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조례초등학교에 체육대회라는 말을 빌린 초등동문 친목회에 잠깐 들렀다.
속없는 양복점 사장이 축구경기하는 운동장 가운데 고급차 체어맨을 갖다놓고
꼬장을 부리는 그 때에 난 옥란이가 챙겨주는 밥을 먹었다.
우리 초등시절 그 운동장은 비가오면 질척거렸기에
체육시간이나 중간놀이 시간에 운동장 서편 쪽문으로 나가
개울가에서 책보자기로 모래를 퍼 담아 날라와 뿌렸었다.
조례저수지에서 내려와 신월앞을 통과하여 댐배다리 장자불을 거쳐 해촌뜰을 지나는 냇물.
그곳에는 붕어도 많았지만 모래 속에는 고동이나 갱조개(재첩)도 많았다.
일년에 한 두번은 학부형들로 하여금 공짜 노력봉사인 부역(울력)을 하게하여
운동장 축대나 화단정비,운동장에 모래깔기등을 했다.
순박한 우리네 부모님들은 먹고살기 힘들어도 울력은 착실히 잘 했던 기억.
어른들도 "울력"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노력봉사를 많이 했다.자녀들 학교에도 노력봉사를 많이 했다.
웬만한 일은 학생들을 노력동원하여 해결했다.당시 우리들은 힘도 셌고 일도 잘했다.
운동장 주변에는 당시 '방석우'교장 선생님의 교육 방침에 의거
일정 크기의 화단을 만들어 갖가지 식물들을 심어놨다.
금잔디에 히말라야 시타,구기자,결명자,백일홍,금잔화,등등 모두가 이름표를 달고...
그래서 난 지금 내 주변 친구들 보다 식물이나 꽃이름을 많이 알고있기에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동문쪽에는 두레박으로 퍼올리는 지붕이 있는 우물이 있었고
그 물은 꼬질꼬질 땀흘리고 나서 맛보는 생명수도 됐고
땟국물과 땀을 씻어주는 위생수도 됐고 두레박질 시합을 하는 놀이터도 됐다.
그 옆 외딴 교실이 5학년때 우리교실 1반---
김영범 선생님이 잠깐 하시다 박인호 호랑이 선생님으로 바뀌었고.
또 그 옆에는 소사가 의자도 고쳐주고 하는 작업실이 있었고
소사는 아버지 뒤를 이은 사람이었는데괜히 무서웠고 학교 정문통 우측에 살았다.
양쪽으로 무궁화 길이었던 정문 입구에는 순천에서광양가는 비포장 신작로였고
버스 정류장으로 활용되는 작은 전빵이 있었다.
소사 작업실 옆에는 선생님들의 숙직실이 있었고
그쪽 끝 울타리 쪽에는 백발의 하얀 수염을 기르신 할아버지가
초가에서 진흙을 이겨 화분을 만드셨던 공방이 있었다.
난 발로 나무판을 돌리며 화분을 만드는 것이 신기해 시간개념 없이 구경하곤 했다.
그 때는 주산 능력이 모범생의 척도였다.계산기도 없었던 시대이니만큼 주판능력이 우선시 되었고 상고 출신이면 의당 몇 단씩 되어 은행에취직하곤 했다.초등 때부터 여름 방학을 이용해 특강을 받게 했다.
떠들거나 서로 싸우면 이렇게 벌을 주셨다.
60년대 수업하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밀납 인형
학교 건물은 6학년 2반과 3반교실로 쓰던 빨간 벽돌교실을 제외하고는
판자에 콜탈을 메겨 벽을 꾸민 옛교실들이 맨 뒷쪽에 자리하였었다.
뒷편 울타리엔 사택이 두채 있었고
울타리 안쪽으로 재래식 화장실을 두 개 품고있는 솔밭이 있었다.
난로는 있으되 땔감이 없어서 솔밭에서 솔잎을 손으로 긁어다 반짝 난로를 피운 적도 있었다.
교실 바닥은 모두가 나무라 겨울엔 물걸레질을 할 수가 없어
양초나 공고(실고)앞에 있는 유동나무 열매,아주까리의 까만 씨를 까서 문질러 광택을 냈다.
그러면 겨울에 쓸기만 하면 된다.
미끄러운 바닥에 가끔 미끄러 지기도 했고
개구진 얘들은 지나가는 여자애들 발을 걸어 균형을 잃게하여 넘어뜨리기도~
교실 바닥은 땅에서 30~50센티 간격을 둬 땅의 습기가 올라온 것을 방지하였고
공기를 통하게 하여 나무가 썩는 것을 방지했는데 그 틈으로 들어가서 바닥을 기어다니면
빠뜨린 연필이나 칼등 학용품을 주을 수 있었다.
난 키가 커서 음악시간에 풍금을 운반할 때도 차출됐고
급식 빵을 옮기는 데도 항상 차출됐으나
빵은 그 구수했던 옥수수 빵은 냄새만 맡은 경우가 많았다.
하여튼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든 일에는 키크다는 죄로 차출 대상이었다.
당시 기억으로는 문택회,신양식등이 큰 축에 속했다.
애향단에 가입되어 방학기간 중에는 마을 청소를 두 번 이상 하도록 했다.
석유 등잔불(종재기 불) 밑에서도 열심히했다.
정문쪽 김회주네 집이자 교감선생 사택 뒷편에 커다란 플라스터너스 나무아래서
동문 앞에서 이발소를 하며 권투를 가르키던 김상모(?) 아저씨한테
승의는 권투를 배웠지?샌드백을 치면서 폼재던 승의가 보인다.
중간놀이 시간에 포크댄스를 배우는게 왜그리 싫었던지
여자애들과 손잡기가 쑥스러워 막대기를 꺽어다 서로 막대기를 잡고 추기도 했다.
"나가자 동무들아 어깨를 걸고~~~"하는 가락에 맞춰 율동하던 기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