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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여자종으로 보내다**
**롱흥 이십 년, 삼월 초이, 날씨가 차갑고 흐림.**
방패가 이미 세 번째 징을 쳤고, 경성 리예방의 육가 상방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육가 대어 육장중은 얼굴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내 진씨와 마주 앉아 있었다. 진씨도 조용히 한숨을 쉬며, 불과 열흘 남짓 만에 어쩐지 남편이 십 년은 늙은 것처럼 보인다며 생각했다. 진씨가 물었다. “여보, 이 문제에 정말 방법이 없습니까?”
육장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방법이 있다면, 나는 이리 고생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된 집안인데, 어떻게 딸을 사람에게 여자로 보낼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자칭 문장가의 집안인데, 이렇게 되면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부인의 마음을 내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지금은 정말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다.” 만약 방법이 있다면, 내가 왜 딸을 왕가에 보내서 여자로 만들겠는가? 정말 치욕스러운 일이다.
육가는 본래 절강 항저우 부 출신으로, 조상들은 대부 집안의 소작농이었다. 육장중의 조부 때에 이르러 겨우 십여 무의 논을 사들여 자경농이 되었다. 그 후 육장중의 아버지를 양육하였으니, 바로 육가 노인이다. 육노인은 소과를 급제한 후, 육가는 서서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육노인이 이과에 급제하고 난 후, 육가는 이미 대부 집안이 되었다. 육장중은 읽기 재능을 물려받아 조기에 소과에 급제하고, 후에 제과와 진사를 순조롭게 통과하여 젊은 나이에 두 과를 모두 합격했다. 게다가 육장중의 친동생 육장춘이 상업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육가는 더욱 번창하게 되었다. 이후 육노인이 육장중에게 동과 진사 진대인의 집안 딸을 소개해 주었고, 진가는 진정한 문장가 집안이었다. 육장중이 진씨를 맞이하게 되어 육노인은 깊이 기뻐했다. 육가는 문장가 집안의 품격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여겼다.
육가가 발전한 이후, 특히 육장중이 진사에 급제한 이후, 육가는 자아를 세우기 위해 문장가 집안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성의 진정한 세가들 눈에는 육가는 확실히 신흥 부유층으로 보였다. 이 점을 육노인과 육장중 모두 잘 알고 있었기에, 두 아버지는 육가의 명성을 매우 중요시 여겼다. 딸을 왕가에 보내는 것은 정말 조상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만약 육노인이 살아 있었다면, 아마 지팡이를 들고 육장중을 때렸을 것이다.
진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진양은 비록 내가 낳은 딸은 아니지만, 이 많은 세월 동안 그녀를 보며 자란 만큼, 외모와 품성은 세가의 딸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상등이다. 여보가 진양을 여자로 보내는 걸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이건 정말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인도 보셨겠지만, 지금 내가 돈을 보내도 아무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빨리 방법을 찾아야만, 이 가족 모두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진부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보, 정말로 방법이 없는 것입니까? 비록 강을 쌓는 일에 여보가 참여했지만, 그 일은 여보가 주관한 일이 아닙니다. 왜 여보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것입니까?”
육장중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이유를 아는가? 당시 감독한 사람이 지금은 예부상서가 되었다. 나는 겨우 오품랑중일 뿐이니, 자연히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나는 표적이다.” 육장중은 그들을 깊이 증오했다. 그들이 그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을. 삼 년 전 황하 상류의 어떤 구간의 제방을 감독했지만, 그는 총지휘가 아니라 보조로서 단순한 일을 맡았을 뿐이다. 올해는 복숭아꽃 홍수가 평소보다 일찍 와서, 그 물량이 많아 제방이 무너졌다. 두 개의 현이 침수되었고,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없었다. 황제는 분노하여 사람을 처형하려 하며, 공부상서와 시랑들은 그를 포함한 다른 두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 두 희생양은 집안에 돈이 없어서 형부 대옥에 끌려갔다. 육장중은 형제 육장춘이 돈을 보내는 관계 덕분에 감옥의 재난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직 자신을 명백히 하려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그의 처벌도 반드시 형부 대옥이 될 것이다. 온 육가는 아마 가산을 몰수당하고 유배를 가게 될 것이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육가를 위해, 육장중은 딸을 왕가에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오왕이 진양을 받아들인다면, 오왕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부인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여보, 정말 이렇게 해야 합니까? 진양을 여자로 보내는 건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여보, 한국 대인이 현재 빈처를 찾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요? 한국 대인은 인맥이 넓고, 내각의 용 대학사와도 친분이 있습니다. 진양의 출신으로 보아, 우리가 풍부한 지참금을 더해 한국 대인의 빈처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차라리 한국 대인을 찾아가면, 양가가 결혼하게 되어 한국 대인이 여보를 도와 이 난관을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한국 승은 감히 함께 하지 못할 인물이다.” 육장중은 생각할 것도 없이 즉시 거부했다.
“여보, 왜 그렇습니까? 빈처는 정식 처이 아닌가요? 진양이 여보의 딸이 아닌가요?”
“부인은 오해하고 있다. 내가 한국 대인과 함께 천주에서 관직을 수행했는데, 그가 내 상사였다. 나는 그의 성품을 모를 리가 없다. 한국 승은 가장 잔인하다. 만약 진양을 그에게 보내면, 그것은 양이 호랑이 굴로 보내는 것과 같다. 우리는 딸 하나를 잃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한국 승이 나를 도와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나중에 또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는 손을 놓을 것이며, 오히려 나에게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 사람과는 절대로 교류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은 더더욱 안 된다.”
진씨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떻게 한국 대인의 관직이 좋다고 들었고, 황제도 그를 매우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흥, 명성과 명예를 추구할 뿐이다. 부인은 당시에 천주에서의 소 대인을 기억하는가?”
“물론 기억합니다.”
육장중은 감회에 젖어 말했다. “소 대인은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 사람을 잘 알지 못했다. 당시 소 대인과 한국 승은 관계가 매우 좋았고, 두 사람은 같은 과거에 급제하고, 같은 지역에서 관직을 수행했으며, 자녀 결혼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가? 한국 승은 소 대인을 밟고 올라섰다. 현재 소 대인은 여전히 링난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이야기를 처음 듣는 진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어 말했다. “지난번 외출 시, 서태태를 만났는데, 그녀가 진양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녀의 의도는 진양을 그녀 집안의 서장자와 결혼시키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여보가 일이 생기면서 이 일은 흐지부지되었습니다
.”
“부인이 이제 와서 왜 이런 말을 하는 겁니까? 부인께서 안심하세요. 내가 알아보니 오왕은 성품이 온화하고, 그동안 왕가에 들어간 여성들은 대체로 괜찮았습니다. 만약 진양이 왕가에 간다면, 어쩌면 좋은 결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진씨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여보, 말씀하신 대로, 왕가가 보통 사람들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진양이 왕가에 간다면 운이 좋으면 괜찮겠지만, 운이 나쁘면 빨리 사랑을 잃고 끝내는 것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아마도 어느 구석에서 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인이 왜 이렇게 불길한 말을 하십니까?” 육장중은 이마를 만지며, 요즘 들어 이마의 주름이 더 생긴 것을 느꼈다.
진씨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여보가 알다시피, 진양이 비록 내가 낳은 딸이 아니지만, 나는 항상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습니다. 서자나 서녀에게도 공평하게 대했으며, 우리 육가는 부유하니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을 주는 일은 없었습니다. 진양이라는 아이도 효심이 깊고,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잘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갑자기 여보가 진양을 여자로 보내려 하니, 명분과 위치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입을 열겠습니까? 여보도 나를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육장중은 진씨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 “부인, 수고가 많습니다.” 육장중은 진씨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진씨의 말이 자랑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진씨는 기분이 나쁘더라도, 사람의 생명에 해를 끼치거나, 태아를 없애거나, 서자나 서녀를 학대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하는 일이 기분이 나쁘면 냉정하게 대하거나 단호하게 대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다르다. 그는 이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한다.
“진양에게 잘 이야기해 주십시오. 그녀는 이해심이 있는 아이이니, 부모를 걱정하는 것을 알 것입니다.”
“여보, 말씀하신 대로, 진양이 스스로 동의하는 것이면 좋겠지만, 만약 그녀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여보가 강제로 왕가에 보내면, 오히려 오왕에게 원한을 사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여보의 일은 해결의 여지가 없게 될 것입니다.”
육장중은 찡그리며, 진씨의 말이 일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부인, 말씀 감사합니다. 나는 진양이 스스로 동의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한국 승과 결혼할 수밖에 없다.”
**제2장 다시 태어나다**
**불을 끄다**
상황: 자정이 지나, 날씨는 춥고 어두운 밤.
**서사**
라자(荔枝)는 밤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잠을 자고 있었다. 침대에서 소리가 나자, 라자는 작게 부르며 말했다. “소녀님?”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라자는 육진양(陸瑾娘)이 “응”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라자는 육진양이 밤중에 일어나거나 물을 마시고 싶어하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육진양이 잠들었겠거니 생각하며, 라자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육진양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라자, 너니?”
“네, 나의 하인입니다. 소녀님, 무엇을 명하시겠습니까?”
“지금 몇 시입니까?”
“소녀님 걱정 마세요. 아직 새벽이 멀었습니다. 소녀님은 적어도 한 시간 더 주무실 수 있습니다.” 라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말했다. “소녀님, 몸이 불편하시면, 해가 밝은 후에 주인님께 말씀드려서 의사를 부를까요?” 라자는 마음속으로 조금 걱정이 되었다. 보통 이 시간에는 육진양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으니, 오늘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가 싶었다.
“괜찮아. 물 좀 줘.” 육진양이 부드럽게 말했다.
목이 마른 것이었군, 이해가 간다. 라자는 일어나서 육진양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부어주었다. 다행히도 물병이 있었기에 물이 아직 따뜻했다.
육진양은 물을 마신 후, 다시 누워서 계속 잠을 자고, 라자에게도 빨리 잠자리에 들라고 말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인사를 해야 하니까. 라자는 웃으며 대답하고, 육진양이 정말로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안심하고 발치의 잠자리로 돌아갔다.
하늘이 아직 완전히 밝지 않았을 때, 육진양이 일어났다. 라자는 밤새 지켰고 이제는 자리를 떠났다. 이제는 체리와 오렌지가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오렌지는 평소처럼 집안의 소문을 떠들며, 예를 들어 주 여주인이 어젯밤 하녀와 다투었다는 것, 최근에는 주인님이 항상 주인님 방에서 자고 있다는 것,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으니, 재봉실의 사람들이 여름 옷을 준비하고 있는지,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기 전에 준비해두어야 한다고 했다.
평소 이 시간에, 육진양은 항상 웃으며 오렌지의 이야기를 듣고, 가끔 몇 마디 물어보며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육진양이 조용하고, 얼굴도 좋지 않았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깊이 생각하는 듯했다.
“소녀님, 오늘 이 옷이 괜찮으신가요?” 체리가 육진양을 단장한 후 물었다.
육진양은 거울을 보며 “좋아, 체리는 점점 더 잘 꾸미는구나”라고 말했다. 청록색 옷, 지금 소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총머리, 간단한 장신구들, 귀걸이와 팔찌, 허리띠. 보기에는 간단하지만, 아는 사람은 이 장신구들이 싸구려가 아니며 꽤 비싼 것임을 안다. 육진양은 잠시 이마를 찌푸리며, 체리는 즉시 물었다. “소녀님, 마음에 안 드시나요? 다른 옷을 고를까요?”
“아니, 아주 마음에 들어. 체리, 너 점점 더 능숙해지고 있어.” 육진양은 이제 와서 돌아보니, 본가에서 소녀로 있을 때가 정말 좋았다는 것을 느꼈다. 계모 진씨는 이 옷과 장신구, 음식 등에서 그녀를 정말로 아껴주었다.
체리는 부끄러워하며 웃었다. “모두 소녀님 덕분입니다.”
오렌지는 불만스러워하며, 오늘 소녀님이 체리만 칭찬하고 자신은 칭찬하지 않았다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렌지는 체리를 밀치고 말했다. “소녀님, 이 옷이 가장 적합합니다. 오늘은 여자날인데, 소녀님이 청록색을 입으셨으니 딱 어울립니다. 하지만 올해는 주인님께서 일찍부터 명령을 내리셔서 집에서 지내야 합니다. 예년에는 나가서 봄꽃을 감상하셨는데, 올해는 왜 밖에 나가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오렌지는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여자날이란 이름 그대로, 여자의 날이기 때문에 소녀들이 밖에 나가서 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낯선 남자와 대화하는 것도 괜찮다. 단, 예의를 지키면 된다. 민간에서는 여자날이란 사실은 남녀가 만나는 날이라고도 하며, 소개팅 날이라고도 불린다. 물론 모든 일은 예법에 따라야 하지만, 평소 남녀가 얼굴도 못 보던 것에 비하면, 이 날은 소녀들에게 가장 기대되는 날이다.
삼월 삼일? 오늘이 삼월 삼일이라고? 육진양의 얼굴이 변했다. 화장대를 붙잡고 일어설 수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소녀님, 무슨 일인가요?” 체리는 심장이 뛰는 듯 긴장하며 말했다. “소녀님, 내가 당신을 앉히겠습니다.”
“괜찮아.” 육진양은 손을 내밀어 체리에게 손을 흔들며, 갑자기 체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주인님이 며칠 전, 집안의 문을 주의하라고 하셨는데, 아무 일 없으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셨지?”
체리는 이해하지 못하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소녀님, 무슨 일인가요? 몸이 불편하신가요? 제가 주인님과 노모님께 말씀드리고, 의사를 부를까요?”
“괜찮아, 나 괜찮아.” 육진양은 입술을 깨물며, 정말 아프고,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꿈이 아니라 진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태어나서 7년 전 삼월 삼일로 돌아온 것이다. 이 날, 그녀는 아주 선명하게 기억한다. 예년처럼 밖에 나가지 않았고, 이른 아침 인사를 한 후 주인님이 따로 물어보셨다. 그녀가 가족과 주인님의 앞날을 위해 왕가에 첩으로 갈 수 있겠냐고. 당시 그녀는 생각도 없이 거절했다. 그녀는 일찍이 아내만 되겠다고 결심했지 첩이 되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주인님이 그녀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주인님을 미워했다. 그녀는 주인님이 그녀를 첩으로 보내려는 이유가 단순히 자신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아버지에게 아부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주인님이 한 가문과의 혼담을 제안했을 때, 그녀는 정말 기뻤다. 한 대인(韓大人)은 사등급 대리사 좌소경(大理寺左少卿)으로, 주인님보다 두 등급이 높은 인물이었다. 나이는 겨우 서른을 넘겼고, 비록 첩으로 가야 하며, 한 대인이 이미 정자(嫡子)가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서출인 그녀에게는 최고의 출가 길이었다. 사자(秀才)의 아내나 상인 집안의 아내보다 훨씬 좋은 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육진양은 주위를 살펴보며, 예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세세한 것들이 이번 생에서는 명확히 보였다. 그때 그녀는 주인님이 그녀를 싫어해서 첩으로 보내려 한다고만 생각했지, 당시 육가가 이미 풍전등화의 상황이었음을 몰랐다. 나중에 그녀가 한 가문에 시집가게 되었고, 이는 육가의 자구책이었지만, 한승(韓盛)은 사실은 사람을 잡아먹는 늑대였다.
“소녀님, 무슨 일이십니까?” 체리와 오렌지가 걱정하며, 라자도 달려왔다. “소녀님, 몸이 불편하신가요? 오늘 인사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노모님과 주인님이 소녀님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괜찮아요. 몸
은 좋습니다. 방금은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뿐이에요.” 육진양이 앉으며 말했다. “밥을 차려주세요. 시간이 늦었습니다. 곧 노모님과 주인님께 인사드려야 합니다.”
“이것은?” 체리와 라자는 망설였고, 오렌지는 마음이 불안해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육진양은 손을 흔들며, 하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육가의 규칙에 따르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각자의 방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 식사 후, 인사를 드리고, 정오가 되면 노모님이나 주인님이 식사에 초대하실 경우, 그 옆에서 식사하게 된다. 초대하지 않으면 방으로 돌아가서 먹는다. 어릴 때는 학당에서 선생님과 함께 공부해야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공부는 더 이상 필요 없었고, 대부분 노모님과 시간을 보내거나 바느질 등을 배우는 시간이 많았다.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생선살죽, 장아찌, 두 개의 만두였다. 비록 간단했지만, 육진양은 눈물이 날 뻔했다. 그녀는 얼마나 오랫동안 본가의 음식을 먹지 못했는가? 한 가문에 들어간 이후, 본가를 찾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 몇 년 동안, 그녀는 한 가문에 갇혀 있었고, 모든 일에 무관심해졌다. 한 가문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니, 육진양은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 가슴을 꽉 움켜잡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이마를 찡그리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소녀님, 무슨 일이십니까?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육진양의 얼굴이 좋지 않자, 체리와 라자는 또 걱정하며 긴장했다. 그녀들은 이때 육진양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확신했으며, 나중에 주인님께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육진양은 손을 흔들며, 모두 지나간 일이라며,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하늘이 다시 선택의 기회를 주었으니, 당연히 하늘의 뜻을 저버릴 수는 없다.
