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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Chapter 1
눈을 뜨니 아침햇살이 한지로 된 문을 통과해서 방 아랫목을 비추고 있었다.
할바시는 도창문을 열고 밖을 물끄러미 바라 보시면서 .
종이 봉지에서 담배를 덜어 내서 계속 곰방대에 채워 넣어시고는 불은 붙이지 않고 잇 사이에 물고 계셨다.
"오늘은 날씨가 좋겠구만..."
트렌지스터 라디오 에서는 계속해서 노래가 흘러 나온다.
"도나 도나 도나 도-나우”
외국여자가수가 '도나우' 라는 노래를 부른다.
"도나! 이 노래 는 너그 엄마가 니 찾는 다고 방송국에서 부르는 거다”
"아임미다. 어머이는 이런 노래 안부르십니다."
" 허허허 맞다케도"
장난기 많으신 할바시는 또 나를 놀리신다.
"혹시, 할바시 말이 진짜 아닐까? 여름방학을 맞아서 사량도 고을개 큰집으로 온 내가 보고 싶어서 방송국에 가서 나를 찾는 다고 부르는 걸까?" 하고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따스한 햇빛이 송판 마루에 비치니까 마당앞에 있는 감나무 잎 사이로 따뜻한 기운이 스멀스멀 방까지 스며들어서 한층 노곤함을 더한다.
몇분 간격으로 자리를 바꾸면 따뜻한 햇빛 기운을 받은 마루의 자리가 더 따뜻해서 시원한 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강렬한 햇살에 소나무 판자의 나이테는 골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Chapter 2
'꼭! 꼭! 꼭!'
저놈의 장닭이 또 나를 노려본다.
암탉들을 거느리고 나타난 저놈은 꼭 나만 보면 목을 곧게펴고 쫄듯이 쳐다본다.
'일단 피하자!'
지난 번에도 할바시 없을때 내게 달려 들었던 저놈을 내가 이길 재주는 없으니까..
"도나!"
옆집에 사는 칠용이가 나를 부른다.
옆집에 살고 있으면서 심심하니까 또 나를 찾는다.
칠용이랑 같이 있으면 재미있다.
엄마가 무당이라서 혼자 사는데 어지간히 심심한 모양이다.
"우리 땡삐 영감 집에 가서 놀려 줄래?"
칠용이랑 같이 있으면 왠지 든든하고 무서운것도 없다.
성질이 무섭고 괴팍하다고 해서 동네사람들이 '땡삐영감' 이라고 별명을 붙인 집으로 가기로 했다.
장난기 많으셨던 우리 할바시가 하시는 말씀이 "땡삐집은 불질러도 괞찮다" 그랬었다.
그때 우리는 그 '땡삐집' 이 '땡삐벌집' 을 가리키는 것인지 '땡삐영감집'인지 구분을 못했었다.
드디어 그래서 오늘은 땡삐영감집 앞에서 용기를 내었다.
안나오는 목소리를 억지로 크게 외쳐본다.
"땡삐영감집에 불질러라!"
어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아무도 없는 빈 집 일것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소리쳤던 것인데.
'땡삐영감'이 걸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당황해서 쳐다보니 영감님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있었다.
이 순간에는 내 빼는 것이 상책고 우리의 생각이 미치자
달리기 시작했다.
어린 마음에 우리집으로 도망가면 내가 누군지 알것같고 해서 원래 칠용이는 개구쟁이 이고 고을개 사람이기에 나보다 혼이 덜 날것 같아서 같이 칠용이 집으로 튀었다.
마당을 지나서 뒷간 부엌의 나뭇단 뒤에 숨었다.
설마 땡삐영감이 여기까지 오겠나 싶었다.
칠용이 엄마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기에 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나뭇단 사이로 사람 그림자가 보이더니
땡삐영감은 ‘이놈들’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작은 가슴에서 콩닥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까지 방앗간 기계소리처럼 들렸다.
고함소리에 몸은 가만 있어도 저절로 벌벌 떨린다.
가만 있으려고 해도 왜 몸이 떨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이 제 죽었다. 아니면 작대기로 실컷 얻어맞겠지!'
다음 순간을 기다리며 눈을 질끈 감고 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살포시 눈을 떴다.
