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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다음은 家苑이 노원구 의원으로 재직하면서(2002~2006년) 2003년(1월3일~14일)에 다녀온 첫 해외연수입니다. 지방의원의 해외연수는 일상적인 유람과 관광위주입니다. 다행히 대상지역이 문화유적이 풍부한 지중해 연안국가였기에 家苑의 기행문이 문화유적답사기로서 손색이 없기에 12회에 걸쳐 나눠 게재합니다. |
일정에 앞서
지난해의 바쁜 일정들을 마무리해놓고 새해 꼭두새벽부터 다시 새로운 준비를 위해 마음만 바빴지 정작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
이집트의 카이로와 룩소, 그리스 아테네, 터어키 이스탄불, 이태리 로마와 나폴리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짜여진 나의 의회 활동 중 첫 해외연수인만큼 보다 많은 견문을 넓혀 앞으로의 의정활동을 더욱 살지우겠다는 의욕으로 사전 준비를 위해 이것저것 들춰보았다.
방문국들이 모두 고대에 찬란한 문명을 꽃 피우고 당시의 영광이 오늘까지 전해지는 곳들이라 단시일내에 이들 나라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 등 제반 분야를 두루 공부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부해야 할 양이 방대하다는 데에 일단 체념하고, 과거 대학 다니면서 서양사학과를 기웃거리면서 훑었던 서양문명사와 그리스⋅로마사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정치학과 시절에 관심 갖고 공부했던 아테네 민주정치의 편린들과 동양문화의 진수인 주역, 곧 음양오행학을 조금 알고, 지난 3년동안 쌓아온 답사의 이력을 토대로 그야말로 ‘무식한 자의 용맹무쌍함과 배짱(?)‘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정보가 발달하고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이국문화에 대한 설레임이나 문화적 충격이 그다지 크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국화와 칼‘이란 제목으로 일본 문화를 일본인보다 더 상세하게 분석한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을 한번도 가보지 않고 썼다는 책이 아닌가.
하지만 그 문화의 고유하고 깊은 맛은 직접 가본 자만이 느끼는 살갑고도 은밀한 맛이 아닐까? 이 맛과 멋이 있기에 답사의 즐거움이 있지 아니한가? 그렇기에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어려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다. 百聞而不如一見이다. 하지만 아는만큼 보인다고도 했다.
여행 전날 장시간 해외여행으로 잠시 헤어진다는 아쉬움에 지인들과 맛나는 한식을 겸한 담소도 있었고, 작은 딸 아이와의 포옹도 수차례 했지만 정작 남편과의 시간은 이리저리 치여 제대로 가질 수 없었다.
출발하는 3일날
아침 날씨가 맑은 듯 했으나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후 들어서는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날 듯이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고 한순간 폭설이 쏟아져 내렸다.
혹 제대로 출발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은 그치고, 예정보다 20여분 일찍 집을 나섰다.
구민회관에 도착해보니 일행들이 거의 다 와 있었다. 미끄러운 도로를 감안해 예정보다 10여분 이른 오후 3시 20분에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동료 의원 6명과 사무국 직원 3명과 함께 가는 12일간의 짧지 않은 일정이었다.
일부에서는 선출직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관광성 여행이니 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이는 성실치 못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의원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오히려 주민이나 국민들은 견문을 넓히기 위한 여행을 적극 권하리라고 본다. 그것은 곧 나라가 크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비유가 적절치는 않겠지만 일본이 군국주의로 무장해 그들의 식민지를 넓힐 수 있었던 이유는 재력가들이 똘똘한 젊은이들을 浪人으로 수도 없이 외국으로 내보내며 지원해 준데 있다. 그들이 가져다주는 각종 정보는 일본을 크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觀光이란 말은 본래 주역의 20번째 괘인 風地 觀(
즉 그 나라의 정치가 잘되면 국민들의 삶이 풍요로워져 인심이 넉넉해지고 볼거리가 많아져 자연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다닐 수 있다는 의미로도 확대 해석된다. 반면 政情이 불안해지면 그 나라의 관광 수입이 뚝 떨어지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여하튼 여행과 관련해 본 주역 雷山 小過(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12일간 우리와 함께 할 가이드 임응석씨의 안내에 따라 수속을 밟고, 간단한 저녁 식사 후 비행기에 올랐다.
밤 9시 40분, 출발 첫 여행지인 이집트 카이로를 향해 비행기가 이륙했다. 서쪽으로 어둠 속으로만 계속 비행했다. 중간에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공항(어두운 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두바이시내의 야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따스한 주황불빛의 아르곤등을 가로등으로 전 시내를 장식한 경관은 석유 富國의 모습을 실감케 했다.)을 경유해 장장 12시간여를 밤으로만 비행하고서야 카이로에 도착했다. 현지 시각 1월 4일 아침 7시 30분,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2시 30분으로 7시간 차이가 났다.
비행기 위에서 바라보는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의 붉은 기운과 홍해의 푸르름, 시나이 반도의 메마른 산들, 사막을 녹색지대로 바꾸고 그 위에 인간이 거주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구획 정리된 드넓은 사막과 유전지대와 연결하기 위해 사막 위를 관통하는 도로가 인상적이었다.
<출처 : 家苑 문화유적답사 문집 (해외편) : http://tae11.org 2004년판>>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