**제3장 진씨의 질문**
밝은 아침이 되기 전, 육진양은 아침 식사 후 집안 일을 정리했다. 해가 떠오르자 육진양은 "가자, 나와 함께 할머니와 어머니께 인사드리러 가자. 미귤은 남아 있어라. 라자와 체리는 나와 함께 가자"고 말했다.
미귤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소녀님, 제가 무언가 잘못한 게 있나요?"
육진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미귤, 방금 엄마가 아프시다고 하셨으니, 너는 엄마 곁에 있어라. 엄마가 회복되면 다시 나를 도와줘." 미귤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귤은 육진양의 사랑을 받던 하인이었지만, 육진양이 다시 태어난 후, 그녀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육진양은 가든을 지나며 친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이 들었다. 그녀는 과거에는 이 집안이 이렇게 엄격하고, 자주 규율이 엄중했는지 몰랐다. 그 당시 그녀는 단순히 자신의 생활에만 몰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때는 육가가 무너지고 있었고, 결국은 육진양이 왕가에 첩으로 보내지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그녀의 운명을 크게 바꾸게 되었다.
오늘은 삼월 삼일, 곧 진씨가 그녀의 의견을 묻기 위해 올 것이다. 이번 생에서는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예전처럼 단호하게 거절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육진양은 할머니의 방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네 번째 여동생 육경양과 다섯 번째 여동생 육미양이 있었다. 육경양은 아직 열세 살로, 진씨의 친딸이며, 아직도 어린 소녀였다. 육미양은 더 어리고, 아직 양쪽 머리를 두 개의 짧은 똥머리로 묶고 있었다. 비록 서출이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했다. 육진양은 진씨가 서출에 대해 공정하게 대했다고 인정했다. 그녀는 자신의 딸들과 서출들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려 했다.
세 자매는 서로 인사를 나눈 후, 큰형 육신신, 삼형 육가립, 다섯형 육가쿤이 도착했다. 형제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진씨가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육진양은 진씨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이 좋지 않고, 창백하며, 눈에는 혈관이 보였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있었다. 진씨는 많은 걱정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진씨는 육진양과 가족들에게 집안의 현재 상황을 말하지 않았고, 모든 부담을 혼자 감수하고 있었다. 육진양은 이제야 이러한 세부사항을 인식했다. 그 당시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당시 그녀는 결혼과 가족에 대한 꿈을 꾸며, 자신이 어떤 집안에嫁게 될지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육진양은 육가가 발달하게 된 과정과, 진씨가 집안에 들어온 이후로 어떻게 상황이 변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 당시의 그녀는 모든 것을 망각하고 단순히 좋게 변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현실이 다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육진양은 할머니 청홍과 청초가 도와주는 가운데,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는 소박하게 "좋아, 좋아. 네 마음을 알아. 인사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씀하셨다.
모두가 할머니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고, 육신신 형제는 외서재로 가서 공부를 시작했다.
진씨는 계속해서 침울한 표정을 지었고, 육진양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진씨가 단순히 집안 관리에 지쳤다고 생각했지만, 할머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며느리, 일이 많겠지만, 여기서는 너를 계속 모시지 않을게. 빨리 일을 마치고 의사를 부르고 잘 치료하라"고 말했다.
진씨는 육진양에게 눈길을 주며 조심스럽게 "瑾娘, 네가 자주 어머니와 상의하고, 집안 관리에 필요한 것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육진양은 예의 바르게 답했다. 그리고 진씨의 대실에서 대기 중인 미향을 보며, 진씨의 명령에 따라 들어가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진씨의 대실에 들어서기 전, 육진양은 라자와 체리에게 "여기에서 기다리렴. 어머니께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두 하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외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육진양은 진씨의 방으로 들어갔고, 미향은 육진양에게 "삼姑娘, 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육진양은 "감사합니다, 미향 언니"라고 답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미향은 문밖에서 기다리며, 육진양은 진씨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진씨만 있었다. 육진양은 "딸이 어머니를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진씨는 잠시 깜짝 놀라며 얼굴의 당황한 표정을 숨기고, "瑾娘, 잘 왔구나. 앉아라"고 말했다.
육진양은 예의 바르게 좌측 하단에 앉았다. "어머니, 제가 부름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 그렇다." 진씨는 대답하며 잠시 머뭇거렸다. 육진양을 살펴보며, 그녀의 외모가 더욱 성숙해졌고, 나이와 함께 더 아름다워졌음을 느꼈다. 육진양의 친어머니는 주씨로, 육가의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며, 육진양이 그 외모를 상속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육진양은 더 고상하게 보였고, 독특한 매력을 지닌 것 같았다. 그녀는 예의 바르고, 가문과 맞는 기품이 있었다. 진씨는 육진양이 서출로서도 충분히 좋은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현재는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다. 진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진씨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서출에 대해 불공평하게 대하지 않았으며, 서출의 교육과 미래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녀는 서출이 좋은 가문에 시집가면 가문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었으며, 그녀가 자식의 운명을 신경 쓰는 이유도 이러한 경험 때문이었다.
진씨는 육진양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 당시에 육진양을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瑾娘, 오늘 너를 부른 이유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외부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금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육가는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아버지와 상의한 결과, 너를 왕가의 첩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걱정하지 마라. 왕가는 너를 잘 대해 줄 것이다." 진씨는 말끝에 약간의 불안과 불편함을 담아 말했다. "瑾娘, 네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육진양은 진씨를 바라보며, 과거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의 그녀는 당연히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제4장 선택
등불을 끄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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륭지양은 "나는 원하지 않는다"도, "나는 원한다"도 말하지 않고, 갑자기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진씨는 놀라며 "륭지양, 네가 이게 무슨 일이냐?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그냥 말해라. 남편에게는 내가 설명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인! 며칠 전에 남편께 인사를 드렸을 때, 갑자기 남편의 머리 위에 흰 머리가 많이 생긴 것을 발견했습니다. 오늘은 부인께서 얼굴이 많이 지쳐 보이시네요. 저로서는 집안에 큰 일이 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인께서 저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으셨겠죠. 부디 집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왜 꼭 제 딸을 왕府에 보내야 하는 것인지,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륭지양은 진씨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전생에는 이 문제를 명확히 하지 못했으므로 이번에는 확실히 묻고 싶었다.
진씨는 놀라며 "륭지양, 이게... 어쨌든, 당신을 곤란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당신이 묻는 것은 당신의 미래와 관련이 있으니, 숨기지 않겠다. 몇 년 전 당신 아버지가 상관과 함께 황하 상류의 제방을 만든 적이 있다. 올해는 복숭아 꽃비가 매우 거세서 그 제방이 무너져 두 개의 현이 물에 잠겼다. 현재 황제는 매우 화가 나서 사람을 처형하려 하고, 남편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되었다. 남편의 두 명의 동료는 이미 형부의 감옥에 갇혔고, 만약 우리가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아마도 우리 집안은 몰수와 유배를 당할 것이고, 남편의 목숨도..."
륭지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많은 가능성을 떠올렸지만, 이런 상황은 생각하지 못했다. "부인과 남편이 오왕이 우리 집안을 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건가요?"
"이것은 남편이 말한 것이다. 남편과 왕府의 장사가 아는 사이였다. 그 장사가 나서서 말하면, 당신을 보내기만 하면 오왕이 어떻게든 남편을 도와줄 것이다. 남편을 이 사건에서 빼낼 것이다." 진씨는 륭지양에게 숨김없이 말했다. 이는 륭지양을 더 갈등하게 만들었다.
륭지양은 고개를 숙이고 "부인, 딸이 또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딸을 왕府에 보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지요?"라고 물었다.
진씨는 실망스러워하며, 륭지양이 왕府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왕府의 방법이 실패하면, 아마도 한 대인에게 의지해야 할 것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바로 그 유명한 한 대인이다. 하지만 남편은 한 대인의 성품을 믿지 않는다. 그 사람의 성격이..."
진씨는 직설적으로 말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륭지양이 직접 "한 대인의 성격은 독하다"고 말했다.
"정확하다. 륭지양, 어떻게 알았나?" 진씨는 매우 놀랐다. 륭지양은 매우 드물게 외출을 하지 않았고, 나이가 들면서 외출은 더 많아졌지만, 대부분은 여자들끼리의 교류였다. 남자들에 대해 어떻게 알았겠는가. 누군가가 한 대인에 대해 말하더라도, 대개는 그가 관직에서 명성이 좋다고 말했다.
륭지양은 속으로 냉소하며, 자신이 한 대인의 성격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친자식도 버리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신경 쓸 리가 없었다. 륭지양은 한 대인과 7년을 부부로 살았지만, 항상 차가운 말과 시선을 받았다. 때때로는 경멸까지도. 그녀는 자신이 어리석고 순진하여 한 대인에게 싫어한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집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한 대인이 그녀를 싫어했다. 결국 그녀의 모든 행동이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 시점에서 륭지양은 자신이 본래 그런 모습이라서 한 대인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바꾸려 했고, 한 대인에게 맞추려 했지만, 얻은 것은 조롱뿐이었다. 그녀는 한 대인의 아내로서, 심지어 한 대인의 하녀보다도 낮은 대우를 받았다.
과거의 불행한 기억을 떠올리며 륭지양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다시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한 대인과는 이 생에서 다시는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다.
"부인, 왕府와 한 집안 외에 다른 방법이 정말 없는 건가요?" 륭지양은 다시 물었다. 만약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녀의 인생에서 학자의 아내로서의 꿈을 이룰 수도 있고, 상인의 아내로서도 좋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직접 문과에 급제한 아내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정말로 하늘에 감사할 것이다.
진씨는 한숨을 쉬며 "다른 방법이 있다면, 나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륭지양, 비록 네가 내 아이는 아니지만, 나는 항상 너의 행복을 바랐다. 이 문제는 남편과 오랫동안 상의한 끝에 말한 것이다. 네가 원하면 좋겠지만, 원하지 않으면 남편과 상의해서 방법을 찾아보겠다. 어쨌든, 너를 왕府에 강제로 보내서는 안 된다. 그건 남편을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해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씨의 말이 맞다. 륭지양의 과거 성격을 고려하면, 강제로 가게 된다면 그녀는 분명히 오왕과 갈등을 빚을 것이고, 결국 집안 전체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그녀는 과거의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균형을 잡고, 선택하며, 계획을 세우는 법을 알고 있다. 더 이상 꿈꾸기 좋아하는 어리석은 처녀가 아니다.
왕府에서 첩으로 지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진씨는 륭지양이 오랫동안 말하지 않자, 그녀가 왕府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진씨는 륭지양에게 "그만하자. 왕府에 가지 않는 것도 좋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피할 수 있다. 비록 남편이 한 대인의 인품을 좋지 않다고 했지만, 한 대인은 문과 급제자다. 이 결혼이 성사되면, 너는 문과 급제자의 아내가 된다. 그러나 한 집안은 복잡하고, 한 대인의 장남은 너보다 나이가 많을 것이다. 너는 그 집에서 후궁으로 지내야 하고, 앞서 있는 정실 부인에게는 자식도 있다. 이래서 후궁으로 가는 것이 겉보기에는 훌륭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부인, 저는 원합니다." 륭지양이 갑자기 말했다. 한 대인에게 다시 한번 후궁으로 가는 것보다, 그냥 죽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런 삶을 한 번 경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륭지양은 한 대인과 관련된 집안의 몰락, 아버지와 삼형제가 처형당하고, 전 가족이 유배당한 것에는 한 대인이 관련이 있다고 의심해왔다.
"좋다, 나는 바로 남편에게 말하겠다. 한 집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 진씨는 자신이 말하며 스스로 진행하고 있었다.
륭지양은 고개를 들어 진씨를 쳐다보며 "부인, 저는 왕府에 가겠다고 말씀드립니다. 오왕을 섬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너는 뭐라고? 너 정말 왕府에 가겠다고?" 진씨는 거의 뛰어오를 정도로 놀랐다. "륭지
양, 너 왕府에 가겠다고? 농담이겠지?"
"아니오, 진짜입니다. 왕府에 가겠습니다." 륭지양은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녀의 용기가 새로운 인생을 가져오기를 바란다. 한 집안에게도 새로운 운명을 가져다 주기를 바란다.
"정말 왕府에 가겠다고? 너 혹시 정신이 나갔니?" 정실이 아닌 첩으로서, 왕府의 첩이 되겠다는 것은 륭지양이 맞는지 모르겠다. 왕府에는 여성들이 많다. 왕실 명부에 있는 것만 해도 여러 명이다. 명부가 없거나, 명부가 있지만 내무부에만 등록된 여성들은 더욱 많다. 륭지양이 정신이 나갔다는 말인가? 어떻게 오왕의 첩이 되겠다고 할 수 있는가?
"륭지양, 정말 확실히 생각한 것이냐? 이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앞으로는 네가 스스로의 길을 걸어야 하며, 내가 남편과 함께 도와도 소용이 없다. 심지어는 일 년 내내 가족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이 길은 매우 힘들다. 정말 잘 생각해본 것이냐?" 진씨는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녀는 륭지양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기쁘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며 걱정도 했다. 또한 약간의 안도감도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조언을 하고 싶어했다. 경험자로서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륭지양은 결연한 표정으로 "부인, 당신이 저를 생각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조언은 소중하지만, 한 대인은 좋은 배필이 아닐 것입니다. 한 집안은 대가 크고, 한씨 일족은 더더욱 넓습니다. 딸은 아주 작은 서녀일 뿐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단지 갑자기 부유해진 사람들일 뿐입니다. 한 집안처럼 진짜 큰 가문은 어떻게 딸을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딸은 자신의 자각이 있고, 한 집안의 문을 들어가더라도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왕府에 가면 운이 좋다면 나름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진씨는 한숨을 쉬며 무엇을 말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륭지양은 한 대인의 집안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떠올리며, 결국 한 대인이 자신의 가문에 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녀의 전생과 관련된 일들이 한 대인에게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로 인해 륭지양의 현재 선택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좋다. 네가 말하는 것이 어느 정도 타당하구나. 네가 이해한 대로, 이 일은 남편과 이야기한 뒤에는 후회할 수 없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륭지양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딸은 후회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서 잠시 쉬어라. 나와 남편이 말한 후에 다시 얘기하겠다."
륭지양은 일어나서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진씨에게 "부인, 당신의 마음을 항상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진씨는 놀라며 륭지양이 사라진 후, 뒤늦게 말을 하려 했지만 이미 륭지양은 자리를 떠나 있었다.
제5장 충성
등불을 끄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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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금녀는 체리와 리치를 들고 정원문을 나와 복도를 지나면서, 정원에서 즐겁게 노는 작은 소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웃고 있는지! 안타깝게도 지난 생에서는, 두 달 후 이런 웃음을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때 그녀는 왕府에 들어가는 것을 거절했고, 반 달 후 육씨와 한씨의 혼약이 성사되었다. 그리고 가장 빠르게 삼서육례를 마친 후, 5월 3일에 그녀는 기대를 안고 한씨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차가운 밤이었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희망에서 실망으로, 실망에서 슬픔으로, 슬픔에서 분노로, 분노에서 두려움으로 변해갔다. 그날부터 그녀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
“아가씨, 작은 소녀들이 예의가 부족하니, 제가 말해주겠습니다.” 리치는 갑자기 육금녀가 낯설어 보였다며 그녀의 마음을 파악하기 어려워했다.
육금녀는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괜찮아. 그냥 두어도 돼. 즐거울 때는 자연스럽게 즐겨야지,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후회하지 않도록.”
체리와 리치는 놀라며 육금녀가 이렇게 심오한 말을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육금녀의 예전 성격과는 다른 이 말의 무게를 느꼈다.
리치는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육금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되었다.
육금녀는 두 하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나는 괜찮아. 리치, 네가 만들어주기로 한 신발의 겉부분에 아직 무늬가 부족해. 체리, 어젯밤에 귤과 함께 몰래 먹었지?”
두 하인은 입을 막고, 체리는 발각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 어떻게 아셨어요?”
육금녀는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체리가 귤과 다투면서 말한 것에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 오래된 일이 기억나다니 놀랍다.
리치와 체리는 자신들이 너무 걱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육금녀가 변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을 소홀히 했던 것이라 믿었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이전과 같이 육금녀는 바늘과 실을 꺼내어 작업을 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바늘과 실 작업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사방을 돌아다니며 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자신의 방을 다시 보니, 여기의 풀과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이 너무 익숙해서 가슴이 떨리며 묘한 기쁨을 느꼈다.
체리와 리치는 서로를 바라보며 의문을 품었다. 오늘 아침부터 육금녀가 좀 이상했다. 집사 방을 나오면서 그렇게 말한 것도 이상했다. 혹시 집사가 중요한 말을 했던 건가? 현재 중요한 것은 육금녀의 혼사와 관련된 문제다. 혹시 혼사가 진행되고 있는 걸까?
체리가 가장 빨리 물었다. “아가씨, 집사님이 아가씨의 혼사에 대해 말씀하신 건가요?”
육금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집사님이 본 가문은 어디인가요? 혹시 덩씨 삼자? 아니면 고씨 삼방 대자? 아니면 매씨 소자? 전부 아니면?” 체리는 깜짝 놀랐다. “아가씨, 집사님이 도대체 어느 가문을 보셨나요?”
