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麗澤
이어진
고울려(麗) 연못택(澤)으로 쓰고 '이택'이라 읽습니다.
담양 소쇄원에는 위아래를 연결해 놓은 두 개의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을 두 개로 연결해 놓은 까닭은 위 연못이 물이 넘치면 아래에서 받아주기 위함입니다. 아래 연못이 물이 마르면 위 연못물을 열어 물을 보내 주기 위함입니다. 위 연못이 메마르면 아랫연못의 물을 퍼 오려주기 위함입니다.
예전엔 초당이나 정자 주변에 연못을 만들 때는 상하로 만들어 연꽃을 심고 물고기를 길렀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작은 텃밭을 일구어 각종 나무와 꽃을 심어 마음을 즐겁게 하였습니다. 가뭄에 초목이 시들해지면 연못물을 이용해 꽃과 과실에 물을 줍니다. 혹여 화재라도 발생하면 불을 끄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이어진 연못을 일컬어 이택麗澤이라 배웠습니다. 이때 고울려(麗)는 곱다로 해석하지 않고, 이어주다~ 또는 붙어있다로 해석합니다. 상부상조의 의미를 담은 이택은, 후학과 선생들에게도 적용되었습니다. 이어진 물길처럼 , 서로 돕고 도와주는 동시에 절차탁마하며 각성을 주라는 의미입니다.
고려시대 나라에서 장려하는 최고 학문 기관인 國學에 이택관(麗澤館)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도 이택당 이택계 이택제 (齊)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상부상조는 학문의 기초정신으로 보입니다. 또한 麗澤정신을 학문은 물론이요, 가정과 직장동료 관계, 사회생활로 이어진다 하겠습니다.
지나 온 세월 관련된 인연을 돌아보면 한 시절 기쁨이 되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끝까지 연결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우리 심정문학은 이택의 물길처럼, 보완과 배려의 물길로 더욱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2편
유언
이어진
'' 안녕~ 잘 가!''
1957년 '니나 모르간'이라는 분이 아들로부터 선물 받은 앵무새와 55년을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일부러 말을 가르친 적은 없는데, 주인의 일상을 따라서 말을 배운 듯이 주로 ' 안녕 내 사랑, 잘 가 또 봐~'라는 말을 자주 했답니다. 전화벨이 울리면 주인을 부르고, 누가 와서 초인종을 눌러도 주인을 불렀다니 영리한 앵무새가 틀림없습니다. 자기 집 강아지를 보면 '웡~웡~' 짖는 소리를 내고, 고양이를 보면 '야~옹~야~옹~' 했다니, 생활습관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국산 최장수 앵무새가(African grey parrot) 주인에게 남긴 마지막말 '안녕~ 잘 가'! 여운이 깁니다.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하직할 때 마지막 남기는 말, 유언을 보면 재산문제나 자식들 안녕이 주를 이루는데, 한평생 수도생활을 한 분들의 유언은 매우 다릅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낯선 여인숙의 의미를 헤아려 봅니다. 처음 보는 지역 후미진 곳, 어둡고 침침한 곳, 아는 이 없이 홀로 든 작은 방입니다. 쉬이 잠들지 못하는데 생각마저 이어질 수 없는 소란스럽고 좁디좁은 공간입니다. 그런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이 인생이라~
참고 견뎌야 할 일이 많은 게 인생사니, 소소함에 맘부림 하지 말고, 좋은 일 많이 하라는 말씀 같습니다.
조선 후기 범해선사 말씀에도 '헛된 한 생각이 빚은 칠십 생애 창밖에 벌처럼 떠든 것도 부질없어라. 문득 저 언덕에 올라가면서, 아! 바다 위에 뜬 물거품임을 알았네!' 지나고 보면 생이란 한 순간이요 부질없음이니 착하게 잘 살라는 의미입니다. 교황 바오로 2세는 선종에 임해,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시오' 모두들 행복하게 잘 살라는 의미입니다. ' 내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 버나드쇼 묘비명이랍니다. 개인이며 단체, 주어진 삶에 목적을 다 이루도록 열심히 살라는 당부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무슨 말을 남길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남은 생이 얼마며 마음가짐을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까요! 매일 매 시간 귀한 시간입니다. 착하게 살다 복되게 마치는 善生福終 선사 성인들의 행로를 들여다보며 맘자리를 바로잡아 봅니다.
첫댓글 이어진 교수님
귀한 글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