陽樓)까지 바삐 갔지만
날은 저물어
개암 잎의 이슬 털며 만난 곳은 명승 고찰 인 일붕사(一鵬寺)다
산사의 佛心은
잠시 四圍를 묵언케 하는데
佛堂의 죽비(竹扉)소리가 적막을 깨자
천년 石燈이
육모정(六茅亭)의 현판 인 방하착放下着을 비춘다
동 터자
마침내 발길 끝에 닿은 시냇가 옛집에는
정들면 고향인지
뜸부기가
둥지를 튼 삽작에는 넝쿨진 인동초 와 기억의 조각들만 무성하고
아침 햇살이
제일 먼저 들던 손바닥 만한 봉창은
뎅기 머리 처녀때의
할미가 심었다는 감나무 아래서 세월의 이끼를 배고 누웠는데
할비의 잔 기침 소리는
호롱불 을 벗삼아
당신이 쓴
立春大吉 과 建陽多慶을 지나
이별과 귀향이 교차했던 성황당길로 가고 있다
보리 여울때는
이별을 예감했을까
마당귀에 앉아 소매 끝동을 적시던 할미의 모습도 지나간다
그랫다
검은 가슴 도요새 가 이소(離巢)하던
그해 5월
모진 가뭄 끝에
들녁은 등짝 갈라지듯 갈라졌다
이삭 줍던 아이는
새를 쫓아 까마귀떼의 무덤으로 갔다
수의는 가마니 한 장
하얀 발목은 가난이 훒고 간 무논의 흔적일까
어미는 꺼이 꺼이 울었다 사흘뒤에 비가 내리는 날이 있었다
천둥치던 시냇가는 다시 물이 차 올랏고
간밤에는 별 하나가 새로 찿아왔다
흐릿한 등잔(燈盞)아래서
주린배를 잠재우던 어린 영혼을 지금의 아이들은 알까
눈떠는 세벽이면 콧구멍엔 시커먼 검댕이가 대롱거리던 그때를 말이다
이제는 가고파도
귀(耳) 조차 먹먹한 木理의 세월이라
귀소歸巢하는 철새 따라 가고픈 망향의 꿈만 꾸지만
결코 잊지 못할
그 무덥 든 7월의 장마가 생각난다
물빛 까지 흐린 저물녘에 소나기 퍼붓던 날
보채는 어린 막내의 주린배를 멀건 나물죽으로 달래던 어무이
당신은 천둥치던 시냇가를 건느 어딜가셨소
험준한 맥령麥嶺고갤 넘어 어딜가셨소
비록 척박한 땅에 심은 한 생애의 삶이
피었다 지는 민들레 처럼 돌아오지 않아도
빗살무뉘 물결이
모래톱 을 조각하던 옛 시냇가에서
다시 만난 눈섶달 만은
지금은 추억의 징검다리가 되어
보리밭 보리밭 5월의 이랑을 걷는 노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2026년 5월 28일 촌사람 대규
*검은 가슴 물떼새 ㅡ 검은 가슴 도요새로 의역함
*木理 ㅡ 나무의 표면에 세월의 나이태로 나타나는 무뉘
보리 여울때의 모습 / 1950년대
초갓집을 섬으로 만든 세벽 안개
(함안군 산인면의 어느마을)1960년대
옛친구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의 고향..~
지금은 기억속의 등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