육금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곧 너희가 소식을 들을 것이다.”
“아가씨, 저희에게 말해 주세요. 다른 곳에서 소식을 듣는 것보다 좋습니다.” 리치가 말했다.
육금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좋아, 문을 닫아라. 이 일에 대해 두 사람에게 자세히 말하겠지만, 일단 외부에 말하지 말아라.”
“네, 아가씨.”
육금녀는 두 하인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전했다. 체리와 리치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집사님이 어떻게 아가씨를 이렇게 대할 수 있나요? 평소에는 그렇게 자비롭던 집사님이, 왜 이번에는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아가씨, 우리는 운명에 맡길 수 없어요. 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가야 합니다.”
“어리석은 하인들, 나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집사님이 결정한 것이 아니다.” 육금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매우 가벼워 보였다.
두 하인은 더욱 놀라며, “아가씨, 혹시 저희를 속이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아가씨가 어떻게 첩이 될 수 있나요? 왕이라도 불가능한데요! 아가씨는 예전에 절대로 첩이 되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
“속일 이유가 없다. 현재 집안에 이상이 있고, 너희는 진짜로 눈치채지 못했나? 집사님의 최근 얼굴 색깔, 앞뜰의 상황을 생각해 보라. 정말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냐?” 육금녀는 두 하인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왕府는 다른 곳과 다르며, 여성을 위한 곳으로 매우 위험하다. 그녀의 측근은 신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말할 곳도 없을 것이다.
체리와 리치는 마음속에 의구심을 품고, 최근 집안의 이상을 떠올리며 체리는 입을 막았다. 리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의 말은, 왕府에 들어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육금녀는 리치를 칭찬하며 보았다.
“그럼 왜 집안에서 전혀 소문이 없나요?” 리치는 극도로 놀랐다.
“아버지의 측근들은 모두 입을 막으라고 명령받았다. 나머지 아는 사람들은 모두 보내졌다. 집사님 측근 중에는 공씨만 알 것 같다.” 육금녀는 추측했지만, 이 추측은 꽤 근거가 있다. 일련의 상황을 연결해 보니, 대략적인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왜 숨기는지에 대해서도, 집안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육 할머니는 점점 더 나이가 들어가고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 이 소식을 알게 되면, 아마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체리와 리치는 대충 이해한 듯하며, 불쌍한 눈으로 육금녀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육금녀는 고개를 숙이고 담담히 웃었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육씨가 나를 낳고 키워줬으니, 이제 내가 유용하다면 당연히 육씨를 도와야 한다. 육씨가 무너진다면, 우리에게 어떤 결과가 있을까?”
“무슨 결과일까요?” 두 하인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결과를 생각하며, 아마도 생보다 못한 상황일 것이라고 느꼈다.
“만약 너희가 나와 함께 가고 싶지 않다면, 내일 집사님께 가서 너희를 내보내달라고 하거나, 혹은 결혼을 시켜 달라고 하겠다. 하지만 만약 함께 가고 싶다면, 우리가 함께 왕府에서 위험을 넘기고 이 난관을 헤쳐 나가자.” 육금녀는 웃으며 말했다. 표정은 가벼웠지만, 마음속으로는 긴장하고 있었다. 이 두 하인이 정말로 진심으로 원할지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정말로 그들이 필요했다. 억지로 가게 되면 일이 잘못될 수도 있다.
체리와 리치는 함께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아가씨, 왜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우리의 목숨은 아가씨의 것입니다. 아가씨가 가신다면 우리는 당연히 함께 가겠습니다. 아가씨가 가기를 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함께 가겠습니다. 왕府는 위험한 곳이라 아가씨가 혼자서는 걱정됩니다.”
“좋아, 체리, 리치. 너희가 내
곁에 있어주는 것은 나의 복이다.” 육금녀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예전에 한 집에서 체리는 일찍 혼인하여 운이 좋았고, 오직 리치만이 끝까지 그녀를 도와주었으며, 그 결과 목숨을 잃었다. 비록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한 집 사람들의 행동을 보아도, 리치는 분명히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아가씨처럼 주인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복입니다.”
저녁이 되어 육금녀가 왕府에 들어가겠다는 소식이 퍼졌다. 처음으로 육금녀에게 물어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미귤과 방 마마였다. 하지만 육금녀는 이 모녀와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의 생모 주 이모가 울먹이며 찾아왔다.
제6장 이모
등불을 끄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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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모는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 마치 육금녀가 왕府에 들어가면 불행에 빠지게 될 것처럼 보였다.
육금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주 이모는 겉으로는 슬퍼 보이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기뻐하고 있을까. “그만 울어. 이모가 그렇게 울면, 생강 냄새가 나서 멀리서도 알 수 있어. 다음부터는 조심해, 사람들이 눈치챌 수도 있어.”
주 이모는 부끄러워하며, “금녀야, 생강 냄새가 그렇게 강해?”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것은 내가 일부러 준비한 거야, 더 슬퍼 보이게 하려고.”
육금녀는 완전히 무너진 듯한 주 이모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육금녀는 예전에 주 이모가 청씨에게 왕府에 들어가기를 거절한 일을 들었을 때, 주 이모는 정말로 슬퍼하며 자신을 비난했다. 그때 주 이모는 진심으로 슬펐고, 자신이 멍청하고 바보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 후, 한씨와의 혼약이 성사되자, 주 이모는 아주 기뻐하며 왕府의 첩이 되는 것이 더 좋다고 주장했다.
“이모, 당신이 정말 기쁘겠죠?” 육금녀는 주 이모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마치 답을 듣고서 마음속의 기대를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 이모는 실제로 웃으며 대답했다. “셋째 아가씨, 예전에는 내가 너를 어리석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왕府에 들어가면 평생 동안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어. 셋째 아가씨, 이제 너가 출세하면 나를 잊지 마. 나는 너의 생모야.”
체리와 리치는 주 이모를 노려보았고, 육금녀는 감정이 없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모는 정말로 생각이 깊으시군요. 이모는 정말로 내가 첩이 되는 것을 원하십니까?”
주 이모는 깜짝 놀라며, 육금녀의 시선이 무서워 보였다. “셋째 아가씨, 내가 너를 낳고 기른 부모로서 너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지. 너가 궁핍한 집안의 아내가 되느니, 왕府에 들어가서 첩이 되는 것이 훨씬 낫지. 왕府는 부유하니, 평생 먹고 사는 걱정은 없을 거야.”
육금녀는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좋아요, 이모의 마음은 알겠습니다. 이제 이모의 말은 다 들었으니 나가세요. 나는 혼자서 조용히 있고 싶습니다.”
“셋째 아가씨, 금녀야,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너를 위해서 이렇게 한 거야. 왕府에 들어가면 왕에게 잘 보여야 해, 특히 침대 위에서는…”
“그만해!” 육금녀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오늘 하루 감정이 큰 파도처럼 일렁였고, 다시 한 번 운명의 무게를 느꼈다. 그녀의 생모가 침대 위의 기술을 가르치려고 하다니, 육금녀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그녀가 왕의 첩으로 살 운명이었는가?
“이모, 여기에서는 당신이 환영받지 못합니다. 나가주세요.” 체리와 리치는 주 이모를 붙잡고 강제로 내쫓았다.
주 이모는 큰 소리로 외쳤다. “금녀야, 내가 할 말이 아직 남아있어. 꼭 내 말을 들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힘든 일이 생길 거야…”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며, 주변은 드디어 조용해졌다.
체리와 리치는 육금녀의 방으로 돌아와서, 그녀가 몰래 눈물을 닦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함께 울며 말했다. “아가씨, 당신의 운명이 너무 슬프네요. 이모는 정말로 멍청하네요. 아가씨가 너무 화내지 마세요, 몸이 상할까 걱정입니다.”
“나는 화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슬플 뿐입니다.” 육금녀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든 이런 불합리한 생모를 만난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육금녀의 상황은 자연히 육 할머니에게도 알려졌다. 육 할머니는 소식을 들은 후, 신씨를 불러 큰 소리로 혼냈다. 신씨는 대꾸도 하지 않고,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이전에 육 장중이 육 할머니에게 진실을 숨기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육 장중이 왕府에서 돌아와서 이 일에 대해 설명하자, 육 할머니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와 아들은 함께 울었고, 그날 밤 육 할머니는 병이 들었다. 그러나 육금녀의 희생 덕분에 오왕께서 육 장중을 보호할 것이 확실해졌으니, 육 할머니의 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등불을 켜고, 신씨의 측근인 공 마마가 직접 육금녀를 방문해 왕府가 그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전했다. 사흘 후 왕府에서 사람을 보내 올 것이라고 했다. 육금녀는 이때까지 잘 쉬고, 인사를 나가지는 말라고 했다.
“사흘 후라니? 이렇게 빠른가요?” 체리가 처음으로 소리쳤다.
육금녀는 “무례하지 마세요”라고 꾸짖으며, 공 마마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마마, 체리가 걱정해서 그러는 것이니, 마마께서 너그럽게 봐주세요.”
공 마마는 웃으며 대답했다. “셋째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마마, 다른 지시사항은 없으신가요? 혹시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나요?”
공 마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태太太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시간이 촉박하고, 신분이 애매하기 때문에, 간소한 예물은 준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태太太는 셋째 아가씨를 소홀히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필요한 물건들은 따로 준비하고 있으니, 왕府에 들어가면 손에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육금녀는 신씨의 배려가 진심으로 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아버지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공 마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와 태太太는 출발 전에 셋째 아가씨에게 직접 지시하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마마.”
공 마마를 보내고 난 후, 육금녀는 체리와 리치에게 집 문을 닫으라고 지시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며,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가씨,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흘 후 왕府에 가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육금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산 넘어 길이 생길 것입니다. 오늘 하루 너무 피곤하니, 목욕하고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세요.”
“아가씨?” 체리는 더 묻고 싶었지만, 리치가 체리를 잡아당기며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리치는 육금녀가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며, 육금녀가 현재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있음을 이해했다.
원래 이 밤이 불면의 밤이 될 줄 알았지만, 침대에 누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육금녀는 깊이 잠들었다. 비록 신씨가 인사하지 말라고 했지만, 육금녀는 여전히 평소처럼 일어났다. 미귤이 빨간 눈을 하고 걱정스럽게 방에 들어왔다. 육금녀가 아침을 다 마친 후, 미귤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아가씨, 저를 왕府에 데려가 주시겠어요? 저는 아가씨와 함께 가고 싶습니다.”
체리와 리치는 말없이 육금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려 했다.
육금녀는 미귤에게 차분하게
물었다. “방 마마와 상의해봤나요? 당신이 나와 함께 가면, 방 마마는 어떻게 하시려구요?”
“저의 어머니는 이해하실 것입니다. 만약 아가씨가 저의 어머니도 데려가신다면, 저희가 함께 아가씨를 도울 수 있어 아가씨가 안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미귤은 간절한 눈빛으로 육금녀를 바라보았다.
육금녀는 예전에 한씨에게 채워진 방을 떠올렸다. 그 당시 미귤은 그녀에게 함께 가기를 간청했었다. 당시 육금녀는 미귤을 아주 좋아했지만, 한씨에 들어간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미귤이 가장 먼저 배신하고, 비밀리에 한씨의 침대에 올랐다가 다시 용서를 구하며 애처로운 척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여전히 마음이 불쾌했다.
육금녀는 체리를 바라보며 명령했다. “가서 방 마마를 불러오세요.”
방 마마는 금방 불려왔고, 최근에 감기에 걸려 육금녀를 돌보지 못했다. 방 마마가 들어오자, 육금녀는 먼저 그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상태가 괜찮다는 답을 듣고 정식으로 말을 꺼냈다. “방 마마도 제 상황을 알고 계시겠죠. 이제 왕府에 들어가게 되면, 미래가 불확실하고 제 자신을 지키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방 마마는 저를 오래동안 보살펴 주셨으니, 제가 방 마마와 미귤이 함께 고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방 마마가 미귤에게 좋은 결혼 상대를 소개해 주신다고 했던 것, 그 일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갑작스러워서 도움을 줄 수 없지만, 왕府에 들어가면 태태의 측에서 미귤에게 좋은 결혼 상대를 구해주도록 부탁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왕府에 가는 데에는 체리와 리치만 데리고 갈 것이니, 방 마마와 미귤은 그곳에서 고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가씨, 저는 아가씨를 보살피고 싶습니다. 아가씨, 저를 데려가 주세요.” 미귤이 갑자기 소리쳤다. 무릎을 꿇고 육금녀를 잡으려 했다.
육금녀는 방 마마를 바라보았고, 방 마마는 얼굴이 붉어져 부끄럽고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이 불쌍한 자식이, 아가씨는 당신을 위하는 것이니,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지 마세요.” 방 마마는 미귤을 끌어내며 말했다. “가자, 집으로 돌아가자. 아가씨를 방해하지 말아라.”
“아가씨, 어머니가 저를 놓아주세요. 제가 아가씨와 함께 왕府에 가면 아가씨가 저를 데려갈 것입니다. 어머니, 어떻게 저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으세요?” 미귤은 계속해서 애원했다.
탁! 방 마마는 미귤의 얼굴에 강하게 손바닥을 때렸다. “너, 얼굴도 버릴 것이냐? 빨리 가, 마지막의 정까지 다 버릴라니.”
“아가씨, 할머니의 측근인 청홍 언니가 왔습니다.” 문을 지키며 구경하던 작은 하녀가 급히 방에 들어와 보고했다.
### 제7장 통곡
등불을 끄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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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홍은 방 마마가 울며 소란을 피우는 미귤을 끌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방 안으로 들어온 청홍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육금녀에게 인사했다. “셋째 아가씨, 태태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를 통해 아가씨를 만나보라고 하셨습니다. 태태께서 아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청홍 언니, 이렇게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작은 일로 청홍 언니를 귀찮게 할 수는 없으니, 제가 예전에 만든 자수를 청홍 언니에게 드리겠습니다. 제 마음의 한 조각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육금녀는 정중하게 말했다.
청홍은 그에 대해 사양하지 않았다. 육금녀가 진심으로 보이기 때문에, 청홍은 “셋째 아가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왕府로 가는 길이 험난할 수도 있지만, 아가씨가 안전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 그러니, 저희가 준비한 자수는 그냥 제 마음의 표시로 받으세요.”라고 답했다.
청홍과 함께 육금녀는 태태의 방으로 갔다. 릴리와 체리는 집을 지키며 기다렸다.
육금녀가 방에 들어서자 태태는 그녀를 보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구나, 금녀야. 너의 아버지가 이렇게 상황을 만들었으니, 너가 정말로 고생이구나.”
육금녀는 눈물을 흘리며 태태의 품에 안겼다. “태태, 저 정말로 당신이 그리워요.”
“나도 너를 많이 그리워해. 너의 아버지가 무능해서 이런 일을 만들었으니, 나는 너를 이렇게 내보내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 태태는 육금녀의 등을 토닥이며 함께 울었다.
둘은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며, 태태는 육금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다. “잘 울어, 금녀야. 울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거야. 울어도 좋다.”
집안의 하녀들 또한 울음에 동참하며 눈물을 닦았다. 신씨는 이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만약 신씨가 태태 앞에 나타나면 태태가 그녀를 원망할 것이라고 생각해 조용히 물러났다. 신씨는 육금녀가 충분히 울어내기를 바랐다. 그렇게 해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울음을 그치고 나서, 육금녀는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태태는 육금녀에게 조언을 하며 말했다. “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의 아버지가 무능해서 너에게 이렇게 어려운 일을 시켰구나. 이제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너는 잘 지내길 바란다. 왕府의 생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너는 잘 적응해야 한다.”
“태태, 감사드려요. 저도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육금녀는 태태의 친절에 감사를 표했다. 태태는 그동안 모아놓았던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며 육금녀에게 건넸다. “이 상자 안에는 내가 모아둔 돈과 몇 가지 장신구가 있다. 왕府에 가면 돈이 필요할 것이니, 이걸 잘 챙겨라.”
육금녀는 눈물을 흘리며 상자를 받았다. “태태, 이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저의 사정을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네가 불편하게 지내는 것보다, 이 돈이 도움이 될 것이다. 너의 형제들도 이해할 것이다. 이건 네가 받아야 할 것이다.” 태태는 상자를 육금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육금녀는 눈물을 흘리며 상자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태태. 제가 앞으로도 잘 지내면서 태태의 은혜를 갚겠습니다.”
태태와 육금녀는 다시 한 번 울었고, 마지막으로 태태는 육금녀를 다독이며 말했다. “잘 지내야 해. 나도 너를 응원할게. 나중에 좋은 소식으로 돌아와서 나를 안심시키길 바란다.”
육금녀는 태태의 몸 상태를 걱정하며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인사를 하고 방을 떠났다.
청홍은 육금녀를 배웅하며 말했다. “셋째 아가씨, 이 상자 안에는 태태의 정성이 담긴 것이다. 상자 안에는 천 량의 은권과 몇 가지 태태의 장신구가 들어 있다. 아가씨가 잘 챙겨서 왕府에서 유용하게 쓰이길 바랍니다.”
