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당선작/ 시(詩)
자물쇠
박찬희
'안거가 일이라고 단단히 가부좌를 틀어
오가는 바람도 굳어 서 있다'
'하필이면 벼랑 끝에 걸어놓은 맹약
효험이 낭설이기 십상이기도 하고
굳이 풀어 들여다볼 상당한 이유가 없어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는 잡다한 호기심만 늘어
없는 설명서를 찾아 읽는다'
‘맹약의 해피엔딩은 녹슬고 녹아 서로에게 귀속되는 것’
'애지중지 닫아걸 별 이유는 없어도
그냥 습관인 까닭에
벽을 치고 들어앉아 음과 양을 저 혼자 맺고 풀면서
맞지도 않은 열쇠를 깎는 일
어쨌든 그것도 수고라면 수고지'
'결속과 해지는 엎어 치나 매치나 한가지여서
틀림없는 쌍방의 일
자물쇠든 열쇠든 서로에게 맞출 수밖에
옳으니 그르니 해도 꼭 들어맞는 짝은 있게 마련인데
내가 너를 열 수 있을까'
'시도 때도 없는 옥쇄 앞에서
밤낮 우물쭈물, 나만 속절없이 녹슬어간다'
출처 : 퍼블릭뉴스(https://www.psnews.co.kr)/중부광역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https://www.p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2747
‘제2회 중부광역신문 신춘문예 공모’···박찬희 시인 ‘자물쇠’ 당선 영예 - 퍼블릭뉴스
\'안거가 일이라고 단단히 가부좌를 틀어 오가는 바람도 굳어 서 있다\'\'하필이면 벼랑 끝에 걸어놓은 맹약효험이 낭설이기 십상이기도 하고 굳이 풀어 들여다볼 상당한 이유가 없어도그저 보는 것만으로는 잡다...
www.psnews.co.kr
--------------------------------------------------------------------------------------------------------
운주사 천불천탑
김준경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그 누구도 떠밀지 않았다
저마다 한손에 정을, 다른 손에 망치를 들고 찾아왔다
운주계곡 조용한 골짜기를 따라 돌을 쪼는 소리가 이어진다
하나의 고통을 담아 한번의 망치질, 하나의 괴로움을 담아 쌓은 한층
사바세계로부터 깎여나간 마음 부여잡고 눈앞의 돌을 깎아 나간다
참아낼 수 없는 아픔을 돌위에 올려 깎아서 내버리면 눈이 나오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돌위에 올려 깎아서 내버리면 귀가 나오고
벗어날 수 없는 원망을 돌위에 올려 깎아서 내버리면 입이 나온다
고해의 파도 속에서 멈추지 않고 들리는 돌 쪼는 소리
고통이 모여 돌을 가루로 만들고 괴로움이 쌓여 탑을 이룰 무렵,
돌속에서 웅크려 있던 부처님이 들꽃같이 환하게 피어난다
풀내음을 품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 앞의 민초를 맞이한다
투박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 가까운 그 모습
그 거친 어깨 끌어안고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울고 싶다
고해의 파도에 깎여나간 마음 쥐어짜내 입술 깨물고 울고 싶다
마음의 부스러기가 섞여 나온 눈물을 부처님께서 가사자락으로 닦아주면
지나간 괴로움을 땅에 내려놓고 다가올 염원을 부처님께 올린다
염원이 모여 천개의 석탑이 되었고, 천분의 석불이 되었다
천가지 괴로움과 천가지 염원으로 세워진 민초들의 작은 불국토
같은 모양없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저마다의 위치에 서서 정토세계를 꿈꾼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409448
[2024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시 ] 김준경 ‘운주사 천불천탑’ - 불교신문
운주사 천불천탑김준경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그 누구도 떠밀지 않았다저마다 한손에 정을, 다른 손에 망치를 들고 찾아왔다운주계곡 조용한 골짜기를 따라 돌을 쪼는 소리가 이어진다 하나의 고통을 담아 한번의 망치질, 하나의 괴로움을 담아 쌓은 한층사바세계로부터 깎여나간 마음 부여잡고 눈앞
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