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의 선택
많은 산들 중에서 산행지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간단할 수 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가볍게 주말마다 다니는 근교의 산을 선택한다면 별어려움 없이 산행지를 선택하는 것이고, 코스를 조금 변경하면 새로운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 이미 그 산에 대한 정보는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에 준비도 간단히 마치고 가볍게 출발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늘 새로운 등산의 세계를 찾는 등산가라면 산행지를 선택하는 것 부터가 매우 신중한 일이 된다. 산행목적과 일정에 적합해야 하고, 함께 갈 사람들에 대한 배려까지 생각한다면 여러가지 정보와 몇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1. 산행목적을 먼저 생각한다. 앞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등산은 여러 분야가 있으며, 각각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여러가지 방식의 등산이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어본 사람이면 아마 각자 자신의 등반가치를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추구하는 등산의 가치나 방식에 따라 산행목적을 정할 수 있다. 아무리 가볍게 부담없이 떠나는 산행이라도 '가볍게 부담없이'란 자체가 산행의 목적인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산행목적을 살펴보면 주말 근교산행, 단풍탐승, 심설산행, 철쭉산행, 독도법훈련, 종주산행, 청정계곡 탐사... 등 등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보다 전문적인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가벼운 주말 암벽등반, 하드프리클라이밍, 암릉등반, 빙벽등반 등을 목적으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2. 일정과 동행자를 고려한다. 산행목적이 정해졌다면 대상지를 선택하기에 앞서 일정과 동행자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목적에 적합한 계절이나 기간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주산행같은 경우는 당일이나 1박2일에 하기 곤란할 것이다. 기간은 사용가능한 교통수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동행자들 개인의 시간사정에 맞추어 조정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런것을 고려하여 '시기는 5월, 기간은 2박3일, 인원은 4명'과 같이 정할 수 있다. 여기서 인원4명의 구성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한다. 성별, 연령, 체력, 등산경력 등을 알고 있어야 무리없는 대상지를 선택할 수 있다. 좀 더 세밀한 검토를 해야하는 등산의 경우에는 개인의 성격, 질병, 장애 등도 대상지선택시 고려해야 할 사항일 것이다.
3. 산행지 선택하기 산행목적과 일정, 동행자 등이 결정되었다면, 여기에 적합한 산을 선택한다. 산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많은 산에 관한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산에 관한 정보는 개인의 경험을 비롯하여, 신문, 잡지, 산소개 서적, 인터넷, 지도집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런 곳에는 간단히 산만 소개하는 경우도 있고, 산에대한 여러가지 정보가 함께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각 매체의 특징과 찾는 요령을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신문 계절에 맞고, 인기있는 산에 대한 정보를 간단히 얻을 수 있다. 가이드산악회들의 안내하는 산과 일정, 요금등의 정보도 있다. 신문은 보통 일주일에 1개 정도의 산을 소개하기 때문에 여러 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정보는 못된다. 그러나 신문에 난 산정보를 계속 스크랩하면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등산 잡지 월간산이나 사람과산과 같은 등산전문 잡지는 매월 발행되는데, 많은 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계절에 맞는 산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도 하고, 간단한 개념도나 상세한 등산지도도 제공한다. 이런 등산잡지를 정기적으로 구독하고 여기에 실린 산정보를 PC를 이용하여 검색할 수 있게 해 놓으면 훌륭한 산정보를 만들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한글'이나'엑셀'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단순하게 "2000 1월호 - 대둔산, 설악산, 공작산..."과 같이 입력해 놓은 다음 검색메뉴를 이용하면 필요한 산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설악산"을 검색하면 설악산에 관한 정보가 있는 산지의 몇년, 몇월호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산소개 서적 산을 소개하는 서적은 단행본으로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며, 계속 발간되고 있다. 지역별로 소개한 책, 테마별로 소개한 책도 있으며, 사진이나 상세한 지도를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한 두권 정도만 구입하면 전국의 유명명산에 관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고, 산을 선택하는 가장 편리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인터넷을 이용하면 무궁무진한 산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야후, 알타비스타, 엠파스'와 검색엔진을 이용하여 특정산에 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전국의 산을 지역별, 높이별, 특징별로 모아놓은 사이트도 있다. 산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은 검색엔진에서 "등산"이라고 입력하면 수십개가 뜰 것이다. 이중에서 괜찮고 자신에게 필요한 사이트를 골라 북마크(즐겨찾기)해 놓으면 편리하다. 이런 곳에 가면 위에서 설명한 목적, 일정 등에 적합한 산을 쉽게 고를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산정보뿐만 아니라, 산행지식, 장비, 교통, 입산통제, 날씨 등 여러가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이 아닌 천리안과 같은 일반 PC통신에 가도 산정보를 얻을 수 있으나 대부분 유료이다.
