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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밴의 원조` 크라이슬러의 그랜드보이저가 5세대로 진화해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선대 모델과 달리 롱 휠 베이스 버전만으로 라인업된 그랜드보이저는 크라이슬러의 입장에서는 달러박스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피플 무버(People Mover)의 기능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장르의 모델인만큼 다른 차에서 볼 수 없는 시트 베리에이션 등 아이디어가 만발한 차다. 그랜드보이저 3.8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크라이슬러는 그 규모에 비해 미국시장에서 다양한 족적을 남긴 메이커다. 오늘날 통용되는 SUV의 시조인 지프 디비전의 체로키를 비롯해 미니밴의 원조 보이저도 역시 크라이슬러의 작품이다. 특히 미니밴이라는 장르는 1980년대 크라이슬러를 수렁에서 건진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미니밴의 위력은 약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니밴은 판매가 정점에 달한 2000년(137만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것이다. 2007년에는 판매가 79만 3,335대에 불과했고 올해에는 1986년 이후 처음으로 65만 대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이유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된 크로스오버, 7~8인승 CUV의 등장에 큰 영향을 받았다. 2004년 1~5월 사이에만 기존 미니밴 오너들의 12%가 크로스오버로 차를 갈아탔다. 이후 크로스오버는 갈수록 판매가 늘어나 올해에도 역시 26%나 높아졌다. 크로스오버의 시장 점유율은 2000년에는 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9%에 달한다.
그러니까 크라이슬러는 SUV 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만회를 하고 있지만 역으로 미니밴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래도 닷지 캬라반은 1996년 이후 항상 미니밴 1위를 고수해 왔었다. 크라이슬러의 타운 & 컨트리와 그랜드 캐러밴을 합친 점유율은 38.5%(작년 38.9%)로 여전히 크라이슬러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시장에 미니밴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3년이었고 그 시조가 보이저다. 지금은 그랜드보이저라는 이름으로 접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지금은 사라진 플리머스(Plymouth) 디비전의 모델로 출발했었다.
크라이슬러는 같은 모델을 세 개의 디비전을 통해 공급했는데 닷지 캬라반(Dodge Caravan)은 대중적이고 스포티한 이미지로, 플리머스 보이저(Plymouth Voyager)는 저가형 모델로 포지셔닝했다. 그리고 크라이슬러 디비전에는 타운&컨트리(Town & Country)라는 이름으로 초 고급 력셔리 버전을 라인업했다. 하지만 플리머스라는 디비전이 사라지게 되면서 보이저는 크라이슬러 디비전에서 저가형 모델로 판매되었다.
선대 모델부터 미국 내에서는 보이저라는 이름이 사용되지 않았으며 수출시장에서만 통용된다. 우리나라에는 닷지 캬라반이라는 이름으로 수입되다가 2001년 7월부터 크라이슬러 보이저라는 차명으로 수입되었다. 그리고 5세대 모델은 숏 휠 베이스 모델은 없고 롱 휠 베이스의 그랜드보이저로만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와 지프 리버티 모델은 스마트의 차체를 만들고, 사브 9-3 컨버터블을 조립하며, 메르세데스 벤츠의 G 클래스 KD 부품을 최종 완성하는 캐나다회사인 마그나 스티어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 있는 유로스타 공장에서 생산했었다. 하지만 5세대부터는 유럽버전은 그대로 생산하고 그 외 지역으로는 캐나다 브램튼(Brampton) 공장산이다.
Exterior
필자가 5세대 그랜드보이저를 처음 만난 것은 2007년 동경모터쇼였다. 눈에 띄었다. 이유는 물론 작은 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일본이라는 점과 더불어 크로스오버가 득세를 하는 시대의 미니밴의 변화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롱 휠 베이스로 단일화된 점이 눈길을 끌었고 우선 크라이슬러의 300C에서 느꼈던 존재감이라는 단어가 먼저 다가왔다. 차체 크기가 전장×전폭×전고 5,145×1,955×1,750mm, 휠 베이스 3,080mm로 그 수치만으로 우선 압도한다. 차량중량도 2,085kg이나 된다. 길어진 휠 베이스와 넓어진 트레드로 인해 좀 더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 크기에 걸맞게 선대 모델의 라운드화에서 벗어나 강한 직선을 기조로 한 스타일링이 수치보다 더 커 보이게 한다. ‘역시 미국차답다.’라고 하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SUV와 같은 분위기’라기보다는 미니밴류의 선이 살아 있다. 라운드화가 강조되었던 선대 모델에 비해 직선을 많이 사용했으면서도 투박해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프론트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퍼시피카와 세브링 등에서와 같은 패밀리 룩을 형성하고 있다. 그릴은 선대보다 크고 크롬도금으로 처리하고 있다. 헤드램프의 디자인은 각 모델마다 다른 터치다.