“태태께서 저를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홍 언니, 태태를 잘 부탁드려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 태태에게 잘 보살펴 주세요.” 육금녀는 진심으로 청홍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청홍은 당황하며 머리를 숙였다. “셋째 아가씨, 너무 과분하십니다. 아가씨가 잘 지내는 것이 태태를 위한 최고의 보답입니다.”
“알겠습니다.” 육금녀는 눈이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이제는 성공적으로 왕府에 적응하고 자신의 가문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릴리는 육금녀와 체리의 눈이 붉어진 것을 보고, 아무 말 없이 뜨거운 물을 가져와서 얼굴을 씻게 했다. 그녀는 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후, 릴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방 마마가 왔었습니다. 그녀는 미귤을 잘 돌보겠다고 하면서, 아가씨를 걱정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아가씨를 위한 기도를 하셨습니다.”
육금녀는 방 마마의 애정에도 감사를 표하며, “방 마마는 미귤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저를 걱정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길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릴리는 육금녀의 마음을 위로하려 했다. “아가씨, 방 마마는 미귤을 걱정해서 말이 나왔을 뿐입니다. 그들은 단지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것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상처를 준 것은 사실입니다.” 육금녀는 방 마마와 미귤에 대한 마음이 복잡했지만, 그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가씨, 사월과 오월도 아가씨를 보러 왔습니다. 지금은 이미 정원에 도착해 계십니다.” 청홍이 말하자, 육금녀는 잠시 동안 감정의 혼란을 가라앉히고 다시 일어설 준비를 했다.
제8장 형제
육금량은 직접 육경량과 육섭량, 그리고 육신 세 형제를 맞이하였다. 모두 나이순으로 자리에 앉았다. 육금량은 예전처럼 따뜻하게 맞이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은 육장중의 일이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육금량이 왜 어쩔 수 없이 왕府의 첩이 되어야 했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모두가 불편해하며 말하려고 했지만, 육금량을 자극할까 봐 조심스러웠다. 육금량은 강한 사람으로 알려졌고, 예전에 첩이 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말했던 터라,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할 수 없었다.
마침내 육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장남으로서 “삼막내, 괜찮으신가요?”라고 물었다.
육금량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형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에 다른 사람들은 더욱 걱정스러워 보였다. 육경량이 “다른 방법이 없었나요?”라고 물었다.
막내 육가립이 그녀에게 눈을 흘리며 “넷째 막내, 그런 말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육경량은 육가립에게 얼굴을 찌푸리며 “너야말로 모르겠다.”라고 대꾸했다.
“그만 싸우세요. 오늘은 금량을 보러 온 날이니 조용히 해 주세요.” 육신이 나서서 형제자매들을 제지하고, 육금량에게 “삼막내, 어려운 일이 있거나 생각하는 바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꼭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형님, 감사합니다.” 육금량은 갑자기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육신과 축가의 여자와는 이미 정혼한 상태이다. 축가는 대가문으로, 올해 9월에는 축가에서 사람을 보내와서 정혼을 해제할 것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육금량은 알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알게 된 건 한 달이 넘었다.
육금량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님과 축가의 여자는 언제 결혼하게 되나요? 기회가 된다면 그때 돌아와서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삼막내가 신경 써줘서 감사합니다. 결혼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정해지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육신은 미소를 지으며 그 결혼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축가는 이전부터 육신이 자주 찾아가던 집으로, 현재도 매달 한두 번은 방문하고 있다.
육금량은 축가의 여자와의 결혼이 잘 되길 바랐다. 만약 결혼이 잘못되면 가족의 명예와 관련된 모든 일이 피해를 볼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을 형님께 직접 할 수는 없었다. 육금량은 웃으며 “형님, 축가와의 결혼이 잘 되길 바랍니다. 만약 이 일이 축가에 영향을 미친다면, 저는 속죄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삼막내,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육신은 육금량의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막내 육가립은 “삼막내, 걱정하지 마세요. 형님과 축가의 결혼은 확정된 일입니다. 결혼 날짜가 정해지면 삼막내도 돌아와서 축하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육금량은 “결혼 날짜가 언제 정해질까요?”라고 물었다. 결혼은 날짜를 정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육신은 “원래 이번 달에 결혼 날짜를 정할 예정이었으나, 집안의 일이 있어서 미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삼막내 걱정하지 마세요. 가장 늦어도 다음 달에는 정해질 것입니다. 그때 어머니도 삼막내를 보러 갈 수 있는 핑계를 찾으실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육금량은 형님의 말에 안심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형님의 결혼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육장중이 죄를 면하고, 육가문 전체가 보존되었지만, 육가는 점점 쇠퇴해 가고 있었다. 육장중의 직책도 몇 년 동안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후에 한승이 공부부 시랑이 되었지만, 육금량은 한승의 육장중에 대한 태도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몇 년 후 육가문의 상황을 떠올리면, 육장중의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육가문이 왜 몰락했는지, 왜 처형당할 지경까지 되었는지, 육금량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육신은 육금량의 얼굴에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왕府에 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삼막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들 오왕자는 성격이 너그럽다고 말합니다. 삼막내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일이 삼막내에게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아버님과 어머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삼막내, 그들을 원망하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육금량은 잠시 놀라다가 이해하며 웃었다. “형님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것은 제가 스스로 선택한 일입니다. 육가의 자녀로서 육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오히려 형님, 삼형님, 오형님 모두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육가를 더 번창시키길 바랍니다. 그러면 제가 왕府에서도 더 많은 체면을 갖게 될 것입니다.” 부모와 형제는 출가한 여인의 버팀목이자 의지처이기 때문이다.
“삼막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열심히 공부할 것입니다.” 육신과 두 동생들이 일어나서 진지하게 육금량에게 절을 하였다. 육경량과 육섭량은 여전히 불안해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
육금량은 세 형제의 절을 받으며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 절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녀의 희생이 없었다면, 육가는 완전히 망했을 것이다. 육신과 두 동생들은 과거를 준비할 자격조차 잃었을지도 모른다.
라자리가 난처한 얼굴로 들어왔다. “양가님.”
“무슨 일이야? 여기에는 외인이 없으니 말해봐.” 육금량은 속으로 미귤의 소동인지 아니면 주이모가 또 나타난 것인지 걱정하며 말했다.
“양가님, 미귤이 밖에서 무릎 꿇고 있습니다. 방마마가 그녀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귤은 양가님을 꼭 보고 싶어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계속 무릎을 꿇고 있겠다고 합니다.” 라자리가 말하자, 머리를 숙여 마치 자기가 잘못한 것처럼 보였다.
육신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육금량을 바라보며 “삼막내, 내가 나서서 그녀를 내보내게 할까요? 아니면 어머니께 알리셔서 처리하게 할까요?”라고 말했다.
“형님, 감사합니다. 미귤은 방마마의 딸이니 체면을 지켜주어야 합니다.”
제9장 결별
미귤은 땅에 무릎 꿇고 애처롭게 염금양을 바라보며 애원했다. “아가씨, 제발 저를 내버려 두지 말아주세요. 앞으로는 열심히 일하겠으며, 게으르지 않고 릴지나 벚꽃이와도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제발 저를 떠나보내지 말아주세요.”
엽금양은 미귤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너는 왕府에 가고 싶니? 왕府의 부유함을 보고 너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 과거 미귤에게 배신당한 기억이 떠올라서, 당시에는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미귤은 처음부터 높은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녀는 본래 주인의 하녀였지만, 남자의 방에 드는 게 목표였다. 그렇게 해서 엽금양이 그녀를 후궁으로 삼을 기회를 얻는 것이 가장 좋은 기회였다.
미귤은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놀란 듯 엽금양을 바라보았다. 벚꽃은 미귤을 비웃으며, “무슨 연기를 하는 거냐? 누구나 네 속셈을 다 알고 있잖아,”라고 말했다. 릴지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엽금양이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꼈다. 이전의 엽금양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가씨, 저 그런 마음은 없어요. 저도 그냥 엽금양님 곁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미귤은 재빨리 태도를 바꾸어 말했다.
엽금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마음은 알겠지만, 우리가 오랜 인연을 맺었으니 나쁘게 보지 않겠다.”
미귤은 희망의 빛을 보았다.
“네가 하녀라고 말했으니, 하녀는 주인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엽금양은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미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서는 갈등을 느꼈다.
“이제 내가 주인의 명의로 너와 방 마마를 집에 남기기로 했다. 네가 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서 ‘정직하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이냐?” 엽금양은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지만, 그 말 속의 압박감은 미귤을 압도했다.
미귤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가씨, 그런 적 없어요.”
“그만해! 더 이상 해명하지 마라. 나는 말을 듣지 않는 하녀는 필요 없다. 그래도 너와 오랜 인연이 있으니 체면을 살려주겠다. 벚꽃, 너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고, 릴지, 너는 방 마마에게 이십 량의 은을 전해주고, 미귤의 혼수라고 말해줘. 방 마마가 미귤의 혼처를 잘 찾아보게 하고, 방 마마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나는 방 마마에게 다른 일을 부탁할 것이다.”
“아가씨, 아가씨…” 미귤은 절규하며 뒹굴며 나가기를 거부했다. 엽금양은 상관하지 않고 벚꽃에게 미귤을 처리하게 했다. 벚꽃은 하녀 두 명과 함께 미귤을 붙잡고 입을 막은 후, 그녀를 끌어냈다. 릴지는 이십 량의 은을 가지고 방 마마를 만나러 갔다. 방 마마는 은을 받고 울었다. 자신이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엽금양에게 폐를 끼쳤다고 사과하며, 미귤이 엽금양을 방해하지 않도록 잘 가르치겠다고 약속했다.
보상을 받은 후, 엽금양은 말했다.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자.”
벚꽃은 작게 불평했다. “미귤이 들어온 것은 방 마마가 일부러 한 일일 겁니다. 이번에 아가씨의 태도가 확고하니까 방 마마도 마음을 바꾼 것 같아요.”
릴지는 말했다. “미귤도 어리석네요. 왕府가 천하의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가씨도 왕府에서 고생해야 하거든요.”
엽금양은 씁쓸하게 웃었다. 고생은 두렵지 않다. 한 가문에서의 고생이야말로 가장 나쁜 일이다.
오월 초오일, 엽금양은 용삼 아가씨에게서 온 편지를 받았다. 용삼 아가씨는 엽금양이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가장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던 친한 친구였다. 편지를 열어보니, 용삼 아가씨는 엽금양과 결별하고 싶다고 적었다. 자신의 친구가 후궁이 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으며, 앞으로 그녀와의 관계를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
엽금양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또 시작이군!” 예전에도 그녀가 한승과 결혼했을 때 용삼 아가씨는 결별의 편지를 보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용가에서도 한승의 흥미를 보였고, 용삼 아가씨를 한승의 후궁으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한승이라는 인기 있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엽금양에게 잡혔다. 아마 경성의 모든 가문은 이 소식에 놀랐을 것이다.
“아가씨, 용 아가씨가 편지에 뭐라고 썼나요?” 릴지가 엽금양의 얼굴을 보고 걱정하며 물었다.
엽금양은 머리를 흔들며 대답했다. “별로 중요한 내용은 없어요. 앞으로 그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마세요.”
“네!” 과연 용삼 아가씨는 불쾌한 말을 썼다.
엽금양은 편지를 불태우며 재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 내일 왕府로 가셔야 하니 짐을 좀 챙기셔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가 좋아하는 책이나 자주 쓰는 펜, 몇 가지 미처 끝내지 못한 바늘과 실도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릴지가 먼저 제안하며 엽금양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엽금양은 머리를 흔들며 대답했다. “네가 알아서 준비해. 너무 많이 가져가면 못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방 마마 쪽에 잘 준비되었는지 확인해봐.”
그녀를 왕府의 후궁으로 보내는 것은 왕府에서 체면을 세우길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씨는 분명 엽금양을 위해 신경을 쓸 것이다. 첫 번째로는 금전 문제다. 왕府에서는 돈이 없으면 벽장 구석에서 늙어갈 것이다. 지위가 생기고 자식이 생기면, 비록 돈이 없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붙으려 할 것이다.
“방 마마 쪽에는 벚꽃이 이미 확인했어요. 방 마마는 아가씨의 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비록…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하네요. 제가 보기엔 가장 늦어도 내일이면 방 마마와 선생님이 아가씨에게 설명할 것 같아요.”
릴지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초육일 아침, 진씨는 사람을 보내 엽금양을 부르도록 했다.
엽금양이 방에 들어서자, 예상대로 엽장중도 함께 앉아 있었고, 진씨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엽금양이 인사를 드리며 말했다. “어르신, 어머니, 인사드립니다.”
“일어나세요!” 진씨는 다시 한 번 말하며, “미안하게 됐다, 앉아서 이야기하자.”
“감사합니다, 어머니.”
진씨는 엽장중을 쳐다본 후, “엽금양, 요 며칠 동안 주 이모가 너를 괴롭히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엽금양은 의외로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올 줄 몰랐다. 최근 주 이모가 엽금양에게 자주 찾아와, 어떻게 후궁으로 잘 지낼 수 있는지 가르쳐 주려고 했다. 이 때문에 엽금양은 정말로 그녀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가르쳐주고 싶다면, 주 이모의 태도와 표정이 너무나도 불쾌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엽금양이 후궁이 된 것이 대단한 일
이라도 되는 듯, 후궁처럼 행동하라는 말을 했다. 엽금양은 이 말을 듣자마자, 벚꽃을 시켜 주 이모를 쫓아내버렸다.
엽금양은 불쾌함을 느끼며, 태도가 굳어졌다. “어머니, 주 이모에게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진씨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엽장중이 가벼운 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만두자, 잡담은 그만두고. 엽금양, 오후에 왕府에서 사람을 보내 너를 데리러 올 것이다. 돌아간 후에 잘 준비하라.”
“네, 아버지.” 엽금양은 차갑게 대답했다.
제10장 고공자
진씨는 린냥이 속으로 원망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린냥, 네가 억울했을 거야.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니 원망하지 마라.”
“태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긴장해서 예의가 부족했습니다. 부디 어르신과 태태께서 너그럽게 봐 주시기 바랍니다.” 린냥은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륭중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아버지로서 부족해서 네가 이런 고생을 하게 됐다. 네가 원망해도 어쩔 수 없지.”
린냥은 입을 열려 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씨는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말했다. “어르신, 이제 그만해요.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린냥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에요.” 말하며 공모를 불러서 혼수 목록을 린냥에게 건넸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네가 왕궁에 들어가면 불편할 거예요. 이 목록을 보고, 부족한 게 있으면 빨리 말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없을 거예요.”
린냥은 혼수 목록을 받아보고 놀랐다. 대대로 세습된 가문에서는 서출에게 보통 3천 냥에서 많아야 4천 냥의 혼수를 준다. 심지어 명문가에서는 서출에게 2천 냥만 주기도 한다. 그러나 린냥이 가진 혼수 목록은 4천 냥을 넘었다. 백은 3천 냥, 은권 300 냥, 금 100 냥, 금은 각 20 냥. 산호, 마노, 비취, 진주 등이 포함된 장신구와 계절별 의상 3벌씩, 신발과 양말 제외, 약재 1상자, 천과 비단 10필, 소량의 장신구 상자도 있었다. 왕궁의 하인들에게 줄 선물과 왕비, 측비들에게 줄 선물도 준비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순간을 대비해 남해 진주 10개도 있었다.
린냥은 입을 벌린 채 혼수 목록을 바라보았다. 이 혼수는 최소 7~8천 냥, 진주를 빼면 1만 냥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진씨는 린냥의 반응에 만족하며 말했다. “삼공자, 이 상황에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이 혼수뿐입니다. 우리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에요. 이 혼수는 왕궁의 하인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데 충분할 거예요. 왕궁은 네가 생각보다 더 어려울 수 있으니 조심해. 너의 성공을 바라고 있어.”
륭중도 덧붙였다. “태태가 말한 대로, 혼수는 왕궁과 비교할 수 없지만 하인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데는 충분할 거야. 조심하고, 왕궁은 네가 집안에서 하는 것과 다르니 모든 일을 신중히 생각해보도록 해.”
“아버지, 태태 걱정 마세요.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신중히 하겠습니다.” 린냥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대답했다. 지난 생에 한승과 결혼했을 때, 공개된 혼수는 4천 냥 외에 대저택과 상점 하나였다. 그러나 실제로 한승이 받은 혼수는 알 수 없었다. 린냥은 감정적으로 한승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줬는지 묻고 싶었지만, 웃어 넘겼다. 가문의 자산은 한정되어 있었다. 둘째 삼촌이 돈을 벌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가문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 이유는 한승의 요구가 너무 높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로 인해 가문은 크게 흔들렸고, 한승의 원망으로 회복의 여지가 없었다.
륭중과 진씨는 린냥에게 세세한 주의를 당부한 후, 린냥은 승빈에게 갈 때 어떤 하인을 데려갈지 논의했다. 린냥은 벚꽃과 자두만 데려가겠다고 했고, 진씨는 그 의견에 반대했다. 나이 많은 사람도 필요하다고 했지만, 린냥은 엄마의 모녀를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진씨에게도 적당한 사람이 없었다. 공모를 보낼 수는 없었기에 결국 린냥의 뜻대로 진행됐다.
