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비>
가차없는 추락이다/밀도 높은 마찰이다/완벽한 수직이 되어/ 비는 형태에 따라 거동이 다르고/무모하면서 정확한 삶을 살아간다
11. <가을의 끝>
논갖 종류의 낙엽이/ 나무 정강이 습포의 효과
생각을 식혀줄 냉랭한 바람/ 낮은 짧고 밤은 빨리 찾아들며, 희극은 권리를 잃는다/ 빛은 더욱 비좁게 비추며, 어둠에 물든 게곡이 스며들었다/내가 줄 긋는데 사용할 검은 자의 냄새
19. <오디>
열매들은 잉크 가득 찬 구체 형태로 응집된다/ 다양한 연령을 이루며/ 부리에서 항문을 통과하면 실제로 남는 게 거의 없다
23.<과일 상자>
성긴 틈으로 빛이 드나드는
25.<양초>
몇 덩어리 어둠으로 분할한다/ 숲을 흐릿하게 비추는 드높은 달보다/ 받침대로 기울다 자신의 양분 속에서 익사한다
29.< 오렌지>
오렌지는 너무 수동적이기에/ 혀를 자극해 돌기를 곤두세우지 않아/ 결국 씨앗에 도달하고야 만다
35. <굴>
완강히 닫힌 하나의 세계다 / 끈적하고 푸르스름한 작은 방이 형성되는데, 후각과 시각으로 밀려오고 밀려나가며, 거무스름한 무늬가 그 가장 자리를 수놓고 있다.
36. <문의 즐거움>
왕들은 문에 손을 대지 않는다/ 문 하나를 품는 행복/ 방을 가로막는 높다란 장애물을 그것의 배에 위치한 고리로 움켜쥘 때의 행복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몸과 몸이 급속히 맞붙으며 순간 걸음이 지체되고, 눈이 열리고 새로운 방에 온모이 적응하기 시작한다
39. <나무들이 둥근 안개 속에서 해체된다>
집착이 줄얻ㄴ 이래 나뭇잎은
41.< 빵>
빵의 표면이 경이로운 이유는 / 파노라마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 빵 속이라 불리는 헐겁고 차가운 하층토 조직은 스펀지/ 빵이 눅눅해지고 꽃이 진다/ 빵이란 우리의 입에 경외보다 소비의 대상이 되어야 하기에
43. <불>
한 장소를 떠나야만 또 다른 장소를 점령할 수 있다/ 아메바이자 동시에 기린의 방식으로
45< 계절의 순환>
온전한 말을 틔우고자 하낟/ 나무를 방법 삼아서 는 나무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헐벗음이여, 가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