사이드에서는 길어진 휠 베이스만큼 그 비율에서 전고가 낮아 보인다. 전형적인 2박스카에 3열 시트를 가진 차다운 그래픽이다. 윈드 스크린의 경사가 강해 세단과 왜건에 가까운 분위기를 내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더불어 웨이스트 라인의 위치를 높게 설계해 완고한 이미지를 살리고 있다. 그보다는 크라이슬러가 미니밴의 기능으로 처음 소개한 양측 전동 슬라이드 도어가 눈길을 끈다. 시동키로 원격으로 개폐를 작동할 수 있다. 리어의 리프트 게이트도 마찬가지이다. 더불어 실내 1열 시트 위의 오버헤드 콘솔박스의 버튼과 B 필러 및 D필러 중간쯤에 있는 버튼으로도 각각 조작이 가능하다.
Interior
인테리어의 분위기는 한층 세련되었다. 우선은 질감이 다르다. 선대 모델 시승기에서 고급감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었는데 5세대에서는 직선으로 간결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흔적이 보인다. 다만 맨 위에 터치 스크린 방식의 디스플레이창이 있기는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옵션 품목에도 없는 점이 아쉽다.
눈길을 끄는 것은 칼럼시프트 레버가 계기판 오른쪽에 설계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레버 방식의 ‘미국식’ 칼럼시프트는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각종 파워 아웃렛과 오디오 및 USB 인풋 단자도 모두 갖추고 있다. 센터 페시아를 중심으로 한 각종 패널에는 전동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센터 페시아에서는 아날로그 시계가 눈길을 끈다. 분명 양산 브랜드이면서 고급감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그 아래쪽에 미닫이형 컵 홀더와 센터 콘솔박스 앞뒤에 또 두 개씩의 컵 홀더가 미국차임을 잘 보여 준다. 센터 콘솔박스는 슬라이딩 방식인데 질감을 조금 높였으면 좋을 듯 싶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스포크 부분에 메탈 트림 처리를 해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네 개의 클러스터가 배치되어 있는데 크라이슬러 그룹 내 다른 모델들과 다르다. 크라이슬러는 매 모델마다 계기판의 디자인을 달리하고 있다.
그랜드 보이저는 차의 장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런 것보다는 사실은 시트 베리에이션에 먼저 관심이 간다.
3열 시트를 가진 7인승 구조다. 과거 미국차들은 1열 시트도 3인승이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택하기도 했었는데 요즈음에는 더 이상 그런 차만들기는 하지 않는다. 2열 시트도 2인승이다. 2열 시트는 플로어 패널을 들어 올리고 시트를 폴딩해 그 안으로 집어 넣으면 플로어와 편평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작동은 직접 해야 한다. 과거에는 2열 시트를 회전해 3열 시트와 마주 보게 했었다.
하지만 3열 시트는 트렁크쪽에 있는 버튼으로 플로어 아래로의 수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시트를 뒤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기차 시트처럼 돌리는 방식은 아니고 뒤로 90도 돌리는 것이다. 성인이 넉넉하게 앉아서 여행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차를 세우고 뒤쪽을 보고 쉬기 위한 용도로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크라이슬러는 「Stow`n Go」라고 명명하고 있으며 스타디움 포지션이라고도 표현하고 있다. 앞쪽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는 시트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평가할만한 부분이다.