정실을 나서면서, 린냥은 고공자와 마주쳤다. 그는 잘생긴 남자였고, 품위가 있으며 공손하게 다가왔다. 오늘 그는 청색 긴옷을 입고, 머리는 간단한 나무 집게로 고정하고 있었다.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공자님, 고공자가 오셨습니다.” 자두가 조용히 알렸다.
린냥은 손이 미세하게 떨리며 고공자를 보았다. 고공자는 고가 삼방의 장자였다. 그녀는 고가에 시집 가기를 꿈꾸었던 적이 있었다. 고가는 의술을 대대로 이어온 가문으로, 특히 고삼 태태는 여성 질환에 뛰어나서 그녀는 두 사람의 인연을 잘 알았다. 나중에 고공자와의 결혼을 기대했지만, 결국 한승에게 시집 가게 됐다. 그때는 감정적으로 기운을 잃었고, 고공자에게는 아쉬움만 남았다. 지금 다시 만나는 고공자는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제11장 진왕부
“륭삼 아가씨.”
“고공자님, 뵙겠습니다.” 린냥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고희년의 표정은 약간 우울해 보였고, 린냥을 살펴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사정을 들었어.”
린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자신을 경시할까봐 걱정되었다.
“걱정이 되네. 왕부는 사람도 많고 일도 많아서, 너 같은 경우에는 혹시…” 고희년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린냥은 차분해지며 말했다. “고공자님의 걱정에 감사합니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고공자님, 이제 가세요.” 린냥은 그를 지나쳐 급히 떠났다.
“륭삼 아가씨, 잠깐만요.”
고공자가 린냥을 부르고 다시 달려와서 말했다. “륭삼 아가씨, 당신의 기색이 좋지 않아 보여요. 이곳에 조절할 수 있는 처방이 몇 개 있는데, 지금 써 드릴까요?”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린냥은 부끄러움을 느끼며, 마음 속에서 괴로움이 커져서 급히 도망쳤다. 그녀는 고희년 앞에서 눈물을 흘릴까봐 두려웠다. 요즘 그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취약하게 느껴지고, 감정을 제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는 잘 해낼 것이다. 그녀는 반드시 잘 해낼 것이며, 사람다운 삶을 살 것이다.
“아가씨, 아가씨…” 자두와 벚꽃이 드디어 린냥을 따라잡았다. “아가씨, 슬퍼하지 마세요. 고공자님은 좋으신 분이에요. 단지 아가씨와 인연이 없었을 뿐이에요.” 벚꽃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은 그녀의 진심이었다.
자두는 벚꽃을 나무라며 말했다. “아가씨, 이제 돌아가서 정리합시다. 오후에 왕부 사람들이 오니까요.”
린냥은 고희년의 모습을 이미 볼 수 없었다. “벚꽃, 자두, 우리는 반드시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자두는 동의하며 말했다. “네, 아가씨는 이렇게 좋은 분이니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
벚꽃은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아가씨가 고공자님과 결혼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만 말해요.” 자두는 벚꽃을 강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아가씨가 지금 슬퍼하고 있는데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벚꽃은 단순히 린냥이 아쉬워서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고공자님은 좋은 분인데, 만약 아버님이 문제가 없었더라면 고공자님과 린냥의 결혼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장난치듯이 갈라놓았다. 린냥은 행운이 없었다.
“그녀가 헛소리한 건 아니야.” 린냥이 말했다. 자두는 깜짝 놀랐다.
“아가씨, 이런 얘기를 하면 더 마음이 아프지 않으세요?” 자두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린냥은 고개를 숙이며 마음 속에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인연이 있어도 결국 인연이 없었던 것이다. “가자, 앞으로 이런 얘기는 하지 말자.”
“알겠습니다, 아가씨.” 자두와 벚꽃은 기분이 좋지 않았고, 속상함을 참으며 짐을 정리했다. 고공자 가문이 명문가였고, 권력에 가까운 사람이 있었다면 린냥의 운명이 달라졌을까?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린냥은 고공자님과 결혼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서출인 그녀는 신분이 낮았다.
정리해야 할 것들은 이미 모두 포장되었다. 린냥은 복장을 바꾸어, 복숭아색 의상을 입고 앉았다. 해가 점점 어두워지면서, 왕부 사람들이 곧 올 것으로 보였다. 주씨는 마지막 순간에 소란을 피우려고 했지만, 진씨가 사람들을 데려와서 내쫓았고, 결국 방에 감금되었다. 진씨는 모든 것을 점검한 후, 가져갈 물건이 맞는지 확인했다. 린냥의 표정이 굳어가자, 진씨는 한숨을 쉬었다.
공모가 급히 들어와서 말했다. “왕부의 장사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외곽에서 환영하고 계십니다. 왕부에서 두 명의 모녀가 왔으며, 이제 삼공자를 태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린냥은 온몸이 떨리며 심장 속에서 두려움과 긴장이 극에 달했다. 자두가 린냥의 어깨를 꽉 잡고, 린냥은 예의 있게 행동할 수 있었다. 왕부의 두 명의 모녀는 나이가 많고 엄숙했다. 들어와서 린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하고, 린냥이 일어설 것을 요구했다. 린냥은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 두 명의 모녀는 벚꽃과 자두도 점검한 후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린냥은 사람들에게 부축받아 방을 나서고, 청색 작은 가마에 올랐다. 벚꽃과 자두는 짐을 실은 마차에 탔다. 방을 나서면서 린냥은 흔들리는 가마 안에서 점점 긴장과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앞길이 험난할지라도, 부끄러워할 것이 없다. 그녀는 이번 생에서 더 많이 알고 있으니, 지난 생보다 나아질 것이다. 그만큼만 나아지면 성공한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가마 안의 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을 것이다. 가마가 멈추자, 왕부의 모녀들이 그녀를 내리게 하고, 왕부의 내부 소형 가마에 다시 올랐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린냥은 단지 왕부의 두 번째 문을 빠르게 살펴보는 것만이 가능했다. 이것이 왕부의 대문에 들어온 것일까?
가마는 그녀를 실은 채로 내부 안으로 계속 이동했고, 내부에 들어가서 한 번 꺾였다. 방향으로 보아 상방으로 가지 않는 것 같았다. 린냥은 손수건을 꽉 잡으며, 관절이 하얗게 변했고, 입술을 꽉 물었다. 머릿속은 하얗기만 했다. 몇 개의 문을 지나쳤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는지, 얼마나 멀리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가마는 한 곳의 정문 앞에 멈추었다.
“도착했습니다. 린 아가씨, 내려주세요.”
린냥은 가마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문 위에는 ‘정안거’라는 큰 글자가 쓰인 현판이 걸려 있었다.
“린 아가씨, 들어오세요. 이제부터 이곳에 거주하게 되실 겁니다. 마당에 있는 시중의 아낙들은 그대로 있으며, 하인들은 내일 아침에 총관이 사람을 보내어 정리할 것입니다. 오늘은 일단 이렇게 지내시죠.” 왕부의 모녀는 린냥을 문 안으로 안내하며, 마당에 있는 몇 명의 아낙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린냥을 그대로 바라보았다.
린냥은 잠시 반응하지 못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준비해둔 돈을 내밀었다. “모녀님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돈을 받은 두 모녀는 미소를 지었다. “린 아가씨, 정중히 대접받아야 해요. 오늘 하루 많이 힘드셨으니, 빨리 쉬세요. 우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왕부의 모녀가 떠나자, 마당에서 이미 시중을 들고 있던 세 명의 아낙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몸집이 통통한 아낙이 나섰다. “린 아가씨, 뵙겠습니다. 저는 차실에서 시중을 드는 최씨입니다. 아가씨가 오신 것을 알게 되어, 시중을 들일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린냥은 소리의 방향으로 돌아보았다. 세 명의 아낙들이 모두 평가의 눈빛을 보내며, 불쾌해 보였다. 린냥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 아낙님, 말씀 감사합니다. 제 배경을 아시겠죠. 앞으로 우리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지낼 것이니, 왕부의 규칙을 아는 분들일 텐데, 굳이 제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겠죠.”
세 명의 아낙들은 당황했다. 린냥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엄포를 놓는 건지, 농담하는 건지 모르겠다. 오히려 그녀의 외모가 좋으니 왕자님이 마음에 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부터 그들에게 아첨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늦었다.
최 아낙은 웃으며 말했다. “린 아가씨, 말씀하신 대로, 오늘 하루 많이 피곤하셨으니, 제가 먼저 물을 데워 드릴게요. 아가씨가 씻고 편히 쉬세요.”
“감사합니다, 최 아낙님.”
최 아낙은 다른 두 명의 아낙들을 소개했다. 하나는 문지기를 맡고 있는 왕 아낙, 또 하나는 잡일을 맡고 있는 응 아낙이었다.
린냥은 세 아낙들과의 인사를 마친 후, 벚꽃과 자두가 모든 짐을 정리하며 ‘정안거’로 들어왔다. 세 아낙들은 린냥의 간단한 예절에 경시의 표정을 보였다. 벚꽃과 자두는 얼굴을 찌푸리며, 이 세 아낙들이 교만하게 굴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린냥의 혼수를 정리했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출발할 때 모두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배가 고팠다. 자두가 말했다. “벚꽃, 당신은 차실에서 물을 끓여서 아가씨가 목욕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나는 저 세 명의 아낙들에게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할지 물어볼게요.” 그리고 중얼거렸다. “오늘 밤 왕자님이 오실지 모르겠네요.”
린냥이 갑자기 말했다. “오늘 밤은 걱정하지 마세요. 왕자님은 오지 않을 겁니다.”
“아가씨?” 벚꽃과 자두는 깜짝 놀랐다. 아직 인정을 받지 못했는데, 벌써 외면당하는 걸까? 그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제12장 교활한 하녀 (둘째 이야기)
육금양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설명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우리가 방금 도착했기 때문에, 왕府 총관님이 하녀를 아직 배치하지 않으셨고, 왕府의 두 분 고모님도 일찍 쉬라는 말씀만 하셨으니, 오늘 왕자님께서 오실 일은 없을 겁니다.”
“아, 정말 놀랐어요.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어요.” 벚꽃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육금양이 웃음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들 먼저 일하세요.”
“네, 아가씨.”
벚꽃은 취고모를 찾아서 물을 끓이러 갔고, 염주는 응고모를 찾아가서 주방에서 일하는 일을 맡았다. 육금양은 자신이 앞으로 살 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정안거는 작은 마당집이지만, 나름대로 체면 있는 집이다. 정실은 세 칸으로 되어 있으며, 가운데는 손님을 맞이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왼쪽은 거실로 낮 동안 휴식할 수 있는 방이고, 오른쪽은 침실로 침대와 이불이 모두 새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서쪽에 각각 네 칸의 방이 있다. 정실 옆에는 청소실, 차실, 귀실이 있으며, 뒤쪽에는 하녀들이 살 공간인 포구가 있다. 보기에는 육금양이 육가에서 살던 곳보다 나아 보였다. 왕府는 넓어서 궁궐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규제 걱정이 없다. 육가는 육장중이 다섯 품관에 불과해 많은 제약이 있었고, 공간도 협소했다.
“……너는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니? 왕府의 오래된 사람인데, 우리가 막 들어왔으니 누구를 찾아야 하겠니?”
육금양은 놀라서 염주와 응고모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육금양은 정실의 대문을 나가서 염주와 응고모가 논쟁하는 모습을 보았고, 문 앞의 왕고모는 이를 관망하고 있었다. 취고모는 아마 벚꽃과 함께 차실에 있었을 것이다.
“염주, 무슨 일이야? 무슨 말을 이렇게 소란스럽게 하지? 왜 이리 떠들어?” 육금양은 염주를 엄하게 나무랐다. 그러나 시선은 응고모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염주는 억울한 표정으로, 응고모는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육금양의 시선에 응고모도 점점 불편해졌다.
염주는 억울하게 말했다. “아가씨, 오후가 지나고 우리는 식사를 하지 않았어요. 제가 응고모님께 도와달라고 요청했는데, 같이 주방에 가서 먹을 것을 찾아보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응고모님은 가지 않으시고, 불쾌한 말만 하셨어요.”
응고모는 “염주 양, 그런 말을 하지 마세요. 저는 시간이 늦어서 식사 시간이 지났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 시간에 주방에 가도 먹을 것이 없어요. 제가 왜 헛걸음하겠어요?” 하고 혀를 찼다.
“당신?” 염주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왕府에 막 들어왔는데 하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되었다. 육금양에게 도움을 청했다.
육금양은 담담한 표정으로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다. “응고모님, 평소 이 마당의 주인은 누구죠?”
“취고모님입니다.”
“염주, 취고모님을 불러오세요. 오늘 이 기회에 모든 사람과 이야기해봅시다.”
염주는 육금양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차실로 가서 사람을 불렀다. 취고모와 벚꽃이 나왔다. 사실 취고모는 마음속으로 이미 상황을 이해했지만, 겉으로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육금양은 염주와 응고모가 상황을 설명한 후, 취고모에게 물었다. “취고모님, 왕府의 규칙이 복잡해서 저도 막 들어온 사람이라 규칙을 잘 모르겠어요. 오늘 딱 맞게 상황이 발생했으니, 취고모님께서 저에게 해명해 주실 수 있나요?”
“육 아가씨, 말씀하세요.”
“그럼, 이 마당의 식사는 주방에서 보내오나요, 아니면 응고모님이 가서 가져오나요? 그리고 어느 주방에서 가져오나요?”
“육 아가씨, 아침 식사는 응고모님이 가져오고, 점심과 저녁은 주방에서 보내옵니다. 이 마당의 식사는 내원 대주방에서 가져옵니다.”
육금양이 다시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절차가 있나요? 예를 들어, 만약 어떤 주인이 일이 있어서 식사 시간이 지났다면, 응고모님의 말처럼 주인은 그냥 굶어야 하는 건가요?”
“육 아가씨, 오해하신 것 같아요. 이런 일은 없어요. 만약 식사 시간이 지연되면, 주인의 측근이 미리 주방에 연락을 합니다. 주인이 먹고 싶어할 때 다시 보내주면 되는 거죠.”
“그럼 좋네요. 취고모님, 오늘 저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육금양은 취고모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취고모는 이마에 주름을 잡고 응고모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육 아가씨, 걱정 마세요. 어떤 경우라도 아가씨를 굶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오늘 아가씨가 막 도착하고 늦게 온 탓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주방에서도 아가씨의 표식이 없었어요. 이것은 응고모님이 일부러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것입니다.”
육금양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염주가 이야기를 전해주었을 때, 육금양은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다. 왕府 같은 곳에서는 규칙이 중요하고, 주방에서 일을 맡은 사람만이 직접 차를 보내거나 할 수 있다. 응고모는 이 정안거에서 권력을 부려왔지만, 주방에서는 사람들의 얼굴을 봐야 하므로 가기 싫어했을 것이다. 염주는 상황에 대한 변통을 모르고, 상황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육금양이 취고모에게 묻는 이유는 그녀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다.
상황을 명확히 이해한 육금양은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 확실하므로, 서둘러 일을 정리할 계획을 세웠다. “취고모님 말씀대로, 염주는 오늘 잘못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막 도착한 만큼, 준비가 부족한 것도 이해해야죠.”
“아가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럼, 이 문제는 제가 해결할게요. 염주, 당신은 돈과 함께 취고모님과 응고모님을 데리고 주방에 가세요. 주방 사람들에게 이 정안거에 정식으로 주인이 생겼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좋겠네요.” 그리고 취고모에게 말했다. “취고모님, 수고스럽겠지만, 한 번 다녀와주세요. 당신은 체면이 있는 사람이고, 염주는 새로 온 사람이라, 취고모님과 함께 가면 염주가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분 고모님, 우리 아직 처음 오니 많은 일들이 있으니 수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비록 제가 막 왔지만, 기본적인 규칙은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세 분에게 보답할 것입니다.”
육금양의 뜻이 너무나도 분명했기 때문에, 취고모는 바로 이해했다. 취고모는 먼저 말하고, “육 아가씨, 걱정 마세요. 우리는 규칙을 알기에, 아가씨를 잘 모시겠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로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취고모님 수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육금양은 염주에게 눈짓을 했다. 염주는 바로 취고모와 응고모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후, 방으로 들어가 몇 냥의 동전과 구리 동전을 챙기고 나서, 취고모와 응고모와 함께 마당을 나갔다. 왕고모는 조금 초조해 보였고, 취고모와 응고모는 돈을 받고 돌아오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없어서 불만이 있었다.
육금양은 왕고모를 한 번 쳐다보고, 그를 무시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돈은 한정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돈을 무작정 쏟아 부를 수는 없었다. 모두가 그녀에게서 이득을 보려 한다면, 그에 맞는 능력과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
돈으로 문제를 해결한 후, 염주가 돌아와서 음식과 함께 돌아왔다. 주방에서는 사람도 오고, 이들은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다. 육금양은 적당히 상을 주었다.
식사를 하고 목욕을 한 후, 상쾌한 기분으로 앉아서 앞으로의 일정을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다.
제13장 첫 번째 밤
록금양은 속옷만 입고 있었고, 밤에 기온이 떨어져 머리가 아직 젖어 있었기 때문에 겉옷을 덮었다. 화장대에 앉아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이자는 조심스럽게 록금양의 머리를 말려주고, 앵도는 침대 시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앵도가 말했다. “아가씨,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은 새로운 것이에요.” 그리고 덧붙였다. “시간이 있었더라면, 주인님이 아가씨를 위해 이런 것들을 마련해 주셨겠죠. 그럼 왕府의 물건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요.”
