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 김유진
눈을 감습니다
나는 편안합니다 나는 편안합니다
백운호수는 흰 오리보트를 가졌습니다 오리는 호수를 바라보고 나는 발가락에 힘을
주며 오리의 자세로 호수를 바라봅니다 바람이 불고 물결이 입니다 일렁이는 물결을
건너온 긴팔 원숭이 한 마리가 머리 위에 앉아 머리칼을 뒤적거립니다 3분과 2분 사
이에서 호수와 오리보트가 출렁거립니다 윤슬 따라 고개를 흔들어봅니다 왼쪽 속눈
썹이 흔들리며 원숭이가 무릎 위로 떨어집니다
케이크를 자르던 어제 속에 손을 넣었는데 원숭이가 허리춤으로 튀어 오릅니다 원
숭이의 꼬리에 하얀 생크림이 묻어 미끌거립니다 무릎 위로 뛰어오른 원숭이가 가부
좌를 틀고 제 꼬리로 내 발목을 지그시 누릅니다 발이 저려옵니다
날뛰는 건 내가 아닙니다 내 손은 무릎 위에 있고 무릎은 내 머리 위에 있습니다 호
수를 바라보며 호수를 적으려던 나는 실눈을 뜨고 원숭이를 다시 옆에 앉힙니다 호
숫가를 걷다보면 오리의 움직임에 감탄하게 되니까 오리를 바라보는 눈에 자꾸 힘
이 들어가니까 오늘은 호수가 호수로만 보이지 않네요 원숭이 꼬리만 긁적이다가
눈을 뜹니다
편안함으로 인도해주던 호수는, 오리는 눈 앞에서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