거기에 2, 3열 각각 6.5인치 모니터를 채용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시트 베리에이션과 함께 자동차라는 것이 달리기 성능에만 집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화물공간은 그만큼 크다. 2, 3열 시트를 모두 사용하는 상태에서 의 화물칸 용량은 915리터, 모두 폴딩시에는 5,660리터나 된다. 이런 보이는 공감 말고도 더블 글로브 박스를 비롯해 구석구석에 크고 작은 수납공간을 많이 설계하고 있는 것도 미니밴의 원조다운 차만들기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3.8리터 가솔린과 2.8리터 커먼레일 디젤 두 가지. 그중 오늘 시승하는 차는 기존 3.3리터 V6 OHV를 3,774cc로 확대한 것으로 최고출력 202 마력/5,000rpm 、최대토크 31.1kgm/4000rpm를 발휘한다.
트랜스미션은 6단 AT로 오토스틱 기능이 있다. 오토스틱은 지금 우리가 자동변속기에 수동 기능을 채용한 것으로 폭 넓게 사용하고 있는데 필자의 기억으로 가장 먼저 채용한 것은 지금은 사라진 크라이슬러 이글(Eagle) 비전(Vision)이었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750rpm, 레드존은 6,0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55km/h에서 2단, 75km/h에서 3단, 95km/h에서 4단으로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가속감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한 세팅이다.
미국형 OHV엔진들이 그렇듯이 고회전형이 아니라 중저회전에서 토크를 중시하는 타입이다. 차체 중량이 2톤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 승차정원이 모두 탑승했을 경우를 감안하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트위스트 빔. 4세대 모델은 뒤가 리프 리지드, 다시 말해 겹판 스프링이었다. 그 때문에 전체적인 승차감은 더 부드러워졌다. 저속에서는 무거운 차체 자세를 제어하기 위해서인지 약간 하드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속도가 올라가면 부드러워진다. 크루징 상태에서의 직진안정성은 수준급이다. 매끄럽게 진행하는데 부담이 없다.
핸들링 특성은 약 언더. 특별히 과격한 운전을 하는 성격의 모델이 아니지만 그래도 와인딩을 공략할 때의 자세 제어는 크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ESP 개입 포인트는 약간 빠른 편이다. 코너링에서 자세를 잡을 때는 차체 중량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타이어가 끌리면서 제어하는 타입이다.
안전장비로는 프론트 듀얼, 1열 사이드, 사이드 커튼 타입 등 6개의 에어백을 비롯해 ESP, TCS, ABS, 로드 레벨링 서스펜션 등을 만재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그랜드보이저는 미니밴의 위력이 줄어 드는 시대에 그들만의 장기를 최대한 활용해 시장을 되살리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는 모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능성과 즐거움이라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조금만 자세히 비교하면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는 행복이다.
뉴 그랜드 보이저 주요 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5,145×1,955×1,750mm
휠 베이스 : 3,080mm
트레드 : 앞/뒤 1,664 / 1,646 mm
차량중량 : 2,085 kg
연료탱크 용량 : 75.7 리터
트렁크 용량 : -
승차 정원 : 7 명
엔진
형식 : 3.778cc V6 12벨브 OHV
보어×스트로크 : 96 mm× 87 mm
압축비 : 9.6
최고출력 : 202 마력/5,000rpm
최대토크 : 31.1 kg·m/4,000 rpm
트랜스미션
형식 : 전자식 6단 AutoStick?
최종감속비 : 3.246
섀시
서스펜션(앞/뒤) : 맥퍼슨 스트럿 / 트위스트 빔
브레이크 : 전자식 제동력 배분 기능이 포함된 ABS
스티어링 : 틸트 기능 파워 스티어링
타이어 : 225 / 65HR 17
구동방식: 앞바퀴굴림
성능
0-100km/h 가속 시간 : 12.6초
최고속도 : 190km/h
최소회전반경 : 6.0m
연비: 7.1 km/리터
차량 가격
5,490 만원(부가세 포함)
크라이슬러 그룹은 현대적인 SUV와 미니밴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모델들을 하나씩 두고 있다. SUV부문의 ´지프 체로키´와 미니밴 부문의 ´닷지 캐러밴´이 그것이다. 두 모델은 출시 이후 북미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현대적인 SUV와 미니밴의 선조이자 기준점으로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미니밴의 원조, 닷지 캐러밴의 크라이슬러 판(版) 모델인 그랜드 보이저다. 닷지 캐러밴에 크라이슬러의 옷을 입혀 한 단계 더 성숙한 프리미엄 미니밴을 지향하는 모델이다. 국내에는 크라이슬러 그룹의 한국 진출 이후 꾸준히 수입이 되고 있었다. 2013년에는 인증 문제로 수입이 중단되었다가 올 2월 상반기에 2014년식 모델로 다시금 한국 땅을 밟았다.