이자는 앵도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가씨를 더 슬프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앵도는 자신의 말이 실수였음을 깨달으며 혀를 차고 고개를 숙였다.
록금양은 과거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한가에 시집갈 때, 비록 첩이었지만, 80개나 되는 혼수와 함께 갔다. 이불이나 침대는 모두 자기가 마련한 것이었고, 심지어 변기조차도 친정에서 가져갔다.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정식 방의 가구와 침대도 혼수로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아무도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외부의 문이 잠겨 있어요.” 잠시 멈춘 후에 다시 물었다. “아가씨, 오늘 왕자님이 오실까요?”
록금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왕자님은 오시지 않을 거예요.”
“그럼 왕府의 노비들이 왕자님이 언제 오실지 말씀하셨나요?” 이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록금양은 눈썹을 찌푸리고 이자를 돌아보았다. 이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가씨, 왕자님이 만약 아가씨의 여자가 되신다면, 왕府의 사람들이 이렇게 가볍게 대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만약 여전히 불명확한 상황에서 왕府에 머무르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왕자님이 그 존재를 잊어버릴까 걱정이 돼요. 그러면 왕府의 하인들이 마음대로 대할 수 있을 거예요.”
록금양은 이자의 손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안 장사와 아버지께서 잘 아시는 사이이니, 안 장사가 왕자님께도 신뢰받는 인물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최악의 상황은 없을 거예요.”
“아가씨 말씀이 맞아요.” 앵도는 이자에 비해 훨씬 더 낙관적이었다. “안 장사가 직접 아가씨를 왕府에 데려오셨으니, 안 장사가 아가씨를 방치하지는 않을 거예요.”
록금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리 말하긴 했지만, 장래가 어떻게 될지는 그녀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었다. 안 장사는 단지 중개 역할에 불과했다.
“아가씨, 머리가 말랐어요. 이제 좀 쉬시겠어요?” 이자가 록금양의 머리를 내려놓으며 빗으로 부드럽게 빗었다. “아가씨의 머리카락은 정말 좋네요. 검고 부드러워서 보기 좋습니다.”
록금양은 한 가닥 머리카락을 들어 보며 자신의 머리카락이 잘 자랐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점이 자신이 만족하는 부분이었다. 안타깝게도 한 가에서 지낼 때, 한성은 절대로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졌고,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머리카락도 건조하고 변색되었다. 다행히 하늘이 그녀를 다시 살릴 기회를 주었고, 이번에는 그렇게 비참하고 불행하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가씨, 왜 우세요?” 이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혹시 아가씨가 장래를 걱정하고 계신 건가요?”
록금양은 재빨리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눈이 조금 시려서 요즘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가씨 말씀대로, 요즘 아가씨가 힘드셨을 거예요. 앞으로는 아가씨의 생활이 훨씬 좋아질 거예요.” 이자가 위로했다.
비록 이자의 위로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록금양은 여전히 기쁘게 생각했다. 어쨌든 그녀의 운명은 선택의 순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성이라는 악마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앞으로 한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을 것이다. 록금양은 손을 꽉 쥐며 스스로에게 확신했다. “잘 될 거야. 반드시 잘 지낼 거야.”
밤새 꿈도 없이 지낸 후, 다음 날 아침 일찍, 록금양은 일찍 일어났다. 밖에서 소리가 들려서 록금양은 앵도에게 물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낯선 소리가 들리네요. 정안거의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요.”
앵도가 문밖을 살펴보고 돌아와서 말했다. “아가씨, 왕府 총관이 보낸 하녀들이 도착했어요. 네 명이 왔는데, 지금 이자가 그들을 맞이하고 있어요.”
“이렇게 일찍 왔군요.” 록금양은 놀라며 밖의 하늘을 보았다. 아직 해가 밝지 않았다.
앵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그 네 명 중 두 명은 말이 매우 거칠어서 왕府의 규칙을 어기지 않으려는 태도예요. 그들은 태양이 뜨지 않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아가씨, 그들이 우리를 괴롭히려는 건 아닐까요? 지금 일어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도 그들이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닐 거예요.” 록금양은 앵도에게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우선 그녀를 잘 준비시켜 주라고 지시했다. 준비가 완료되자, 록금양은 얼굴을 가다듬고 깊은 숨을 쉬며 침실을 나왔다. 오늘부터는 왕府에서의 공식적인 생활이 시작된다.
록금양 앞에는 네 명의 낯선 얼굴이 있었다. 두 명은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하녀들로, 14~15세 정도 되어 보였다. 나머지 두 명은 아직 어린 하녀들로 보였으며, 눈을 깜빡거리고 다소 규칙이 부족해 보였다. 나이 많은 두 명은 안정된 인상을 주었다.
“나는 입춘입니다.”
“나는 입하입니다.”
록금양이 말을 하기 전에 두 명의 하녀가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저희는 록 아가씨를 모시기 위해 총관의 지시에 따라 온 하녀들입니다. 입춘과 입하가 아가씨 곁에서 모시고, 이 두 작은 하녀는 동아와 살구로, 아가씨의 일을 도와드릴 것입니다. 아가씨께서 무엇이든 명령하시면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정말로 말이 빠른 하녀들이구나, 앵도가 전에 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록금양은 입춘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입하를 살펴보았다. 입하는 둥글둥글한 얼굴에 피부가 하얗고 손가락이 길며, 매우 복이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만약 하녀가 아닌 외모라면, 밖에서 다른 집의 아가씨로 오해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입하는 매우 차분하고 품위 있는 모습이었다. 두 하녀 모두 이렇게 훌륭해 보이니, 이 왕府는 확실히 특별한 곳임에 틀림없다.
“아가씨께서 특별히 요청하실 사항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아가씨를 잘 모실 것입니다.” 입하가 웃으며 말했다.
앵도와 이자는 두 하녀가 너무 자주 말을 하며 주도권을 잡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록금양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두 하녀가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이 집의 주인이 입
춘과 입하인 것처럼 보였다.
록금양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 이 시간에 왕비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것이 적당한가요? 평소 왕비님께는 언제 인사드리러 가는 것이 일반적인가요?”
입춘과 입하가 서로를 바라보며, 입하가 대답했다. “아가씨가 왕비님께 인사드리러 가시고 싶으시군요? 오늘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왔을 때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아가씨를 돌보고, 아가씨가 이 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먼저 도와드리고 나서, 이후에 왕비님께 인사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왕비님이 내가 인사드리지 말라고 하셨나요?” 록금양은 입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 문제는 그녀의 왕府에서의 지위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니 꼭 확인해야 했다.
입하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가씨가 오해하셨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용기를 내어도, 왕비님께 함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저희가 아가씨를 모시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니, 아가씨가 잘 지내시면 저희도 체면이 서는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왕비님 측근이 특별히 지시한 사항입니다. 아가씨가 새로 오셨으니, 아마도 긴장하시고 불안해하실 것입니다. 며칠 동안 적응한 후에 인사드리러 가셔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록금양은 입하의 표정을 가만히 살펴보며, 이 하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록금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우선 식사를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제14장 질문
아침 식사를 마친 록금양은 좌측의 별채에 앉아 입하와 입춘을 불러들이며 물었다. “너희가 나를 모시기 위해 왔으니, 내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렴. 이 집의 규칙이 어떤 건지 정확히 알려 주게.”
입하와 입춘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입춘이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정안거는 이전에는 미인이나 부인들이 사용하는 곳이었어요. 아가씨가 막 들어오셨으니 이런 좋은 곳에 배치된 것은 아가씨가 앞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죠.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 이곳은 이전에 누군가가 살았던 곳이라서, 그 분이 돌아가신 후에는 비어 있었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그분이 돌아가신 지 4~5년이 되었고, 이곳은 매일 청소를 하며 관리해왔습니다. 지금은 아가씨의 집이니, 많은 것들을 아가씨의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 집의 이름도 아가씨가 마음에 드는 대로 지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저희가 새로운 명패를 만들어서 걸어드리겠습니다.”
“아, 내가 집 이름을 지을 수 있다고?” 록금양은 기쁘게 말했다.
“네, 아가씨. 이름을 정하시면, 저희가 그에 맞는 명패를 준비하겠습니다.” 입춘이 도와주겠다고 하며, 발걸음은 아직도 움직이지 않았다.
록금양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으로 가서, 필기구를 준비했다. 이자는 재빨리 필기구를 준비하며 입춘을 힐끗 쳐다보았다. 왕府의 하녀라 해도 우리와 동등한 사람들이다, 이 집의 규칙에 맞게 행동해야지.
록금양은 생각을 정리한 후, 펜을 들고 세심하게 생각한 끝에, "沉香院(침향원)"이라고 썼다. 이 이름이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록금양은 마음에 들었다.
“아가씨의 글씨가 아주 훌륭하시네요. 왕비님께서도 칭찬하실 것 같아요.” 입춘과 입하가 적절하게 칭찬을 했다.
록금양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두 하녀를 바라보았다. 왕비님의 칭찬만을 말했지만, 왕자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혹시 입춘과 입하가 미리 지시를 받은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왕자님의 취향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록금양은 물었다. “입춘, 입하, 너희는 왕府에서 얼마나 되었니?”
“답하겠습니다, 아가씨. 저와 입하가 같은 해에 들어와서 현재 6년이 되었어요. 저희 두 사람 모두 왕府의 가문 출신으로, 부모님도 모두 관직에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왕府에서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았다. 록금양은 웃으며 말했다. “6년 동안 있었던 사람들이지만, 왕자님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것 같네. 특히 이 서재와 관련된 일들은, 왕비님이 관리가 엄격하거나, 왕자님이 규칙이 많아서, 가까운 사람 외에는 왕자님의 기호를 알기 어려운 것 같아.”
“아가씨, 방금 말씀하신 대로, 이 집의 규칙이 정말 복잡하고 엄격해요. 많은 규칙이 있죠. 왕府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이를 배워야 해요. 왕비님께 인사드리기 전에, 궁중에서의 예절도 배워야 하죠.” 입춘이 덧붙였다.
록금양은 걱정이 되었다. “규칙을 배우는 건 알겠는데, 어떤 분이 가르쳐 주실 건가요? 언제 오시나요? 아니면 내가 직접 찾아가야 하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구이 엄마께서 곧 오실 겁니다. 구이 엄마는 아가씨의 예절을 가르쳐 주시는 분으로, 앞으로도 아가씨 곁에서 모실 것입니다.” 입하가 대답했다.
록금양은 놀랐다. 아직 지위가 확립되지 않았는데, 이미 세 명의 하녀와 더불어, 교육을 담당하는 구이 엄마까지 배치되는 것에 대해 의아해했다. 왕府의 규칙이 이렇게 까다로운 것인가? 그녀가 왕비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배려를 받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가씨, 구이 엄마가 도착하셨습니다.” 동어가 들어와 알렸다.
이제 이 집의 모든 인물이 모였고, 일을 잘 준비해야 했다. 하인들은 방에 들어올 수 없으니, 록금양은 입춘과 입하에게 일을 맡기기로 했다. 그들은 왕府에 익숙하고 능숙해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할지 잘 알 것 같았다. 록금양은 입춘과 입하가 왕府에서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고 느꼈다.
따라서 록금양은 일을 준비한 후, 구이 엄마를 만나러 갔다.
구이 엄마는 동쪽 별채에서 록금양을 기다리고 있었고, 록금양이 들어오자 그녀를 까다롭게 쳐다보았다. 록금양도 구이 엄마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피부가 주름지고, 표정이 엄격하며, 회색 옷을 입고 있었다. 눈빛이 날카로웠지만, 지나치게 날카로워 보였다. 그녀의 모습에서 여성의 온화함이나 자애로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록금양은 정중히 인사했다. “구이 엄마, 뵙겠습니다. 방금 일을 지시하고 있었기에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구이 엄마는 록금양의 인사를 받고, 공식적으로 인사한 후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가씨의 일이 중요하죠. 록금양,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네, 구이 엄마께서 가르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가씨, 처음에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태도와, 인사할 때의 동작이 아직 부족합니다. 왕비님이나 귀빈들 앞에서 이렇게 하면 손바닥으로 맞을 수도 있습니다.” 구이 엄마는 첫 만남부터 록금양에게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녹금양의 하인들은 불만을 품었지만, 록금양이 제지했다. 그리고 다시 정중히 인사하며 말했다. “구이 엄마, 잘 부탁드립니다.” 록금양은 구이 엄마가 진짜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걱정 마세요, 제 역할은 아가씨를 잘 가르치는 것입니다. 아가씨가 열심히 배우신다면, 아가씨는 매우 똑똑하시니 곧 배우실 수 있을 것입니다.”
第15章 학규칙(二更)
륙금양은 규모모와 함께 두 시간 동안 규칙을 배웠다. 상추와 자두도 피할 수 없었다. 규모모는 두 사람의 규칙이 왕府의 기준에 맞지 않다고 하여, 륙금양이 직접 시키기로 했다. 이는 두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걸음걸이가 빠르면, 다시 시작. 걸음걸이가 느리면, 다시 시작. 무릎을 구부리는 각도가 틀리면, 다시 시작. 말소리가 커지면, 다시 시작. 물을 마시는 자세가 틀리면, 다시 시작. 음식을 먹을 때 소리가 나면, 다시 시작. 젓가락이 그릇에 닿을 때 소리가 나면, 다시 시작. 사람을 보는 눈빛과 각도가 틀리면, 다시 시작. 옷과 장신구를 통해 사람의 신분과 지위를 분별하는 것도 틀리면, 다시 시작.
두 시간 내내 륙금양은 다양한 상황에서 반복해서 연습을 했다. 상추와 자두가 실수를 했을 때, 즉시 손바닥을 맞았다. 두 사람의 손바닥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면서 륙금양은 마음이 아팠고, 안타깝고, 어쩔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날 때쯤, 륙금양은 가장 표준적인 예의로 규모모에게 인사를 했다. 규모모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매님이 똑똑하셔서 단 한 오전 만에 이렇게 많은 것을 배웠군요. 하지만 자매님, 사람을 볼 때 눈빛을 좀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특히 자매님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볼 때는 직접 눈을 마주치면 무례합니다.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날 경우, 자매님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자매님께서 열심히 배워서 빨리 익히시면, 자매님도 덜 고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륙금양은 진심으로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규모모. 이 오전 동안 제 자신감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예전에는 륙 가에서 규칙을 잘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규모모님 눈에는 전혀 부족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규모모님은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 고루한 예절을 지키지 않는 것을 한심하게 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점심을 먹은 후, 륙금양은 평소와 다르게 낮잠을 자지 않고,筆을 들고 오전에 배운 것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규모모가 가르친 내용이 너무 많아서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릴까 걱정되었다. 기록을 마친 후, 륙금양은 상추와 자두와 함께 눈빛을 조정하는 연습을 했다. 어떻게 낮고 조용한 눈빛으로 주변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습이 필요했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표정이 전혀 숨길 수 없는 것을 보았고, 눈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표정이 자신이 보고 있는 방향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매님, 규모모가 너무 엄격하네요. 이제 막 시작했는데 이렇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다니, 자매님이 기억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상추가 낮은 목소리로 불평했다.
자두는 상추를 힐끗 보며 말했다. “말이 많네요. 규모모가 이렇게 하는 것도 자매님을 위해서죠. 왕자님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왕자님이 오기 전에 규모모에게 자매님이 규칙을 배웠는지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왕자님이 오지 않는다면 괜찮겠지만, 왕자님이 오시면 자매님은 반드시 왕비님께 인사를 드려야 해요. 그때 자매님의 규칙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자매님이 얼굴을 잃게 되는 거죠.”
륙금양은 자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두가 맞다. 우리가 힘들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빨리 규칙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하자.”
“자매님, 다리도 부풀어 오르셨는데, 저녁에라도 발마사지를 해드릴까요?” 자두가 무릎을 구부려 륙금양의 신발을 벗기려 했다.
륙금양은 발을 움츠리며 말했다. “괜찮아. 저녁에 해줘. 너희도 많이 힘들었으니.”
“자매님, 오후에도 계속 배우나요?” 상추가 물었다.
륙금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규모모에게 오후에도 배우겠다고 했는데, 한 시간만 배우기로 했다.”
“자매님, 이렇게 힘들면 안 될 것 같아요.” 상추는 정말로 규칙 배우는 것을 두려워했다. 오전 내내 그녀의 왼손은 거의 움직일 수 없었고, 부풀어 올랐다. 약을 발랐지만 여전히 불편했다.
“잘 배워야 해. 이 며칠만 힘들면 나중에는 괜찮아질 거야.” 말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이, 규칙을 잘 배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오후에는 륙금양이 규모모와 함께 옷과 장신구를 통해 여성의 신분과 지위를 구별하는 법과, 사람을 보는 눈빛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규모모는 륙금양의 눈빛이 너무 직접적이라며, 감추고 능숙하게 바라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층 사회의 정처녀라면 괜찮지만, 고위층에서는 이런 눈빛이 통하지 않는다. 사람을 보거나 물건을 볼 때는 조심스럽게 해야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륙금양은 규모모의 말에 공감했다. 규모모가 정말로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규모모는 정중하고도 철저하게 가르쳐주었다.
