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장성한 아들이 있다니
곧 며느리 보셔야겠네요.''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근래 들어 자주 듣는 말이다
아들의 혼기가 찼기 때문이다.
진부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싱숭생숭 이팔청춘인데
부담스러운 어른이라니.
''아들에게 아직 장가가지 말라고 했어요
며느리 보면 찢어진 청바지도 못 입고
나이 들어 보이는 옷을 입어야 할 거 같아서요.''
''하하 !~나쁜 엄마네요.''
내 친구가 아들의 여자를 만나고 와서는
벌써 시어머니 같은 어투로
''참 이쁘더라!'' 하며 흐뭇해 하는데
친구의 노숙한 티가 아직은 생경했다.
싫든 좋든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며느리와 사위가 우리 새 가족이 되고
나는 어른이 되는 인륜지대사는
살면서 치르는 통과의례.
시어머니 자리가 격에 맞지 않는
차림새를 한다면 점잖지 않으니
자제해야 하는데
눈길 가는 젊은 취향의 옷은
이제 눈을 감아 버려야 하는가.
어른다워야 한다는 마음과
여전히 청춘을 놓고 싶지 않은
두 마음이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
막중한 어른 노릇
매사 모범적이어서
설거지 쌓아두지 않고 제 때 하는 것부터
아이들에게 본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들의 어른들도 당시에 이런 고민하셨을까?
힘들다 해도 부모의 자식 사랑은 기꺼이
고난의 길도 받아드린다.
그러나 간혹가다 어른도 사람인지라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강아지가 젖 달라 아우성치는
제 새끼를 피해 달아나는 것처럼.
어느 내외가 외출 중이었는데
결혼한 아들이 부모님 빈 집에
제 식구 몽땅 몰고 와 놀고 있다 해서
지친 몸이었던 두 내외 오죽하면
아이들 뒤치다꺼리가 힘에 부칠 거 같아
자기 집에도 못 들어가고
차에서 망을 보고 있다가
아들네가 저희 집으로 돌아간 뒤
그제야 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명절에 어른 노릇을 쉬고 싶은 분들은
여행으로 탈출을 감행하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이미 명절 패키지 여행에는
나이 지긋한 부부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자식들도 저희끼리 자유롭게 보내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일거양득이네.
내가 갓 시집온 그때 그 시절
누구네 시아버지는
밤 중에 밖에 떨어져 있는 변소 가기가 귀찮아
대청마루에 서서 마당 수돗가에 대고
소변을 조준 해결했는데
새 며느리가 집에 와 있으니
어림없는 일 그럴 수 없으니
자다 깨면 신발 찾아 신고
빨간 손이 쑥 나온다는 변소를 향해 가면서
''세상 편했는데 투덜투덜 ''
자식들은 어른들 말 못 하는
고충을 알기나 하는지.
며느리 때는 며느리 입장만 억울하더니
어른이 되니 어른 입장만 억울하네.
언젠가 시어머님께서 작은 하트가 매달린
목걸이를 사서 손수 목에 걸어 주셨는데
어른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에
날아 갈듯 행복했었다.
사랑을 주는 것이 어른 노릇인 것 같다.
미래에 만날 사위와 며느리에게
사랑을 준비해 놓고 있어야겠다.
카페 게시글
2005년
어른 노릇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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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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