새로워진 그랜드 보이저는 7인승 VIP 라운지(Exclusive VIP Lounge)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주고객층은 업무 상 출장 등 이동이 잦은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디테일을 손보고 내실을 키운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를 시승하며 원조의 내공을 확인해 본다.
거대한 덩치는 여전하다. 300C를 닮은 듯한 전조등 또한 그대로다. 그러나 지난 모델과는 세부적인 면에서 몇 가지의 차이가 있다. 휀더와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등에서 동사의 대형 세단인 300C가 연상된다. 프로그레시브 윙(Progressive Wing) 로고 또한 직선적이고 선이 굵은 스타일의 그랜드 보이저와 잘 어울린다.
번쩍이는 크롬으로 마무리된 각종 디테일들은 확실히 미국 태생의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준다. 사이즈도, 생김새도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세련되고 날렵한 인상을 주려 애를 쓰는 일본산 미니밴이나 유럽산 MPV들과 대조되는 둔중하고 듬직한 인상을 준다. 그랜드 보이저의 제원 상 전장X전폭X전고는 5,175 X 2,000 X 1,750mm다.
실내는 세단과 유사한 느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크롬 장식이 듬뿍 들어간 디테일에서 300C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전반적으로 미니밴이라기 보다는 세단에 가까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은 300C와 유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크기가 크고 림 굵기도 굵직하다. 손이 작은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로 다가올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우측 뒤편에 마련된 시프트레버 때문에 각종 등화류와 와이퍼 등을 작동시키는 컬럼 레버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문득 옛 미국차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컬럼 마운트 방식의 시프트 레버가 떠오르기도 한다. 스텝게이트 방식의 조작체계 때문에 이러한 형태를 취하게 된 듯하다. 이러한 구성은 처음 운전했을 때에는 다소 생소함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컬럼 마운트 방식의 시프트레버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큰 위화감이 없을 듯하다.계기류 또한 300C와 비슷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야간에는 현란함이 한층 더해진다.
시트는 덩치 큰 미국인들의 체형에 맞추었는지 등받이와 착좌부의 크기도 큰 편이다.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부드럽고 안락한 착석감은 만족스럽다. 시트 상단은 스웨이드 재질로 마감되어 있다.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적절한 구성으로 사료된다. 운전석 시트는 10-way 전동 조절 기능을, 조수석 시트는 8-way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그 외에 2단계로 조절되는 열선 기능 또한 갖추고 있다.
미니밴인 만큼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큰 사이즈의 차체에 7인승 구조의 좌석 구성을 취함으로써 모든 좌석에서 동등한 수준의 거주성을 확보했다고 판단된다. 한국 시장에 적용된 2열의 캡틴 시트는 좌우 양쪽에 팔걸이가 제공되고 전후 이동은 물론, 각도 조절 도한 가능하다. 좌석을 형성하고 있는 구성품과 착좌감도 1열 시트와 동등한 수준이다. 3열 좌석에 할당된 공간도 구색만 갖춘 수준이 아니다. 평균 신장의 성인 남성이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자잘한 수납공간 또한 빈틈 없이 준비되어 있다. 1열 좌석 중앙에는 대용량의 콘솔 박스가 준비돼 있다.
뒷좌석의 편의장비도 충실하다. 2열과 3열 모두 전용 LCD 디스플레이가 상단에 배치되어 있다. 디스플레이의 각도도 조절 가능하다. 디스플레이를 전개하면 그 위에 홈이 크게 파여져 있는데, 이는 선택 품목인 전용 블루투스 헤드셋을 위한 공간으로 보인다. 2열에 배치된 오버헤드 콘솔에는 공조장치 조절 다이얼이 자리잡고 있다. 2열 좌석 이후의 측면 창에는 선셰이드가 마련되어 있다. 1열 좌석 등받이의 후면에는 간이 테이블이, 2열 좌석 등받이의 후면에는 그물망 등을 걸 수 있는 후크가 마련되어 있다.
