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1.인생의 속삭임
이수야
아침에 눈 뜨니
인생이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간다
‘이게 뭐지?’
던진 질문에
하루 종일 감싸 안고 맴도는,
그의 속삭임이 귀를 간질인다.
기본값 받아
여기까지 왔으니
아무 문제 없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 믿고 맡기라는 듯
여정의 끝은 알 수 없지만,
이 순간,
인생의 따뜻한 품에 안겨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마음이 가벼워져
흐르는 시간 속에 나를 던져본다.
2.가을, 너와 나
이수야
아, 가을이다.
가진 것 다 내어 주고도
넉넉하고 풍성한 이 계절,
밝은 마음 가득 안고
태백 줄기 팔공산으로
소풍을 나선다.
공신들과 함께 걷는 길,
홍주암의 나반존자는
가슴을 활짝 열고
두 팔 벌려 우리를 반긴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바람 품에안고
막걸리 한 잔에 마음은 녹아내리며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다.
마치 우리 안에 경쾌하게 스며드는
가을의 노래처럼,
고요하고 깊은 산울림으로.
너와 나,
그 속에서 하나가 되어
가을을 마신다.
3코스모스
이수야
그리움 스며들어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너를,
찾아간 청도읍 신도리.
그곳에서 너를 마주한 순간,
형형색색 곱디고운 빛깔 속에서 품어내는
가지런한 여덟 꽃잎속
그윽한 향기에 취해
내 마음은 사로잡힌다.
그곳에서 너를 마주한 순간,
가는 이의 발길을 유혹하는
너의 고운 자태,
한참을 바라보니
우주의 질서가
너의 작은 몸 안에 숨 쉬고 있구나.
가을이 오면 내가 너를 찾는 이유,
이제야 알았다.
너는 가을의 숨결,
그리고 우주의 섬세한 손길인것을 !.
4.종심 (從心) / 이수야
마음 가는 대로 따르다.
바깥으로 향하는 마음이 이제사
천천히 돌아 안으로 향한다.
말이 통하고 따뜻하게 나를 반기는
내 안의 멋진 친구
그와 마주앉아
훌훌 벗어던진다.
자신 속으로 깊이 들어가
진정한 나와 더불어 살아간다.
순수하고 영롱한 빛의 세계에서
이래서 늙음이 좋구나.
2024.7.17.
5.맡기다
이수야
경쾌한 고전 음악 음률에 따라
내 안에서 울리는 감정의 진동에
자연스레 몸을 실었다.
그 흐름 속에
몸을 맡기고 마음이 쉬는 곳에 두었다.
아랫배에 둔 마음
그리 애쓸 필요 없는 것을
이미 이대로 충분한 것을
들숨 날숨에 따라 춤추고
알아서 들어오고 나가는 숨에
나를 맡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구름이 달을 따라가는지
달이 구름을 따라가는지
그저 그대로
나도 함께
흐르는 대로 따라가 본다.
6.새 옷 한 벌
이수야
여태껏 살아오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몰랐어요,
아직도
헤매는데
무엇이 바른길인지
그래서 모른다고.
그랬더니,
아주 살짝 알려줍니다.
네 앞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그것만 믿으라고.
생각과 느낌,
헌 옷을 벗어버리고.
새 옷 한 벌,
저 건너편에 걸려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다가가서 입으라고~~
(제발 네가 비틀리지 않기를.
자신의 길을 흐리지 않기를.) 삭제하면 좋을것 같아요.
2024.8.10
7.감포의 물결
이수야
이글거리는 감포 바닷가
따스한 모래 위에 잠시 발을 멈추니
차가운 바닷물 내 발끝을 감싼다
쉼 없이 밀려오는 잔잔한 파도
뾰족했던 자갈들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세월의 손길로 둥글게 빚어낸다.
물결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는 듯
나는 마음을 풀어 고요함 속에 잠기니
눈앞 바다만큼이나 깊고 푸른 평온이 깃든다.
이 순간,
세상은 더없이 아름다워
감포의 물결처럼 잔잔한 마음을 써 내려간다.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