오후 수업 중에 규모모는 륙금양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했다. “자매님이 이렇게 젊고 아름다우시니, 왕자님의 총애를 받게 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자매님은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큰 위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실패하죠. 제 경험상, 왕府에서 제일 많이 본 것은 미인이었습니다. 수많은 미인이 있었고, 다양한 미인들이 있었지만, 그 중 많은 이들이 잠깐 주목받았다가 사라졌습니다. 일부는 나서기도 전에 사라졌죠. 결국 아주 드문 경우에만 명성을 얻고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것도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남자의 총애는 항상 일시적이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사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매님께서 앞으로 맞이할 일들은 많습니다. 그러니 자매님께서는 언제나 본심을 지키고, 명예와 부유함에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꽃도 영원히 아름답지 않고, 사람도 영원히 운이 좋지 않습니다. 더 많은 것은 스스로 인내하며 지나가야 합니다. 인내하고 지나가면, 자매님에게도 좋은 시절이 올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그에 관한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륙금양은 멍하니 규모모의 말을 들었다. 규모모의 진심 어린 조언은 그녀가 이전에 듣지 못한 것이었고, 환생 후에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렇게 막 알게 된 규모모가 해 준 조언이었다.
“자매님이 제 충고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그냥 무시하세요.” 규모모는 륙금양이 불쾌해했을까 걱정하며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규모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륙금양은 일어나서 매우 정중하게 규모모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규모모님. 저는 이 조언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자매님이 이 말을 불쾌하게 들었다면…”
륙금양은 웃으며 말했다. “규모모님이 진심으로 가르쳐 주셔서 어떻게 불쾌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훌륭한 분을 만나게 되어 정말로 행운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규모모는 기쁘지만 여전히 엄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매님이 똑똑하시군요. 자매님도 이 말을 쉽게 이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기치 않게,
저는 자매님과 함께 지내게 되며, 자매님이 잘 되면 저도 덩달아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규모모님, 농담도 잘 하시네요.” 륙금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물었다. “오늘 계속해서 규모모님이 저를 모시게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왕府에서는 그렇게 배치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규모모님은 왕府의 가르침을 받는 분이 아닌가요?”
규모모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매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가르침이라는 표현은 단지 겉치레일 뿐입니다. 왕자님이 저를 왕府에 배치하셨고, 저를 자매님 옆에서 모시게 된 것도 저를 위한 의도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자매님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자매님이 지혜로우시니, 이내 그 이유를 스스로 알게 되실 것입니다.”
륙금양은 궁금해하면서도, 규모모의 말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第16장 방 안의 일
밤이 깊어가고, 륙금양은 이미 씻고 머리를 풀어 헤친 채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자는 게 아니라 책을 읽으려는 모양이었다. 그때, 자두가 방에 들어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매님, 뜰문이 잠겼어요. 오늘 왕자님이 오시지 않는다고 하네요. 자매님은 언제쯤 왕자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이 뜰에서 계속 기다릴 수는 없지 않겠어요? 왕자님이 자매님을 잊어버리실까 걱정이에요.”
륙금양은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자매님…” 자두는 여전히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혹시 방법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안 장사님에게 부탁해서 왕자님 앞에서 자매님을 좋게 말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럴 수 없어요. 안 장사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이런 사소한 일로 부탁을 드리는 건 너무 부담이 될 거예요. 만약 정말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때 안 장사님께서 도와주실지 확신할 수 없잖아요.” 륙금양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조금 불안했지만, 자두처럼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자매님이 말씀하신 대로, 제가 너무 걱정했네요.” 자두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지나치게 걱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리도 작게 말했다. “자두 언니, 자매님이 왕府에 온 지 불과 이틀밖에 안 되셨고, 왕府 안에는 많은 시녀와 유모가 있어요. 제가 몰래 물어봤는데, 츠아이 마마가 말씀하시길 자매님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대접받는다고 하셨습니다. 이전에 이곳에 거주했던 미인들도 이렇게 대접받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자두는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지나치게 걱정했기를 바랐다.
“자매님, 왕자님이 오셨어요.” 리샤가 갑자기 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방 안에 있던 모두가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왕자님이 오신다는 게 농담이 아니었다. 왕자님이 들어오시자, 리샤는 다가가서 대접하려 했지만, 오히려 왕자님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왕자님을 따라온 내시가 리샤에게 눈짓을 하자, 리샤는 즉시 이해하고 자두와 체리와 함께 방을 나가며 문을 닫았다.
침대에 앉아 있던 륙금양은 갑자기 긴장하여 일어섰다. 눈앞의 남자는 키가 크고, 이십대 초반의 잘생긴 얼굴에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밖에서 듣던 대로 넉넉한 성격의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륙금양은 그가 韩家에서 생존하기 어려웠던 점을 떠올리며, 왕궁은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한 어머니의 보호가 있더라도, 개인이 지혜와 수단이 없다면 평안히 자라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왕자님은 안전하게 자라나 왕위를 받았고, 심지어 공직도 맡고 자주 궁에 가신다고 들었다. 이런 사람일 수록 넉넉한 성격일까, 아니면 단지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
왕자님의 시선이 륙금양에게 고정되었다. 륙금양은 흰색 속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로 잠옷 같은 차림으로 보였다. 눈이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듯하며, 손에는 아직도 책을 들고 있었다. 왕자님은 그 책에 대해 물었다. “무슨 책을 보고 있나요?”
“아?” 륙금양은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왕자님, 이 책은 전조의 이야기책으로, 제 집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왕자님이 그녀의 손에 든 책을 주목하자, 륙금양은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책을 내밀었다.
왕자님은 갑자기 륙금양의 손을 움켜잡았다. 륙금양은 깜짝 놀라 소리쳤지만, 왕자님은 그 반응에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왕자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놀란 륙금양을 보며 물었다. “이름이 뭐죠?”
“저는 륙금양입니다.”
“금양! 좋군요.” 왕자님은 갑자기 륙금양을 자신 곁으로 끌어당겼다.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있었지만, 왕자님이 의도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륙금양은 몸이 닿는 것을 피하려 했지만, 겉으로는 그 행동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책을 읽어본 적이 있나요?” 왕자님은 장난스럽게 륙금양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서 어린 소녀의 향기가 나는 것을 느끼며, 왕자님은 약간의 감동을 느꼈다. 그 향기는 처녀의 냄새였다.
륙금양은 머리를 숙이며 어깨가 떨리고, 전반적으로 매우 연약해 보였다. “네, 저는 집에서 몇 년 동안 선생님께 책을 배웠습니다.”
“당신의 어머니는 훌륭하군요.” 왕자님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륙금양은 깜짝 놀라며 머리를 들었지만, 예의에 어긋난 것을 알았는지 곧바로 다시 머리를 숙였다.
왕자님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혹시 이 말이 마음에 들지 않나요? 아니면 당신이 친어머니를 싫어하나요?”
이야기가 왜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몰랐던 륙금양은 매우 긴장하며 대답했다. “아니요, 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제게는 큰 복입니다.”
“정말로 복이지요. 많은 집안의 서녀들은 한 글자도 읽지 못합니다. 당신이 책을 읽고 글자를 아는 것은 큰 복이죠. 당신이 복을 알고 있다는 것도 큰 운입니다.” 왕자님은 말을 하면서도 륙금양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감동에 젖었다.
륙금양은 이렇게 남자와 이런 주제로 대화한 적이 없었고, 매우 긴장했다. 왕자님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무서워하면서도, 도망칠 용기가 없었다.
“왕, 왕자님?” 륙금양이 조심스럽게 불렀다.
“응!” 왕자님은 눈을 감고 아주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륙금양이 다시 말했다. “왕자님, 밤이 깊었는데, 쉬시지 않으시겠어요?”
왕자님은 갑자기 눈을 뜨며 륙금양을 강렬히 바라보았다. “당신은 그렇게 급한가요?”
륙금양의 얼굴이 급격히 붉어지며 귀까지 빨갛게 변했다. 그녀는 열심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 전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본 왕을 두려워하나요?” 왕자님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륙금양은 입술을 꽉 물며, 부적절한 말을 할까봐 두려워하며 눈물을 참았다.
“말해보세요!” 왕자님은 갑자기 표정이 바뀌며 압박감을 주었고, 륙금양은 숨쉬기 힘들 정도로 긴장했다.
륙금양은 눈물을 참으며 입술을 꽉 물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라고!” 왕자님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으며, 륙금양은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두려워요!” 륙금양이 결국 사실을 말했다. 말한 후, 그녀는 눈을 감고 운명에 대해 두려워했다. 그런데, 왕자님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입술과 코, 눈썹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본 왕
은 당신이 두려워하는 걸 압니다. 앞으로 본 왕 앞에서는 숨기지 말고, 항상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본 왕은 속이는 사람과 감사를 모르는 사람을 가장 싫어합니다.”
륙금양은 눈을 크게 뜨고, 정말로 괜찮은 것인지 확인했다. 왕자님이 그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저는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세요. 왕府에 들어오면 왕府의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왕자님은 엄격하게 또 한 번 말했다.
륙금양은 공손히 듣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더 많은 불안감을 느꼈다. 역시 왕자님, 단순히 넉넉한 성격만은 아닌 것 같았다.
왕자님은 두 팔을 벌리고, 륙금양은 그 뜻을 이해하며 떨리는 손으로 왕자님의 옷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 부분에서는 륙금양이 잘 처리했다. 외투를 풀자, 그녀는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왕자님이 그녀를 안아 침대 옆에 놓았다. 륙금양은 다시 일어나려 했으나, 왕자님의 크고 강한 몸이 그녀를 눌렀다.
륙금양은 온몸이 떨리고 있었고, 왕자님은 그녀의 옷을 거칠게 찢어내며 그녀의 피부에 키스를 했다. 륙금양은 손을 왕자님의 어깨에 올려 밀어내려 했지만, 곧 깨달아 그 손을 남자의 목에 감쌌다. 눈가에 눈물이 흐르며 머리카락에 스며들었다.
第17장: 성은 다한 다음
그날 아침, 륙금양은 끔찍한 피로를 느끼며 일어났다. 전날 밤의 고통스러운 경험이 그녀를 지치게 했다. 비록 몸은 불편하고, 정신은 흐릿했지만, 일상적인 생활 리듬은 강하게 작용하여 그녀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방에 들어온 자두와 체리의 도움을 받으며 옷을 입었다.
“자매님, 몸은 괜찮으세요?” 자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륙금양의 몸에 난 멍 자국을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얼굴에는 일종의 안도감이 떠올랐다. “왕자님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조금 나아졌네요.”
“그랬군요,” 륙금양은 피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제의 일들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누가 저를 돌봐주었죠?”
“저와 체리 두 사람이 자매님을 돌보았습니다. 걱정 마세요.” 자두는 조심스럽게 륙금양에게 옷을 입히며 말했다.
“그럼, 왕자님은요?” 륙금양은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전날 밤의 일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그녀는 왕자님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지 걱정하고 있었다.
“왕자님께서는 일어나자마자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자매님께 잘 보살펴야 한다고 지시하셨습니다.” 자두는 설명을 이어갔다. “왕자님은 보통 밤을 왕府에 머무르지 않으십니다. 이 또한 규칙 중 하나입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륙금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왕자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짧은 시간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체리는 불만을 표하며 말했다. “왕자님이 조금 더 자상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자매님이 처음인데, 이렇게나 아프시다니...”
“왕자님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조용히 하세요.” 자두는 체리를 꾸짖으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도록 했다.
류금양은 몸의 불편함을 견디며 화장대에 앉아 체리에게 머리를 단정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왕비를 만날 준비를 해야 했다.
“자매님, 오늘은 기쁜 날이니 더 기쁘게 꾸미셔야죠.” 체리는 륙금양의 결정에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은 왕비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해요. 너무 튀어 보이면 안 되죠. 조용히 맞춰주세요.” 륙금양은 의연하게 말했다. “왕비님을 만나러 갈 때는 항상 예의를 지켜야 해요.”
“그런가요?” 체리는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오늘은 왕비님께 가는 게 아니라…”
“그건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왕자님에게 인정받은 상황에서 왕비님을 만나지 않으면 제가 왕비님을 무시한다고 소문이 날 수도 있어요.” 륙금양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왕비님께 예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자매님 말씀이 맞아요. 그럴 필요가 있죠.” 자두는 체리에게 눈짓을 하며, 말을 줄이게 했다. 륙금양은 빠르게 준비를 마친 후, 두 하인을 데리고 왕비가 거주하는 영역으로 향했다.
왕비의 거처인 '희락당'에 도착한 륙금양은 이곳이 매우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임을 알았다. ‘희락당’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왕비는 두 번째 구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첫 번째 구역은 왕비가 업무를 보는 곳이었다.
“여기, 바로 왕비님이 계신 희락당입니다.” 릴춘은 륙금양에게 설명했다. “왕비님은 두 번째 구역에 거주하시고, 세 번째 구역은 태자님과 공주님이 지내는 곳입니다.”
희락당의 장대한 모습에 륙금양은 감탄하며, 왕비님과 직접 만날 순간이 다가오자 긴장감을 느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걸어가며 조용히 준비했다.
“자매님, 저기 보이시는 분이 로 측비님이십니다. 뒤에 있는 분은 리우 미인님입니다.” 릴춘은 사뿐히 말했다.
그녀는 한층 더 신경을 써서, 모든 상황이 원활하게 진행되기를 바랐다. 왕비를 만나기 전, 그녀는 스스로를 확인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왕비와의 첫 만남에서 예의와 품위를 유지하며, 자신의 존재를 효과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그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각자의 역할에 맞게 행동하는 법을 배워가며 왕비와의 첫 만남을 준비했다.
제18장 적대감 유발
육금녀가 빠르게 나아가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저는 로측비님, 그리고 류미인님께 인사드립니다.”
로측비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이분이 새로 들어온 육양인가요? 물가의 파초 같군요. 아, 우리를 더 늙어 보이게 하네요.”
육금녀는 놀라서 로측비의 태도와 말투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겸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로측비님께서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측비는 웃으며 말했다. “육양이 무서워했군요. 어서 일어나세요. 이렇게 무릎 꿇고 있으면 이 집 사람들은 제가 새로 온 사람을 괴롭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겠네요.”
육금녀는 로측비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낮은 자세로 한쪽에 서서 두 사람을 몰래 살펴보았다. 이때, 어제 귀모가 가르쳐준 대로 겸손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게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육금녀는 로측비의 외모에 놀랐다. 얼굴, 눈, 코, 입이 모두 아름다웠으며, 한 번의 미소와 표정이 아름다움의 정점에 달했다. 정말 감탄할 만한 모습이었다. 다만, 약간의 오만함과 위엄이 느껴져 친근하게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이었다.
로측비 뒤에 서 있는 류미인은 말없이 관찰되었지만, 그녀는 그야말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문학적인 기품이 느껴지고, 고상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청초한 외모와 함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육금녀는 류미인과 가까워질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육금녀를 살펴보는 로측비와 류미인도 육금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육금녀는 다섯 품의 작은 관원의 딸로, 외모는 괜찮지만, 왕府와 같은 아름다움이 집중된 곳에서는 중간 정도로 평가받았다. 몸매는 꽤 날씬하고, 분위기도 괜찮지만, 다소 소박한 느낌이 있었다. 다섯 품의 작은 관원 집안 출신이고, 서녀라서 그 정도면 꽤 잘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로측비는 이미 육금녀를 위협할 만한 인물로 보지 않았다.
반면 류미인은 육금녀를 몇 번 더 살펴보았다. 류미인도 서출이지만, 그녀의 출신은 육금녀보다 훨씬 높은 편이었다. 그녀는 청은백 가문의 둘째 집안 서출로, 서출이지만 지위는 훨씬 높았다. 류미인은 왕府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미 다섯 품의 미인으로 책봉되었다. 반면 육금녀는 왕의 총애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명확한 지위가 없는 상태였다. 서녀는 서녀일 뿐, 품급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육금녀를 '육양'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주인들이 정식으로 지위를 정해주지 않으면, 모두 '양'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류미인은 육금녀를 동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육금녀는 류미인이 자신을 동정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동정받을 만한 이유가 있는지 의아했다.
그때, 복도 쪽에서 두 명의 화려하게 차려입은 인물이 등장하며 많은 하인들이 따랐다.
립춘이 육금녀에게 속삭였다. “양, 앞에 있는 분이 유서비님이고, 그 뒤에 있는 분이 리부인님입니다.”
로측비는 유서비를 보고 콧방귀를 뀌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유서비는 웃으며 다가와 인사했다. “로언니, 류미인도 오셨군요. 류미인은 항상 로언니와 함께 하시네요.”
로측비는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유언니, 당신은 너무 예의가 바르네요. 그냥 말이 많은 것뿐입니다.”
유서비는 웃으며 로측비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리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리부인은 다가가 무릎 꿇고 인사했다. “저는 로측비님, 안녕하세요, 류미인님.”
로측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쳐들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유서비는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리부인님 일어나세요. 로언니는 정말 좋은 분이세요. 그렇게 고생하지 마세요.”