그랜드 보이저에는 크라이슬러가 2005년부터 선보였던 스토우 앤 고(Stow´n Go) 기능이 지원된다. 좌석을 접어서 바닥 아래로 수납이 가능한 이 기능은 좌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데드 스페이스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기능은 그랜드 보이저의 공간 활용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
3열 좌석의 폴딩은 각각의 끈에 표시된 숫자 순서대로 당겨주면 자연스럽게 바닥 하부 공간으로 접혀 들어간다. 이 공간은 3열 좌석을 접을 때에는 좌석의 수납 용도로, 3열 좌석을 사용하는 중에는 넉넉한 트렁크 공간으로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본형 시트가 적용된 그랜드 보이저에서는 2열 좌석의 바닥 수납이 가능하다. 하지만 캡틴 시트가 적용된 국내 사양의 그랜드 보이저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더욱 편안한 시트가 적용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랜드 보이저의 중요한 기능 하나를 놓친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좌석을 접고 앞으로 젖혀진 상태에서 하단에 달린 끈을 이용하여 B필러에 달려 있는 승하차용 손잡이에 매어 두는 식으로 고정해 두는 것은 가능하다. 게다가 바닥 하부의 공간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여기에 잡다한 물건들을 수납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다양한 레저 및 아웃도어 활동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2열 좌석을 접어 넣는 기능이 무력화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3열 시트를 탈거할 필요 없이 바닥에 그대로 접어 넣는 구조는 남아 있다. 튀어 나오는 부분 없이 평평한 바닥 공간은 짐의 수납은 물론 차를 캠핑장 등지에서의 임시 주거공간으로 전용하기도 용이하다.
그랜드 보이저의 시동을 걸고 운행을 시작해 본다. 300C와 비슷한 수준의 정숙성은 그랜드 보이저는 프리미엄 미니밴임을 자처하기에 부족함 없게 만들어 준다. 조용하게 움직이는 가솔린 엔진과 부드럽게 맞물리는 6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는 마치 동사의 대형 세단인 300C에 타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물론 여기에는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과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차체의 거동도 한 몫을 한다.
283마력의 최고출력과 35kg.m의 최대토크를 가진 3.6리터 펜타스타 V6엔진은 공차중량만 2,140kg에 달하는 거구를 잘도 움직여 준다. 고배기량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든든한 견인력을 보여준다. 미국식 대형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다채로운 실내 공간 구성과 편의성을 무기로 삼는 미니밴들은 이미 시장에 다수 등장해 있다. 그러나 이 특유의 여유로운 감각은 꽤나 각별하게 다가온다. 무엇을 싣든, 어디에 타든, 어디로 움직이든 간에 그랜드 보이저는 한 템포 더 여유롭게 대처한다. 미니밴으로서는 꽤나 고급스런 감각이다.
공인 연비는 도심 6.7km/l, 고속도로 10.1km/l, 복합 7.9km/l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운행한 결과, 도심에서의 연비는 교통 상황이 나쁘지 않을 때에도 6km/l를 넘기기 어려웠다. 반면에 고속도로에서는 11km/l을 살짝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그랜드 보이저를 시승하면서 원조의 내공을 가감 없이 경험할 수 있었다. 차체, 실내 공간, 편의성은 물론 주행 감각에서도 원조의 내공은 그야말로 견실한 것이었다. 단순한 짐차가 아닌, 미국식 대형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안락함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감각을 주었다. 그래서 그랜드 보이저는 그들의 캐치프레이즈와도 많은 부분이 합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은 가족과 여가를 위한 미니밴의 기본 덕목 또한 자연스레 충족시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제성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디젤엔진이 도입되지 않은 점이다. 그러나 현재 대형 수입 미니밴들 시장의 주류가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으로 굳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판매량에 있어서는 크게 불리한 요소로서 작용하지는 않을 듯하다.
원조의 내공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그랜드 보이저. 1년 여의 공백을 깨고 재등장한 그의 앞날을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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