실컷 얻어 맞을 줄 알았는데 영감님은 엄한 얼굴을 지어보이다가
슬며서 굳었던 얼굴이 풀어지는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약간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바뀌더니
"이노무 시키! 어른을 놀리고 그라모 안된다."
우리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모기 만한 소리로
"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이 대답하니 생각보다 부드럽게 타이르고는 돌아가셨다.
"우리 할바시 말로는 땡삐영감이 억수로 무섭다 캣는데 실제로는 별로 안무섭네.."
할바시의 말씀도 때로는 틀릴때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 할바시는 젊었을 때에는 고구마를 배에 싣고 일본 시모노세끼까지 가서
몰래 일본 관리들이 오기전에 팔고 왔을 정도로 용기있고 일본말도 잘하시는 분이라서 굉장히 자랑스러웠는데 할바시도 엉터리 말씀을 하신다는 것이 어린 마음에 믿기지 않는 충격이었다.
할바시는 한번씩 발가락으로 장난을 거시는데 여린 내 살을 엄지와 검지 발가락으로 물어서는 일어나라고 장난을 자주 하셨다.
Chapter 3
"도~나~ 집에 있나?", "뱀장어 잡으로 안갈래?"
뱀장어 잡으러 가자고 온 칠용이를 보니 손에는 뼁끼통을 들고 작대기를 하나 들었다.
"무신 낚시를 쪼매한 짝대기로 하나?"
"따라 오이라! 내가 낚시 잇갑도 겔카 주께"
칠용이를 따라 가니 옆에 있는 고매 밭에 주저 앉아 납닥한 돌미 하나를 줏어 들고 땅을 헤집는다.
그랬더니 살이 통통히 오른 지렁이가 여기 저기서 나왔다.
갯가에서 파던 청개비는 용돈 준다는 말에 몇 번 파 봐서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땅 지렁이는 징그럽다.
얼마전에 셋방에 살던 도훈이가 회충약을 먹고 난 뒤에 똥을 쌀때 같이 따라 나오던 거~시 같다.
우웩 소리를 내며 위로도 올라오다가 목어 걸렸던 거~시를 옆방 할매가 신문지로 잡고 빼 내던
끔찍한 기억이 순간 적으로 연상 되었다.
내가 주저 하자 칠용이는 혼자서 지렁이를 열댓마리 잡아서 뺑끼 통에 넣었다.
고을개 상류 저수지로 가니 물이 제법 차 있다.
어른들은 절대 어린아~들 끼리 저수지에 가지 말라고 했다.
물귀신이 살아서 아이들이 수영하면 밑에서 잡아 당긴다고 하면서.....
아랫담에 누구집 아이가 몇 년 전에 물에 빠져 죽었다고 겁을 주었다.
무서웠다.
저수지 아래에 는 어른 두 명이 같이 걸어 갈 수 있을 정도 넓이의 수로 개천이 있다.
물이 조금씩 내리는 개천에서 큰 바위돌에 기대서 칠용이는 작대기 끝에 한뼘 정도의 낚시줄을 묶고 낚시를 그 끝에 달았는데 아마도 아랫담 어장막에서 낚시를 몇 개 구해 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설마 여기에 고기가 있것나?"
"있다 안쿠나!"
"여기에는 뱀장어가 분명이 산다"'
"우찌생겼는데?"
"뱀같이 생기기도 했는데 바다 장어하고는 좀 다르다"
차마 지렁이를 낚시에 끼는것이 징그러워서 주저 하고 있는데 칠용이는 잡아온 지렁이를 뚝 끊어서 작대기 낚시대에 끼우더니 물속에 반쯤 잠겨있는 이쪽 돌담과 저쪽 돌담에 넣더니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도나 이쪽에 장어가 물라칸다. 니가 이쪽 낚시대를 들어라"
"알것다. 그런데 장어가 물면 어짜모 되노?"
"그냥 빼치면 된다."
칠용이는 자기 낚시대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데 오히려 고기가 무는 느낌은 내게 먼저 왔다.
약간 용기를 내에서 낚시대를 잡아채려는데 칠용이가
"낚았다!“ 하면서 낚시대를 돌맹이 사이에서 잡아 당겼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내가 알던 바다장어가 아니라 뭔가 너불단지 뱀같은 시꺼먼 것이 낚시대 끝에서 퍼덕거리는 것이 아닌가.