리부인은 로측비를 바라보고 나서야 웃으며 일어섰다. “유언니 말씀이 맞습니다. 로측비님은 정말로 착하신 분입니다.” 그리고는 유서비 뒤로 물러섰다.
로측비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고, 유서비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로언니, 어떻게 된 일인가요? 몸이 불편하신가요? 얼굴이 갑자기 안 좋아지셨네요. 왕비님께 말씀드려서, 의사를 부르도록 할까요?”
로측비는 분노하며 말했다. “그만해요. 그런 가식적인 태도는 집어치우세요. 나는 왕이 아니에요. 그런 모습으로 나를 대하면 소용없습니다.”
육금녀는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왕府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능력을 실감했다. 특히 유서비는 로측비에 비해 전혀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로측비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유서비와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았다.
리부인 역시 외모가 뛰어나고, 유서비와 마찬가지로 웃음을 항상 띠고 있어 친근감을 주었다. 류미인과 비슷하게 서재에서 느껴지는 고상함이 보였다.
이 네 사람을 보면, 누구나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명백했다. 육금녀는 걱정하며 생각했다. 자신이 어떤 편에 서야 하는지, 그리고 왕비님의 태도가 어떻게 될지 불안했다.
잠시 두 그룹이 멈춘 사이, 육금녀는 서둘러 다가가 인사했다. “저는 유서비님, 그리고 리부인님께 인사드립니다.”
유서비는 육금녀를 무표정하게 살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분이 새로 들어온 육양이군요. 일어나세요. 보아하니 정말 잘생기셨네요. 왕이 좋아할 만도 하네요.”
육금녀는 고개를 숙이고 불안해하며 생각했다. 왕이 자신을 좋아한다니? 왕이 언제 자신을 좋아한 적이 있었던가? 유서비가 겉으로는 친절해 보이지만, 그녀는 아주 교묘하게 육금녀에게 적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육금녀는 곧바로 대답했다. “저는 감히 그런 말씀을 드리지 않습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으로 왕府에서 시중을 들 수 있음에 이미 만족하고 있습니다.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유서비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웃었다. “보세요, 제가 말이 서툴러서 이렇게 육양을 놀라게 했군요. 육양께서 걱정 마세요. 우리가 익숙해지면, 육양께서 제 성격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저는 가장 쉽게 지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니, 그런 쉽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 오히려 가장 악독한 사람입니다.” 로측비는 유서비를 도발하는 듯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유서비는 화가 났지만, 로측비가 너무 자신을 무시하고 있었다. 로측비는 측비이고, 자신도 서비이다. 로측비가 아들까지 있는데 자신도 아들이 있다.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유서비는 마음속으로 냉소하며, 겉으로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로언니는 농담을 좋아하시네요. 봐요, 육양이 이렇게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네요. 로언니는 앞으로 이렇게 하지 마세요. 우리 모두 왕府에서 오랜 사람들인데, 새로운 사람을 위해 더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웃음거리가 될 거예요.” 유서비의
적대감을 전환하는 방법은 정말로 뛰어났다.
육금녀는 긴장하여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로 무는 개는 짖지 않는 법이다. 로측비는 겉으로는 무섭지만, 실제로는 숨길 게 없다. 반면 유서비는 진정으로 교활하게 적대감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막 들어온 신참이라면 바로 그녀의 타겟이 되어 싸움을 일으키고 적대감을 유발하는 것. 자신이 이렇게 중요하게 여겨질 필요는 없었다.
육금녀는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자, 빠르게 물러서서 투명인간이 되기로 결심했다.
로측비와 유서비는 모두 육금녀를 이용하려 했지만, 육금녀가 스스로 물러나자 두 사람 모두 육금녀를 주목했다. 얼마나 대담한가,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육금녀가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천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오늘 내가 가장 늦게 왔군요.”
제19장 소동
육금녀는 방금 도착한 사람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은보화로 장식된, 모든 보석을 몸에 걸치고 싶어하는 듯한 화려한 여인이 걸어왔다. 그녀는 이미 말하기 전부터 웃으며 다가와, “왕비님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군요? 다행이네요, 저도 늦은 줄 알았어요. 아, 제가 기억력이 부족해서요.”라고 말하며,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저는 로측비님, 류미인님, 리부인님, 그리고 육양님께 인사드립니다. 오늘 여러분이 일찍 오셨군요.”
이 여인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하며, 주변의 비난 섞인 시선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로측비와 나머지 세 사람은 그녀를 일제히 경멸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우아하고 점잖은 류미인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립춘이 육금녀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이 분은 당신이 이웃에 사는 온이녀님입니다. 그녀의 가족은 강남의 염상입니다.”
립춘이 온이녀의 배경을 설명한 이유는, 온이녀가 부유하고,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그녀의 화려한 복장도 이해가 되었다. 육금녀는 온이녀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자니, 온이녀는 어젯밤 무엇을 먹었는지, 오늘 아침에 어떤 옷과 보석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하인이 얼마나 능숙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온이녀가 육금녀를 발견하자, 스스럼없이 다가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육양님, 정말 잘생기셨네요. 왕이 분명 좋아할 거예요.”
육금녀는 당황하여 얼굴이 하얗고 빨갛게 변하다가, 결국 온이녀의 손에서 벗어나며 대답했다. “온이녀님, 감사합니다. 너무 과찬하십니다.”
온이녀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육양님. 정말로 제가 한 말이 진심이에요. 류미인님도 이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맞죠, 류미인님?”
류미인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온이녀님, 당신은 왕府의 오랜 인물이시니, 경험이 많으시죠. 하지만 온이녀님 말씀처럼, 육양님은 왕이 좋아할 만한 인물입니다.”
온이녀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저는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만하세요. 여러분 모두 예의가 없네요.” 로측비는 온이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온이녀님, 여기는 기쁨의 전당이에요. 자신의 구역이 아니면 여기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이곳이 염상가인가요? 그만 좀 하세요. 만약 더 이러신다면 왕비님께 말씀드려서 제재를 받도록 할 겁니다.” 로측비는 온이녀를 강하게 꾸짖으며, 류미인에게도 시선 하나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류미인님, 왕府에 오신 지 오랜데, 예의를 모른 건가요? 이 모든 것이 한심해 보입니다.”
류미인은 얼굴이 굳어지며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온이녀는 당황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로측비의 질책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무례한 태도로 반박했다. “로측비님, 왕비님 아래에서 가장 품위 있는 분이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저를 꾸짖는 것은 당연히 여길 수 있겠죠. 하지만 류미인님도 예의를 지켜야죠. 류미인님도 왕비님 아래의 서비인데, 이렇게 함부로 대하시면 안 되죠. 다른 사람들도 다 보고 있어요.”
육금녀는 이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이런 작은 인물이 두 명의 주요 인물 앞에서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왕府의 내막이 점점 혼란스러워 보였다.
“적당히 하세요. 여기에 발언할 자격이 있나요?” 로측비는 분노하며 말했다. “손을 들고 대답해!”
온이녀는 소리쳤다. “로측비님, 당신이 왜 제 입에 손을 대려고 하나요? 여기는 기쁨의 전당이지, 왕비님이 아직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당신이 주인인 것도 아니잖아요. 규칙을 말하면서, 당신 스스로도 그렇게 잘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로측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 온이녀의 입에 손을 대려 했다.
이 장면에 육금녀는 충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되다니,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립춘과 리부인은 땀을 흘리며 손을 떨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 상황에 대비한 경험이 있었고, 얌전하게 서 있었지만 역시 긴장한 모습이었다.
“로측비님, 멈추세요!” 류미인이 급히 개입했다. 온이녀는 류미인이 자신을 도와주자 다행이라며, 류미인 뒤에 숨어 있었다. 리부인은 온이녀를 멀리서 바라보며 혐오감을 드러냈다. 왕비님이 그녀를 그대로 두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리부인은 온이녀와 거리를 두며 뒤로 물러섰다.
로측비와 류미인이 맞서게 되자, 하인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면서도 귀를 쫑긋 세우며 상황을 지켜봤다.
그때, 방의 큰 문이 열리고 왕비의 시중을 드는 방마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마마는 모든 사람을 살펴보고 말했다. “왕비님이 일어나셨습니다.” 방마마는 문 앞에 서서, 들어오라는 뜻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왕府는 규칙을 가장 중시하는 곳입니다. 왕비님과 왕은 시끄러운 소음을 싫어하시기 때문에, 아무리 말해도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남의 규칙이 나쁘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의 규칙부터 지켜야 하는 법이죠. 왕비님은 조용함을 좋아하셔서, 시끄러운 소리를 싫어하십니다. 여러분이 문 앞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것은, 왕비님의 말씀을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두 머리를 숙였고, 류미인은 매우 안타까워했다. 오늘 자신이 실수한 것 같았다. 온이녀는 불안해하며 왕비가 자신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지 걱정했다. 로측비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지위에 맞지 않게 다른 사람들까지 교훈하려 했던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방마마는 모든 사람을 살펴본 후, 마지막으로 육금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육금녀는 긴장해 몸을 곧게 세우고, 고개를 숙인 채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때, 다른 큰 하인이 나타나며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마마, 너무 엄하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사람들을 겁먹게 하지 말고요. 왕비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안으로 들어오세요.”
방마마는 물어보며, “왕비님이 괜찮으신가요?”
“방마마, 걱정 마세요. 여름화 언니가 있어서 모든 게 잘 될 거예요.”
방마마는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그리고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두 안으로 들어오세요. 오래된 노인이지만, 여러분이 왕비님과 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한 사람씩 규칙을 잊어버리곤 하네요. 규칙을 잊는 것은 상관없지만, 왕비님의 성격을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왕비님이 화를 내시면, 여러분의 체면이 곤란해질 수 있어요.”
사람들은 왕비의 권위와 수단에 대해 생각하며 불안해졌다. 육금녀는 왕비가 왕府의 가장 고귀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왕비의 관리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육금녀는 마지막
에 들어가며, 왕비의 방으로 들어갔다. 온이녀는 그녀 앞에 있었고, 온이녀는 말이 많지만 여전히 예의는 알고 있었다. 이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며, 문을 열고 왕비의 방으로 들어갔다. 육금녀는 주위를 살펴보며, 대문 앞에 두 개의 의자가 놓여있어 왕비와 왕이 앉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아래쪽에는 네 개의 의자가 놓여있어 로측비와 다른 세 사람의 자리였다. 온이녀와 육금녀는 의자에 앉을 수 없고, 가장자리에 서 있어야 했다.
육금녀는 왕비의 방에서는 품위가 있는 사람들이 의자에 앉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도 언젠가 품위를 얻어 의자에 앉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녀는 왕비가 나올 때까지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기다렸다.
제20장 폭발적인 부유층
왕비는 시중드는 하인들과 시녀들에 의해 대문을 열고 나왔다. 방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왕비에게 예를 표했다. 왕비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육금녀에게 닿았지만, 특별히 신경 쓰는 기색 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인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육금녀와 온이녀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육금녀는 낮게 고개를 숙인 채 왕비와 로측비가 대화하는 동안 몰래 왕비를 살펴보았다. 왕비인 치씨는 길쭉한 얼굴에 눈이 특히 예리하고, 피부는 하얗다. 로측비보다는 미모가 덜하지만, 충분히 뛰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육금녀는 왕비에게서 고위의 풍모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왕비의 모든 행동과 말투에서 단순한 품위가 아닌, 태어날 때부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왕비는 웃으면서 말을 하더라도 그 누구도 그녀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로측비와 리부인조차 왕비 앞에서는 공손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왕비를 충분히 관찰한 육금녀는 왕비 옆에 서 있는 사람들에 시선을 돌렸다. 왕비의 뒤에는 머리를 장식한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존경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 여인은 왕자의 후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금녀는 이 여인이 자신을 몰래 살펴보았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쳤다가 무덤덤하게 시선을 돌렸다.
육금녀는 질문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질문을 삼켰다. 립춘과 립하도 멀리 떨어져 있어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운 거리였다.
왕비는 예의 바르게 대화하며, 문 앞에서 있었던 소동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왕비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육금녀는 긴장을 풀고 왕비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리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왕비님, 오늘은 경사가 있는 날입니다. 새로운 인물이 오셨죠. 어제 밖에서 육금녀와 몇 마디 나누었는데, 참 좋은 소녀라 생각했어요. 왕이 이런 소녀를 좋아할 것이라고 했는데, 육금녀는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더군요.”
왕비는 타박하며 말했다. “너무 말이 많군요. 육금녀는 왕府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모든 것을 잘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겁주지 마세요. 그러면 왕비인 제가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왕비님 말씀대로입니다. 저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육금녀, 왕비님과 말씀 나누셨으니 괜찮으시죠? 저의 말로 놀라지 마세요.” 리부인은 계속 웃으면서 육금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속에는 잠시 냉랭한 감정이 스쳤다.
육금녀는 깜짝 놀랐다. 리부인과 특별한 원한이 없는 것 같은데 왜 계속해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육금녀는 아무 대처도 할 수 없었고, 그냥 “저는 왕비님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왕비는 미소를 지으며 육금녀를 살펴보았다. “머리를 들고, 나를 잘 보게 해줘.”
육금녀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었고, 눈빛은 겁에 질린 사슴처럼 보였다. 왕비는 웃으며 말했다. “리부인, 이렇게 연약한 소녀를 겁주다니, 너무하십니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
로측비는 입을 가리고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왕비님 말씀처럼, 육금녀는 참 보기 좋은 소녀입니다. 나는 그녀를 괴롭히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리부인 같은 분이 그렇게 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왕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로측비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보였다. 혹은 두 사람의 싸움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리부인은 불쾌한 감정을 잠시 숨겼다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로측비님도 너무 과장하지 마세요. 저는 단지 새로 온 육금녀와 농담을 했을 뿐인데, 그녀가 너무 겁을 먹었네요. 왕비님, 저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왕비님께서 저를 벌하지 마세요.”
왕비는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육금녀를 보살펴야 합니다. 그녀는 이제 막 왔으니, 우리 모두는 그녀를 괴롭히지 말아야 합니다.”
“왕비님 말씀대로입니다.” 리부인은 빠르게 손목에 찬 청옥 팔찌를 풀어 육금녀에게 주며 말했다. “오늘은 급히 준비했으니, 이 팔찌를 받으세요. 처음 만나는 인사로 생각해 주세요.”
육금녀는 당황하여 말했다. “저는 감히 이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제가 규칙을 잘 모르니, 리부인께서 저를 어렵게 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선물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받으세요. 그냥 처음 만나는 인사라고 생각하세요.” 왕비가 선언하자 이 일이 확정되었다.
육금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선물을 받고, 리부인에게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왕비님, 오늘 제가 인사드리러 왔는데, 여러 주인님께 인사드릴 선물을 준비해왔습니다.”라고 말하며 왕비를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왕비는 웃으며 말했다. “육금녀, 참으로 마음이 예쁘군요. 우리가 그렇게 위험한 사람들처럼 보이던가요? 선물을 준비하셨다면, 이제 내보이세요. 여러분도 육금녀의 정성에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
“아, 오늘 육금녀님이 오실 줄 몰라 준비를 하지 못했네요. 다행히 손에 들고 있을 만한 것이 있습니다.” 온이녀가 웃으며 말했다.
로측비는 혐오감을 드러내며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왕비는 무심하게 웃었고, 온이녀의 행동이 신경 쓰이지 않는 듯 보였다.
육금녀는 온이녀의 선물을 보면서, 온이녀가 왕비에게 의도적으로 난장판을 만들어 두 사람 간의 싸움을 조장하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온이녀는 출신이 좋지 않으며 상인 출신으로, 왕府에서는 품위가 낮다. 그녀는 왕府에 들어온 지 2년 되었지만, 여전히 품계가 없고 단지 하인일 뿐이었다. 왕비는 온이녀를 이용해 로측비와 리부인에게 교훈을 주고자 했던 것 같았다.
로측비는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온이녀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다. 왕비는 이를 모른 척하고 웃으며 말했다. “육금녀, 당신의 배려가 좋군요. 이제 여러분도 무엇이든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준비해 주세요. 양쪽 모두가 좋은 기분으로 대접받아야 하니까요.”
“왕비님, 정말 과하시네요. 저는 무서워요.” 육금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왕府의 규칙이 크긴 하지만, 모두 왕을 섬기는 사람들입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렇게 까다롭게 굴 필요는 없습니다.”
육금녀는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 모르겠고, 그냥 립춘과 립하에게 준비한 선물을 내놓게 했다. 선물은 모두 진귀한 것이었지만, 육금녀의 신분에 맞게 준비된 것들이다. 사람들은 육금녀의 선물에 대해 응답하며, 왕비는 금으로 만든 희귀한 핀을 주었다. 디자인이 독특하고 왕궁에서 받은 것처럼 보였다. 리부인은 이미 선물을 주었고, 로측비는 자주색 진주 팬던트를 주었으며, 매우 귀한 것이었다. 柳미인과 李부인의 선물은 평범한 장신구였으며, 그들의 신분에 맞는 것이었다. 온이녀의 선물은 폭발적인 부유층의 기질이 가득 담긴 넓은 빨간 금 팔찌였다.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빨간 금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속된 느낌을 줬다.
육금녀는 이 팔찌를 받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폭발적인 부유층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온이녀와 온가와 비교하면 훨씬 더 품위 있고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