지도집 지도집은 국립지리원에서 제작하는 전국 지형도를 묶어 놓은 것으로 1:2,5000축척이 있고, 1:50,000축척이 있다. 2.5만은 총10권, 5만은 총4권으로 되어있다. 부피도 크고 가격도 1~2백만원대의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소장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 서점에서 판매하는 1:10만 지도책으로 대신할 수 있는데, 오히려 지형도집보다 더 편리하다. 10만 도로지도책은 여러가지가 나와 있지만 그 중에서 성지문화사에서 발행하는 "1:10만도로지도(2만원)"가 가장 충실히 내용히 담겨있다. 도로지도책이라고는 하지만 1:5만지형도를 바탕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전국의 크고 작은 모든 산과 등고선이 나타나 있어 등산계획을 세우는데,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대상산을 고른다거나, 접근 도로, 교통편, 개략적인 코스검토, 인근 산과 지명을 파악하는 종합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지도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먼저 10만지도책으로 부터 대상산을 결정한 다음, 그 산의 2.5만지형도나 5만지형도를 구해서 실제산행에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국립공원 지정명산 자연풍경지를 보호하며 적정한 이용을 도모하고 국민의 보건, 휴양 및 정서생활의 향상에 기여하고자 국가가 관리하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은 산세가 수려할뿐더러 문화유적등의 볼거리도 많아 연간 입장객이 2,500만명 이상이 넘는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어 초보자가 산행지 선택이 어려울 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중에서 선택하면 가장무난하다. 등산코스가 다양하므로 계절에 따라 산과 등산코스를 잘 선택하면 된다.
4. 그 밖의 고려사항 지금까지 산행지를 선택에 필요한 중요한 사항을 살펴 보았다. 산행능력, 산행기간, 교통과 숙박 사정, 예산 등에 따라 산이 정해지면 코스를 선택해야 하는데 산행 거리와 시간, 난이도, 비상 탈출로 등을 참고한다. 또 산불예방기간, 자연휴식년제, 군사시설물 등에 의해 출입이 금지된 곳은 아닌지, 산행중에 식수를 구할 수 있는지 등도 살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여의치 않으면 애써 선택한 대상지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6. 선행지 선택 예 산행경력 5년인 김아무개씨가 10월초에 단풍산행 떠날 곳을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산행 대상지를 어떻게 선택하는지 살펴보자.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등산안내서를 보고 단풍이 유명한 산을 찾는다. 몇 해 전부터 모아온 등산 전문월간지의 과거 10월호와 11월호도 단풍특집을 다루고 있어 참고한다. 이렇게 찾아낸 산이 덕유산, 설악산, 오대산, 월출산, 내장산 등이다. 내장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10월말쯤에나 단풍이 절정이겠다는 정보를 준다. 설악산과 오대산은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안내다. 오랜만에 설악산 단풍을 즐기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지도를 펴놓고 대청봉 오름길을 검토한다. 자신의 일정처럼 하루산행으로 설악산을 오를 수 있는 오색이나 한계령 코스에는 사람이 몰려 혼잡하겠다는 생
각이 들자 마음을 바꾼다. 대청봉과 서북릉의 단풍을 멀리서 감상할 수 있고 만물상의 기암과 어울린 단풍도 좋은 점봉산으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한계령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점봉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금지됐음을 알게 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점봉산의 나머지 산행기점은 오색약수에서 오르는 길뿐이다. 다시 지도를 놓고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점봉산 남쪽 코스를 떠올린다. 진동리에서 곰배령으로 정상에 오른 뒤 단목령을 거쳐 다시 진동리로 내려오는 코스다. 진동리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없음을 알고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한다. 비포장 길을 가야 하므로 지프를 가진 산친구에게 전화를해 함께 가기로 한다. 다음은 인제군 전화번호 안내를 통해 진동리 이장집 전화번호를 알아내 민박 주선을 부탁한다. 각자의 준비물을 전화로 확인한 김씨와 친구 3명은 토요일 오후 3시에 점봉산 산행을 떠나기로 약속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