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제 : 건설노동자의 삶
소주제 : 레미콘 타설과 반지하
시공간 : 공사 현장
도구 및 단어수집
객관적 상관물 : 콘크리트, 철근, 거푸집, 함바, 노동자
철근공, 콘크리트공, 현장소장, 막일, 시멘트, 모래, 자갈, 물
자료조사 : 철근은 가열로에서 1050~1150도로 가열
포틀랜드시멘트 석회 돌, 실리카, 알루미나, 산화철
천연시멘트 : 점토질, 석회암 소성시켜 만든 것
그는 차디찬 쇠로 돌아갔다
오래 살아 선채로 죽은 나무
풍경소리 목에 걸고 합장을 한다
익명으로 살다가 익명으로 가려는 것도
사치다 이제 실명제로 명단을 제출해야 하므로
돌에 기록된 무수한 흔적
바람은 가슴에 새기고 물의 줄기도 발에 새긴다
무료한 되새김질을 반복하던 한낮의 레미콘
튀어나오려고 하는 욕을 봉인한다
이 아름다운 폭설 앞에서 울고 말 것인가 웃고 말 것인가
우리를 위해 우리 빼고 황홀 속에서 밤을 보냈다
기억은 지느러미도 없이 잘도 헤엄쳐 다닌다
층간 소음은 생각을 제거하기에 충분하고
집주인의 도덕과 윤리는 흡착률이 좋다
위층 여자를 나는 이불 삼아 덮는다
여자의 꿈이 내 안으로 스며들 때까지
불면 위에 불안을 포갠다
개밥바라기 별은 얼마큼 먼 거리였던가
어머니 안에 어머니가 없다
평생 누군가의 비상구만 되어준 어머니
시간은 사라지거나 구겨지지 않는다
내 안에 살고 있던 그리움이 빠져나간 후
난 그늘만 사랑한 사람
새삼 담의 목적이 감옥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담 하나 만들려고 낯선 물과 시멘트와 모래와 자갈이 만났을 텐데
콘크리트의 맥박이 뛴다
누군가 룰 끝까지 기다리는 도어록처럼
차가운 체온을 유지하고 싶었다
겨울인데 이별이 만개했다
-------------------------------------------------------------------------------------------------------
콘크리트 / 이유상
돌에 기록된 무수한 흔적들이
낯선 물과 거친 시멘트를 만나
부서진다
어둠 속에서 뒹굴며
까마득하게 서로를 잃어버린다
시간을 버리고 타인 속으로 침투해 혼절하고
현장 가설 펜스 밖
줄지어 되새김질하던 레미콘은 긴 창자 속을
통과하여 고층으로 쏟아진다
틀 속에서 날개를 달고 날 수 있지만
단단히 묶어 놓은 일은 쇠의 일
두려운 건 상처 같은 실금이 생기는 것
이제 침묵과 고요 속에 어깨를 기댄다
빛과 그늘 바람과 별의 손짓 속에 맡기고
여문 슬픔이 흐른다
익명으로 살다가
익명으로 가려는 것도 사치
슬래브와 기둥은
서로 어깨 걸치며 하루가 건너간다
연립주택 반 지하로 돌아오는 길
개밥바라기 별은 얼마큼 먼 거리였나
고단한 잠이 쏟아지고
난 그늘만 사랑한 사람
콘크리트의 맥박 소리가 들리면
일층 여자를 덮는다
외풍 심한 방에도 훈기가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