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직장생활 동안 여러나라로 해외출장과 여행을 다녀보았지만 대마도를 제외하면 일본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일본의 종합조구업체인 티엠코(TIEMCO)의 초청으로 일본지깅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겨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동경에 다녀왔다.
생애 첫 일본, 입국부터 불안불안
지난 9월 16일, 생애 처음으로 일본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공항에서 예상치못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회에서 사용할 팽창식 구명의의 CO2 봄베와 지그가 공항X-RAY에는 총알로 보여 보안 검문에 걸렸던 것이다. 또한, 2m가 넘는 지깅 로드케이스는 최대 제한길이에 걸려 추가운임을 지불해야 했다. 출발부터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큰 영향을 미쳤던 태풍 ‘산바’가 북상할 무렵임에도 날씨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은 다행이었다.
지금 일본은 ‘슬로우지깅’ 열풍

먼저 일행이 찾은 곳은 동경의 한 낚시점. 이곳은 루어와 플라이 전문매장으로 국내 대형유통점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국내에서 구경하기 어려운 각종루어가 전시되어있다. 전시된 지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역시 슬로우지그(Slow Jig)였다. 일본에서는 ‘슬로우지깅(Slow Jigging) 광풍’이라 할 만큼 유행을 타고 있고, 국내 일부 지깅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슬로우지깅 붐이 일고 있다. 헤비한 로드와 무거운 지그, 강한 저킹으로 대상어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라이트한 로드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대상어를 공략한다는 장점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다금바리, 참돔, 부시리, 방어 등 지깅대상어종은 거의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슬로우지깅 열풍은 한동안 식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다양한 지그를 보유한 일본, 문제는?국내의 지깅 파핑인구는 그리 많지 않아 일부 마니아만 즐기는 낚시로 인식하고 있다. 해서 대형 포퍼와 스틱베이트는 국내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 일본은 많은 앵글러가 즐기고 있어서인지 다양한 종류의 루어를 구경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비교적 쉽게 낚을 수 있는 부시리, 방어를 비롯하여 참치, 트레발리 등을 낚을 수 있는 루어도 있었다. 필자도 어렵게 구한 몇몇 제품들이 있지만 참 욕심나는 제품이 있었다. 하지만 무시무시하게 크고 무섭게 생긴 만큼이나 무서운(?) 가격대였다.
동경만에서 가장 선호하는 롱지그

다음날 지깅대회가 열리는 동경만을 찾았다. 대회에 참가한 배는 총 7척으로 동경만에 있는 각 포구에서 선수들을 태우고 동경만 중간에서 만나 출발신호와 함께 각 포인트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특이한 점은 각각의 배 뒤편에 대회기를 단 것인데, 대회 홍보효과는 물론 넓은 동경만에서 인식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대상어는 방어에 한하며 3마리 합산 총중량으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앵글러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노련한 선장의 포인트 선택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회유성 어종이므로 한 곳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닻을 내리지 않고 입질이 없으면 포인트를 계속 이동하는 패턴으로 공략한다.

