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행을 떠났다.
무슨 정신이었을까? 5년을 고민하고 고민하며 아까워 하던 해외여행을 단 10분만에 결정하고, 1주일 뒤 출발.
그것도 누구한테 상의하거나 물어보지도 않고, 함께 갈 사람을 찾지도 않고서 말이다.
그렇게 혼자 떠나기를 혼자 결정했다.
그동안에 알게 모르게 쌓여있던 스트레스때문이었을까?
내가 고작 여행도 못가고, 삶에 억눌리는게 싫었던걸까?
1주일 뒤 금요일 반차를 쓰고 인천공항으로 달려갔다.
혼자 떠난 휴양지 패키지 여행에는 나를 제외한 25명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그중 나와 82세 할아버지만이 혼자 신청했고, 나머지는 모두 가족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혼자가면 재미없어. 가족들이랑 다같이 올텐데 너 무슨 재미로 여행하니? 엄마랑 같이가지."
나는 효녀가 아니어서 여행을 결정할때 단 1초도 엄마생각이 나지않았고, 엄마의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해서야 잠깐 후회했다. 아, 나도 가족이랑 올걸.
여행을 3박 5일이었다.
너무 급박하게 결정한 여행이라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도 내가 잘한게 맞는지 이 여행을 즐길 수 있을 지 의심했다.
그리고 그 의심은 첫번째 호텔방에 들어오고 사라졌다.
집이 아닌 다른 공간.
하얀 침대와 넓고 깨끗한 화장실. 통창과 딱 맞은 온도. 스르륵 마음이 풀렸다.
해외 여행이라고 특별하게 무언가를 보고,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냥 쉼이 필요했구나.
그 후 나의 모든 일정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평온하게 진행했다.
스트레스는 잠시 접어두고 정말 원하는 것들만, 천천히 여유롭게.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도 부러웠지만 온전히 혼자인 내가 너무 좋았다.
24년을 마무리하는 쉼.이었다.
첫댓글 기연님 혼자 여행 다녀오셨군요!!! 뭔가가 필요할때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잘 아는것같아요!! 잘 다녀오셨고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