나도 느낌이 와서 동시에 낚시대를 잡아 당기니까 묵직하고 팽팽한 느낌과 함께 뭔가 쑥 따라 나오는데 시꺼먼 놈의 크기가 내 낚시대 길이보다 더 큰놈이었다.
그런데 어찌나 굵고 힘이 세던지 낚시대가 흔들려서 들고 있기가 힘이든다.
뱀장의의 목 부분을 잡으려고 하는데
순간, 쳐다 보니 이건 뱀장어가 아니라 뱀이었다.
"으아~ 뱀이다."
손에 잡았던 낚시대를 통째로 집어던지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물러서니 옆에 있던 칠용이도 덩달아 놀라서 잡았던 뱀장어를 놓치고 말았다.
"뱅신아~ 그거 뱀장어 맞는데...."
"우짜노~ 놏치서....."
우리는 결국 빈 손으로 뺑끼통만 들고 집으로 돌아 오고 말았다.
Chapter 4
"도나~ 놀러 가자"
칠용이가 벌집을 따러 가자 한다.
"있다아이가~ 벌집속에는 꿀이 들어 있는데 맛있다 쿠더라! 내가 산에 가서 벌집을 보고 왔다"
판종이네집 뒷길로 해서 갑산을 올라 이리저리 둘러보며 벌집을 찾아 갔다.
얼마 안가서 딱 알맞은 눈 높이에 손바닥 두개만한 벌집이 보이고 노란빛깔의 이름 모르는 벌들이 짬짬이 들락날락하는 것이 보인다.
칠용이는 자기가 아는 방법으로 먼저 소나무가지를 두개씩 꺽어들고 가면 된다고 했다.
솔캐비 두개씩 뚝 끊어서 비장한 각오로 양손에 잡았다.
그리고 나서 한참을 기다리니 날아다니는 벌들의 숫자가 갑자가 줄어 들고 이때다 싶은 순간이 왔다.
그 순간 칠용이는 소나무 가지를 머리위로 들고서 잽싸게 벌집을 한 손으로 잡아 챘다.
생각보다 쉽게 떨어지는 벌집에 두 꼬맹이의 얼굴은 상기되었다.
그런데 “윙”하는 소리가 귓전을 맴돌더니 벌집속에서 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금새 머리위며 목뒤며 온통 주위를 뱅뱅도는 벌들로 인해 거의 정신이 없었다.
"아야"
"아야"
따가운 통증이 연신 계속되었다.
그래도 칠용이는 벌집을 놓치지 않고 한손을 휘저어며 뛰고 나도 덩달아 솔캐비를 휘저으며 내리 뛰었는데 따끔한 통증이 몇차례 계속 느껴졌다.
산아래로 내려와서 집에 다다르니 쫗아오는 벌들은 없는데 온 몸에 느껴지는 가려움과 따끔거림은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느낌이었다.
칠용이의 얼굴을 보니 까까머리 사이로 부풀어 오른 피부가 여기저기 보이고 눈두덩에도 벌침에 쏳였는지 한 쪽눈은 부어서 거의 뜨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내가 쏘인곳을 살펴보니 대충 대 여섯군데는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칠용이는 열군데도 넘게 쏘인 것 같았다.
솔캐비를 휘두르고 뛰는 것과 그냥 맨손으로 허공을 휘저은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벌에 쏘인 자리가 가렵기 시작하자 칠용이는 이를 드러내더니 누런 이사이로 끼인 이똥을 긁어서 머리에 바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나보고도 따라서 하라 했다.
칠용이는 섬에만 살아서 그런지 이를 닦지 않은듯 했다. 이에서 한 번 손톱으로 긁을 때마다 누렇고 냄새나는 이똥이 제법 많이 나왔다.
그런데 충무에 살다가 방학때 섬으로 온 나는 이를 닦지 않은지 며칠 되지 않아서 이똥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칠용이를 따라서 이똥을 긁어서 상처에 발랐다.
그러자 칠용이는 내 상처에 바르는 양이 작다고 자기 이똥을 긁어서 모아서는 내 상처에다가 발라주었다.
참 고마운 친구다.
벌침에 쏘인 곳은 이똥이 약이라고.....