대회 시작전 티엠코의 수석디자이너에게 조언을 들었다. 현재 동경만에서 가장 선호하는 지그는 롱지그 형태의 제품으로 유영하는 속도가 빠른 방어공략에 최적이라는 것. 수석디자이너의 조언을 믿고 먼저 99g 롱지그로 공략했다. 동경만포인트는 거의 15~40m 정도의 수심인데, 이런 포인트에서는 빠른지그의 움직임이 유리하다는 조언도 참고하였다.
프레셔로 성적은 저조했지만...이번 대회진행의 총 책임자인 미유키씨의 출발신호와 함께 각 배들이 포인트를 향해 출발했다. 미유키씨는 티엠코의 프로스태프로 일본내에 몇 명 없는 여성 프로앵글러다. 구릿빛 얼굴은 그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다에서 보냈는지, 어떤 노력으로 프로스태프가 되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여성 참가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일본의 지깅열풍이 반영된 것 이리라.
여느 대회나 다 그렇듯 방어는 쉽게 낚이지 않았다.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울리며 여러 척의 배가 돌아다니는 것이 대상어에게 스트레스임에는 틀림없다. 22명의 승선 인원 중 단 3명만이 각각 한 마리씩의 방어를 낚았다. 7척 모두 비슷한 상황이었다. 방송 촬영을 해야하는 김기성씨는 입질이 없어 초조해하다가 대회종료 약 한 시간을 남기고 방어의 입질을 받아 침착하게 랜딩에 성공했다.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국내의 어마어마한 부시리, 방어자원에 비하면 동경만은 그리 좋은 필드는 아니었다. 먼 이국땅에서 대상어종을 낚시못한 아쉬움이 매우 컸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일본과 우리나라 대회의 차이점대회 시상식장에서 가장 놀란 사실은, 천막은 물론 의자도 하나 없다는 점이었다. 큰 규모의 조구업체가 주최하는 대회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국내 조구사의 대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상식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때까지 단 한명도 대회장을 이탈하는 앵글러가 없었다. 의자가 없어 불편해도 질서정연하게 시상식을 지켜보는 일본앵글러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낚시대회는 어떤가? 행사가 끝난 행사장 바닥을 보면 어지럽게 널려있는 담배꽁초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앵글러들의 잘못도 있지만 주최측에서 재떨이 자체를 준비하지 않는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대회에서도 꼭 도입해야하며 앵글러들 자신도 성숙된 문화를 보여야 할 시점이다. 최근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몇몇 사건들로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그들의 잘못은 명백히 짚고 넘어가되, 그들의 좋은점은 받아들여야 한다. 대회가 끝난 행사장바닥에 담배꽁초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성숙한 문화는 필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한민국을 찾는 일본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좋다는 김치와 김을 선물로 준비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고가의 낚시장비도, 금일봉도 아니지만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에 감사하고 즐거워하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상품은 대체로 조촐한 수준이었다. 수백 만원의 상금이나 상품이 걸린 국내대회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대회는 상품이나 상금으로 부풀려져있는 것은 아닐지. 함께 즐기기위한 대회에 상품과 상금만이 능사인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많은 생각과 숙제를 안겨주며 대회는 끝이 났다.
알고 보면 세계적인 회사 티엠코일본일정의 마지막날 티엠코 본사에 방문했다. 티엠코는 국내 앵글러들에게 다소 생소한 회사다. 그도 그럴것이 주력 상품이 루어나 지그가 아닌 플라이 훅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이 훅 메이커다. 자회사인 BOIL은 구명의와 소품 등을 생산하고 Fox Fire라는 유명의류 메이커도 티엠코의 자회사다. 이렇게 큰 규모의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사옥은 생각보다 작았다. 물론 생산 공장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물 안 앵글러는 퇴보하기 마련티엠코의 수석디자이너인 시모다씨에게 각 지그의 활용법과 액션 등에 대해 조언받았다. 필자가 경험한 다양한 바다 루어낚시 장르 중 가장 경험과 이론이 부족한 지깅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향후 출조에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배움을 게을리해선 안되며, 공부하지 않는 앵글러는 반드시 퇴보하기 마련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공략법과 공략채비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공략채비에 대한 내용은 개발자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가장 정확한 공부를 한 셈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밖 세상만 볼 수 없다. 끝없는 공부가 필요한 장르가 루어낚시다.
세계 어딜가나 Made in KOREA<br/>
사무실 한편에 플라이로드가 전시되어 있었다. 티엠코는 유명 플라이 낚시메이커인 LOOP, ORVIS, HARDY사의 일본 에이전트다. 하지만 이 로드들은 모두 ‘MADE IN KOREA’가 선명했다. 알고보니 모두 국내에서 OEM으로 납품된 제품이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로드가 세계를 누비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예전에는 저가형제품들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현재는 최고가 제품들도 국내에서 제작해 납품된다는 점에서 국내조구업체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국내 갈치 지깅붐을 기대하며
이번 티엠코 방문중에 필자가 가장 큰 관심을 두었던 제품은 갈치용 루어다. 일본에서는 갈치지깅이 대중화되었고 많은 앵글러가 즐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앵글러가 루어(물결 채비)로 갈치를 공략하고 있고, 조과도 훌륭하다. 물결 채비는 그럽이나 섀드형태의 웜을 사용한 제품이며, 리트리브만 주면 화려한 꼬리의 움직임으로 갈치를 유혹한다. 하지만 일본조구업체의 기성품은 꼬리가 없는 형태의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 제품들은 리트리브가 아닌 저킹 동작으로 다트 액션을 연출하여 갈치를 유혹한다. 일본에서는 야간에 집어등을 밝히며 공략하는 나이트게임(Night Game)이 아닌 데이게임(Day Game)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갈치는 야행성 어종으로 알려졌지만 수심 20~50m권에서 선상 낚시법으로 주간 갈치지깅을 한다고 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가능하겠지만 갈치루어 낚시전용선과 경험이 많은 선장이 없다는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갈치루어 낚시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본다. 참돔 타이러버 인치쿠용장비만 있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간편한 낚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2박3일의 짧은 일정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꼈다. 선진낚시기법과 누구에게나 지나치다 할 만큼 친절한 국민성, 성숙한 낚시문화도 배웠다.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티엠코사 관계자와 (주)제이에스컴퍼니 임직원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첫댓글 해볼만한 선상낚시인것 같더라구요,,,
호기심 가는데요
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