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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다보니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척에서 봐온, 집안끼리도 친했던 절친한 친우(親友)의 동생. 함께 커오다시피 하면서 우애(友愛)의 마음은 점차 연모(戀慕)의 정으로 바뀌어, 차곡차곡 혼자 마음을 쌓아갔다. 그러나 양가 집안 어른들의 정치적 입장으로 인해 두 집안은 점차 멀어지게 되고... 그 마음을 제대로 꺼내어 인연을 진행시켜보기도 전에 집안 어른들의 사정으로 연모의 대상의 혼사가 거론되더니, 순식간에 혼례까지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아야 했다.
혼례를 지켜보고 돌아온 날 밤. 누마루 위에 홀로, 마땅한 안줏거리 하나 없는 술상을 앞에 두고 앉아있는데, 눈치 없는 몸종 막석이 다가와 앉아, 남의 타는 속도 모르고 술을 따라주며 주저리주저리 말을 보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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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령 - 20대 중반. 어렸을 땐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커오면서 말수가 줄어든 타입. 많은 것들을 속으로 삭이며 담아두고 있다.
막석 - 40대 이상. 도령이 아주아주 어렸을 적부터 곁에 둔 몸종. 능청맞고, 사람은 좋으나.. 눈치가 없는 편. (사투리 억양이 섞여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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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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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 F.I 아주 작게 유지) (E. 간간이 부엉이 울음소리)
막석 (조금 들떠있는) 아이고, 도련님. 상이 너무 단출한데, 어떻게, 전이라도 한 장 부쳐 오라고 할까요?
도령 (술 한 모금 삼키고 잔을 내려놓는다.) (E. 잔 내려놓는 소리) (차분하게 고개를 저으며) ...아니. 되었다.
막석 (빈 잔에 술을 따르며) (E. 술 따르는 소리) (여전히 눈치 없이 조금 들떠서) 아휴~, 오늘 애기씨, 어찌나 곱던지. 그래, 그 왈가닥이시던 분이 다소곳~ 하니. (눈치를 슬쩍 한 번 살피고는) .....아이고, 우리 도련님, 오늘 애기씨 혼례 치르고 섭섭하셨는갑네~. 친누이 같은 애기씨 시집보내시느라 마음이 헛헛~하고 그래지셨는가 봐요. 도련님이랑 애기씨가 지호 도련님 못지않게, 참, 그, 우애가 깊으셨지요.
도령 ..... (말없이 다시 술 한 모금 삼키고 다시 잔을 내려놓는다.) (E. 잔 내려놓는 소리)
(N) 나는 은애라 부르는 마음을, 너는 우애라 불렀다.(N x)
막석 그러고 보니, 대감님 댁 마님께서 급작스레 산통을 겪으시는 바람에.. 그 댁에 머무시는 동안, 애기씨 그 우렁찬 울음소리도 듣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그리 각별할 밖에요.
도령 (손에 쥔 술잔을 내려다보고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그랬지.
(N) 네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켜봐온 나에게 그것은 그 어떤 절망도, 낙망도, 되지 않았다.(N x)
막석 (흐뭇하게 외상하며) 지호 도련님이랑 두 분이서 어여쁜 동생이 생겼다고, 아주 서로, 네 동생이네~ 내 동생이네~ (웃음)
도령 (N) 나의 은애 또한, 처음부터 이러한 빛깔은.. 아니었으므로.(N x)
(허한 웃음) (씁쓸한 미소) ..그랬지. (다시 술을 한 모금 삼킨다.)
막석 그래선지 매번 세 분이서 몰려다니시지 않으셨습니까. (빈 잔에 다시 술을 따르며) (E. 술 따르는 소리) 나중에는 애기씨 손에 나뭇가지 쥐여주고 술래잡기도 하시고, 애기씨 치맛자락 죄 흙에 쓸려 닳을 때까지 산딸기 딴다고 뒷산에 뛰어다니시고... (웃으며 탓하듯) 그러고 보니 애기씨가 그리 왈가닥이 되신 건 도련님도 한 몫 하셨습니다요.
도령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 술을 한 모금 삼킨다.)
(N) 고작 몇 해 터울의 어린 너에게, 그저 말갛게 웃을 줄만 아는 너에게, (사이) 연모의 정이란 아직 먼 일이리라.....(N x)
막석 그러고 보니 도련님 한참 앓으셨을 때는 도련님 약에 쓴다고 뱀 잡으러.. (진저리 치며) 어후~.. 애기씨는 참 겁도 없으셨어요. 어휴~. 그 댁 하인들이 빨리 알아채고 찾아 나서서 다행이지, 거기가 어디라고..,(절레절레)
도령 ..... (잔에 남은 술을 마저 삼키고 잔을 내려놓는다.) (E. 소반에 잔 내려놓는 소리)
(N) 너의 우애 역시 나와 같은 빛을 띠리라, 너무도 당연하게, 그리 막연하게 여겨왔다. 고작, 몇 해 터울의 너에게.(N x)
막석 (E. 술 따르는 소리) (술 따르며 주절거리듯) 그러던 애기씨가 갑자기 그렇게 혼사가 잡히고 이리 훌쩍, 오늘 혼례까지... 세월이 참 빠릅니다요.
도령 ...그러게 말일세. (술을 단번에 삼킨다.) (혼잣말하듯) ..그러게나 말이야.....
(N) 그렇게 나의 연모는, 너의 우애를 먹고 자랐다. (사이) 그렇게 너의 마음을 먹고, 나의 연모는 자라왔다.(N x)
막석 (E. 술 따르는 소리) 아이고, 우리 도련님, 벌써 술 한 병을 다 비우셨네. 어찌, 한 병 더 내올까요? (대답이 없는 도령을 잠시 바라보다가 일어서며) 그럼 술이랑 해서 상을 더 봐올 테니 잠시 기다리셔요. (E. 짚신 바로 고쳐 신는 소리) (몸 일으키는 호) 이리 술만 드시다가는 속병 나요.
(E. 조급하게 멀어지는 발소리)
(2~3초 후, E. 멀리서, 나무 위의 새가 날아가는 소리)
도령 ..... (밤하늘을 날아가는 새를 보며, 한숨처럼) ...발병일랑 나지 말고, ..잘..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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