그래도 약 기운이 듣는지 아픈느낌과 가려움이 덜한듯도 한데 금새 가라앉기는 틀린 것 같다.
조모니가 오시면 퉁퉁 부은 얼굴때문에 야단맞을텐데....
아무도 없는 초가집 마루에 둘이 앉아서 우리의 수확물을 보았다.
그랬더니 벌집속에는 벌은 한 마리도 없고 하얀 막으로 덮인 육각형 벌 방들이 많이 보인다.
"도나! 이 속에 벌꿀이 들었을 끼다. 이제 한번 뜯어 보자"
벌집의 하얀 막을 걷어내니 막 속에 무엇인가 하얀 것이 들어 있다.
"도나! 니 벌꿀 먹어봤나?"
"응 ~ 달고 맛있던데 귀한거니까 니가 먼저 먹어라."
나는 나보다 고생을 많이 한 칠용이를 생각해서 먼저 먹으라고 양보했다.
"그래도 충무에서 온 손님잉께 니가 먼저 무~라"
칠용이가 또 양보 한다.
"우찌묵노? 그냥입으로 빨아무모 되것제?"
입을 벌집에 대고 쏙~ 빨아 들이자 생각보다 쉽게 뭔가 빨려 나왔다.
그런데 끈적하고 달콤한 것이 아니라 차가운 느낌에 그냥 목속으로 바로 넘어가 버린다.
아무래도 벌꿀맛이 이상하다.
"맛있나?" 칠용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어본다.
"응" 맛있다고 말을 해야 될것 같은 분위기였다.
"내도 한번 묵어보자" 칠용이가 손을 내밀었다.
"그래라~ 자!" 벌집을 건네 주었다.
칠용이도 몇 번이나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빨아들이면서 먹는데 표정은 그냥 덜뜨럼하다.
"이 벌집은 꿀이 얼마 없다. 이제 털어도 아무것도 없다."
"그럼 우리 벌꿀 다~ 문기가?"
"그래! 벌꿀이 안 다네~ 약간 찹찹하다~!"
크고 나서야 우리는 그때 우리가 먹은 것이 벌꿀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벌의 유충', 즉, 애벌레 였다는 것을 훨씬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Chapter 5
도다리는 아무나 잡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Chapter 6
준밥은 아리면서 쓴 맛이 난다.
Chapter 7
우리 갑산에 누가 나무하노?
Chapter 8
옥녀봉에서 염소 먹이기!
Chapter 9
얼음 굴리기 놀이
Chapter 10
오줌 마렵다
Chapter 11
종이리 아토피에 쌀겨 태운 진액 바르기
조모니가 약바른다고 벌거벗겨 놓고 있는데 큰목데 사는 사촌 누이가 놀러 왔다. 조모니는 괜찮다고 뭐시 볼거 있냐고 하는데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데 조모니는 이불을 덜셔 버린다.
Chapter 12
한겨울밤 장독대에 다녀온 조모니는 홍시가 된 따바리 감을 가져 오셨다.
지난번에 할바시 안드리고 달걀을 내 밥에 넣어서는 간장과 참기름까지 같이 비벼서 주실때 만큼이나 좋았다.
Chapter 13
한밤중에 성황당 사당안에 들어 갔다 오기
Chapter 14
터럭손 이야기
고기잡이 하러 혼자서 바다로 나간 나뭇배에서 어부가 사라졌다.
동네 사람들은 '터럭손'이 한 짓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 보았다고 한다.
분명히 혼자 타고 나간 배 인데 멀리 바다 안개 사이로 보니까 배 위에는 처음에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다가 잠시 후에 두사람의 형체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시 보니 배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Chapter 15
별똥별 주워 먹기
Chapter 16
하늘을 날던 용이 상도쪽에서 양지쪽으로 빛을 내며 떨어졌다.
모두들 용 시체 찾는다고 산을 올랐다.
별똥별을 주워먹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용뼈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Chapter 17
사람이 달에 갔다고 하는것 다 거짓말이여~
맹새 아저씨는 또 우긴다. 라디오에서 나온 이야기는 다 거짓말이라고.
"노래는 진짜요~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라고 하신다.
용어해설:
할바시=할아버지
도창문=초가집 사랑방 주 출입구 옆에 가로 세로 45센티 미터 정도로 낸 별도의 환기 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