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트리 국립공원/신영철의 세계 산책
황량한 사막의 바위 천국
8천 개가 넘는 등반 루트
매년 약 140만 명의 정도가 미국 서부의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을 찾는다. 그 숫자가 다른 미국 국립공원에 비하여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곳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충성심이 높다.
그 마니아들 중엔 예술가와 천문학자 그리고 클라이머들도 많다. 암벽을 좋아하는 산악인들에게 이 공원은 축복이다. 명절날 받은 종합선물 세트처럼 풍성한 바위세상이니까.
죠수아트리 공원은 암벽의 메카답게 아직도 개척이 무궁무진한 바위세상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이 공원 바위에는 8천개 이상의 등반루트가 있다. 그것을 모두 도록에 싣는다면 거의 두꺼운 사전 분량이 될 것이다. 미국정부가 나서서 바윗길을 내줄리 없으니 모두 충성심 높은 클라이머들 작품이다. 그 점만 보더라도 이 공원의 바위가 얼마나 클라이머들 사랑을 받는지 알 것이다. 초급자들을 위한 쉬운 코스부터 수직으로 갈라진 크랙과 오버행까지 말 그대로 이곳엔 없는 게 없다. 한 곳도 똑같은 모양이 없는 다양한 바위들. 곳곳에 발달해 있는 크랙, 볼더, 슬래브, 페이스 등 이곳은 클라이밍 사전의 집합이다.
이 공원 또 하나의 특징은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보며 떠올리는 상상력이다. 그런 부분에서 한국인들은 매우 뛰어나다. 북한산만 하더라도 그 많은 바위에 숱한 동물 이름을 붙였다. 북한산과는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이곳에 많은 바위가 있다. 당연히 하나도 똑같은 바위가 없다. 그러므로 이름 잘 짓는 한국인들도 이곳에서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온갖 동물은 물론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바위는 다 있다. 유명한 스컬락(Skull Rock)은 이름 그대로 해골을 닮은 바위인데, 가까이 보면 정말 사람의 눈과 코가 뻥 뚫린 해골을 닮았다.
바위를 찾아 드라이브를 하는 희귀한 관광. 사막도, 바위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의 반전. 바위를 돌다보니 클라이밍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왜 클라이머들이 이 공원에 열광하는지 시청각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인기가 있다는 히든 밸리(Hidden Valley)를 찾았다. 태양의 열기에 노출된 바위가 뜨거울 텐데도, 한 몸이라도 되고 싶은 듯 암벽에 매미처럼 붙어 있는 남녀를 많이 많났다. 소녀에서 노인까지 클라이밍을 즐기는 사람들 연령대가 다양하다. 아이들도 낮은 바위를 기어 오르내리며 즐겁게 놀고 있다. 자연의 놀이터로 안성맞춤이다. 입맛대로 취향에 맞는 바위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무제한. 이곳이 클라이머들에게 주목받지 않았다면 그것이 이상했을 것이다. 크랙을 따라 등반하는 여성이 보였다. 유연한 동작으로 등반을 하는 그 여성은 금방 20m가 넘는 루트 너머로 사라졌다.
공원당국은 세계에서 오는 등반과 볼더링 애호가들을 환영하다고 공식적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한국 인수봉은 각종 규제를 하려 하지만 이곳은 클라이밍에 대하여 적극 권장하고 있는 유일한 공원이다. 클라이밍의 종합선물로 서의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초보부터 상급 클라이밍까지 다양한 코스를 즐길 수 있기에 해외로부터 원정도 인기가 있다. 물론 요세미티 앨캡이나 하프돔처럼 거벽등반 대상지로서의 높은 바위세상은 아니다. 거벽에 상대적으로 낮은 바위들이지만 이곳에서 바위타기의 새로운 역사가 태동했다. 모든 게 그렇듯 클라이밍도 진화를 한다. 하여 자유등반의 물결이 시작되었을 때 이곳 죠수아트리 암벽은 진원지, 그 중심부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